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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릴랙스, 초고속성장기의 성공비결

알렉산더 V. 이조시모 | 8호 (2008년 5월 Issue 1)
1996년 러시아 이동통신회사인 빔펠콤(Vimpel Com)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배포한 안내문에 따르면, 2006년까지 러시아인 10명 중 1명 이상(시장 침투율 14%)이 휴대전화를 소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늘날 휴대전화의 시장 침투율은 120% 이상으로 러시아인 1인당 평균 1.2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숫자를 감안하면 빔펠콤의 시가총액이 지난 10년 동안 6억 7000만 달러에서 160억 달러로 증가했고, 2007년 말 4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나는 초고속성장(hypergrowth· 대부분의 신흥 시장과 산업이 일정 시점에 경험하는 S곡선의 가파른 부분으로 이 시점에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이 나뉨)이라고 부른다. 신생기업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대기업인 빔펠콤이 산업의 초고속성장 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우리는 뉴욕 시장에 이미 상장한 상태에서 초고속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사실 우리의 시장은 러시아 시장 침투율이 20%에 도달한 2003년이 되어서야 초고속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후 2년 반 만에 시장 침투율은 80%에 도달했다. 상상해보라. 2003년 러시아인 5명 중 1명이 소유하던 휴대전화를 불과 2년 반 지난 후에는 5명 중 4명이 소유하고 있다. 이런 초고속 성장에는 패턴이 있다. 구 소련 국가 시장으로 진출했을 때에도 각국 휴대전회 시장이 3년 만에 20%에서 80%로 일관되게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첫째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신이 깨닫기 전에 초고속 성장은 거의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둘째 교훈은 기업이 아예 도산해버리거나 더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2003년 빔펠콤의 CEO로 합류했을 때는 모든 회의가 비상 회의였고, 모든 결정이 공황 상태에서 내려졌다. 직원, 네트워크 역량, IT 역량이 모두 부족했으며 서비스 출시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광고를 찍고 있기도 했다. 신생 기업은 조직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설립자의 노력으로 빠르게 변할 수 있으므로 이 시기를 큰 상처 없이 이겨낼 수 있다. 반면 이미 자리 잡은 기업은 기술 및 제조와 관련한 기존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고치기 어려운 조직의 부적합한 면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특히 내부 정치와 이익 집단들로 인해 기업이 조직적 문제들을 고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문제를 고치려고 하다 보면 금세 타 기업에 뒤처지는 상황에 처한다. 따라서 중간 규모 기업 또는 대기업으로서 초고속성장 단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올바른 종류의 조직 구조와 실행을 확립할 선견지명 그리고 행운이 필요하다.
 
빔펠콤은 경영의 기본 원칙에 엄격하게 충실했고 행운이 함께한 덕택에 살아남았다. 나는 시장과 산업이 초고속성장 단계에 접어든 기업이 이 시기를 잘 대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 러시아와 인근 국가 시장을 경험하면서 얻은 지혜를 통해 우리는 S커브의 정점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기업들이 도입해야 할 조직, 관행, 과정 등을 규명할 수 있었다.
 
Rule 01 먼저 팔고 질문은 나중에 하라
대부분의 경우 시장 점유율은 산업의 초고속성장기에 결정된다.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선두 기업이 정해지면 시장 점유율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유럽 휴대전화 시장에 관한 어떤 연구보고서를 살펴봐도 시장 침투율이 7080%에 도달해서 초고속성장 단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시장 점유율은 모두 안정된다.
 
이는 초고속성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의 모든 전략이 판매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면 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트릭스(측정 기준)로 운영되면 충분하다. 완벽한 상품-서비스 믹스와 성과 기준을 반영한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러는 사이에 경쟁 기업이 고객을 모두 가져가 버릴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비용에 관한 데이터를 당장 산출할 수 없기 때문에 초고속성장 단계 첫해에는 하고 싶어도 비즈니스 모델을 자주 수정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접근법과 같은 맥락에서 목표 설정과 성과 측정을 위해 ‘가입자 수’라는 단 하나의 간단한 메트릭스를 선택했다. 이 방법은 보상과 연계하기도 쉽고, 달성한 시점을 축하하기도 쉽다. 우리는 매니저들이 비용을 감안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일반적 성장과 관리 비용이 매출의 5075%선에서 제한되도록 매니저들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지침을 강제로 지키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다. 초점은 늘 고객 획득에 맞춰져 있었다.

