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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학 연구

실패경영: 남이 소를 잃을 때 내 외양간을 고치다

심형석 | 84호 (2011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과거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연구에 비해 실패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포럼에서 실패 경영 관련 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심형석 교수가 실패 경영에 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실패학의 목적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론 이 작업도 중요하지만 개인이나 조직 모두 실패학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실패를 자산화해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실패경영이라고 부른다.

 

옛날 속담을 가지고 실패경영의 의미를 살펴보자. 실패학의 관점에서는 사람을 1)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 2)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사람, 3)남이 소를 잃으면 자신의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마지막 세 번째 부류가 실패경영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본인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타인의 실패를 분석해 이를 자산화하고 본인의 생활에 반영해 실패를 미연에 방지, 성공의 기틀을 만들어나간다.

 

실패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실패경영사례를 살펴 실패경영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 국내에서 기업, 국가, 연구기관 등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실패경영의 모범 사례들을 모아 정리했다.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참고해 개인과 조직마다 각기 처한 상황에 걸맞은 실패 경영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

미국에는 중소기업청(SBA·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이 주관하는 퇴직최고경영자(Retired CEO) 과정이나 회생자본대출프로그램(ARC·America’s Recovery Capital Loan Program),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관재인 프로그램(US Trustee Program) 등 정부 차원에서 실패한 기업인들의 회생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퇴직최고경영자과정은 실패한 기업인에 대한 조언과 재창업을 상담해주는 과정으로 강사진 수만 14000여 명에 이른다. ARC는 재정지원정책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이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지역은행 등을 통해 무이자로 35000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관재인 프로그램은 실패한 기업인들에게 법률지식과 파산 후 재기절차 등을 교육해주는 게 목적이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도 있다.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실패를 주제로 로버트 맥매스가 설립한뉴 프로덕트 웍스(New Product Works)’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이 박물관은 흔히실패 박물관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은 제품들을 한데 모았다. 식품 26000, 음료 8000, 건강ㆍ미용용품 13000, 가정용품 7000점 등 무려 7만 점의 실패한 소장품목이 있으며 현재도 품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물관 한쪽에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들을 따로 전시해두기까지 했다. 이런 수많은 실패작들을 전시해둠으로써 실패가 우리 주위에서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준다는 게 박물관의 설립 취지다. “나는 그저 신제품을 모아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매년 출시되는 신제품 가운데 80∼94%는 실패한다. 그래서 이 박물관이 실패박물관이 된 것이다라는 로버트 맥매스1 의 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실패한 실험결과를 출판이 가능하도록 한 학술지도 있다. <생체임상의학실패사례저널(Journal of Negative Results in Biomedicine)>은 임상 실험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부정을 저지르고픈 유혹을 사전에 막기 위해 2002년 창간됐다. 연구자들은성공한 연구 중심의 평가로 인해 크고 작은 부정을 저지르고픈 유혹에 노출된다. 대표적인 문제로 드러난 사례는 하버드대 진화심리학자인 마크 하우저 박사의 논문조작사건2  이다. 이런 유혹 때문에 학계의 부정행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생체임상의학실패사례저널>이 창간됐다. 최근 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인용이 증가하고 인정도 받고 있어 실패한 연구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일본 유바리시()는 실패한 지역 경제를 여행상품으로 개발해 실패학습의 장()으로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남부의 작은 산촌마을인 유바리시는 19세기 후반 석탄광맥을 발견한 이후 지역경제가 급성장했지만 연이은 폐광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유바리시는 시정부 차원에서 직접 나서 폐광 갱도를 석탄박물관, 석탄 역사촌 테마파크 등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했다. 또한 지역 내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고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각종 이벤트 유치 및유바리 멜론같은 지역특화상품 등을 개발해 1980∼1990년대 초 일본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마을로 부상했다. 하지만 또다시 제 2의 위기가 닥쳤다. 1990년대 초 버블붕괴로 관광·여가산업이 침체하면서 결국 재정적자가 늘어나 시 자체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바리시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과거에 방만했던 투자현장과 예산이 대폭 삭감된 복지시설의 실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빚의 유산투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3

 

이 밖에 일본의 과학기술진흥기구(JST)는 실패학의 제창자인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의 베스트셀러 <흥미진진, 설계의 실제-실패에서 배운다>에 이론적 토대를 두고 2001 4월부터 실패지식 데이터베이스(Failure Knowledge DB)를 구축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사고, 문제, 실패를 연구하면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를 DB화해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실패학회(www.shippai.org)에서 실패연감의 형태로 매년 수십 가지의 실패사례를 선정해 조사, 분석해 DB화하고 있다.

 

한국

우선 정부 차원의 실패경영 사례로성실실패4 용인제도를 들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기초연구 지원을 통해 국가 기초연구사업의 혁신성 증대 및 국제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0성실실패 용인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연구수행과정이 성실하다면 실패를 하더라도 용인을 하는 제도로 1년차 예비 연구에 대한 결과평가에 적용되며 2∼3년차 본연구 종료 후에 시행되는 결과평가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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