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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의 귀농.귀촌 정책

농사짓기•농심익히기 교육 또 교육…‘워낭소리’의 오지가 귀농메카로

송기혁 |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오창성(25·한국외대 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고추는 뿌리가 얕고 넓게 분포하는 반면 엽면적이 많아 건조의 영향이 큽니다. 물은 생육생태, 토양의 건조 상태 등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3∼4일에 1㎡당 5리터 정도를 주시면 됩니다.”

 

경북 봉화군 전원생활센터에서는 매주 화, 수요일 5주 과정으로 운영되는 귀농인력양성 전문교육 종 일반 과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봉화군에 정착한 지 3년 이내인 74명의 귀농인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과수반, 과채류반으로 나뉘어 사과, 블루베리, 고추, 잡곡, 토마토 등 재배 기술을 직접 배우는 한편 지역 사회의 다양한 시설과 문화 활동을 안내받고 있다.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는 이 교육은 원래 50명이 정원이지만 넘치는 지원자들에게 마냥 1년을 더 기다리라고 할 수가 없어 20명 이상의 수강생을 추가로 받았다. 교육에 참여한 귀농 10개월 차 김희천 씨(60)봉화로의 귀농을 결심하기까지 3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면서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배움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뚜렷해진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은 국내의 대표적 오지 중 한 곳이다. 독립영화워낭소리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농촌 지역의 토속적인 삶을 주제로 하는 각종 다큐멘터리의 단골 배경이 되는 곳이다. 최근 들어 귀농을 위한 최적의 환경으로 부각되면서 2000년부터 최근 10여 년간 880가구 2128명이 봉화로 귀농 혹은 귀촌했다. 2004년 이후로는 군 전체 가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2010년부터는 인구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귀농·귀촌인들의 70∼80% 40, 50대이고 30대의 비중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단순히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함이 아닌 실질적인 생산 활동 대상지로서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지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DBR은 경북 봉화군이 어떤 정책과 노력으로 도시로부터 귀농·귀촌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 그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또 지속적인 귀농·귀촌 활성화와 지역 경제 재건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진단했다.

 


위기 속 기회 포착과 발 빠른 대응

1967년 봉화의 인구는 12만 명 이상이었다. 안정적인 농업 기반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인근 탄광촌의 규모도 작지 않아 석탄 물류의 핵심기지 역할도 했다. 춘양시장은 인근 지역은 물론 멀리 울진, 영양 등에서도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당히 큰 규모의 시장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고 석탄합리화 정책에 따른 폐광 등으로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지속돼 2009년에는 전체 인구 수가 15000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60대 이하 인구 비중이 급격히 줄어 지역 경제 둔화와 농업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IMF 관리체제 이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적인 귀농·귀촌의 흐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봉화도 매력적인 정착 대상지 중 하나였다. 기후가 좋고 300∼600m의 고도를 활용한 다양한 작물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수가 대략 290여 종인데 봉화에서는 그중 절반 이상인 150여 가지의 작물이 생산된다. 게다가 지대(토지가격)가 전국에서 가장 싼 수준에 속하는 것도 매력이다. 이에 직장에서 은퇴한 뒤 인생 이모작을 기대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하나둘씩 유입됐다. 봉화군은 이런 흐름을 초기에 간파하고 귀농·귀촌을 지역 재건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인식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2008 12월 군의회 발의로 귀농정착인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교육프로그램 정비, 사업비 지원, 권역 정비 사업 등 귀농시책들을 제도화했다. 또 농업기술센터 내 농정축산, 유통과수, 농촌개발, 농업기술 등 농업의 전 가치사슬을 망라한 조직을 구성했으며 특히 귀농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전원농촌담당)을 배치했다. 뿐만 아니라 정착 귀농인 3명으로 간사제도를 운영하면서 예비 및 초기 정착 귀농민들을 위한 상담 창구를 마련해 연중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의 지원책도 갖췄다.

