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 Business Forum 2011

기업, 정부, 시민단체의 경계 허무는 창조적 자본주의로 공유가치 창출하라

92호 (2011년 11월 Issue 1)




실행과 적응의 균형이 만들어낸 진화의 결과물

에릭 바인하커(Eric D. Beinhocker)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부의 기원(The Origin of Wealth)>을 통해 기업 조직은복잡 적응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으로서 경제적 진화 과정의 상호작용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진화에 성공해 현재도 글로벌 기업으로 명성과 존경을 함께 얻고 있는 GE의 사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GE의 과거와 현재 사업 영역을 보면 조명, 운송, 산업 제품, 발전 설비, 의료 기기, 기술 및 에너지 인프라, 기업 및 소비자 금융, 미디어, 의료서비스, 금융서비스, 정보 및 엔터테인먼트, 환경 기술 등으로 도저히 어떤 사업 포지션을 갖고 발전한 회사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GE 1892년 찰스 다우가 12개의 종목을 중심으로 만든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 처음 편입된 기업들 중 100년이 지난 2000년대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워크아웃 타운미팅, SWOT 분석, 전략 계획 같은 경영 기법들을 직접 만들어내며 우수한 경영 사례로 꼽히는 것은 물론이고 잭 웰치 같은 걸출한 CEO를 배출하기도 했다. 물론 GE가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창립 초기인 1893년도에는 거의 부도 위기까지 갔고 대공황기와 50년대, 70년대, 80년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난관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며 1990년대 이후 예전의 명성을 되찾게 된 원동력은 바로 사회적 구조에 대한 GE의 뛰어난 적응력이다.

에릭 바인하커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오늘의 생존을 위해 사용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내일의 생존을 위해 써야 할 것인가? 기업 조직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돈, 사람, 최고경영자의 시간 같은 자원 배분을 놓고 단기적인 사업 수행이라는 수요와 장기 투자 및 혁신에 대한 수요 사이에 경쟁이 항상 존재한다1 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 강점을 잘 활용해 원재료와 정보, 사람을 조직화한 후 부를 창출하는실행과 변화하는 환경을 거치면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는적응과정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한다. GE가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적응의 기제가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GE의 모습은실행적응간의 균형이 만들어낸 진화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여전히 현재의실행에만 갇혀 있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더 이상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요동치고 EU 국가들과 금융권의 신용 위기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징후들은 끊임없이 비즈니스를 위협하고 있고 지역 경제는 높은 실업률로 아사 지경의 상태다. 최근에는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같은 집단 행동이 확산돼 불안한 거시 경제와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권과 공공 부문의 리더십이 더욱 도전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자기 사업 부문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소비 시장과 공급망 문단속을 더욱 폐쇄적으로 하면서 미래의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준비하기 위한적응을 등한시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GE는 증대되는 사회적 위험과 복잡성이라는 외부 조건에서도 더 높은 철옹성을 쌓아 현재 생존에만 몰두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이를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며 놀라운 진화 능력을 보여줬다. 2005년 출범한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2009년의 헬시매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이 바로 그 적응의 산물이다. 에릭 바인하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GE는 자신을 둘러싼 기후변화와 환경, 에너지, 의료, 보건 부문의 높은 엔트로피 상태의 재료들을 뛰어난 계획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낮은 엔트로피 상태의 산출물로 전환해 경제적 부를 창출해냈다.


창조적 자본주의로의 전환

마이클 E. 포터는 2011 1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주창하며 사업의 핵심 영역과 사회 영역 사이의 공유된 기회가 존재함을 설파했다. CSV는 기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패러다임을 발전적으로 뛰어넘는다. CSR 개념은 여전히 부를 창출하는 기업과 공적인 영역으로서의 사회를 분리하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사회 문제를 외생 변수로 간주하거나 사후에 해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정의한다. 반면 CSV는 사회적 맥락을 적극적으로 내생 변수로 끌어들여 상품과 서비스 생산의 함수를 재구성한다.

