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Communication
편집자주
개인과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협상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협상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경쟁의 강도가 치열해 질수록 사회는 ‘불통(不通)’과 ‘분열(分裂)’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소통(疏通)’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과학적 방법론이 절실한 때입니다. 기업 대상 맞춤형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 교육기관인 HGS 휴먼솔루션그룹이 협상 전략과 기술, 갈등관리 등 소통의 과학에 대해 소개합니다.
협상장에 들어선 두 명의 협상가.
A: “안녕하세요?”
B: “네, 반갑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눈다. 얼마 간의 사적인 대화가 오가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A: “제가 이번 협상에서 원하는 조건은….”
B: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안건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다. 중간중간 고성이 오갈 수도 있다. 그러다 협상이 마무리된다. 아마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은 “감사합니다”란 인사와 함께 꼭 잡은 악수. 혹은 ‘저 사람 다시는 안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불편한 인사와 침묵.
협상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는 ‘말’을 한다. 그 ‘말’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협상의 마무리가 반가운 인사가 될 수도, 불편한 인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어떻게’ 말하느냐, 그리고 상대의 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가 그 진심을 알아 줄 거라 믿는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는 아름다운 착각이다. 상대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내 속마음을 투시해서 볼 수 없다. 단지 나의 입에서 표현되는 말로만 나의 진심을 판단할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말하고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성공적인 협상 3.01 을 위해 협상장에서 지켜야 할 3가지 대화법을 제시한다.
1.인정하지 마라, 그냥 공감하라
TV 토론을 보면 항상 가슴이 답답해 진다. 100분이 됐건, 몇 시간의 ‘끝장’ 토론이 됐건, 시청자 입장에선 10분 이상 채널을 돌리지 않고 보고 있기란 쉽지 않다. 이유가 뭘까? 그들이 벌이는 토론이 진정한 의미의 토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론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함’이다. 하지만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논의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각각의 의견을 ‘말할 뿐’이다. 그리고 상대 토론자에 대해 이렇게 불평한다. “당최 말이 통하질 않아.”
협상에선 어떨까? 사람들은 내가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해진 시간 안에 내가 원하는 걸 최대한 얻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상대도 나처럼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서로 각자의 주장만 하다 협상은 끝날지 모른다.
그럼 협상장에서 각자의 주장이 아닌 ‘논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상대의 주장에 공감하며 듣는 것’이다. 감성 협상의 프로는 협상 상대의 말에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반문한다. “상대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데, 아니 상대의 생각에 반대하는데 어떻게 공감할 수 있습니까?”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틀렸다. 상대의 생각에 완전히 반대를 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해 줄 수 있다. 협상에서의 공감이란 상대가 요구하는 내용을 들어주겠다는 뜻의 인정이 아니다. 상대가 왜 그 말을 하고 그런 요구 조건을 내세우는지에 대한 부분의 공감이다.
부부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간단한 협상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당신은 며칠째 계속되는 야근에 지쳐 있다. 금요일 저녁, 꼼짝없이 주말에도 출근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집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진다. 이때 부인이 말한다.
“여보, 우리 이번 주말에 교외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면 어떨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그게 야근하고 온 남편한테 할 소리야? 한가한 소리하고 있네. 못 가!”
혹시 이 대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면 당신은 아주 솔직한 협상가다. 하지만 좋은 협상가는 아니다. 좋은 협상가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구나? 나도 주말엔 바람 좀 쐬고 싶다. 그런데 어쩌지? 나 주말에도 출근해야 되는데….”
어떤가? ‘주말에 교외에 갈 수 없다’는 결과는 같다. 하지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분은 전혀 다르다. 상대의 의견에 일단 ‘공감’을 해주면 대화의 분위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달라진다.
그럼, 비즈니스 협상에선 어떨까? 필자가 진행하는 협상 3.0 워크숍에서 벌어지는 협상 상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납품 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 이때 의도적으로 두 그룹으로 나눠 서로 다른 미션을 준다. 한 그룹에게는 ‘상대가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하면서 상대 의견을 무시한 후 제안을 거절하라’는 미션을, 다른 한 그룹에게는 ‘상대가 힘들어 하는 부분과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공감한 후 제안을 거절하라’는 미션을 준다. 그리고 협상이 끝난 후 제안을 거절당한 사람들에게 협상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다. 결과는 놀랍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같지만 협상 결과에 대한 만족감은 두 그룹이 천지차이다. 물론 후자, 자신의 의견을 공감받은 그룹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바로 이것이 협상에서 ‘공감의 힘’이다.
협상 상대의 말에 공감해주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의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를 ‘백트레킹(Backtracking)’이라고 말한다. 상대가 “요즘 주문 물량이 많아 납품 일정을 당기긴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생산 일정이 촉박해 일정 조정은 힘들다는 말씀이시군요”라고 얘기하고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가격 인상이 필요합니다”라고 하면 “원자재 가격 인상 때문에 현재 가격으론 어렵다는 말씀이네요”라고 대응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내가 상대의 말에 관심을 갖고 듣고 있음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협상을 하다 보면 머릿속엔 수많은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표현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말을 따라 해줘라. 그 작은 노력 하나가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공감’을 ‘인정’과 혼돈한다. 인정은 ‘상대의 의견을 확실히 그렇다고 여기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공감은 다르다. 상대의 입장과 상황에 대해 ‘나 역시 그렇게 느낀다’는 점을 표현하는 것뿐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진 마라. 공감하라. 이를 통해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협상 3.0 대화법의 시작이다.
2.“Yes, but” 대화법을 사용하라
뇌 과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멍청하다고. 쉬운 예를 들면 이렇다. 누군가가 “레몬을 떠올려 보세요”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의 입속엔 자연스레 침이 고인다. 뇌는 레몬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과 레몬을 실제로 ‘먹은 것’ 간에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상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불완전하다.
이렇게 멍청한 우리의 뇌는 똑같은 강도의 자극이 와도 그 자극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기억하는 정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즉, 긍정적 감정과 기억은 쉽게 잊지만 부정적 감정은 마음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이를 ‘쾌락의 불균형’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에 대해 “맞습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반응보다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반박하는 말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하고 기억한다. 그래서 반박하는 상대를 설득해 자신의 입장을 인정하도록 노력하게 된다.
이는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요구 조건을 갖고 있는 협상 상대방. 어쩔 수 없이 상대 주장을 반박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상대를 쾌락의 불균형에 빠지지 않도록 말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상대의 요구사항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협상을 하다 보면 상대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있다. 생산을 하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리는데 “3일 안에 납품해 주세요”라고 하거나 제조 원가가 올라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기존보다 가격을 10% 이상 낮추라”고 압박하는 등이다. 이런 요구를 들으면 많은 협상가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건 좀 힘듭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조건을 왜 들어주기 힘든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런 대화방식을 “No, because” 대화법이라고 말한다. 이런 대화법은 협상 진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자신의 제안에 대해 “No”로 시작하는 반박을 들은 사람은 일단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되고 그 주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더 강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벽이 높아질 뿐이다. 이렇게 되면 양측이 원하는 것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협상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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