   
이 전략을 실행하는 데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상품과 서비스를 새로운 고객에게 실제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건설 프로젝트를 중앙에서 관리하려고 하면 진행 속도가 늦어져서 감당할 수가 없다는 점을 재빨리 간파했다. 그래서 우리는 로컬 파트너들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이러한 권한 위임은 우리가 프로젝트에 통제력을 거의 발휘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건설 프로젝트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S커브의 한 지점에 있는 우리로서는 현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로컬 파트너들이 이 상황을 악용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대부분 협력 업체들은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위기이지만 위기를 감수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
 
매니저들이 높은 매출 실적을 올리고 초고속성장기 동안 기업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기업은 직원들이 효율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감안하게 해서 초고속성장 단계 이후 다가올 경쟁을 준비할 수 있다.(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자사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데 약 78분기가 소요된다.) 나는 이번에도 목표를 단순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믿음에 근거해 2004년부터 ‘EBITDA’라는 또 다른 메트릭스를 강조했다. EBITDA(세금·이자지급전이익)를 통해 ‘가입자 수’만으로 부족한 개념을 보충했다. 이 기간에 우리는 비용에 대한 감각을 갖기 시작했고 매니저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본적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2005년 말 우리는 한 가지 기준을 더 첨가했고 성장이란 개념의 정의를 가입자 수에서 수익으로 변경했다. 휴대전화를 처음 구매하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잘 유지하고, 이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다른 기업에서 고객을 옮겨오게 하느냐에 따라 장래 우리 기업의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격 할인 없이도 사용을 촉진하고, 고객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탐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서 ROA(총자산수익률)라는 메트릭스를 한 가지 추가했다. 이제 우리의 전략적 초점은 자산 활용도의 극대화에 맞춰져 있다. 한층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하청업체 선정, 주문 과정의 관리, 리드 타임(기획에서 제품 생산까지 소요되는 시간) 엄수 등을 통한 운전 자본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델을 꾸준히 개선했다.
 
우리는 성장 추구를 멈춘 적이 없다. 단지 러시아 시장이 지금과 같은 여세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 침투율이 아직 20% 정도에 머물러 있는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과 같은 시장에서는 판매에 가장 주력할 계획이다.
 
Rule 02 지나치게 혁신에 열을 올리지는 말라
전자통신, 컴퓨터 산업과 같은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지나치게 앞서가는 실수를 하기 쉽다. 우리 산업에는 항상 신기술이 등장한다. 어제는 모두들 와이맥스(Wimax·광대역 무선 접속의 상호운영을 향상시키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엊그제는 전기통신 관련 국제회의에서 음성, 데이터, 비디오 서비스를 결합한 트리플 플레이(triple play)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유무선 통신과 서비스의 융합(conver-gence)이 주요 화제였다.
 
물론 기업들이 산업 내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초고속성장기에 선두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은 보통 전략 기획에서 향후의 기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의 신기술과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기술은 어쨌든 상용화에 5년 정도는 걸리게 마련이므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 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에 자원을 분산하면 당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빔펠콤은 일부러 업계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그 대신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고객층에게 가장 중요한 시스템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우리는 유럽, 미국보다 기술적으로 조금 뒤처지고 일본, 한국보다 덜 정교한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수익을 창출해왔다. 이는 마치 수정구슬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기술을 알고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면 되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비하면 미국이나 유럽의 이동통신 업체들은 캄캄한 앞길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Push-to-talk’는 이를 적절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에서는 2002년 이 기능이 큰 화제였다. 이 기능은 휴대전화 버튼 하나만 누르면 휴대전화 사용자가 한 명 또는 여러 명과 동시에 연결된다. 지리의 제약을 받지 않는 워키토키나 휴대용 라디오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에서 이 기능을 바로 도입할 수 없었고, 약간은 사치라는 생각을 했다. 러시아인은 미국인처럼 워키토키를 가지고 놀며 자라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이 기능이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Push-to-talk’ 기능의 사용 설명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신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상품과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행위를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Push-to-talk’ 기능을 작은 지역에서만 시험한 결과 이 기술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우리의 주요 쟁점이던 바닐라 휴대전화 판촉에 주력했다.

