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전략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넘었듯…치열한 경쟁 속에도 블루오션은 있다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혁신을 위한 가장 훌륭한 시스템은 시스템을 갖지 않는 것

- 스티브 잡스,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 중.

 

비경쟁 창조의 전략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시작된 디지털 시대가 ‘밀레니엄 버그’ 혹은 ‘Y2K’로 엄청난 혼란에 휩싸여 마치 종말이라도 올 것처럼 들썩이던 때가 있었다. 이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디지털 시대의 패권도 컴퓨터에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다. 겨우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컴퓨터 시대의 패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위상은 핸드폰 시대의 패자인 애플에 넘어갔고, 인터넷의 패자였던 구글이라는 골리앗은 모바일의 다윗인 페이스북에 위협당하고 있다. 이렇듯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세상은 <생각의 속도>라는 책을 쓴 빌 게이츠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런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의 불확실성은 어느 기업도, 어느 산업도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는 TV와 스마트폰이 서로 비슷한 사각형 디지털 기기에 담긴 지 오래라 서로 무엇이 다른지 구별하기 어려운 ‘디지털 컨버전스의 시대’가 됐기 때문에 아날로그로 존재하던 기기들마저 하나씩 디지털 기기로 통합되고 있다. 기업은 자신을 다른 기업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정체성을 수립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제품만으로는 서로를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고객에게 인지시킬 수 없다면 이는 기업의 존폐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광속의 변화와 초경쟁 시대에 기업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구사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단순히 남과 경쟁해 경쟁우위를 점하려는 사고에서 벗어나 경쟁과는 아예 무관한 전략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시 말해 모두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산에 함께 오르면서 그 정상에 서려고 하기보다는 그 산보다는 낮지만 남이 오르지 않는 산에 올라 그 산 전부를 차지하거나 남이 오르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산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광속의 초경쟁 시대에 생각해야 하는 전략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같은 비경쟁 창조 전략에 해당하는 블루오션 전략이 무엇이고, 현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실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블루오션 전략의 위상

애플의 아이폰은 블루오션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크게 ‘블루오션이다’와 ‘블루오션이 아니다’로 나뉠 것이다. 한 가지 답을 추가한다면 ‘블루오션이었다’ 정도가 나올 수 있다. 대답이 무엇이든 그 이유를 물으면 100 100색의 설명이 나온다.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으나 그 근거가 너무 주관적이어서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렸다고 할 수 없거나 어떤 부분은 맞고 어떤 부분은 틀렸다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경영대학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경쟁전략을 문제로 주고 시험을 봤다면 맞고 틀리는 부분을 채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도 잘 짜인 경쟁전략과 그렇지 못한 경쟁전략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블루오션 전략’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한국에서 ‘블루오션’이라는 단어는 ‘대박’이라는 단어를 대신해 사용되는 용어일 뿐 학문적으로나 업계 실무에서나 전문성을 가지고 다뤄지는 용어는 아니다. 해외에서도 그럴까? 해외에서 ‘블루오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Amazon.com에서 찾아보면 2013 1월 말 기준으로 블루오션 전략의 순위는 전체 책 가운데 1027등으로 집계된다. 아마존에 존재하는 책이 100만 권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0.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Product Management 분야로 들어가면 지난 1년간 추적한 결과 계속해서 이 분야 1위다. 이 책이 2005 2월에 출간돼 만 8년을 채웠다는 점에서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 틀림이 없다. 더불어 2011 Forbes Business Insider에서 기사화한 ‘the worlds most influential business thinkers’에 의하면 1위가 하버드대의 크리슨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고 2위가 김위찬 교수다. 이런 순위는 thinkers50.com이라는 사이트가 격년으로 발표하는 자료에 근거한 것인데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위와 김위찬 교수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2001: 1위 피터 드러커

