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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Z Consulting

모순? ‘理想解’를 놓고 ‘Moonwalking’ 하기

송미정 | 83호 (2011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트리즈(TRIZ)는 창조적 문제 해결 이론(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tch’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모든 발명 과정에는 공통되는 법칙과 패턴이 있다는 믿음 하에, A분야 문제에 대한 해법을 B분야에서의 문제 해결책을 참조해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TRIZ입니다. 쉽게 말해재발명을 통한 문제 해결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간 TRIZ 컨설팅 외길을 걸어 온 송미정 박사가 TRIZ를 활용해 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사례 1 어두워야 잘 보이는 현미경
흔히 현미경으로 세포나 유전자를 관찰할 때 특정한 파장의 빛(통상 자외선)에 반응해 다른 파장의 빛(일명 ‘시그널 광’)을 내는 형광 물질을 주입한다. 연구자들은 세포나 유전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형광신호를 포착할 때 외광(外光)에 의한 교란 효과를 없애기 위해 보통은 어두운 암실에서 현민경을 조작한다. 아무리 노련한 연구자라고 해도 어둠 속에서 현미경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실수를 할 수 있다.
 
위 문제 상황을 트리즈의 기술적 모순 정의에 따라 표현한다면 1)어두운 곳에서 조작을 하면(approach or condition) 시그널 광에 대한 외광의 교란은 감소시킬 수 있으나(good), 조작자들이 실수할 가능성이 높고(bad) 2)밝은 곳에서 조작을 하면(anti approach and/or condition) 조작자들이 실수할 가능성은 낮아지지만(good), 외광에 의한 교란으로 세포나 유전물질에서 발하는 형광 신호를 포착하기 어렵다(bad)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보통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광량(光量)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법이다. 즉, 현미경 조작 실수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시그널 광을 교란하지 않는 수준의 최적 광량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해법은 ‘점진적’ 혁신을 위한 통상적 접근법이다. 만약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기존 시스템을 단순하게 개선하거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라면 이런 통상적인 연구개발 방법이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라면 이런 점진적 방법은 적합하지 않다. 추구하는 목표가 너무 합리적이며,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사고 방식도 지극히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점진적 혁신과 구별되는 ‘급진적’ 혁신은 합리적인 목표라기보다 불가능한 목표 달성을 추구할 때 일어난다. 위 상황을 예로 들면, 현미경 조작을 하는 연구자들이 실수할 가능성이 전혀 없고(best), 외광에 의한 교란 가능성도 전혀 없어 세포나 유전자에서 발하는 희미한 형광신호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는(best) 이상적 상태(ideality)를 목표로 하는 혁신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이상해(理想解), 혹은 IFR(Ideal Final Result)이라고 한다.
 
이상해는 그 이전에 존재하던 문제 상태가 모두 최선의 상태로 전환된 상황을 가리킨다. 이상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그래서 상호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위 사례에 비춰볼 때 불가능한 목표는 광량이 많은 동시에 하나도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물리적으로 존재가 불가능한, 트리즈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물리적 모순’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물리적 모순 상태야말로 역설적이지만 문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해결된 상태다. 트리즈 베테랑들은 문제를 모형화하고 본격적인 해결안을 구하기 전에 반드시 이러한 불가능한 목표, 즉 IFR을 설정한다.
 
그런데 과연 광량이 많은 동시에 적은 상태라는 게 불가능한 해법일까? 그렇지 않다. 따라서 IFR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바꾸고 싶지 않는 한에서는 불가해(不可解)’라는 말로 수정하는 게 옳다. ‘기존의 것을 바꾸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IFR을 생각하는 것은 사고의 사치다. 그러나 ‘기존의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꿔서라도’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IFR이야말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목표가 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심리적 관성’이다. 대개 사람들에게는 모순을 회피하고자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묶어두는 성향이 있다. 기존의 상태를 기꺼이 변화시키고자 하는 전제가 있는데도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전제가 무의식적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심리적 관성은 어릴 적에는 없다가 나이가 들면서 오랜 지식 축적 과정을 거치며 점점 굳어지게 된다.
 
만약 아이들에게 위의 상황에 대해 문제를 내본다면 많은 아이들이 빛이 많은 동시에 적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불가능을 불가능이라 생각지 않고(정확히는 불가능인줄 모르기 때문에 못하고) 제시하는 이런 불가능한 목표가 모순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키워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잘 정리된 문제를 보고 불가능이 없는 상태를 상상하는 순간 문제 해결의 길이 보인다. 이상해(理想解)는 결코 이상(異常)하지 않다. 다만 우리가 그렇게 믿을 뿐이다.
 
실제 현미경 개발자들은 가장 비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달성했다. 과연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광량이 적어야 할 공간은 시편(試片)과 형광물질이 존재하는 곳이며, 광량이 많아야 좋은 곳은 조작자들의 공간이다. 시편과 조작자들의 공간이 통째로 이어져 있을 때에는 광량을 많게 하면서 동시에 적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두 공간을 분리하면 어떨까? 현미경을 작은 박스 안에 넣고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절하는 기구를 고안하면 두 공간을 따로 떼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광량이 많은 상태(조작자 공간)와 적은 상태(시편, 형광물질 공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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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미정

    - (현)삼성종합기술원 CTO 전략팀 부장
    - 삼성종합기술원 연구혁신센터 차장
    - 국제 트리즈 협회 공인 Level 4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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