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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검증툴

경쟁자 아닌 시장을 이겨라

최원식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미국의 재정절벽 논란, 유럽의 경제 위기, 중국의 새 지도부 등장, 아베노믹스의 출현,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들이 터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최근 많은 기업들이 자문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등장한 최신 전략 이론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전략 수립에 유용한 프레임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많다.

 

전략 수립 방법론을 논하기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기존 패러다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요새화된 마지노선은 과거 전쟁 패러다임(1차 대전의 참호전)에 입각해서 보면 걸작품이었으나 2차 대전 시 전차 기반 기술을 앞세운 독일군이 새로 창안한 기동전과 이를 활용한 우회전략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코닥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고 오늘날 디지털카메라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지만 디지털카메라를 중심으로 하는 전반적인 조직 변화가 더뎠고 과거의 패러다임에 매몰돼 결국 몰락했다. 디지털 장비로 야기될 시대의 변화가 얼마나 클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발생한 결과다. 삼국지 일화 중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내다보지 못하고 대선단을 꽁꽁 묶어놨던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 펼친 화공전에서 참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례다.

 

변화를 예측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도 흔들리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천후 전략이 요구되는 시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이른바 프레임워크(framework)를 사용해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정해진 프레임에 따라 목표 달성에 중요한 몇 개의 수단을 정하고 그 수단을 구체화한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 시대의 등장은 과거 패러다임과 전략 수립 방법에 종지부를 찍었다.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의 증가, 전 지구적 연결, 산업 간 통합 등을 특징으로 하는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되면서 프레임워크에 의존해서 수립된 전형적인 전략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이제는 전략 수립이 특정 시점에 단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불확실성에 대한 숙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행동’ ‘지속적인 점검과 변화 3가지 요소가 전략 수립 과정의 주춧돌이 되고 이런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종의 여정(journey)이 됐다. 즉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세운 전략이 얼마나 잘 먹혀 들어가는지 검증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위험에 빠지지 말자 - 불태 10계명

고객사에서 전략 검증과 관련된 고민을 맥킨지에 들고 올 때 전략이 얼마나 튼튼하게 짜였는지 확인하는 검증 툴로불태 10계명(Ten Timeless Tests)’이라는 자가 진단을 한다. 워크숍을 통해 진행되는 이 자가 진단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업이 전략을 검증할 때 필수로 자문자답할 10가지 항목과 각 항목을 구성하는 세부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각 질문은 특히 해당 기업이 호황기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지 가늠한다. 많은 경우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화려한 업적이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최근 전 세계 주요 기업의 경영진 2135명을 대상으로 이 평가를 적용했을 때 11% 10개 중 7개 이상의 평가를 통과했으며 오직 1% 10개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

 

첫 번째는경쟁업체가 아닌 시장을 이기는 전략인가?(Will it beat the market?)’는 질문이다. 많은 기업이 전략을 세우면서경쟁자에게만 치중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파이를 빼앗아 갈 수 있는 상대방을 직접적 경쟁사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파이 전체의 크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는 점이며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다른 구성원(: 부품 공급자, 중간 판매상)이 얼마나 큰 파이를 가져가는가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업의 본질적 특성을 깊게 이해해야 한다. 아직도 20년 전 통용되던 시장정의를 쓴다면 문제다.

좋은 예가 미국의 항공업계다. 이는 치열한 경쟁과 낮은 수익성 때문에 다수 항공사가 고전하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대부분 항공사들이 높은 수익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결정적인 변화는 1978 Airlines Deregulation Act가 발효되면서 찾아왔다. 항공 노선에 대한 중복 취항이 허용되면서 경쟁이 심해졌고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 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업계의 생리를 바꿨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한 노선에 취항하는 항공사 숫자가 1개일 때는 약 10%의 평균조정이익률(승객-마일당으로 조정한 영업이익률)을 얻을 수 있으나 취항 항공사 숫자가 5개가 되면 이익률이 1%로 떨어진다.