2003: 1위 피터 드러커, 31위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2005: 1위 마이클 포터, 15위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2007: 1 CK 프라할라드, 6위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2009: 1 CK 프라할라드, 5위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2011: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2위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랭킹이 시작된 2001년을 제외하고 김위찬 교수가 계속 상위권에 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최근 그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전략 분야에서는 ‘thinkers50’이 선정한 2011 Awards에서 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2011 이 선정한 ‘10 must reads on strategy’에도 블루오션 전략이 포함돼 있다. 이제 2005년 블루오션이라는 단어가 얻은 ‘대박’이라는 거품 효과를 걷어내고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크고 경쟁이 심해지고 있으며 전략을 세우는 일이 쉽지 않은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블루오션 전략의 의미

블루오션 전략은 한마디로 ‘비경쟁론(非競爭論)’을 의미한다. 책 표지에서부터 주장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How to Create Uncontested Market Space and Make the Competition Irrelevant’로 경쟁이 없는 무경쟁(無競爭)의 망망대해, 즉 수동적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무관(irrelevant)하게 만드는 능동적 행동, 즉 비경쟁의 상태로 만드는 전략적 행동을 의미한다. 이를 이해해야 블루오션 전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경쟁을 무관하게 만들 수 있다면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신시장의 공간을 창출한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Uncontested) 신시장 공간을 창출하고 싶다면 경쟁을 무관하게 해야 한다. 물론 경쟁이 있는 신시장 공간을 창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그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런 범주는 블루오션 전략에서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경쟁의 관점에서 블루오션 전략을 이해하거나 실행하려고 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자주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무관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다. 축구화를 만드는 기업 나이키가 있다. 20년 전이라고 가정하고 ‘축구화’라는 상품의 정의를 생각해 보자. 당시만 해도 축구화는 축구 선수들, 즉 전문가들만 신는 신발이었다. 이런 정의를 오늘날처럼 ‘축구공을 차는 사람이 신는 신발’로 재정의하고 시장을 개척하려고 할 때 나이키는 아디다스에 새로운 정의를 함께 활용하자고 할까, 아니면 경쟁사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할까? 새로운 정의를 따르면 신시장의 크기가 지금보다 수십 또는 수백 배 확대된다. 하지만 생소한 개념을 일반인에게 퍼뜨리고 익숙해지도록 하는 일은 기업 혼자 하는 것보다 동종업계 기업들과 함께할 때 더 효과적이다. 이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비경쟁의 개념을 이해한 것이다. 즉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축구화는 축구공을 차는 누구라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고 함께 주장하는 일이 바로 경쟁과 무관한 비경쟁의 범주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비경쟁의 상황은 비경쟁보다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비경쟁의 개념을 활용해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한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페이스북이다. ‘마이스페이스’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SNS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믿어졌던 때 SNS 산업에서 기득권을 가진 많은 기업들은 온라인 기반의 페이스북을 등한시했다. 보다 고성능의 온라인 시스템이 모바일 시대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미 존재했던 트위터 역시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광고 수입 등이 확실한 고성능의 무거운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SNS에 집중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SNS 시장을 비경쟁적으로 판단했다. 가벼우면서도 트위터 등 다른 SNS 시스템과 구별되는 장점을 내세워 경쟁을 아예 무관한 것으로 전환시켰다. 검색시장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미 기득권을 가졌던 수많은 기업들은 구글이라는, 경쟁의 대상이 될 것 같지 않았던 회사에 무릎을 꿇고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후발주자였던 네이버가 ‘지식’이라는 비경쟁의 가치를 앞세워 다른 포털업체들이 범접할 수 없는 오늘날과 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런 예를 들면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비경쟁의 상황이 아니니 이를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런 질문에 대해 <블루오션 전략>은 ‘전략적 이동(Strategic Move)’이라는 개념도 신시장 창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혹은 와 같은 책에서 찾으려고 했던 영원불멸의 기업이나 산업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모든 기업이나 산업은 현재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 위용이 소멸할 수밖에 없다. <블루오션 전략>은 어떤 정형의 위대한 기업이 되려고 하지 말고 창출한 블루오션의 가치가 비경쟁이 아닌 치열한 경쟁 상태인 레드오션이 되기 전에 또 다른 블루오션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라면 비경쟁 전략인 블루오션 전략으로 비경쟁 신시장을 창출해 이윤을 추구해야 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그 다음의 비경쟁 신시장 창출을 위한 준비도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블루오션 전략의 적용 방법

이제부터는 블루오션 전략을 현업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다룰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전에 2가지 대전제를 명심해야 한다.