2008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빌 게이츠가 위험에 처한 현대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서는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자본주의는 시장 영역과 시민사회 영역, 정부 영역이 서로 유리돼 각자의 기능과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이 세 영역의 융합을 통해 인류의 불평등과 기후변화 등의 난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인정이라는 시장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강조한다. 나아가 최근의 각종 조사 결과들은 이러한 구루들의 주장이 실제로 비즈니스 현장 리더들의 인식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1 10월 발행된 맥킨지의 글로벌 기업 임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초기에는 명성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왔지만 최근에는 성장과 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2



<그림 1>에서처럼 사업의 핵심 미션과 가치, 전략적 계획 부문에 지속가능성 이슈를 통합하고 있다고 답한 임원들이 평균 60%를 상회한다.3  브랜드, 마케팅 전략 에이전시인 에델만의 2010년 글로벌 소비자 조사4 를 보면 마케팅 및 브랜드 관점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발견된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과 품질이라면 제품 디자인이나 브랜드 로열티보다는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활동에 더욱 가치를 주겠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6%는 기업들은 비즈니스 이익과 동등하게 사회적 이익도 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언급된 주장이나 조사 결과들을 보면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사회 및 환경적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핵심 상품과 서비스를 비롯해 사업 미션과 가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브랜드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핵심 가치 사슬과 전략적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사회 및 환경 외생 변수를 내재화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면 혁신 동력을 잃고 실패할 수 있다.

이러한 적응 능력은 전략적 선택과 문화적 구호로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되는 기업이 가치를 생산하고 재분배하려면 거버넌스 틀을 바꾸어야 한다. 기존 거버넌스 시스템은 사적 이익을 최대화해 부를 창조하는 법인 중심의 자본주의 생태계 원리를 제도적으로 성문화했다. 그러므로 공유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 사이의 충돌, 그 갈등에 따른 책임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적응 방법과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법인 시스템은 경영자의 사회공헌 사업과 환경보호 활동 등을 수탁자의 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인식해왔다. 뒤에 소개할 새로운 법인 시스템들은 이러한 방식을 극복하고 사회적 사업과 책임들을 내재화해 주주 이익과 이해관계자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고 하는 시도다.