 

대상·단계별 귀농인 교육 체계화가 지원 시책 핵심

봉화군의 귀농인 지원 시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귀농인 교육·훈련 과정을 대상 및 단계별로 대단히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경우가 있으나 실질적 내용이나 교육생의 만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선 귀농에 대한 관심을 이제 막 갖기 시작하는 도시민들을 위해서는 가벼운 투어 형식의농촌체험행사를 통해 농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유도한다. 이 행사는 사과, 고추 등 지역 친환경 농산물 생산 현장을 견학하고 단호박, 옥수수 등의 수확을 직접 체험하며 대표 지역 축제인 은어 축제에 참가하거나 향토 음식을 시식하는 등의 다양한 자연 체험과 농촌 체험으로 위주로 진행된다.

 

귀농인력양성 전문교육 7기 수강생들이 비닐하우스 현장 답사를 하고 있다.

 

귀농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느 정도 진행돼 대상 지역을 물색하는 예비 귀농인들에게는 23일간의전원생활학교교육이 제공된다. 봉화군의 주요 시책과 농정방향,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소개하고 정착 선배와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인간적인 유대를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작년 6월부터 배출된 역대 364명의 교육생 중 23%에 해당하는 85(42가구)이 실제 봉화에 귀농했다. 김해수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전원농촌담당은새로운 삶의 터전을 물색하러 오는 분들에게 실제 거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웃들인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2박3일간의 전원생활학교 교육 과정 중 '느림과 비움의 서각체험' 모습

 

귀농 후에는 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3년 내 귀농민에게는 10일간 기초 영농기술을 가르쳐주는귀농민 전문교육이 제공되고 3년 차 이상 귀농민들을 대상으로는 100시간의 품목별 심화교육인농민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 내 농업 생산성이 좋은 선도농가에서 6개월간 도제식으로 영농기술을 습득하는 귀농인 인턴 지원사업도 운영 중이다. 선도농가에서 인턴들에게 월 36만 원을 지급하고 이에 더해 군이 월 84만 원을 지원해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수입을 보전하고 있다. 김해수 전원농촌담당은선도농가들 입장에서는 인턴들에게 기술도 전수해주고 비용도 부담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에 지역민들이 함께 동참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귀농인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 시책도 호응이 좋다. 봉화로 귀농을 위해 이주하는 가구들은 6개월 이내에 이사비 명목으로 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또 빈집을 구입하거나 임차해 수리하는 경우 최대 300만 원의 빈집수리비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귀농 후 2년 이상 계속 정착한 경우에는 가구당 480만 원의 귀농 정착 장려금을 지급한다. 그 밖에도 경상북도 귀농 프로그램과 연계해 농기계, 하우스 등 영농 기반 확충 시 400만 원 한도내에서 지원하고 타 지역에서 귀농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30만 원 한도 내에서 교육·훈련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모든 혜택은 순수 농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농사를 짓지 않거나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박노욱 봉화군수 인터뷰

농업인 출신 박노욱 봉화군수는 지역 농산업 활성화에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귀농·귀촌인 유치를 통한 지역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한 달에도 수차례씩 직접 예비 귀농인들을 만나 봉화를 소개하고 그들의 의견을 군정에 반영한다. 그는 귀농인들의 정착률을 높이고 기존 지역민들의 삶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 상호 간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봉화가 귀농·귀촌인들에게 어떤 점이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보는가?

봉화는 오지로 불리기도 하지만 직접 방문해 본 사람들에게는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실제로 2개의 농공단지에서 굴뚝에 연기가 나는 공장이 하나도 없을 만큼 깨끗하다. 교통 여건이 좋아진 것도 매력이라고 본다. 서울에서 2시간30분이면 봉화에 도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봉화의 인심은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하다. 봉화에의 정착 여부를 고민하는 예비 귀농인들의 최종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타 시/군과 차별화되는 봉화군만의 귀농 정책으로는 무엇이 있나?