1. 전략은 큰 그림이다

2. 전략의 수립은 교과서대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블루오션 전략을 만들 수 있는 프레임워크나 툴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듯 전략은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세세한 전술의 수준까지 전략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경쟁전략처럼 구체적인 전술까지 인도해줄 만한 내용이 없다는 말이 된다. 이는 사실이다. 이를 고려하면서 다음 2가지 측면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경쟁전략처럼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전술의 수준까지도 모두 기획하고 시작해야 겠지만 블루오션처럼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아마존의 정글을 탐험하러 갈 때는 손수건의 자수(刺繡)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레드오션은 이미 시장의 정체성이 수립된 지 오래라 상당히 익숙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화된 부분이 많다. 그래서 100쪽이 넘는 전략이나 전술이라도 역량 있는 기업들은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신시장을 개척하는 상황에서 전략이 복잡하면 그 전략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 못해서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전략은 간단명료할수록 행동으로 옮기기 쉽고 결과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블루오션 전략을 짤 때는 ‘전략은 큰 그림이다’라는 첫 번째 대전제에 따라 간단명료한 전략의 표현인 한 장의 전략 캔버스(Strategy Canvas)를 그려야 한다. 전략 캔버스를 그릴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을 설명하기 전에 잠시 전략 캔버스를 그리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전략 캔버스는 그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전략을 캔버스로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빈’ 캔버스가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빈 캔버스의 X축에는 ‘가격’과 경쟁요소를, Y축에는 ‘상대적’ 가치라는 의미를 부여하면 전략 캔버스 혹은 가치 곡선(value curve)이 된다. 더불어 현재의 상태를 표현하면 현재의 전략 캔버스가 되고 미래의 원하는 모습을 그리면 미래의 전략 캔버스가 된다. 이렇듯 기본적인 개념은 아주 쉽고 그리는 것도 쉬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실행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항공사 예를 들어 먼저 현재의 ‘가치 곡선’을 그리고 미래의 ‘전략 캔버스’로 전환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독자들은 비행기를 탈 때 어떤 요소들을 기준으로 항공사를 선정하는가? 가격은 당연히 중요한 요소니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경쟁 요소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만일 혼자 생각하기 어렵다면 여러 명이 함께 혹은 팀을 꾸려서 브레인스토밍 등을 통해 경쟁 요소를 발굴할 수 있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적어도 2030개는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100개 정도의 경쟁 요소를 발굴한 후 그중에서 가격을 포함해 10개 정도의 경쟁 요소를 선발한다. 다음 단계는 경쟁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다. 경쟁 대상은 6paths에 따라 다양하게 선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계 내에서 선정할 수도 있고 업계 밖에서 선정할 수도 있는데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경우에는 다른 항공사를 경쟁 상대로 선정하지 않고 자동차를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 이럴 때는 항공기와 자동차를 상호 비교해서 현재의 전략 캔버스를 그린다. 이를 위해 X축 맨 왼쪽에 가격을 놓고 나머지 주요 경쟁 요소를 순서대로 나열한 후 항공기와 자동차로 이동할 때 각 경쟁 요소에 대한 가치를 상대적 가치로 생각해 Y축에 표시한다. 이처럼 현재의 전략 캔버스를 그리다 보면 한번에 완성되지는 않는다. 처음 선별한 경쟁요소를 바꿔가면서 여러 개의 전략 캔버스를 그리는 것이 현재의 가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전략 캔버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전략 캔버스를 그릴 때 가격은 항상 맨 왼쪽에 둬야 한다. 전략 캔버스를 고객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가격 대비 나머지 경쟁요소 전체의 패턴을 보고 전체 가치를 판단한다. 따라서 가치곡선을 그릴 때 소비자와 같은 관점에서 판단하면서 전략 캔버스를 그리고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2>와 같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기내식, 라운지, 좌석선택권, 허브 도시 연결, 친절한 서비스, 속도, 소도시 간 빈번한 운항 등 7개의 경쟁요소를 최종 선별해 현재의 가치 곡선을 완성했다.(Blue Ocean Strategy, p.38. Figure 2-6 수정).