   
Rule 03 맥도날드같이 조직하라
내 전임자인 조 룬더 CEO는 빔펠콤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당시에 직면한 경쟁환경을 반영하면서 기업 전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 조직 구조,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을 표준화하는 아주 지혜로운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은 해당 산업 분야에서 선두기업이 아닌 게 오히려 축복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보여준다.
 
2001년 4월 조룬더가 CEO로 취임할 당시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금흐름이 좋고, 급성장하는 모스크바 이외의 지역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었다. 빔펠콤의 현금흐름 규모는 경쟁 기업에 비해 작았기 때문에 선두기업과의 입찰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우리는(인수합병이 아니라) 자체 성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조는 빔펠콤이 당시의 성장률을 감당하려면 예측과 측정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맥도날드 같은 통신 기업이 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사할린에 있는 사무실에 가보면 다른 도시에 있는 사무실과 똑같을 것이다. 프로세스도 모두 동일할 것이다. 독자들에게는 이 내용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정황을 감안해야 한다. 이 사례는 2001년 초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이고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전에 하이테크 산업에서 맥도날드와 같은 형태를 취한 기업이 없었다.
 
표준화 프로세스의 좋은 예로는 본사와 모든 지점에서 실행하는 월례 비즈니스 리뷰 회의가 있다. 우리는 이 회의에서 주요 성과 지표와 추진 원동력 등을 논의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동일한 종류의 자료를 볼 뿐만 아니라 일정한 포맷을 따른다. 덕택에 회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직원 간 공감대가 형성된다. 매니저가 다른 지역으로 전근해서 새로운 업무를 맡더라도 동일한 월례 회의를 한다. 공통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있어서 직원들은 본격적인 업무를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이 모든 검토 회의를 지원하기 위해서 우리는 오라클의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기반으로 한 중앙 집중식 회계와 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빔펠콤은 세무회계와 경영 보고서에 필요한 러시아와 GAAP(일반회계기준)의 기준에 모두 맞출 수 있다. 표준화는 이미 큰 차이를 낳고 있다. 우리 기업이 속한 산업에서는 아주 많은 양의 실시간 자료가 산출된다.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학습한 것을 바로 실행하도록 자료를 빨리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03년 초고속성장이 시작되면서 빔펠콤 조직의 이점은 명확해졌다. 과거 휴대전화 시장 선두기업들은 네트워크, 프로세스, 전산 시스템이 분리된 상태에서 재무적으로만 통합해 기업 규모를 키웠다. 우리의 경쟁 기업들은 실제로 수많은 다른 기업들이 모여 구성됨으로써 각자 의사결정권과 독점적 시스템을 고수하려 했다. 이에 비해 빔펠콤은 공유 시스템은 물론이고 기술 표준을 가지고 있었고, 의사결정 과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다른 선두 경쟁 기업에 비해 명목상으로는 작았지만, 경쟁 기업들은 전체적으로 통합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적인 면에서는 훨씬 컸다.
 
여러 정황을 감안해보면 우리의 ‘통신업계의 맥도날드 되기’ 전략이 초고속성장 단계에서 선택해야 하는 현명한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사업체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안정적인 시장에 적합한 전략이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시장이 변하는 초고속성장 단계에서는 거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조직 통합을 하는 사이에 업계에서 뒤처질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새로운 고객을 선점하는 동안 은행가, 변호사와 숫자를 놓고 논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쟁 기업들이 400여 사무실을 통합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사이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다른 기업보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한결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리는 러시아 밖의 초고속성장 시장에 진입할 때에도 간결성과 확장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다. 이 방법이 항상 저비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03년과 2004년 우리는 다른 국가의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IT와 전산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논의했다. 이때 직원 중 일부는 작은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우리가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동일하게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 있는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십만 명의 가입자는 값싼 솔루션으로도 완벽하게 감당할 수 있고, 제대로 가동하기 시작하고 나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초기 비용이 많이 발생하더라도 공통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우리가 여러 시스템 간의 인터페이스를 다룰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초고속성장 시기에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따라서 향후에 가장 많은 신규 가입자를 선점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전략을 고수했고, 결국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우리의 첫 CIS 시장인 카자흐스탄에서 3년 만에 가입자 수가 9배로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대략 3050%로 증가했다.
 