귀농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강사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봉화의 고추와 사과는 면적 기준으로 각각 전국 3, 4위를 기록할 만큼 특산물 수준인데 가을 품평회를 해보면 귀농인들이 상위 입상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조례에 근거해 연간 6억 원 이상의 정착 장려금을 이사비, 빈집 수리비, 교육훈련비 등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차원에서 지원하는 2억 원의 농업 창업 자금에 대해 군이 별도의 예산을 투입해 이자율과 거치기간 측면에서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군수 입장에서도 초기 귀농인들은 물론 예비 귀농인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다양한 분들을 자주 만나 봉화를 소개하고 많은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귀농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귀농·귀촌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는 지역민들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골짜기에 저택을 지어서 사는 형태가 많았는데 대부분 정착에 실패했다. 수년간 귀농·귀촌을 장려하면서 귀농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지역민과의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농업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주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지 않으면 외로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기존 지역민들 역시 귀농·귀촌인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활방식과 선진화된 사고 등을 체득하게 돼 상호 윈윈이다. 최근에는 귀농인들이 이장이나 동네 지도자를 맡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등 상당한 유대 관계가 형성돼 가고 있다.

 

귀농·귀촌 성공의 성과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노욱 봉화군수가 2011년 11월 4~6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귀농귀촌 페스티벌'에서 도시민들에게 봉화의 특징 및 장점을 직접 홍보하고 있다.
봉화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일교차가 심한 편이기 때문에 다양한 품종의 농작물들이 나고 있으며 품질 면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보다 체계적인 품질 관리 기법 도입과 유통 혁신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한 군 차원에서의 지원책을 구상 중에 있다. 이때 초기 및 예비 귀농인들의 사업적 아이디어가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5000명의 회원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봉화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예비 귀농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문의를 받으면서 군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바로 채택해 군정에 반영하고 있다.

 

권역 개발 사업 운영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

봉화군 귀농·귀촌 정책의 성공요인을 분석함에 있어 400억 원 이상 규모의 9개 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에 주민 자치를 적극 도입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상운면 한누리 권역은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초반 마을 이웃들이 모여 친환경 농법과 농업의 산업화를 논의하던 비정기적인 회의가 점차 발전해 지금은 지역민 문화 활동 개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복지 사업 지원, 지역 관광 사업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지역 현안 이슈를 스스로 발굴하고 해결하고 있다. 지역 사회 노인들을 위해 위문 잔치를 열고 다문화 가정 아동들에게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지역민들 간 소통을 유도하는 한편 도시민들을 마을로 초청해 농촌 생활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 및 특산품 판매를 도모하는 것 등이 구체적 활동이다. 뿐만 아니라 분과별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발전 가능성을 제고하는 포럼을 개최하기도 하며 풍물패를 조직해 봉화 풍물을 복원하는 방식의 문화활동을 통해 세대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등의 지역공동체 회복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와 같은 한누리 권역 주민 자치를 이끌고 있는 최병호 운영위원장은 15년 전인 결혼 3년 차 때 안사람을 설득해 고향인 봉화에 의욕적으로 귀농했으나 너무나도 열악한 인프라와 지역 문화 환경 때문에 도시에서만 자란 안사람이 매일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기억난다면서다채로운 교류 방법으로 행복해 하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볼 때나 마을을 일시적으로 방문했던 도시민들이 귀농·귀촌을 상담해 올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2011년 10월28일 창단한 '농어촌희망 봉화온누리합창단'의 첫 수업 모습


한누리 권역에서는 이 밖에도 귀농지를 물색하거나 봉화를 실제 체험해 보고 싶어 방문하는 도시민들을 위해 1 8000원으로 최대 14일간 이용할 수 있는귀농인의 집이라는 숙박시설을 군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봉화군은 정착지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귀농인들에게 각자의 경제적 여건과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테마마을을 만들어 제안하고 있는데 60억 원을 들여 서벽지구에 약 1만㎡(3만 평) 규모로 조성한 전원마을이 대표적이다. 배후농지를 포함한 형태로 현재 3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기존 지역민들과의 융화

