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
한국 경제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많은 학자들은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으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스쿨의 에드워드 앨트만 재정학 교수는 한국이 현재 상태로라면 일본의 경기침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성장 과정을 살펴봤을 때 일본의 15∼20년 전 경제 상황이 한국의 현재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30년 전 경제상황은 지금의 중국 경제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 국가는 모두 도시화를 통해 성장했고 값싼 노동력으로 상품을 수출해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이러한 성장동력이 소진되자 경제발전이 멈춘 것처럼 한국도 지금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의 ‘국가재정 짓누를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한국의 빠른 인구고령화를 고려하면 일본 재정적자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인구 구조와 관련해 고령화 속도가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7% 이상)에서 고령사회(14% 이상)로 가는 데 24년이 걸린 반면 한국은 18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세입 부진과 함께 경제부양 효과가 떨어지고 잠재성장률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복지 관련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으나 경제 성장률이 하락해 상황이 악화된 점도 한국에 유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버블 경제의 붕괴와 더불어 20여 년에 걸쳐 장기 불황을 경험했다. 일본 경제는 기업투자 부진→고용 불안→소비심리 위축→기업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편 불황의 장기화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감성 소비와 충동구매가 줄어들고 저가격, 고품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렇듯 소비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패턴으로 변하면서 기업들의 시장공략이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에 기업들은 불황극복을 위해 원가절감, 경영 효율성 제고 등 견실경영을 추진하는 한편 신규 수익원 창출 등 수익 기반 확대에 역점을 두고 경영 체질의 근본적 개선을 통한 질적 성장에 주력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일본화(Japanization)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인구 고령화, 부동산 침체, 기업 및 외국인 투자 저하와 기업 경쟁력 약화를 보면 10∼20년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초기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들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한국은 2016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1971년부터 1990년까지 급속도로 성장했고 한국은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연평균 8%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은 1991년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은 뒤 ‘버블 붕괴’가 시작됐고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부동산가격이 떨어지고 성장률도 2%로 하락했다. 경제가 활기를 잃고 성장엔진이 식어버리면 암흑과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올 수도 있다. 일부 국내외 경제전문가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일본 경제는 내수 의존도가 70∼80%인 반면에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80%다. 이런 구조는 세계경제의 성장에 따라 변동성이 큰 단점이 있지만 내수가 나빠지면 전체 경제가 같이 나빠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외국인력 수용정책도 일본과 다른 점이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거주자는 1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6%에 이른다. 국내 외국인 숫자는 2030년에 5%, 2050년에 9.5%로 증가할 것이다. 부족한 생산가능인구를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다. 다만 우리의 외국인력 활용도를 살펴보면 노동근로자층에 국한된 면이 다소 존재한다. 결국 국민과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일본화’는 헛된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어떠한 길을 택할 것인가, 어떠한 노력을 경주할 것인가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다르게 연출될 것이다.
저성장시대의 도래
현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것은 ‘우리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 것이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글로벌 경제 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2030∼2060년 한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1.0% 정도”라고 예측했다. 분석 대상 42개 나라 중 룩셈부르크(0.6%)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한국의 예상 성장률은 중국·인도 등 신흥국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가 완숙기에 들어간 미국보다도 낮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매년 평균 2.0%씩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하게 2005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25년엔 세계 3위, 2050년엔 세계 2위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2025년 이후 한국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그 근거는 OECD나 골드만삭스 모두 동일하다. 바로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다. OECD와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현 추세대로 고령화가 진행되면)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새 일손이 줄어들어 성장 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 인구 구조의 변화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2012년 11월 한국은행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와 금융안전 간 관계’라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우리나라는 평균 기대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의 둔화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2010년대 초반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되는 등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구조 변화는 노동공급 및 경제주체들의 형태변화를 통해 금융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하면 노동공급 감소와 생산성 저하 등에 의해 경제성장률과 일인당 소득증가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하면, 생산활동에 투입될 수 있는 근로자가 줄어들면 근로자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숙련된 근로자가 줄어들면 당연히 생산성도 저하된다. 이는 경제성장률과 1인당 소득증가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득증가율이 낮아지면 당연히 저축률이 낮아지고 소비부진으로 이어진다. 또한 자본수익률이 저하되면서 투자율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자금수요가 위축돼 실질금리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을 투자해 수익률이 좋아지면 직간접 투자가 활성화되는 반면 그렇지 않으면 자금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경제주체 간의 흐름이 좋지 않게 된다. 그런 경우 정부에서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려고 한다. 이렇게 실질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중에서는 대출금리의 하락폭이 더 커서 예대금리 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가능인구비중 하락은 물가상승률을 낮출 뿐만 아니라 자산수요 감소를 통해 부동산, 주식 등 주요 자산의 가격상승률도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안전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GDP 대비 은행예금 및 채권잔액의 비율은 높아지는 반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비중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채비율은 연금, 복지, 의료 지출 등이 확대되는 반면 세수는 감소함에 따라 세금이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이러한 모든 것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저하시키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나면 <그림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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