우리는 이제 초고속성장에 꽤 숙련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할 때 우리 경험을 재현하고 있다. 우리는 한 팀을 보내 조직의 모든 표준 구성 요소와 프로세스를 그곳에 구현하게 한다. 기본 시스템이 자리잡으면 실제 업무는 현지 직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부분은 다음의 넷째 규칙을 따르도록 한다.
 
Rule 04 현장에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라
초고속성장 단계에 있는 제조업체들이 조직 문제와 관련해서 직면한 과제는 조직 기능의 상당수를 중앙이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단순화해 볼 수 있다. 여러 군데에서 나누어 제조하고, 유통망 관리가 있지만 판매라는 단 한 부서에 수많은 현장 직원이 소속돼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역별 사업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우리 같은 기업에서는 물리적 인프라와 함께 이를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다. 실제 빔펠콤은 8개의 지역 사업부가 모스크바 이외의 76개 지점을 통제하고 있는데 모스크바 사업부 운영에만 본사 인력의 두 배 정도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 같은 조직에서는 ‘의사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라는 큰 위험 요인이 있다. 내가 빔펠콤에 와서 가장 흔하게 들은 불만은 화장실 휴지 색깔을 정하려면 모스크바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사의 하급 관리직원이 조직 내 모든 부서와 관련한 작은 일에도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 근무 직원들이 의견차가 발생하는 모든 일을 자신들이 해결하지 않고 모스크바로 결정해달라고 보내는 일이 속출했다. 이런 행위의 일정 부분은 구 소련 시대의 잔재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일의 진행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든 크고 방대한 조직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의사결정 마비 현상은 초고속성장 시기에 간단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이사회에 합류했을 때 우리는 즉시 누가 무엇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할지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가장 큰 일은 본사의 역할을 정의하는 것이었다.
 
나는 빔펠콤에 오기 전에 일하던 가족소유 미국 과자 업체인 마스(Mars)를 문제 해결 모델로 삼았다. 버지니아의 맥린(McLean)에 위치한 마스 본사는 책상이 50개 정도 들어가는 규모의 건물에 있다. 이중 20개는 거의 대부분 비어있다. 마스는 110개국에서 제품을 팔아 21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끌어가고 있다. 마스 본사는 다음의 세 가지 기능에만 충실하게 집중한다. 첫째, 측정 가능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이 이를 확실히 이해하게 한다. 둘째, 예산과 자본 지출을 승인하고 점검한다. 셋째,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운영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항은 업무를 실제 수행자의 재량으로 남겨둔다. 지역 매니저가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직원 채용을 원하는 경우 이 문제는 매니저의 결정을 따른다. 그리고 이런 의사결정을 내렸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본사가 개입하게 된다.
 
이런 접근법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매니저들이 시스템을 악용해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구 소련 시절의 러시아인들은 이런 일에 아주 능했다. 빔펠콤은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기준과 가치를 각인시키려 노력했고, 전 직원이 이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떤 경우에는 최고경영진이 구체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기도 했고 부정행위가 발각되면 처벌한 후 해당 사항을 공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초고속성장을 하는 시기에 경찰 노릇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직원들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생각대로 시스템이 정말로 올바르게 운영됐다. 직원들은 우리가 기대한다고 얘기한 높은 기준에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했다. 내 생각에 대부분 러시아인들은 과거의 부패를 청산하고 싶어하고, 앞으로도 부패 기회를 악용하지 않을 것이다.
 
의사결정권을 일선 현장에 위임한 결과 이전에 비해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게 됐다. 내 경험에 비추어 현장 매니저들은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한다. 우리는 아직 내가 원하는 만큼 실행 속도를 내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여전히 리드 타임을 줄여야 한다. 의사결정권 위임은 그런 면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자신을 더욱 신뢰함으로써 기업가적 행위를 보여준다. 그 연장선상에서 빔펠콤 신규 채용에 지원하는 직원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지원자들은 빔펠콤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 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란다.
 
