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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리사이클뱅크, ‘쓰레기’에서 진주를 캐다

박용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현대 사회는 쓰레기와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이 성장하고 사람이 들고 나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약 36 t의 쓰레기가 버려진다. 이 가운데 52000 t(14.5%)이 생활 쓰레기다.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약 1㎏의 쓰레기를 매일 버리는 셈이다.

 

버려진 쓰레기는세금 먹는 하마.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든다. 매립이나 해양 투기를 할 곳도 마땅치 않다. 불태우자니 대기오염이 걱정이다. 자칫 돈 되는 자원은 탈탈 털어 당겨쓰고 후손들에겐 쓰레기더미만 물려줄지도 모른다. 쓰레기는 누구도 돌보려하지 않는공유지와 같다. 사람들은 이 문제가 우리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왜 내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한다. 관리자인 정부가 인센티브나 규제로 책임회피로의 비극을 막기 위해 애쓰지만 힘이 부친다. 모든 사람이 골치를 앓는 문제는 기업가에겐 절호의 기회다. 일반인에겐 쓰레기가 많은 사회문제의 하나쯤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가의 눈에는 새로운 시장이 아른거린다.

 

2004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리사이클뱅크(Recyclebank)는 고질적인 사회문제인 쓰레기에서 혁신의 기회를 포착했다. 재활용을 촉진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명확한 사업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회원들에게 RFID 칩이 내장된 재활용 쓰레기통을 나눠주고 재활용 쓰레기 양을 자동 측정한 다음, 가맹점 등에서 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부여하는 서비스 프로세스를 선보였다. ‘좋은 일을 한다(doing good)’는 내재적 동기에 행동 변화를 위한 경제적 보상까지 주는 것이다.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시 당국은 쓰레기 매립비용을 줄이고 재활용 수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리사이클뱅크는 시 당국의 쓰레기 처리비용 절감분의 일부를 받는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업모델이 정부기관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미국 내 300여 개 도시와 마을 당국은 리사이클뱅크의 서비스를 이용한 뒤 도시들의 재활용률이 15∼100% 늘었다고 한다.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는 대도시도 있다. 리사이클뱅크의 회원 수는 창립 7년 만에 300만 명으로 늘었다. 이달 초에는 2000만 명의 고객을 가진 미국 최대의 쓰레기 처리회사인 ‘Waste Management’가 리사이클뱅크에 2000만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제조업과 정보기술 강국을 일궜던 한국의 창업 신화도 이제는 새로운 각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의 창업 1세대는 제품 개발로 제조업 기반을 다졌다. 2세대 벤처 창업가는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에서 일어났다. 3세대 창업은 리사이클뱅크처럼 사회문제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리사이클뱅크는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업도 수익을 올리는 서비스 혁신 모델을 개발했다. 전략 경영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제안한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조나단 수는우리는 사명감에 따라 움직인다좋은 일(doing good)을 아주 잘하는(doing well) 회사라고 말했다. 리사이클뱅크는 CSV를 실행하기 위해 고객 관점의 서비스 혁신 모델도 개발했다. 고객을 재활용 서비스의 이용자(user) 고객(일반 가정)과 재활용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지불자(payer) 고객(도시 당국)으로 분리하고 각각의 관점에서 서비스 시스템을 디자인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제품의 광고 및 마케팅 플랫폼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데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마케팅하고 광고하려는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기업이 모든 가치를 만들어 던져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쓰면 쓸수록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사용 과정의 가치(value in use)’의 선순환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미국의 리사이클뱅크처럼 친환경 활동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BC그린카드다. 이 회사의 TV광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피곤해 죽겠는데, 환경은 개뿔…. 환경보호하면 밥이 나옵니까? 차비가 나옵니까?”“나옵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 기업도, 소비자도 보상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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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

    박용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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