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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는 없다 창의성이 곧 혁신이다

해럴드 L. 서킨 | 9호 (2008년 5월 Issue 2)
1908년 미국 포드자동차는 미국 대량생산 휘발유 자동차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모델 T를 시장에 내놓았다. 모델 T는 세계인의 대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로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자동차의 멋진 스타일, 독일과 스웨덴 자동차의 견고성, 일본 자동차의 신뢰성 및 안정성 등 각국 자동차의 특징은 해당 국가의 국민성을 대변하는 말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우연히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들은 뛰어난 성능으로 무장해 왔으며 전성기에는 부단한 혁신을 단행했다. 이제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자동차업계에 새로운 물결이 나타나고 있다. 두 국가의 자동차 업체들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개발도상국 시장에 대한 이해,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독창적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인도의 타타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타타는 최근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뺀 초소형 자동차 ‘나노’를 출시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10만 루피, 약 2500달러(240만 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랄프 키니 베넷은 “타타 자동차는 다른 업체들이 잊고 있는 것을 잘 포착했다. 이들은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를 알아내는 데도 도가 텄다”고 평가했다. 그는 타타 자동차가 이 분야에서 이미 뛰어난 혁신 역량을 입증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타타의 베스트셀러인 ‘에이스’는 0.5톤짜리 저가 픽업트럭으로 소매가격이 겨우 5000달러다.
 
사람들은 여전히 타타의 비용 목표 달성, 서방의 환경 및 안전 기준 충족 능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베넷은 ‘나노’가 기업이 전성기에 보여줄 수 있는 창의성의 가장 대표적 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문제들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매우 창의적인 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타타는 고성장 개발도상국 기업이 어떻게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며, 동시에 이윤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오늘날 여러 업계의 선도 기업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혁신을 이끄는 것은 R&D 비용이 아니라 창의성
물론 혁신은 모든 기업을 이끄는 엔진이다. 신제품, 프로세스, 재무관리, 대고객 전략, 상품 및 서비스 공급 방법 등에서 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기업은 성공하기 힘들다. 혁신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연구개발(R&D)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혁신이라는 방정식에서는 일부에 불과하다.
 
R&D 비용만 따져볼 경우, 고성장 개도국 기업 대부분은 상당히 취약하다. 일례로 중국 대형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의 지난해 R&D 투자 금액은 매출액 30억 달러의 12%인 3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모토로라는 ZTE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다.
 
R&D 투자는 투입물에 불과하다. 방정식의 반대편에서 어떤 산출물이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신규 특허 건수를 가장 효과적인 측정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여기에서도 고성장 개도국 기업들은 매우 불리하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라는 5대 고성장 개도국 기업들이 취득한 미국 내 특허는 3900개다. 같은 기간에 미국 기업들이 받은 특허 수는 이보다 100배 많다.
 
하지만 R&D 투자 금액과 특허 건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고성장 개도국 기업들에게는 그 이상의 특별한 것이 있다. 단순히 낮은 임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 바로 창의성이다.
 

경청(敬聽)의 중요성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들이 비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고성장 개도국 기업, 최근 세계적 강자로 부상한 기술 기업,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온 기업에게 모두 해당하는 사실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능력 있는 기업가처럼 매우 창의적이고 수완도 좋으며 민첩하고 기민하다. 이들은 적은 자원으로도 효과를 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단순히 구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방법까지 꿰뚫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말만 하고 섣불리 행동하지 못할 때 행동에 나선다.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사람이나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빌리고 변형함으로써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는 지적 재산권을 도용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것을 약간만 창의적으로 손질해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바꾸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바이두 닷컴은 구글과 거의 똑같은 기능의 검색 엔진에 단 한 가지를 추가함으로써 중국 최대의 검색 서비스업체로 부상했다. 그 한 가지란 바로 중국어를 사용한 것.
 
베넷이 타타 관련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성공적 기업들의 유전자에는 특별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다른 이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경청이다. 브라질 항공업체 엠브라에르는 새로운 E-170 제트기를 설계할 때 세계 항공사들에 자사의 아이디어를 공개한 뒤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구했다. 40개 이상의 항공사가 각각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했고 엠브라엘은 이를 수용했다. 결국 E-170은 대형 항공기의 안락함에 단거리 항공기의 경제성까지 갖추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한계를 무시하고 도전하라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 변형을 가하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든, 고성장 개도국의 최고 기업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끊임없는 호기심,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역량을 시험해보려는 의지, 확신이 설 때까지 전략과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변경하는 창의성이다.
 
오늘날 혁신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다국적기업을 떠올릴 것이다. 선진국의 기업들이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특허 건수도 많이 보유 하고 있으며, 많은 히트 상품을 내놓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 부분도 중요하다. 문제는 선진국 기업들이 현재에만 그렇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R&D 성과만으로는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없다. 창의성을 갖고 혁신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고 싶다면 타타, 엠브라에르 등을 모범 사례로 삼아야 한다. 공격적이고 창의적이고 민첩한 나머지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멋모르고 덤벼들던 과거처럼 행동해야 한다. 더욱 신속하고 현명하며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타타와 같은 기업은 이전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해럴드 L. 서킨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파트너다. 6월에 저서 <세계성: 모든 곳, 모든 부문에서 모두와 경쟁하는 법>을 출간할 예정이다.
  • 해럴드 L. 서킨 |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파트너다. 6월에 저서 <세계성: 모든 곳, 모든 부문에서 모두와 경쟁하는 법>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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