2011 10월 현재 봉화군 전체 인구 중 2000년 이후에 귀농·귀촌인의 비율은 6%에 이른다. 이처럼 귀농·귀촌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마을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영농 기법 면에서 선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들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봉화군 농업기술센터 권오협 농촌개발과장은기존의 자기만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시던 어른들께서 귀농·귀촌인들의 새로운 성과들을 보면서 특히 유통이나 고객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자극받으시는 경우가 있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농업 외 다양한 재능을 보유한 인력들이 늘어나면서 마을에 새로운 발전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귀농인력양성 전문교육 7기 회장이기도 한 2년 차 귀농인 임옥녀 씨(47)귀농 전 학원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매일 오후에 3시간씩 지역 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돌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정착민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면서영농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한 귀농인 입장에서는 초기 2∼3년간 수입을 거두기가 어려운 점이 가장 큰 고민이 되는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민들도 새로운 이웃들의 유입에 따른 마을의 새로운 활기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지역민은몇 년 전 옆 마을에서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이 하도 적어 외롭고 심심해 하던 한 70대 노인이 10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야자 트고 친구 하자고 제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이제 사람이 늘어나서 이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귀농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충분한 검토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정착의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


진정한 성공요인은 모두의 마음가짐

봉화군의 귀농·귀촌 정책의 성과는 2000년 이후 이주한 880가구 중 불과 10가구 정도를 제외하고 정착에 성공해 98%의 정착률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타 지역역에서 귀농·귀촌민들의 숫자 자체나 수억 원대 소득을 달성한 농가가 강조되는 것과 크게 차별된다. 권오협 농촌개발과장은군 차원에서 귀농·귀촌인 숫자에 대한 목표를 설정한 적은 없다. 기존 정착민의 삶의 질이나 재산 가치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제공하고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귀농이 도시 생활에 실패한 후의 은둔 생활 개념으로까지 인식됐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삶의 방식 혹은 새로운 희망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새로운 이주민들의 정착을 위해 지역민들이 발벗고 나서 도움을 주려 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귀농·귀촌인들도 막연한 기대와 성급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군에서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영농 성공과 지역 사회 적응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최병호 한누리 권역 운영위원장은결국 모두가 더불어 사는 행복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겠냐숫자 등 외부 잣대로 귀농·귀촌 정책의 성공이 평가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향후 보완 과제

경북 봉화군은 귀농·귀촌을 위한 최적의 입지다. 경관, 지형, 기후 등 영농을 위한 자연적인 요인은 물론 서울에서의 접근성 등의 지리적 요인, 지방 정부의 적극적 지원 등의 정책적 요인, 지역민들의 민심과 개방성 등 사회적 요인 면에서 매력적일 뿐 아니라 특히 토지 가격이 타 지역 대비 저렴하다. 산골 지역이 3.3㎡당 2∼4만원, 군도·농어촌도로 주변이 3.3㎡당 3∼5만원 수준에 그친다. 국도·지방도 주변도 3.3㎡당 4∼7만원 정도다. 실제로 봉화의 많은 귀농·귀촌인들은 토지 가격을 최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였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귀농·귀촌인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가면서 토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오는 2013년까지 5000ha 규모의 전국 최대 국립수목원이 들어서는 등 주변 지역의 대형 개발이 예상되면서 현재 수준의 토지 가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에 봉화군이나 앞으로 봉화로의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영농 기술 및 유통의 혁신을 통해 토지 상승 비용을 상쇄하는 수준의 매출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곧 닥칠 것이다. 대박보다는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지향하는 봉화군의 귀농·귀촌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프로세스 효율성 향상을 통해 일정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지원 정책 개발을 기대해 본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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