Rule 05 ‘할 수 있다’ 문화를 조성하라
의사결정권을 현장에 위임하면 ‘할 수 있다(can-do)’ 문화도 조성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마스는 매우 활동 지향적인 기업이어서 나에게는 훌륭한 학교였다. 결정하는 사람이 실행도 한다. 자신이 결정한 일이 실행되지 않으면 스스로 그 일을 포기하고 뭔가 다른 일을 시도한다. 마스에서는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두세 번째 시도에서 제대로 해낸다면 초기 실패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초고속성장 시기에는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직원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가 취임해서 느낀 점은 직원들이 ‘조직의 격납고(orga-nization silos)’에 너무 갇혀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고객지원 콜센터에는 신상품 출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신상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엔지니어들은 사전 업무 조정 없이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을 시작해서 전체 네트워크가 몇 시간씩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데도 직원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에만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지난 4년간 우리는 조직적, 기능적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6개월마다 200300명이 참석하는 경영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 회의에서는 의사소통 범위와 관련한 문제 등 현존하는 문제들을 집중 조명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며 실행 계획을 세부화했다. 이후 정보 공유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전 조직에 걸쳐 일관된 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월례 회의 결과를 회사 전체에 고지했다. 최근에 우리는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 목표, 주요 프로젝트 등에 대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하는 인트라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모든 경영 단계에서 복합적 기능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직원들이 프로젝트 팀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내가 취임한날부터 생각한 것으로 커뮤니케이션 친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칸막이를 최소화한 개방형 디자인으로 사무실 공간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문화 조성을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조건은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러시아 근로자들은 실패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걱정한다. 물론 결정권을 위임받는 사람도 동일한 고민을 한다.
 
이런 경향의 문화를 바꾸는 묘책은 없다.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직원들의 스킬과 의사결정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계속 강조하는 수밖에 없다. 핵심은 직원들의 관심을 그들이 두려워하는 실패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들이 본능적으로 열망하는 성공과 기회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즉 실패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시키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이 시도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대신에 직원들에게 바라는 모델을 보여줘라. 가장 좋은 방법은 추구하고자 하는 문화의 우수 사례라고 여겨지는 직원의 활동과 성공 내용을 공개적으로 축하하고 보상하는 것이다.
 
2004년에 우리는 ‘현장의 혁신 아이디어(Inno-vative Ideas in Practice)’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함으로써 업무를 개선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매년 최우수 직원에게는 명예(‘리더’, ‘올해의 직원’, ‘팀의 스타’) 배지를 수여했다. 올해에는 서류 사인 및 승인부터 조달, 네트워크에 이르기는 사내 모든 프로세스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비슷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분야, 지리적 위치, 지위가 다른 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의 프레임워크 개발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의 속도를 향상시키거나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린 직원들이 상을 받는다. 매년 사무실 파티에서 수상자들에게 성공 증명서를 수여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수상 실적이 승진 결정에 반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성공 증명서 획득이 자신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포뮬러 원 레이싱, 활강 스키, 서핑 등과 같이 속도감 있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어찌 보면 초고속성장 단계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일이 이런 스포츠를 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게 여겨진다. 레이싱 카 운전을 배우거나 서핑을 배울 때는 추진력에 맞서지 말고 편승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집중하고 동시에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운전에 주의를 기울일 정도로 집중하되 어떻게 가는지 느낄 수 있도록 긴장을 풀어야 한다.
 
초고속성장 단계의 빔펠콤을 경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기업의 성장을 예측하고 통제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최대한 성장에 편승할 수 있도록 긴장을 풀게했다. 매일 업무를 마감할 때 돌아보면, 직원들의 올바른 결정력과 실행력에 대해 내가 신뢰를 보여주면서 내가 너무 많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 가장 많이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일정 부분 의사결정을 내리고, 설정한 목표를 통제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한 세부적 통제에는 매니저들의 직감을 반영하지 않기도 했다. 결국, 내가 전 조직을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전략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확실히 우리는 어느 정도 실수를 했지만 빔펠콤은 초고속성장 시기에 승자가 됐다.
번역 발렌티나 한 balinjap@hotmail.com
 
저자는 빔펠콤의 CEO다. 빔펠콤은 러시아와 구 소비에트 연방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두 기업이며 러시아 기업으로는 최초로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본사는 모스크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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