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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Review

Open Innovation: 약인가, 독인가?

강진아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주도하는 PRiSM(Practice & Research in Strategic Management) 연구회가 DBR을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합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략연구회인 PRiSM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면면을 상세히 분석, 경영진에게 통찰과 혜안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식이 증가되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지식근로자의 이동성이 증대됨에 따라 하나의 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독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또한 치솟는 연구개발 비용을 모두 기업 내부적으로 충당하는 데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이에 따라 기존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 모델은 종말을 고했고 바야흐로 개방형 혁신의 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개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누구나 해야 할 일이 됐다고 한다. 분명 옳은 말이긴 하지만 무작정 믿고 따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개방형 혁신은 뜨거운 감자다. 관심이 집중될 만큼 중요한 건 분명하지만 개방한다고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잘 알려진 개방형 혁신의 성공 사례 뒤에는 많은 실패사례들이 숨어 있다. 개방형 혁신에 대한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무턱대고 달려들어가기보다는 한발 물러나 냉정하게 개방형 혁신의 성공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닌텐도의 쇠락: 폐쇄형 혁신의 종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근 닌텐도의 쇠락을 보면 그 말이 실감난다. 2009년 닌텐도는 DS, Wii 등을 앞세워 매출 1조4400억 엔, 영업이익 5300억 엔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낸 바 있다. 직원 1인당 매출이 10억 엔으로 도요타의 5배가 넘었다. 시가총액은 일본 증시 부동의 1위인 NTT도코모를 위협했다. 그러나 겨우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닌텐도의 ‘태평성대’는 옛말이 됐다. 2011년 2분기 매출은 939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정도다. 심지어 영업이익은 377억 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별로 길지도 않은 기간에 닌텐도가 급속히 무너진 이유는 뭘까? 원인은 닌텐도의 폐쇄적인 혁신 전략에 있다.
 
과거 닌텐도는 폐쇄형 혁신 전략으로 큰 재미를 봤다. 게임 개발자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게임을 조달했고 이를 무기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양분하던 게임기 시장을 3강 구도로 재편했다. 그러나 계속된 성공에 취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대변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앱을 거래하는 안드로이드마켓과 앱스토어는 열린 시장이다. 누구나 앱을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세계인을 상대로 게임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게임 개발자들은 닌텐도에 등을 돌렸다. 게이머들은 ‘앵그리버드’와 같은 재미있는 게임들이 무료 또는 단돈 몇 달러에 나오자 앞다투어 닌텐도DS를 버리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시장은 활짝 열려버렸는데 닫힌 혁신을 고수한 닌텐도가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방형 혁신의 시대(Era of Open Innovation)
2003년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에 의해 주창된 개방형 혁신은 혁신 활동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개방형 혁신은 혁신적 아이디어나 지식이 여러 조직이나 개인들에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분산돼 있기 때문에 기업 외부의 아이디어, 지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획득해 혁신에 활용해야 하며 기업 내부의 아이디어, 지식, 기술을 기업 내·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업화해야 한다.
 
사실 기업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굳이 체스브로 교수가 개방형 혁신이라는 용어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공동연구개발(Joint Development) 등을 통해 기업 외부조직들과 협력해왔고 라이선싱이나 연구개발(R&D) 계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의 지식을 획득하는 데 힘써왔다. 고객과 공급자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늘 기업의 혁신에 도움을 주는 핵심적 아이디어의 좋은 공급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혁신은 현재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 반향의 원동력은 혁신을 위한 외부 지식활용이나 상품화를 위한 외부 조직활용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경쟁우위를 위한 ‘필수’적 요소임을 강조한 것에 있다. 개방형 혁신은 글로벌 경쟁의 심화와 지식축적 및 기술발전의 가속화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수단을 써서라도 혁신을 달성해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개방형 혁신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들(P&G, Lucent 등)은 매우 성공적으로 기존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으며 내부적으로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개방형 혁신 전략: 약인가, 독인가?
타이레놀은 두통이 있거나 열이 날 때 잘 듣는 매우 좋은 약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약통에는 부작용과 주의사항이 적혀 있게 마련이다. 과한 음주로 인해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고 무작정 타이레놀을 먹으면 간이 망가질 수도 있다. 개방형 혁신 전략 자체는 기존 혁신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무턱대고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다가는 문을 닫게 될 수 있다. 개방형 혁신 전략을 받아들이되 아래의 몇 가지 주의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핵심성공요인을 정의하라 개방형 혁신전략을 취할 때는 비즈니스의 핵심성공요인(Key Success Factor)을 지켜야 한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IBM과 애플이 최초로 PC 시장에서 맞붙었을 때 IBM은 개방전략을 선택했었다. IBM은 컴퓨터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 되는 회로도를 비롯, 데이터 입출력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의 소스코드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공개함으로써 기업들, 심지어 개인들까지도 직접 부품을 구해 컴퓨터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다른 제조업체들도 IBM PC 와 호환되는 제품을 출시하게끔 허락했고 일견 IBM이 PC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다. IBM의 개방전략은 컴팩처럼 IBM PC보다 더 나은 성능을 갖춘 IBM 호환 PC를 제조하는 업체들의 출현을 도왔다. 그 결과 IBM의 PC보다 타 제조사들의 IBM 호환 PC가 더 많이 팔리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패인은 IBM이 무분별한 개방전략을 취함으로써 PC 산업의 핵심성공요인인 사실상표준(de facto standard)을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을 상실한 것이었다. PC의 개념을 정착시킨 IBM은 결국 PC 사업을 정리했고 운영체제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중앙처리장치의 인텔이 사실상의 PC 규격을 정하는 업체로 등극했다. PC 사업의 핵심성공요인이 무엇인지를 간과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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