 

이렇게 완성된 현재의 가치곡선을 미래에 원하는 새로운 전략 캔버스로 전환하기 위해 ERRC Grid(여기서 ERRC는 제거(Eliminate), 증가(Raise), 감소(Reduce), 창조(Create)의 약자)를 활용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산업의 경계를 넘는 변화를 생각했기 때문에 제거 요소는 없었고 증가 요소로는 친절한 서비스와 속도, 감소 요소로는 기내식과 라운지 서비스, 창조 요소로는 소도시 간 빈번한 운행을 생각했다. ERRC 방법을 활용해 찾아낸 새로운 전략 캔버스를 기존의 전략 캔버스와 같이 표현하면 <그림 3>과 같다(Blue Ocean Strategy, p.28. Figure 2-6 수정).

이렇게 만든 미래의 전략 캔버스가 잘 만들어졌는지 판별하는 3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Focus: 집중은 무엇을 선택하고 다른 부분은 포기 혹은 희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략에서 다루는 선택 및 집중은 포기 및 희생과 동전의 양면 관계다. 선택한 부분은 Raise Create 요소고, 포기와 희생한 부분은 Eliminate Reduce 요소다.

 

Divergence: 이것은 전략 캔버스 패턴의 다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전략 캔버스에서 보면 3가지 가치 곡선이 모두 다른 패턴을 갖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는 3가지가 서로 다른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소비자 각자에 따라 달라지며 각 기업이 그 수준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적어도 기존의 항공사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ompelling tagline: 멋진 슬로건이라고도 명명된 마지막 특징은 ‘전략의 콘셉트’로 이해할 수 있다. 전략 캔버스는 시각화된 형태라서 의미가 주관적일 수 있으므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 의미를 잘 담고 있으면서도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전략 캔버스 의미를 콘셉트화해서 표현한 compelling tagline은 “(자동차처럼) 언제라도 당신이 원할 때 자동차 여행 비용으로 비행기 속도 여행을 즐겨라”다.

이상 설명한 대로 전략 캔버스는 첫 번째 대전제인 ‘전략은 큰 그림이다’에 따라 간단명료하게 표현돼야 한다. 아울러 두 번째 대전제대로 ‘교과서대로 그려야 한다’. 이때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해서 교과서가 틀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지 교과서에 표현되지 않은 내용을 모른다고 해서 다음 단계로 전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제대로 된 전략캔버스를 완성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블루오션 전략>을 참고하되 여기서는 교과서에 표현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한 참고할 만한 내용 4가지를 간단히 언급하고 사례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먼저 전략캔버스는 큰 그림이므로 X축에 있는 경쟁 혹은 가치요소 하나하나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 저가항공사를 예를 들면서 ‘저렴한 운임’이라는 가치요소가 있다고 해서 모든 항공사가 저렴한 운임을 택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렴한 운임을 선택해서 몰락한 기업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 또한 블루오션적 관점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략캔버스는 큰 그림이므로 전략캔버스에 그려진 중요한, 그리고 10개 이하의 가치요소가 전체적으로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 패턴이 다른 산업, 기업 혹은 상품이나 서비스, 아니면 솔루션들과 얼마나 다른 패턴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남과 혹은 어제와 다른 패턴을 만들었다면, 그리고 그 패턴이 고객과 기업,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의미할 뿐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compelling) 의미가 있다면 전략캔버스의 가치곡선 하나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전략캔버스는 최근 Design Thinking 또는 UX 등에 의해 친숙해진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에 기반을 둔 방법론이기도 하다.

