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 Business Forum 2011 Special Section
필자의 지난 글(DBR Special Section, 2011년 11월 2호)에서는 ‘윤리경영은 기본이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윤리경영을 기본으로 하는 ‘착한 기업’을 넘어 ‘스마트 기업’으로 가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빌 게이츠를 예로 들어보자.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빌 게이츠는 사회적으로 기부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착한 사람이지만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을 할 때는 결코 ‘착하게만’ 행동하지 않았다. 경영자로서의 빌 게이츠에게는 회사의 이윤과 성장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그는 무조건 착하게 경영하는 것보다는 회사를 중심으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스마트 경영을 펼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금 그는 게이츠재단을 통해 사회사업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무조건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회사업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이 무한하다면 이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빌 게이츠라고 하더라도 재산이 유한하기 때문에 가장 적은 양의 자원을 활용해 가장 큰 효과를 노리면서 관련 부문이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스마트한 행동이 단순히 착한 행동보다 얼마나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김 교수의 장학금
모 대학교의 김 모 교수는 학창시절 힘들게 공부하면서 훗날 재정적 어려움으로 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돕는 것을 줄곧 꿈꿔왔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장학금으로 기부하기 위해 1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모았다. 이제까지는 막연하게 돈만 모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상황에 닥쳐보니 그는 장학금을 기부하는 데에도 여러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장학재단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고, 동문 장학재단을 통해 후배들을 도울 수도 있으며, 또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을 직접 도울 수도 있다. 즉, 김 교수는 누구를 도울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떤 통로를 선택할지 고민하며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경영학의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고자 하는 ‘효율성’을 떠올리며 김 교수는 고민한다. ‘이왕 쓰게 될 1000만 원, 좀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없을까?’ 과연 김 교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우선 김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 학생을 그냥 돕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학생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대신 학생이 연구 조교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학생과 김 교수 둘 다 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은 학생은 김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며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경험’이라는 자산을 얻을 수 있다. 김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늘 자신이 꿈꿔왔던 대로 학업에 곤란함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도울 수 있고 자신이 연구하는 일에 함께 참여토록 함으로써 우수한 연구 인력을 얻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한 번의 경험에서 김 교수는 학생을 돕는 것이 곧 자신을 돕는 것임을 깨달았고 애당초 한 번의 1000만 원 기탁으로 끝내려 했던 생각을 바꾸어 장기적인 장학 프로젝트를 도입하게 된다. 즉, 매년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연구 조교로 기용해 그들에게는 ‘돈’과 ‘경험’이라는 자산을 주고 김 교수 자신에게도 ‘보람’과 ‘연구인력’이라는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전략은 일반적인 기부와 세 가지 점에서 다른 면을 보여준다. 첫째, 김 교수는 ‘기부’라는 사회적 활동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했다. 즉, ‘최소 투입 대비 최대 효과’라는 경영학의 기본 이념을 따랐다. 김 교수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장학금의 기부 방법에 접근했으며 ‘1000만 원’이라는 장학금으로 보다 큰 효용가치를 누리기 위해 고민했다. 장학금의 효율을 위한 김 교수의 고민은 곧 단순한 고민이 아닌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김 교수가 고민하는 장학금 기부 전략은 일반적인 경우에 하는 고민에 비해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하다.
둘째,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를 통해 수혜자인 학생과 공여자인 김 교수 모두가 실질적인 이익을 누렸다.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는 본래 본인이 꿈꿔왔던 ‘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 지원’이라는 선한 목적을 훼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이를 통해 학생과 교수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 관계를 이뤘다. 여기서 김 교수의 ‘이득’은 정서적인 ‘보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김 교수의 ‘이득’은 ‘보람’이라는 정서적인 만족을 초월해 ‘우수한 연구인력’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이는 교수의 실질적인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수혜자가 되는 학생에게는 본인이 주고자 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게 됐고 김 교수 본인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이익을 누리게 됐다. 금전적 혜택뿐 아니라 연구조교 발탁이라는 특별한 수혜를 받은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더 열심히 연구를 하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의 상호 간 학문적 성과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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