캘리포니아주의 실험

뉴욕, 워싱턴 DC를 비롯해 LA, 시카고, 마이애미 등 미국 전역에서 이른바점령(Occupy)’ 시위가 한창인 가운데 2011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새로운 법인 시스템에 도전하는 두 개의 법안이 통과돼 눈길을 끌고 있다. 두 법안은유연한 목적 회사(FPC, Flexible Purpose Corporation)’베네핏 회사(B Corp, Benefit Corporation)’. 두 법안 모두 사회공헌적 사업 목적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범위와 경영 투명성(정보 공개와 감사)에 대한 의무 사항들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자들은 기업과 사회의 공유된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 활동을 주주에 대한 성문화된 책임 범위 아래 추진할 수 있게 됐다. CSV나 창조적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비즈니스 이익과 사회적 이익 간의 융합 과정에서 경영자들의 창의적 재량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다루고 있다면 이 두 법안은 이러한 선택을 제도적으로 성문화해 시장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인센티브와 책무라는 신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듯한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나소셜 워싱(Social Washing)’으로 제한적 활동만 펼치는 기업들로부터 본연적 활동을 통해 기업과 사회의 공유된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이 중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들에는 자본 유치를 비롯한 재무 활동 기회를 비롯한 경제적 보상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B Corp 법안은 기업이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강력한 사회적 혹은 환경적 미션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경영자의 책임 범위를 확장했다. 기존 법인 제도에서는 경영진이 회사의 자원을 투입해 사회공헌 사업이나 환경보호 활동,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임직원 및 협력업체 상생을 위한 활동을 벌여 주주 가치를 침해하는 경우 극단적으로는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했다. 하지만 B Corp 법안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범위를 주주 가치뿐 아니라 임직원을 비롯한 협력업체, 지역사회, 나아가 환경까지 확장해 모든 이해 관계자의 가치를 증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러한 이해관계자의 가치 극대화는 회계적인 의미에서 중요성을 가져야 한다며 포괄적으로 정의했다. 또 경영 활동 결과는 사업 연도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120일이 지나기 전에베네핏 보고서(Benefit Report)’를 발행해 제3의 기관으로부터 평가와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는 B Corporation 개념을 주창하고 미국 각 주에 법안을 적극적으로 발의하고 입법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B Lab5 이 유일한 제3자 인증 기관이라서 이곳에서 만든 인증 평가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주주들에게 제출되고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돼야 한다. B Corp 법안은 이사진 구성에베네핏 책임자(Benefit Officer)’를 선임할 것을 의무화해 경영 과정상에서의 책임 있는 사회, 환경적 미션 성취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B Corp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 범위와 책임을 확대해 기업의 DNA를 사회와 환경 이슈에 더욱 적합하도록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FPC
는 기존 영리 법인 제도를 약간 손봄으로써 경영진과 주주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FPC 법안은 2011 2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마크 드살니어의 발의로 입법 과정이 진행6 돼 현재 주지사 제리 브라운이 최종 승인한 상태다. 넓게 보면 경영진의 주주에 대한 책임 범위를 사회와 환경적 목적으로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B Corp 법안과 비슷해 보이지만 FPC는 단지 회사 정관에 사회, 환경적 차원에서 특수 목적 사업을 명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주 법이 인정하는 비영리 기관이 수행하는 자선적 혹은 공익적 목적의 사업 활동 2)직원, 공급자, 고객, 신용 제공자를 비롯해 지역사회, 나아가 자연 환경에 미칠 수 있는 단기, 장기의 긍정적인 영향을 촉진하는 활동 3)앞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단기, 장기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시킬 수 있는 활동들의 범위에서 구체적인 목적 사업을 선택해 명시할 수 있다. 회계나 감사도 B Corp 법안처럼 제3의 기관에서 제공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방 증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칙과 관습에 따라 특수 목적 사업의 정보나 성과를 포함한 연차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B Corp
법안은 2010 4월 이미 미국 매릴랜드주를 시작으로 뉴저지, 버몬트, 버지니아, 하와이주에서 통과됐다. 콜로라도,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주에서는 현재 입법 과정 중에 있다. 캘리포니아는 B Corp 입법 대열에 합류하면서 유일하게 FPC 법안까지 통과시키며 영리와 비영리 이종 법인을 배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캘리포니아는 과연 어떤 형태의 하이브리드 법인이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하고 생존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비즈니스와 연결된 사회, 환경 이슈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현 시점에서 이를 기업의 DNA로 아로새기는 법인 제도의 근본적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DNA는 선구적 기업들의 프랙티스를 법적, 제도적 신호들로 후발 주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비즈니스 생태계 참여자들의 적응 능력과 CSV를 위한 창발적인 전략 창조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섹터 간 융합(Collective Impact)

B Corp FPC가 법인이 내재적으로 분화하며 진화하는 사례라고 한다면집단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7 는 다양한 섹터의 조직체가 외재적인 결집을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프레임워크라고 할 수 있다. 집단적 임팩트는 하이브리드 법인처럼 획기적으로 법인의 형태를 전환할 수 없는 기업이 단일한 공유가치 어젠다를 목표로 다양한 섹터의 조직체들과 집단적 클러스터링(Clustering)을 통해 외적 진화의 틀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전까지 단발적으로 진행돼오던 기업과 정부 간 협력, 비영리와 기업 간의 파트너십 등을 발전적으로 확대해 정부와 비영리, 지역사회, 기업을 더욱 강력한 연결 고리로 묶어내고 지속 가능한 조직이라는 전제 아래 마치 하나의 조직체가 움직이듯 사회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물론 집단적 임팩트에 참여하는 구성 조직체들은 단일한 법인 틀에서 법적 구속력을 지니기보다는 상호 계약들의 총체로서 하나의 프레임워크로만 작동한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대부분의 코코아 원재료를 소싱하는 세계적 초콜릿 회사 마즈(Mars)8 는 지역 정부를 비롯한 NGO, 심지어는 직접적으로 경쟁 중인 기업들과 집단적 임팩트 프레임워크를 통해 50만 명의 코코아 농장 가구의 삶을 개선시키는 프로젝트를 펼쳤다. 이 결과 더 나은 영농 기법이 가구들마다 도입돼 코코아 수확량은 단위 면적당 세 배까지 늘어났다. 농가 가구의 소득은 상당히 높아졌고 마즈는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농가 일자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코트디부아르주 정부의 요구와 도로를 비롯한 사회 간접 자본 투자에 나선 월드뱅크, 지역 NGO를 통해 코코아 생산 가구의 보건과 영양,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기부자들의 요구를 하나의 프레임워크에 녹여 마즈의 비즈니스 가치와 코트디부아르 국가에 대한 사회적 영향을 동시에 창출했다.