 

다음은 Design Thinking이나 UX에서 회자되는 민족지학(ethnography)적 탐색을 위해 현장에서 시각적 탐색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방법론은 사실 교과서에 없다. 따라서 이를 잘 모르겠다면 Ethnographic observation에 대해 별도로 연구한 후 전략캔버스를 그리기를 추천한다. 단 여기서 블루오션 전략이 Ethnographic observation이나 Design Thinking 혹은 UX 방법론 등에서 언급되는 User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솔루션을 현재 사용하지 않는 비고객(non-customer)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블루오션 전략> 5장에서는 비고객을 기존 수요를 넘어 도달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더불어 책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 6장의 전략적 시퀀스(strategic sequence)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위험성을 줄이는 여러 가지 내용들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는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알고 있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만일 전략 캔버스를 그리고 싶어도 비즈니스 모델을 몰라서 그리지 못하는 독자가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Business Model Generation)>이라는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아마존에서 40주 연속 경영분야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 책이 비즈니스 모델을 다루면서 채택한 전략론이 ‘블루오션 전략’일 뿐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캔버스, 패턴, 디자인, Visual thinking, Design thinking 등의 개념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연관성도 있고 초보자에게는 단어의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 중 하나는 완벽한 전략 캔버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기업이 그것을 수행할 역량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한 마디로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에 대한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도 핵심 역량의 프레임워크에 빠져서 생기는 오류인 핵심경직성(Core Rigidities)의 하나로 볼 수도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전략의 실행 차원에서 기업이나 조직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만든 전략을 활용할 만한 역량이 안 된다면 미래에라도 구사하기 위한 미래 핵심 역량(potential CC)을 지금부터 준비하거나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숨겨진 핵심 역량(latent CC)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조직의 역량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게리 하멜이나 프라할라드 교수 등이 주장한 핵심 역량 개념을 공부하거나 도로시 레너드 교수가 설파한 핵심경직성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학문적인 연구보다 현실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게리 하멜이 추천서를 쓴 를 권한다.

 

블루오션 전략의 사례

이제부터는 블루오션 전략의 의미와 적용 방법이 현실에서 어떤 사례로 나타났는지 살펴보자. 세상에 알려진 사례가 많지는 않으나 기업이 스스로 블루오션을 적용했다고 밝힌 것으로 삼성전자의 보르도TV와 닌텐도 위(Wii) 등 두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필자가 참여했던 보르도TV는 전략 캔버스와 관련해 직접 세상에 발표한 적이 없어 글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김위찬 교수도 인터뷰를 통해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했다고 밝혔고 <블루오션 재팬리포트>라는 책으로도 그 내용이 밝혀진 ‘닌텐도 Wii’ 사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고객이 우리에게 돈을 내는 것은 우리의 노력 덕분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쉽고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일을 정말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고객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는 말이 아니다. 고객은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물건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스크톱 영상을 생각해 보라. 나는 자기 컴퓨터에서 동영상을 편집하고 싶다는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기능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사람들은 ‘세상에, 정말 훌륭하군’이라고 말했다. <포춘, 2000 124일자>

 

이 같은 일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위대한 리더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일반 사원들의 사고를 통해 만들어진 블루오션적 상품 또는 서비스는 없을까? 아마도 닌텐도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인 Wii가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한 또 하나의 가치혁신 사례일 것이다.

