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 미래경영 연구회 지상중계
독일의 ‘히든 챔피언’에서 CSV를 배우자
편집자주
기계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었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의 핵심 역량을 이용해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과 동아일보 DBR이 만든 비즈니스 리더의 연구모임 ‘CSV 미래경영 연구회’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2회 강좌인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전 유한킴벌리 회장)과 김성우 삼정KPMG 전무의 강연 내용을 요약합니다.
※이 강연의 정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수(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씨와 서진원(서울대 응용생명화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자본주의 3.0’ 시대의 대표격인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 그리고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그 당시에는 자본주의를 다시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들이 자본주의를 더 크게 죽게 한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의 극대화”라고 했지만 현실에서 결과는 정반대로 갔다. 프리드먼이 가장 과소평가한 것은 개인의, 그리고 집단의 탐욕이었다. 무제한으로 있을 것 같았던 지구자원과 자연자원, 그리고 무제한으로 수용성이 있으리라 봤던 사회와 사람들은 더 이상 이윤극대화를 견뎌내지 못했고 붕괴돼 갔다.
유한킴벌리는 30여 년 전부터 이런 프리드먼의 주장과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시민,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기업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헐벗은 국토에 나무도 심고, 하천도 복원하고, 또 유한킴벌리가 심한 벌목을 자행한다는 오해도 벗을 겸해서 시작한 운동이 바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였다.
당시는 국가소유 땅에 나무를 심으면 벌금이 부과될 정도로 나무심기 운동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적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회사 내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 과거를 돌아보면 현재 연간 1400억 원에 달하는 유한킴벌리의 세전순이익 중 상당 부분은 그때부터 사회자본과 자연자본에 투자했던 것에 대한 배당이 아닌가 생각한다. 회사가 사회자본과 자연자본을 늘리기 위해 투자했던 최대 금액은 연간 120억 원 정도였다. 적은 액수는 아니다. 그러나 이 투자로 인해 몇배의 배당을 받는다면 좋은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투자의 혜택은 광고, 선전, 판촉비의 절약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얘기한 ‘이중배당’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혜택과 개선을 기업의 이익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이지 기업이 이익을 낸 후에 그것의 일부를 사회적으로 나누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지만 그것을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히든 챔피언의 조건
요즘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첫해와 비슷하다.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삼성과 현대 같은 간판 기업은 잘나가고 있는 걸 보니 ‘내 잘못이 아닌가’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많은 통계들이 국민들을 절망하게 한다. OECD 국가 중 삶의 만족도는 아래에서 두 번째고 자살률은 1위다. 모범국가로 불리는 나라들은 청년층의 80∼90% 이상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한국은 54%의 청년층만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도 유독 저력을 보여주는 국가가 있다. EU 27개 국을 지탱하고 있는 독일이다. 독일의 수출은 중국의 반에 불과한 1조3000억 달러밖에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역흑자는 2030억 달러로 유럽 전체적으로 700억 달러의 흑자밖에는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다. 10여 년 전만 해도 독일은 ‘유럽의 병자’, 또 ‘금융 백치들의 국가’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구서독 지역은 5만 달러, 동독 지역은 4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경제적 힘은 바로 기업과 사회의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v Shared Value)에서 나온다.
독일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가족기업들이다. 전 세계 업계 3위 안에 꼽히는, 그러나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지칭한다. 전 세계 히든 챔피언의 50%가 독일에 있고 다른 25%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그리고 북유럽에 있다. 독일 수출의 약 25∼30% 정도를 이러한 히든 챔피언들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3조∼4조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소속된 지역사회의 문화 클러스터를 지키고 고용창출을 위해서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히든 챔피언들은 지역사회와 대학으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족기업에 대한 부정적인식이 팽배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러한 가족 지배구조가 투기자본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지지대가 돼주며, 또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가문의 영예를 지켜나가는 역할도 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직후의 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부 금융권 기업을 제외하고 독일 전 기업조직이 직원을 해고하지 말자고 제의한다. 대신 월급의 10%를 삭감하고 직원들을 재교육시키되 1년 반 안에 독일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해도 된다는 조건이었다. 또 취업이 힘든 청년층을 위해 일주일에 3일만 근무하고 3일은 대학원을 다니게 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그 결과, 지금 유럽의 평균 청년실업률이 25%에 달하지만 독일은 5%에 불과하다. 이러한 제도들 덕분에 독일은 숙련공들의 경험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회적 갈등도 무마하고 조기에 경제회복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히든 챔피언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리더는 겸손하나 모든 직원이 큰 야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창조적 파괴과정을 거쳐 회사의 비전을 바꾸는 일에 익숙하다. 둘째, 이들은 강점이 있는 제조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 B2B사업의 비율이 높으며 소재나 부품기업이 대부분이다. 셋째, 작은 기업들이라도 한국의 웬만한 대기업보다 더 전 세계 오지까지 구석구석 잘 파악하고 있으며 세계화에 앞서 있다. 넷째,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구조가 아니라 고객 중심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애사심과 사회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려는 정신을 갖고 있다. 독일은 혁신의 나라지 원가절감을 지향하는 국가가 아니다. 이러한 혁신은 가치중심을 지향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은 사회적 문제를 경제적 혜택으로 바꾸고 이를 생산체계로 재창조하는 경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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