그렇다면 집단적 임팩트가 기존의 파트너십 수준의 협력 프로젝트와 차별화되는 핵심 특징은 무엇일까? 다음은 다섯 가지 핵심 구성 요소에 대한 설명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로 들은 한국가스공사의 온누리 사업9 은 실제로 지난해부터 전국 저소득 가구와 취약 사회복지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난방 시설 개선 사회공헌 사업이다.


공통의 어젠다(Common Agenda)

일회적으로 이뤄지는 영리 기업과 비영리 기업 간의 파트너십에서는 양자 간의 어젠다가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 주거 문제와 사업상 전혀 관계 없는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해비타트를 통한 집짓기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해비타트가 지향하고 있는적정 주택확대라는 목표와 기업 목표는 괴리를 보인다.

하지만 집단적 임팩트는 다자가 모여 공통의 어젠다를 개발하고 성문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온누리 사업은 에너지 소비 시장에서 소외되는 가구들의 열효율을 개선해 궁극적으로 이들이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한 소득 증대 효과를 누리게 하는 목표를 갖는다. 이를 위해 전국의 주거 복지와 관련된 사업을 펼치는 비영리 기관 한국주거복지협회, 전국의 사회복지 전달 체계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같은 준공공기관이 참여했다. 난방 시설 개선 시공에는 전국 각지의 자활공동체, 시공 감리에는 건설관리 전문 회사인 한미글로벌이 동참했다.


공통의 평가 시스템(Shared Measurement System)

공통의 성과 지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파트너십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앞서 세운 공통의 어젠다 성취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회적 성과를 지표화하고 이를 분석해 참여 조직이 동시에 피드백하는 구조 역시 온누리 사업에서도 발견된다. 한국가스공사는 20억 원의 사업 예산 지출로 달성한 성과를 사회적 투자 수익률(Social Return on Investment)로 환산해 사업 결과를 측정하고 있다. 온누리 사업을 통해 발생한 에너지 절감 효과와 시설 공사비 지원에 따른 소득 이전 효과 등 성과 데이터를 글로벌 임팩트 성과 기준인 IRIS10 에 따라 지표화하고 이를 순현재 가치로 환산해 투자 수익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2010년도 연간 사업 시점에서 27.32%라는 사회적 투자 수익률이 산출11 됐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 성과, 시공업체의 고용 성과, 대상 가구의 소득 효과 등 하위 성과 지표들을 다양한 참여 기관에 제시했다.