닌텐도 Wii가 나오기 전까지 게임기기 시장은 기능이나 성능을 높이면서 세련돼야 했으므로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레드오션이었다. 게임기기의 기능이 많거나 성능이 우수하고 디자인이 세련돼야 하는 이유는 주 고객층이 젊거나 어린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요 고객층은 육체적으로 빠른 손놀림이 가능했고 전자 게임에 몰입하는 성향을 가진 그룹이었다. 주 고객층 외에는 어린 남성적 취향의 게임기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닌텐도는 이런 산업과 시장 구조에 반하는 생각을 했다. 게임을 어린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기는 긍정적 여가 활동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었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으려면 여성은 물론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노인층도 함께할 수 있어야 했다. 기존 게임 기기처럼 현란하고 빠른 손놀림 기술을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으려면 집안의 구석진 장소가 아닌 열린 공간인 거실에서 즐길 수 있어야 했다. 남녀노소 다 함께 즐기려면 몸짓이나 손짓을 이용해 운동 효과가 있는 컨트롤 기술을 활용해야 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층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래픽 해상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낮아졌다. 제조 원가가 현저히 낮아지면서 제품 판매 가격을 낮춰도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졌다. 운동효과가 있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는 의미 덕분에 기존보다 더 넓은 소비자층을 갖게 됐다. 고난도 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적 실행가능성이 확보됐고 온 집안 식구가 함께 즐기고 싶은 욕구 충족도가 만족 이상의 감동을 줬다. 더불어 제조 원가가 낮아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즈니스 생존력은 더 강해졌다. 결론적으로 욕구 충족도, 실행 가능성, 생존력이라는 3개의 혁신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켜서 새로운 경험의 혁신을 이루는 블루오션 전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Wii와 관련된 게임기기 혹은 시장의 변화를 가치 혁신 혹은 전략캔버스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치혁신 사례로 Wii에 대한 전략캔버스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해 블루오션을 창출한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아주 귀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닌텐도의 Wii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과거 게임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2006년 출시된 Wii는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신시장을 창출한 점 외에도 제품 개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블루오션 전략을 염두에 두고 실제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알려져 있다. Wii가 전개한 전략을 전략캔버스로 보자. Wii의 특징은 축소 일변도의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의 규모는 1997년 최고조에 올랐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지속하며 2003년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전체 시장 규모가 전성기 시절의 절반 수준까지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 닌텐도가 사용자 저변을 넓혀보자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다. Wii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게임의 주된 사용자는 젊은 남성과 청소년들이었다. 하지만 Wii는 주부나 할아버지, 할머니 등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여 게임 시장을 확장했다. 이는 단순히 시장 확장 혹은 매출 신장의 개념 이상으로 레드오션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비고객을 통한 대규모 신시장 창출을 구현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Wii가 등장하기 이전 게임기 산업은 레드오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레드오션 전략에서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고객 혹은 시장의 평가를 바탕으로 자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즉 경쟁사에 뒤지지 않기 위해 기능, 성능 혹은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최근 들어 앞의 3가지 요소에 디자인이라는 항목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게임사들 역시 경쟁사에 비해 ‘더 싸게, 더 빨리, 더 높이/많이’ 혹은 QCD로 불리는 ‘품질, 비용, 납기’라는 경쟁 요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화성의 선명성이나 부드러운 움직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 요소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CPU 속도를 높이고 캐시 메모리를 늘려가면서 영화 수준의 속도감, 현장감을 주려고 했고 그 결과 많은 조작 장치와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래픽 기능을 예로 들어 보자. 캐릭터를 움직이기 위해 그래픽은 처음에는 점과 선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사람 모양을 구현하게 됐고 3D 애니메이션을 거쳐서 마침내 움직임이 부드러운 리얼 애니메이션으로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 혹은 시장 조사를 하면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온다.

“더 멋지고 박력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화상이 좋아요.

“영화 같은 화질로 큰 화면에서 게임을 하고 싶어요.

