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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연구회

Leapfrogging:추격에서 벗어나 새 경로를 창조하라 <도약>

김진환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주도하는 PRiSM(Practice & Research in Strategic Management) 연구회가 DBR을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합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략 연구회인 PRiSM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면면을 상세히 분석, 경영진에게 통찰과 혜안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이 애플의 아이폰을 모방했다는 애플의 주장으로 제기된 양사 간 특허 소송은 아직도 현재진행 중이다. 법적인 판결을 통해 누가 옳고 그른지를 최종적으로 가리기에 앞서 삼성전자에 아쉬운 점은 <포춘> 글로벌 20위에1 빛나는 전 세계 최고의 전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외관, 패키징, 광고 등 많은 분야의 디테일에서 애플과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가전 등 전자산업뿐 아니라 조선, 자동차 등 한국 주요 산업의 발달사는 추격(catch-up)의 역사라고 요약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산업들은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발달 과정상 유사한 측면이 많다. , 평균 이상의 품질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본비용, 그리고 정부의 도움을 바탕으로 선도 기업을 추격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간혹 불황이 찾아와 선도기업이 전략 설정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 한국 기업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함으로써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선두를 차지한 사업을 계속 수성하는 일이나 어느 정도 선두 궤도에 오른 사업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추격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과제다. 한국의 산업과 기업가들에게 요구되는 산업 발전의 새로운 틀과 지평을 제시하라는 최근의 주문은 우리나라가 산업 발전을 막 시작했을 당시에 주어졌던 과업의 부담보다 한층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추격 전략하에서 유효했던 전통적인 게임의 룰(평균 이상의 품질, 저렴한 자본 비용, 정부 지원)에 의존해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기존 방식을 탈피하기란 관성(incumbent inertia)에 젖은 기업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약(Leapfrogging)이란?

 

경제학에서 기업 간, 산업 간, 국가 간 추격을 연구할 때 이야기하는 도약(leapfrogging)2 은 선발주자가 현재 지위에 이르기까지 다뤄온 구형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우회해 후발주자가 단숨에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것을 의미한다.3  DRAM CDMA 휴대폰 관련 기술 등 한국 산업의 발전 역시 기술 세대를 뛰어넘는 투자를 통해 경로를 뛰어넘거나(path-skipping) 경로를 창출(path-creating)했다는 점에서 도약의 형태를 일부 보여주긴 했다.4 하지만 DRAM의 경우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뺏어 온 방식을 한국이 답습해 선두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도약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휴대전화 및 관련 기술의 경우에는 한국 기업들이 와이브로(wibro) 등 차세대 통신 기술에 투자를 집중해 선두로 치고 나가려 하는 찰나 스마트폰과 모바일 OS라는 급격한 혁신의 등장으로 사업 성패와 수익창출의 무게중심이 급변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 사업에 한번도 발 담그지 않았던 애플, 구글 등 새로운 형태의 후발주자들로부터 산업 주도권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 산업의 발달은 선발 기업들이 제시한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바탕으로 한추격에는 성공적이었으나 기존 경로를 뛰어넘는 도약을 통해 기존 산업의 룰을 탈피하는 진정한 의미의도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본고에서는 현 시점에서 도약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고찰하고 동시에 도약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이미 충분히 성숙해버린 국내 산업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국가와 산업을 막론하고 기업가와 경영진이 타 기업과 경쟁을 하는 입장에서 유념해야 하는 바를 집중 조명한다.

 

도약이 필요한 이유

 

도약은 산업에서의 기존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기업(first-movers), 선두를 맹렬히 추격하는 기업(followers), 그리고 새로운 산업에 막 진입하려는 기업(new entrants) 모두에 중요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기존 파이를 나누는 게 아니라 새로운 파이 창출이 가능하다

 

싸이의강남스타일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100(Hot 100)’ 차트에서 한국 가수 사상 유례없는 7주 연속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mp3를 다운로드받는 아이튠즈(iTunes) 차트에서 미국을 포함한 20여 개 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강남스타일의 음원 매출이 최소 100억 원 이상일거라고 예측되는데5 아이튠즈를 운영하는 애플이 이 경우 약 3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챙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투브(YouTube)에서 8억 건의 조회 수를 돌파하며 역대 최다 조회 수라는 명예로운 기록을 남겼다. 유투브에서 동영상 재생과 함께 광고 수익을 얻는 구글의 경우 건당 약 50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미 450억 원 정도의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수많은 동영상과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까지 고려한다면 그 액수는 훨씬 더 커진다.

 

현재국민 게임으로 여겨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팡은 하루 매출이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6 매출이 3억 원이라고 가정할 때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 혹은 구글은앱 내 결제(IAP·In App Purchase)’라는 명목으로 매출의 30% 9000만 원을, 플랫폼을 제공하는 카카오톡은 매출의 20% 6000만 원을 각각 매일 가져가게 된다.

 

위 사례에서 예시로 든 애플, 구글, 카카오톡의 공통점은 각 분야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이지만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소개하며 등장해 이를 독과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 새로운 파이 위에서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의 치열한 경쟁과 무관하게 독점적인 수익을 음미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일찍이 마케팅과 혁신을 통해 고객을 창조하는 것(creation of customers)이 기업의 본질적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내는 도약은 경영학에서 회자되는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 전략적 틈새(strategic niche), 블루오션(blue ocean) 등과 맥을 같이하지만 기업 간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본다는 특징이 있다. 독점적 이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도약은 기업이 초경쟁(hyper-competition)하에서 혁신을 통해 영속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업이다.

 

②선발 주자가 제시한 게임의 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추격하는 단편적인 전략을 통해서는 절대 선발 주자를 따라 잡을 수 없다. 불황기나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틈타 열린 기회의 창7 을 통해 선발 주자를 추월한다 하더라도 단편적인 추격 전략에만 의지한다면 선발 주자가 정해놓은 게임의 법칙에 따라 제한적인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또 다른 후발 주자에게 추월 당할 여지를 남긴다.

 

인터넷 경매를 필두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된 이베이(e-bay), 온라인 서적 판매를 통해 등장한 아마존(Amazon), 온라인 직접 판매를 시행한 델(Dell) 등 수많은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발 주자가 제시했던 전통적 게임의 룰에 순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③목표를 달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입사원이 승진을 목표로 열심히 일한다면 어지간한 중간관리자 자리까지 오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단순히 자신이 맡은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역량만을 길러왔던 사람은 중간관리자로서 자신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에 심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관리자는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동료 및 부하 직원들의 성과 관리는 물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발주자를 추격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던 기업은 정작 산업의 리더 자리에 오르게 되면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경쟁자를 추격하는 데 익숙했을 뿐 정작 어떠한 가치를 시장과 고객에 제안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추격이 아닌 도약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이를 구체적인 미션을 통해 목표화한다면 경쟁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게 되고 결국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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