상호 보완하는 활동 (Mutually Reinforcing Activities)

집단적 임팩트에 참여하는 조직들은 자기 강점을 극대화하는 개별 활동을 펼치되 서로 협력해 공통의 어젠다를 성취해야 한다. 각 개별 활동들은 공통의 성공 지표에 부합해 성과 피드백이 가능한 활동들로 구성돼야 한다. 온누리 사업의 경우 사회복지협의회와 주거복지협회는 각 사회복지기관을 통한 대상 가구의 사업 참여 과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담당한다. 시공 업체와 감리회사, 에너지 효율 평가 기관 등은 난방 시설 개선을 위한 시공 활동, 시공을 감독하는 감리 활동, 시공 이후 에너지 효율을 직접 측정하고 분석하는 사후 평가 활동을 수행했다. 각각의 활동들은 온누리 사업 전체의 가치사슬을 구성하고 있으며 최종적인 사업 임팩트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속적인 의사소통(Continuous Communication)

공통의 어젠다와 성과 지표는 집단적 임팩트에 참여하는 조직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 언어를 기반으로 다자 간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물론 실체가 있는 정규 회의나 모임, 체계적인 문서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나아가 사업 참여 관계자뿐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연간 사업 이후 도출된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외부의 기업 사회공헌 및 사회복지 관계자들을 초청한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성과 공개가 있기 전까지 한국가스공사의 전담 관리자와 참여 공공 기관 및 비영리 관계자, 시공 및 평가 관련 업체들은 정기회의를 통해 사업 진행 과정상의 다양한 이슈들을 끊임없이 논의했다.


중추 지원 조직(Backbone Support Organization)

이러한 모든 과정들을 중앙에서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단일화된 지원 조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파트너십 활동들은 전담자 간의 느슨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만 사업을 진행하고 전담 지원 조직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온누리 사업에서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산하 사회공헌정보센터가 지원 조직 역할을 전담했고 주거복지협회 인력이 직접 파견돼 대상 가구 관리에 관여했다.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참여 기관들의 다자간 의사소통이나 업무 진행은 사회공헌정보센터를 통해 이뤄졌다. 사회공헌정보센터의 전담 인력들은 온누리 사업 전 과정의 행정 관리를 넘어 다자간의 이해관계 조정은 물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산출되는 정보 및 성과 취합까지 전담했다.

위 다섯 가지 요소처럼 단일 기업 조직도 공동의 목표, 성공을 가늠하는 평가 시스템, 조직 구성원의 생산 활동, 조직 내의 의사소통, 본연적 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들로 거버넌스와 가치 사슬이 구성돼 있다. 섹터 간 융합을 통해 공유된 가치를 창출하는 집단적 임팩트 프레임워크는 바로 이러한 단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조직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함으로써 참여 기업의 진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미 네슬레나 GE, IBM 같은 CSV 성공 사례 기업들은 이러한 집단적 임팩트 전략을 통해 다양한 섹터를 클러스터링 하면서 조직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핵심 미션과 가치, 전략까지 CSV 모델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 도약은 CSV로의 진화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글로벌 난제들에 노출돼 있다. 청년 실업을 비롯한 고용 문제, 지역사회 경제 회복, 기후변화 위기 대응, 협력 업체와의 상생 발전 등 다양한 외부 이슈들이 비즈니스를 짓누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이슈를 기회와 혁신의 재료로 보지 못한 채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공공 부문에 문제 해결을 떠넘기려 하고 정치권과 정부의 리더십 발휘만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 부문은 공존 상생을 위해 각종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시하지만 오히려 기업과 사회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듯한 모습이다. 경제 영역과 사회 영역이 분리돼 작동하는 기존 시스템 아래에서는 당연히 공공 부문이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없다. 기업이 현재 혼돈의 외부 환경 속에서 진화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부의 창조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이제 한국에서도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업의 창의적인 혁신은 물론 캘리포니아의 B Corp FPC 법인 제도같이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이 섹터 간 융합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 거버넌스 전략들을 세우고 변화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도현명 Impact Square공동대표timothydho@impactsquare.com

박동천 Impact Square공동대표 luveastsky@impactsquare.com


도현명, 박동천 공동대표는 각각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CSV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CSV/CSR전략 수립,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개발, 사회적 성과 측정 및 분석, 소셜 벤처 모델 개발 등 임팩트 비즈니스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임팩트스퀘어(www.impactsquare.com)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다. SK 행복나눔재단, 국경없는 교육가회 등 비영리 기관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기업 사회공헌 실무자 및 주요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CSV 전략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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