 

 

전략이 없는 조직은 없다. 다만 되씹어봐야 할 부분은 수립한 전략에서 산업구조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다. 혹시 산업 구조가 불리하게 변하면서 기업 성과가 나빠지고 있는데 기존 전략을 더 열심히 추진하면서 언젠가는 성과가 향상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경쟁사를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렵고 궁극적인 싸움은 시장과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위태로움을 겪지 않으려면 속한 산업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경제적 이익이 창출되고 있는지, 어떤 구조와 원리로 이익이 분배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현장에 종사하는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이 같은 간단한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여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만 나머지 계명들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로 제시하는 불태의 계명은경쟁우위의 원천을 진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Does the strategy tap the true source of advantage?)’이다. 산업 구조가 기업의 평균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어떤 산업에서든 경쟁 우위 원동력을 십분 활용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 항공사들이 수익성 하락과 성장 정체에 직면했을 때 Southwest라는 저가 항공사는 고객에게 독특한 가치 제언(value proposition)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쟁우위(: 동일 항공기 기종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승무원 보수를 비행시간과 연동해 인센티브 제공)를 활용해 1967년 설립된 이래 미국에서 가장 많은 승객을 운송하는 항공사로 성장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핵심 역량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 핵심 역량은 자사가 속해 있는 산업 특성과 매우 밀접하지만 속해 있던 산업에서 빛을 발하던 핵심 역량이 다른 산업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호주 시장에서 성공을 거듭하던 한 맥주업체는 와인 산업을 비슷한 업종으로 판단하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미국 프로농구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도 야구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모두 자신의 경쟁우위 원천과 이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경쟁우위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이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얼마나 유용하고,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는가?

 

세 번째 계명은낱알을 뒤지듯 시장을 세분화하여 공략하고 있나?(Is the strategy granular about where to compete?)’라는 것이다. 인구변화 추이에 따라 시장이 수시로 변하는데 특히 중국이 그렇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소비재 산업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1000개 도시를 22개 클러스터로 재편한 후 클러스터별로 특화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클러스터를 편성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입소문에 얼마나 민감한지, 혹은 가격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등을 클러스터 편성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클러스터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에 적합한 크기인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을 너무 크게 묶어서 바라보면 성장 영역을 간과할 수 있고 너무 잘게 나누면 실행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없다. 브라질 시장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던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의류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를 갓 넘기는 수준으로 소비재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브라질 내 주 단위로 분석하면 26개 주 가운데 단 7개 주만이 4% 이하의 성장률을 보였고 절반의 주에서는 연간 7% 이상의 큰 성장을 보였다. 고성장주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한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 미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지역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다. 그러나 중국이 가파르게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 이후 많은 회사의 성패가 갈렸다. 기존 습관에 따라 유럽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회사들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 지역에 초점을 맞춘 회사들의 성장 속도가 확연히 달라져버린 것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보유한 CityScope Database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GDP 성장의 70% 이상이 이머징 마켓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놀라운 것은 이머징마켓 성장의 90%가 현재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중견 도시 혹은 소도시에서 달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을 잘게 쪼개서 분석해보면 습관이 아닌 사실에 기반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단순히 국가나 지역별로 카테고리를 나눠 공략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시장은 국가 단위가 아닌 도시 위주의 사업 전략이 요구된다.

 

네 번째는기본 틀을 파괴하는 트렌드와 변곡점을 읽어 냈는가?(Does it put the enterprise ahead of trends and discontinuities?)’는 것이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1935년에 90년이던 S&P500 기업의 기대 수명이 2005 15년으로 줄어들었다. 기업 경영환경에서의 불확실성과 존망의 위험이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두고 점차 증가해왔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경영학계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던 밀리언셀러 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칭송받던 Wang Laboratories, Digital equipment등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Delta, Kmart 등 많은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거쳐야 했다. 모두 시대와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반대 사례도 물론 있다. 국내 TV 제조업체들이 평판TV로 넘어가는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와 변화를 추구해 일본 TV 제조업체들을 이기고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렌드를 읽어내고 변곡점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다음 시장의 승자가 되는 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팅사 입장에서도 미래의 트렌드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맥킨지는 전 세계 50개 국, 100여 개 사무소로 이뤄진 방대한 네트워크의 컨설턴트와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업데이트하는 TM(Trend Maker)이라는 툴을 활용하고 있다. 이 툴은 컴퓨터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 모든 산업, 지역, 소비자 등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토픽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거대한 지식 네트워크다. 기업도 자체적으로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해 전략을 수립할 때는 소수의 의사결정자가 트렌드를 전부 파악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조직 전체가 달려들어 지식을 공유해서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관찰하고 변곡점에서는 합의를 통한 강력한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조직 전체가 알고 있는 최신 트렌드 세 가지를 공유하고, 이것을 조직의 전략 수립 및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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