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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직관

발상의 전환 부른 ‘전략적 직관’ 흉내 못 낼 혁신으로 위기를 넘어라

박기찬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직원들은 평가하는 대로 움직이게 마련이야, 시작도 끝도 평가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필자가 1990년 말 포항제철 경영진단보고를 마치자마자 나온 박태준 회장의 첫마디였다. 당시 용역을 맡아 부탁받은 보고서를 만들기는 했지만 평가 시스템이 전략 수립이나 마케팅 활동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배우지도 않은 터였다. 이후 수차례 기업 자문을 하면서 최고경영자들은 공통적으로평가를 키워드로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고경영자들은 왜 그렇게 평가 시스템을 중요시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다시 몇 년이 걸렸다. 1996년 발간된 제프리 페퍼 교수의 Through People>1 은 그래서 더 흥미롭게 와 닿았고 이를 토대로 필자가 <팀업적 평가>2 라는 실무서를 저술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누구나 뜻밖의 기회를 새로운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전략적 시점과 장소를 갖는다.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전략적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본인의 몫일 것이다.

 

기업의 경영전략과 사업가의 전략경영

흔히 전략서의 고전으로 꼽히는 <손자병법>을 서양에서는 ‘The Law of War’ ’The Principle of War’ 대신 ‘The Art of War’라고 번역한다. 물론 전쟁을 치르는 법이나 원칙을 모르는 장수가 승전고를 울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익힌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뛰어난 전략가는 수립된 전략을 기계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략을 뛰어넘는발상의 전환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7의 감각>의 저자 윌리엄 더건은 이를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전략가는 주어진 전략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의미다.3

20세기 초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가 주창된 이후 경영은 경영자의 리더십과 구성원의 모티베이션 및 팀워크를 통한 조직 내부의 효율성(efficiency) 향상과 복잡성(complexity) 관리에 주력했지 외부 환경의 변화(change)와 불확실성(uncertainty)의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시나리오에는 무관심했다. 단지 1960년대 영국 아스톤그룹(Aston Group)의 학자들이 기술적·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조직구조 재형성 방안을 연구한 정도였다. 경영 활동이 전략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은 1970년대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를 몰고 온 두 차례의 석유 파동 때문이었다.4 이런 전략의 발전은 경쟁우위와 자원의 배분 및 규모의 경제 등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산업조직론적 접근(industrial organizational approach),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과 차선책(sub-optimality), 또는 만족해(satisfying solution)를 따르는 인간의 행동 방식 등 조직이론에 바탕을 둔 조직사회학적 접근(organizational sociological approach)으로 양분돼 전개되면서 전자는 기업의 제반 경영전략 수립을 위한 분석적 모델, 후자는 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종합적 사고에 초점을 뒀다.

마이클 포터에 의해 견고한 분석모델이 정립된 산업조직론적 접근에서는우리 사업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하는 기업 차원의 전략(corporate strategy), ‘비용 우위, 차별화 또는 집중화 전략 중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위해서는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하는 사업 차원의 전략(business strategy), 부서별 목표관리에 입각한 기능 차원의 전략(functional strategy) 등으로 전략의 위계와 분석방법을 제시해서 기업마다 경쟁전략 및 경쟁 우위를 위한 경영전략의 수립을 수월하게 도와줬다.5 하지만 이는 수립된 경영전략(business strategy) 그 자체지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 활동과 구성원의 임파워먼트 등 통찰력과 팀워크에 바탕을 둔 전략적 경영활동(strategic management)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전략 경영의 중요성은 기업 경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저서 <경영자의 기능>에서 정보적, 직관적, 비일상적, 쌍방적 의사소통 활동으로 정리한 체스트 바너드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바너드는경영자의 기능은 과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이다라는 말로 직관과 통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정의는 1973년 헨리 민츠버그에 의해 한결 명확해졌다. 민츠버그는경영자는 지위가 올라갈수록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임시방편적(ad hoc), 탄력적, 역동적, 암묵적인 방법으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한 미국 상원의원들이 왜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는가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적용해 실증해 보이기도 한 에이브러햄 잘레즈닉 하버드대 교수는 주어진 규정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 관리자(manager)와 불확실성하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가야 하는 리더 경영자(leadership leader)를 구분해 관리자의 기능은 부하를 대상으로 업무 프로세스와 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화에 있는 반면 리더는 추종자들과 함께 사업에 영감을 불어넣는 꿈을 만들어 가는 데 있다고 표현했다. 메이요와 노리아는 20세기의 위대한 경영자 100인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하나같이 상황을 파악하는 감각(making sense of context)이 뛰어난 리더라고 밝혀 주었다.6 한편, ‘M경영을 통해 기업 경영의 동태적 메커니즘을 제시한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효과적인 전략은디자인 철학을 담고 있으며 탁월한 전략가는발상의 전환을 실천해 보인다라는 표현으로 진정한 전략과 전략가는 통념을 뛰어넘는 데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7 이들의 다양한 주장을 종합해보면 우리는 흔히 기업에서 수립한 경영전략(business strategy)과 경영자가 사업과 고객, 구성원에게 보여줘야 할 전략경영(strategic management), 즉 전략적 의사결정 활동을 혼동하고 있으며 기업마다 정기적으로 구성원의 자유로운 발상을 요구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만 강조하지 발상의 전환, 즉 역발상을 추구하는 리버스 브레인스토밍(reverse brainstorming)은 간과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8

