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 Business Forum 2011
실행과 적응의 균형이 만들어낸 진화의 결과물
에릭 바인하커(Eric D. Beinhocker)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부의 기원(The Origin of Wealth)>을 통해 기업 조직은 ‘복잡 적응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으로서 경제적 진화 과정의 상호작용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진화에 성공해 현재도 글로벌 기업으로 명성과 존경을 함께 얻고 있는 GE의 사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GE의 과거와 현재 사업 영역을 보면 조명, 운송, 산업 제품, 발전 설비, 의료 기기, 기술 및 에너지 인프라, 기업 및 소비자 금융, 미디어, 의료서비스, 금융서비스, 정보 및 엔터테인먼트, 환경 기술 등으로 도저히 어떤 사업 포지션을 갖고 발전한 회사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GE는 1892년 찰스 다우가 12개의 종목을 중심으로 만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 처음 편입된 기업들 중 100년이 지난 2000년대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워크아웃 타운미팅, SWOT 분석, 전략 계획 같은 경영 기법들을 직접 만들어내며 우수한 경영 사례로 꼽히는 것은 물론이고 잭 웰치 같은 걸출한 CEO를 배출하기도 했다. 물론 GE가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창립 초기인 1893년도에는 거의 부도 위기까지 갔고 대공황기와 50년대, 70년대, 80년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난관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며 1990년대 이후 예전의 명성을 되찾게 된 원동력은 바로 사회적 구조에 대한 GE의 뛰어난 적응력이다.
에릭 바인하커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오늘의 생존을 위해 사용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내일의 생존을 위해 써야 할 것인가? 기업 조직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돈, 사람, 최고경영자의 시간 같은 자원 배분을 놓고 단기적인 사업 수행이라는 수요와 장기 투자 및 혁신에 대한 수요 사이에 경쟁이 항상 존재한다”1 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 강점을 잘 활용해 원재료와 정보, 사람을 조직화한 후 부를 창출하는 ‘실행’과 변화하는 환경을 거치면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는 ‘적응’ 과정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한다. GE가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적응’의 기제가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GE의 모습은 ‘실행’과 ‘적응’ 간의 균형이 만들어낸 진화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여전히 현재의 ‘실행’에만 갇혀 있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더 이상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요동치고 EU 국가들과 금융권의 신용 위기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징후들은 끊임없이 비즈니스를 위협하고 있고 지역 경제는 높은 실업률로 아사 지경의 상태다. 최근에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같은 집단 행동이 확산돼 불안한 거시 경제와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권과 공공 부문의 리더십이 더욱 도전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자기 사업 부문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소비 시장과 공급망 문단속을 더욱 폐쇄적으로 하면서 미래의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준비하기 위한 ‘적응’을 등한시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GE는 증대되는 사회적 위험과 복잡성이라는 외부 조건에서도 더 높은 철옹성을 쌓아 현재 생존에만 몰두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이를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며 놀라운 진화 능력을 보여줬다. 2005년 출범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과 2009년의 헬시매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이 바로 그 적응의 산물이다. 에릭 바인하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GE는 자신을 둘러싼 기후변화와 환경, 에너지, 의료, 보건 부문의 높은 엔트로피 상태의 재료들을 뛰어난 계획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낮은 엔트로피 상태의 산출물로 전환해 경제적 부를 창출해냈다.
창조적 자본주의로의 전환
마이클 E. 포터는 2011년 1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주창하며 사업의 핵심 영역과 사회 영역 사이의 공유된 기회가 존재함을 설파했다. CSV는 기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패러다임을 발전적으로 뛰어넘는다. CSR 개념은 여전히 부를 창출하는 기업과 공적인 영역으로서의 사회를 분리하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사회 문제를 외생 변수로 간주하거나 사후에 해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정의한다. 반면 CSV는 사회적 맥락을 적극적으로 내생 변수로 끌어들여 상품과 서비스 생산의 함수를 재구성한다.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빌 게이츠가 위험에 처한 현대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자본주의는 시장 영역과 시민사회 영역, 정부 영역이 서로 유리돼 각자의 기능과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이 세 영역의 융합을 통해 인류의 불평등과 기후변화 등의 난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인정이라는 시장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강조한다. 나아가 최근의 각종 조사 결과들은 이러한 구루들의 주장이 실제로 비즈니스 현장 리더들의 인식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1년 10월 발행된 맥킨지의 글로벌 기업 임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초기에는 명성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왔지만 최근에는 성장과 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2
<그림 1>에서처럼 사업의 핵심 미션과 가치, 전략적 계획 부문에 지속가능성 이슈를 통합하고 있다고 답한 임원들이 평균 60%를 상회한다.3
브랜드, 마케팅 전략 에이전시인 에델만의 2010년 글로벌 소비자 조사4
를 보면 마케팅 및 브랜드 관점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발견된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과 품질이라면 제품 디자인이나 브랜드 로열티보다는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활동에 더욱 가치를 주겠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6%는 기업들은 비즈니스 이익과 동등하게 사회적 이익도 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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