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 새해, 국내 경제와 기업 비즈니스를 위협할 가장 큰 리스크로 ‘북한’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동북아의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우리 민간 기업 역시 ‘북한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불안, 그리고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인한 북한 리스크 축소와 같은 베스트 시나리오보다는 향후 6개월 이내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강행, 무력 국지도발 등으로 인한 한반도 상황의 불확실성, 불안정성을 주장하는 해외 전문가의 시각과 분석1
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도 그래왔지만 북한의 돌발 행동 또는 체제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사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국지적 무력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그 심각성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거기서 한발 더 나가 극도의 사회혼란으로 인해 재해, 재난에 못지 않는 엄청난 경제활동의 마비와 기업활동 중단 영향도 예상해볼 수 있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일반적으로 북한 관련 사태가 증폭되면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부랴부랴 비상대책반을 마련해 미디어를 통해 사태파악을 하고 국내외 주주, 투자자, 거래처, 임직원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동요를 막는 한편 자금과 원부자재의 흐름과 계약관계 등을 재점검해 안전재고나 비상재원 확보 준비를 시작한다.
대기업들은 북한 리스크의 영향이 장기화되거나 심각해지는 것에 대비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비상사태 시나리오를 내부적으로 작성하고 신상품 출시나 마케팅, 신규 사업 계획 등 경영전략 차원에서 재검토를 시행한다. 물론 대부분 기업의 주요 재무성과와 지표 하락을 막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상황이 나빠지면 불요불급한 업무를 최대한 제한하고 부족한 자원을 몇몇 핵심업무 또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소위 ‘플랜 B’라고 하는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기업들은 북한 리스크와 같이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심각한 충격과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어떤 특징적 단계를 거치게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 사건 발생 이후 되도록 빨리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응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북한 리스크와 관련된 비상경영 조치는 지극히 단기적이고 임시 방편적으로 이뤄져 왔고 대부분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사전 대비가 아니라 이벤트 발생에 즈음해 조직이 급조되는 등 많은 문제들이 지적돼 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기업들은 사태 진전에 따라 본사나 사업장 접근 불가, 상당수 임직원의 결근 등 기업활동의 주요 자원 손상뿐 아니라 전력-통신, 수도, 가스 등 사회 인프라의 공급 제한, IT 시스템 사용 불가와 같은 기업활동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상황도 역시 고려해야 한다.
결국 위기대응 준비체계가 기업 내 프로세스, 조직, 인적, 물적 자원 전반에 내재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반과 자원확보 등의 준비 없이는 사태 발생 후 아무리 비상경영 조치를 취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리스크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 비즈니스의 일상 속에 견고히 자리잡고 있는 항시적 리스크가 돼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아이러니하게 그 중요성과 대비의 필요성을 간과한 채 지내온 것 역시 사실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북한 리스크는 정부의 관리 대상임에는 분명하지만 정부의 역량만으로 모든 영향을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의 주체인 개별 기업들이 각 기업의 특성 및 사정에 맞게 자체적으로 리스크와 위기관리를 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대비 요소에 대한 준비 활동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가상의 회사를 상정해 대남 강경책 선언이나 북한 핵실험 강행과 같은 심각한 북한 리스크 징후의 표출부터 군사적 충돌 또는 북한 내부통제 불능상태와 같은 국가위기 상황까지의 상황전개 시나리오 단계별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자. (그림1)
1. 상황전개 시나리오 구성
가장 우선적으로 상황 전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하는데 전시와 같은 국가위기 상황의 전개 내용과 연계하는 것이 기업의 상황별 대응방향 및 세부 조치 강구에 효과적이다. 특히 전쟁 상황이 발생한 시점부터가 아니라 제반 징후가 나타나서 점차 악화·확산·정점·소멸돼가는 과정을 포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2
중 여기에서는 worst-case scenario인 북한 붕괴 및 파국 시나리오에 비중을 둔다.)
일반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북한 리스크와 관련돼서는 아래 3가지 시나리오 단계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아래의 단계 구분보다 세분3
하게 나눌 수 있으며 세분화 수준은 기업 구조, 특성에 따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