 

 

 

 

 

경영전락의 실패와 전략경영의 역할

그렇다면 SWOT, BCG모델, BSC, ERP기법, Diamond모델까지 동원해 공들여 만든 경영전략이 실패로 끝날 때가 왜 그렇게 많은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흔히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실패, 정부의 실패, 자본의 실패 등을 주장하면서 이는 정부 정책이 마치유가를 올리면 국민이 기름을 덜 사용할 것이다같은 잘못된 합리성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에서 수립하는 대부분의 전략 역시 이와 비슷하게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미래는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고 더 불확실하며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이클 레이노는 <전략의 역설>에서 다음과 같은 다양하고도 엄청난 불확실성과 대응 부족 때문에전략의 실패는 당연한 결과라고 피력한다. 달리 말하면 수립된 전략이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영자들이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이 사항들을 항시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9

 

●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라:사람들은 왜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외면하는가? 구매상품에 대한 고객의 진정한 욕구는 무엇인가? 시장조사는 적합하고 올바르게 이뤄지고 있는가?

● 환경적 변화를 주시하라:환경변화에 따라 브랜드와 가격경쟁에 경쟁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 역량을 확인하라: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는가? 인적·물적 재원으로 수립된 전략을 실천할 수 있는가?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효과적인 경영기법을 실행하고 있는가?

● 부서 간 활동을 조정하라:기능별로 상이한 부서 간 업무조정이 잘 이뤄지고 있는가? 특히 보고 활동과 업무협조 활동이 적절히 이뤄지는가? 조직구조가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변경되는가?

● 상사의 방침을 확인하라:과업 수행 초기에 상급부서나 상사와의 합의와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가? 과업 완수에 요구되는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가?

● 직원의 욕구를 파악하라:외부 고객의 욕구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인 구성원들의 욕구와 불만사항을 알고 있는가? 새롭게 제시된 전략사항에 대해 구성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새로운 목표와 전략에 동반된 성과 관련 인센티브는 적절히 재배분됐는가?

●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라:빨리빨리문화에 익숙해 조급하게 지시를 내리지 않는가? 주요 경로 분석(critical path analysis)도 없이 목표 달성만 재촉하지 않는가?

● 수립된 절차를 중시하라:초기에 수립된 전략실행 프로세스를 유지하고 있는가? 초기 계획과 상이한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지 않는가? 초기 계획의 의도 또는 초심(初心)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는가?

● 상황적 변화를 예측하라:환경변화에 따른 조직 내부적 변화에 저항은 없는가? 업무수행 프로세스와 기술적·조직적 변화 간 영향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가?

● 일상적 소통을 견지하라:이해관계자 집단과의 정보나 지식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가? 이해관계자 집단이나 노조대표 집단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전략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살펴야 할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중에서도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요구되는 경영자의 능력은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발상의 전환’ ‘전략적 직관또는지혜경영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은 피터 드러커가 강조한 코페르니쿠스, 뉴턴, 아인슈타인, 피카소, 그리고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등이 보여준 혁신적 사고와 일맥상통한 개념이다. 윌리엄 더건의 전략적 직관은 합리적 또는 분석적 접근방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창의적 통찰력이다. 지혜경영은 제프리 페퍼가 주장해 왔으며 사람을 움직이는 정성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의 고착된 목표와 전략 또는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불확실성하에서 적용 가능한 진정한 전략적 신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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