기업은 이런 조사 결과에 부응하기 위해 ‘더 실감나고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추구하게 되고 성능을 개발하면서 비용 증가가 수반된다. 이것이 레드오션의 전형적인 상황이다. 이 같은 가정용 게임기의 레드오션 상황을 가치곡선으로 포현하면 <그림 4>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가전과 게임의 명가 소니는 어떤 전략을 구사했을까? 2006년 이전에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탁월한 게임기를 시장에 출시한 상황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당시 소니가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3는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플레이스테이션3의 그란투리스모(Glan Turismo: GT1)라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을 능가할 만큼 그래픽이 실감났다. 게임이 서투른 사람이 대형 화면을 통해 조작하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멀미가 날 지경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소니는 이런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3000억 엔이라는 비용을 들여 슈퍼컴퓨터 수준의 고성능 칩을 개발했다. 초고성능 칩을 개발해 채택한 결과 성능은 크게 향상됐지만 가격도 함께 뛰었다. 본래 소니는 기업 이미지로도, 제품으로도 고가 전략에 부합했으나 플레이스테이션2 때와는 약간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플레이스테이션2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고사양과 DVD 재생기능 탑재 등 다양한 기능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3의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소비자는 플레이스테이션3를 외면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비쌌을 뿐더러 초보자가 능숙하게 다루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소니도 플레이스테이션도 훌륭한 기업이고 제품이었지만 전형적인 레드오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는 향후 네트워크 허브로 활용하겠다는 야심 차고 정교한 내부 방향성이 있었지만 결국 다기능화 및 고가화 전략이 되고 말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지, 닌텐도 Wii가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2006년 출시 당시 상황에서는 닌텐도 Wii가 월등히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로도 수년간 좋은 성적을 올려서 닌텐도가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닌텐도는 치열한 업계 내 경쟁 상황 및 빠르게 축소되는 게임시장에서 블루오션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그것은 바로 ‘게임시장의 비고객(non-customer)을 고객으로 만들자’는 목표다. 명확한 목표의식을 토대로 닌텐도는 소니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장과 고객에게 다가갔다. 모든 성공한 혁신에서 볼 수 있듯 Wii 역시 목적의 정의부터 다른 회사와 달랐다. 이후 닌텐도가 연구한 현상, 즉 시장과 고객은 다음과 같았다.

- 자녀들은 게임을 즐기지만 부모는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

- 직장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예전만큼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 아이들은 전보다 더 쉽게 게임에 질린다

이런 현상은 아주 분명한 목표인 ‘비고객의 고객화’를 인지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통찰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목적과 고객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을 때 창조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 같은 현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닌텐도가 진행했던 자각과 탐험의 단계를 좀 더 살펴보자. 닌텐도는 비고객은 왜 게임기와 시간을 보내지 않는지, 아니 오히려 왜 싫어하는지 조사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비고객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직장 여성 등을 찾아가서 직접 인터뷰했다. 그리고 비고객이 게임을 하지 않는 다양한 이유를 알게 됐다.

- 조작이 번거롭고 복잡하다

- 초기 설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 가격이 비싸다

- 게임 시간이 길다

- 전에 했던 게임 기록이 남는다

- 아이들 앞에서 게임하기가 창피하다

- 게임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 ...

이렇게 얻은 조사 결과를 미래의 가치 곡선으로 전환하기 위해 ERRC Grid로 변환하면 <1>과 같다.

 

이제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닌텐도 Wii의 전체 콘셉트를 설명할 수 있는 Compelling tagline을 정의하고 미래 전략 캔버스를 마무리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Wii가 결코 기술적 사양을 낮춰서 비용을 절감한 게임기기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양 면에서 Wii가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게임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모션 인식이나 화면의 생동감 등을 구현했다. 예를 들면 ‘3축 가속도 센서’가 있다. 이는 물체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감지하는 기술로 닌텐도가 개발한 기술은 아니지만 직감적인 조작을 가능하게 한 기술이다. 게임업체 중에는 닌텐도가 처음으로 도입했고 소비자가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하고 간단한 UI로 만들어 보급했다. 덕분에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기존 게임기기를 좋아하는 고객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 마니아층도 상당수 닌텐도 Wii를 함께 즐길 만큼 고객층을 넓혔고 경쟁사의 고객마저 자사의 고객으로 전환시킨 혁명과 같은 제품과 서비스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처럼 위대한 기업 또는 상품도 전략적 이동(strategic move)을 하지 못한다면 오늘날 닌텐도와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동준 innoCatalyst 대표 dongjoon@innoCatalyst@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전자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보르도TV 60여 개의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삼성그룹 기술상, CTO Best Progress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innoCatalyst 대표, Strategos Network의 파트너로 다양한 기업의 창의, 혁신 및 협업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