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letter
비밀에 싸인 협상이다. 10여 년간 대치해온 두 사람이 우연히 동시에 애리조나 스콧스데일에 와 있다는 것을 알고 변호사이자 운동가인 제리 크로포드는 그곳에 소유한 자신의 집으로 그들을 불러들였다. 다섯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두 사람은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 회장인 웨인 파셀과 계란 생산자 연합 회장인 진 그레고리다. 수년간 그들은 수십만 마리의 닭을 계사 한 동에 설치된 우리 속에 빽빽하게 넣어 키우는 양계업계의 관행을 놓고 대치해왔다. 두 단체는 계사 우리에 대한 정부 규제안을 놓고 수백만 달러를 써가며 다퉈왔다.
“계란 생산자 연합과 10년이고 15년이고 더 싸우면서 양쪽이 수백만 달러씩 들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앉아서 양계산업과 동물들 모두에게 좋은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볼 수도 있었죠.” 파셀은 라디오 프로그램인 ‘모닝 에디션’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양계산업이 주마다 일관성 없는 규제에 직면한 가운데 그레고리는 크로포드의 집에서 파셀과 극비 회동을 갖는 데 동의했다. 그 후 수개월간 계속된 협상에서 두 사람은 닭들에게 기존보다 두 배 넓은 우리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횃대와 산란장소를 마련해 계란 공급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안에 타결했다.
이 같은 윈윈 협상은 계란 생산자들이 지켜야 할 통일되고 분명한 규정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닭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시킨다는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목표도 달성했다.
의회의 승인을 얻으면 이 계획은 향후 15년에 걸쳐 도입될 것이다. 한때 의사당에서 서로 반대쪽에 로비를 하던 파셀과 그레고리는 이제 새로운 규정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 협상의 핵심에는 서로를 믿을 이유가 거의 없고 많은 면에서 위태롭던 두 사람의 솔직한 정보 교환이 있었다. 파셀과 그레고리는 양계업계의 세부적인 관행이나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운동 전략 등 숨길 만한 이유가 충분한 정보도 공유했다.
협상 전문가들은 파셀과 그레고리가 한 것처럼 핵심 정보를 공개할 때만 창조적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협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대외적인 입장 뒤에 있는 깊숙한 관심사를 드러내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교환거리를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말을 하거나 그래서 상대방에게 유리한 고지를 내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협상가들은 종종 말을 아낀다.
상대가 적이든 고객이든 동료든 심지어 친구든, 우리는 상대방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고 우리도 솔직하게 임하고 있다는 확신을 줄 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이는 생각보다 쉽다고 래드포드대의 자란킨과 미주리대의 월은 <협상과 갈등관리 연구> 5월 호에 실린 ‘협상가들의 정보 공유: 상대방의 행동과 이전 협상가들의 성과에 관한 정보의 효과’에서 주장한다.
이 연구자들은 어떤 전략이 협상가들로부터 정보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를 살펴봤다. 대학생들에게 교내 아르바이트 근무조건을 협상하는 학생 역할을 하도록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상대방이 비슷한 정보를 공유할 때 협상 결렬 시 최선의 대안(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및 급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했다. 그들은 상대방이 그들에게 마음을 터놓으라고 직접 요청했을 때 이런 종류의 정보를 더 자주 공유했다. 상대방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요청도 했을 때 협상가들은 가장 많은 정보 공유로 화답했다.
자란킨과 월은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좋든 나쁘든 상대방의 행동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보편적이고도 강력한 욕구인 호혜성의 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협상가들이 상대방의 양보나 위협, 감정에 대해 받은 대로 응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과거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당신과 협상 상대방이 별 고민 없이 행하는 정보 공유도 받은 대로 돌려주는 행동 리스트에 추가할 만하다.
연구진은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협상가들의 성과에 대한 정보가 협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만드는지도 살펴봤다.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필적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열망이 우리로 하여금 협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까? 그렇지 않다. 이런 목표는 우리를 더 경쟁적이고 덜 협력적이게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실험에서는 정보를 직접 요청하거나 상대방이 먼저 공개했을 때 더 많은 정보 공유가 가능했다. 당신의 관심사와 대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상대방도 그렇게 하도록 격려한다면 득이 실보다 클 것이라는 것을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당신이 중요한 협상에 임할 때 논의 및 합의 가능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종류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필요한 것과 바라는 것에 대한 정보
“비밀을 말씀드리자면 이전 서비스업체는 우리 쪽의 엄격한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할 방법이 있으신지요?”
대안에 대한 정보
“이 협상이 잘 안 될 때에 대비해 다른 후보업체 두어 곳과도 얘기 중입니다. 그쪽도 그러신가요?”
거래할 만한 것에 대한 정보
“자금 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조금 양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 대신 무얼 해줄 수 있는지요?”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Want the other side to open up?’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번역 |윤자영 pomp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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