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END Report
편집자주
메가트렌드에 비해 마이크로트렌드는 미세한 변화를 통해 파악되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트렌드는 기업에 블루오션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상품을 통해 마이크로트렌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메타트렌드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신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공간은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행위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공간 디자인이 지난 세기까지 특정 행위를 하기 위한 용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1세기의 공간 디자인은 사람들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놓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수년 전 MIT 미디어랩의 윌리엄 J. 미첼 교수는 “20세기의 건축이 사무실, 카페 등 특정 용도를 구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의 건축은 공간의 다기능화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삶의 형태가 바뀌면서 공간 디자인도 변화하고 있다. 도시화하고 복잡해질 뿐 아니라, IT기술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하나의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하기 위한 디자인을 원하고 있다. 더불어 이제 공간 디자인은 건축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정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요구 또한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는 ‘공간 활용’ 자체를 제품의 특성으로 하거나, 사용자 경험과 접목시켜 공간을 변환시키거나 뒤틀고,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던 숨겨진 공간을 찾아내 제품 디자인에 적용시키면서 공간의 활용 방식을 바꾸는 시대다. 공간을 색다르게 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Convertible
공간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서부터 코트 주머니 속에 담긴 스마트폰의 내부까지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은 수없이 많다. 사람들은 이제 공간의 종류나 크기가 아니라 공간을 정적인 것에서 동적인 것으로 바꾸는 아이디어에 주목한다.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첫 번째 키워드가 컨버터블(Convertible)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 디자인은 공간의 형태와 면적이 자유롭게 바뀔 수 있도록 구성한다. 본래 사용자의 생활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제품 디자인의 새로운 접근법이 된다.
나오키 카와모토(naokikawamoto.com)는 일반적인 오리가미(종이접기)와 일본 종이 공예의 이름인 후로시키(Furoshiki)를 더한 오리시키 콘셉트 디자인을 공개했다. 그가 제작한 클러치백, 슈트 케이스 등은 평소에는 기하학적이며 입체감을 물씬 풍기는 가방의 모습이지만 사용자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평면의 패널로 변화한다. 접고 펼 수 있는 오리가미의 장점을 사용해 2D와 3D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다. 공간을 변환할 수 있는 것, 동적인 것으로 생각한 결과가 강한 개성을 가진 제품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컨버터블은 제품 디자인의 심미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지금까지 제품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보통 슈트 케이스는 여행 중에는 옷을 담는 충분한 공간이 되지만 집에서는 큰 덩치로 공간을 낭비한다. 반면 오리시키 슈트 케이스는 실내 보관 시 옷과 함께 펼쳐서 옷걸이에 걸어둘 수 있다. 여행 중에는 옷을 담는 공간을 제공하고 집에서는 형태를 바꿔 집의 공간을 더 넓혀준다. 이처럼 옷걸이에 슈트 케이스를 걸어서 보관하는 것은 공간 변환의 시도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할 새로운 기능이다.
크리스천 율리치 라센의 콘셉트 디자인 작품, 플립 폰 역시 2D와 3D를 자유롭게 오가며 기존 스마트 폰들이 가질 수 없었던 다양한 기능을 창조해낸다. 플립 폰은 평소에는 평평한 풀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이지만, 사용자가 손으로 양끝을 누르면 삼각 기둥 형태로 변형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실제로 사람이 사용하는 면은 메인 스크린 단 하나뿐이지만 플립 폰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한 번에 3개의 면을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2명이 동시에 2가지 화면을 보거나 제품을 세로로 세워 꽃병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의 변형으로 면의 수를 늘려나갈수록 새로운 기능이 늘어나는 셈이다.
대니 쿠오(www.dannykuo.com)의 스테어 케이스는 평소에는 높게 쌓인 서랍장이지만 사람이 직접 한 칸씩 앞으로 빼내어 계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 독특한 가구의 형태가 됐으며 사용자가 높은 서랍에 손을 뻗지 않고 직접 올라갈 수 있는 편의성도 확보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선보이고 있는 일명, 트랜스폼 퍼니처(Transform Furniture)들은 모두 이런 특성을 갖고있다. 리소스 퍼니처(Resource Furniture)의 가구 제품인 스페이스 세이버(Space Saver)는 의자, 침대, 테이블 등 다양한 가구들이 평상시에는 작게 접혀 있다가 사람의 간단한 조작에 의해 커다랗게 펼쳐지는 형태다. 접고 펼치는 과정에서 자잘한 충돌이 없도록 스페이스 세이버 제품군은 모두 미니멀한 디자인이다. 또 변환 기능을 교묘하게 숨겨서 주변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Intersectional
일정 공간을 구성하려면 여러 개의 면을 조합해야 하고, 면들이 만나면 그 사이에는 반드시 교차선(Cross Line) 또는 경계선(Boundary Line)이 생긴다. 공간 활용에 대한 깊은 고찰과 다양한 실험을 반복한 결과 제품 디자이너들은 인터섹셔널(Intersectional)이라는 키워드를 끌어냈다. 미적 기준이나 기능면에서도 부수적 요소로 다뤄졌던 교차선, 경계선이 핵심적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예를 들면, 힌지(Hinge) 부분이나 각(Angle)을 디자인 주제로 사용하는 셈이다.
엠레 바키어와 무스타파 카라쿠스가 고안한 모노리스라는 콘셉트 제품은 탁상 시계의 디자인을 공간적으로 해석한 후, 면이 접히는 각에 시침과 분침을 배치했다. 평면이 아닌 입체 공간 속에 시간이 배치되자 완전히 새로운 시계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모노리스는 제품을 배치하기에 부적합해 보이는 구석진 곳에도 둘 수 있으며 여러 대의 조합으로 독특한 인테리어를 창출한다.
교차선, 경계선의 활용은 기존 제품 디자인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사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거나 각각의 면에 디자인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갖고 있는 모서리에서 힌트를 얻기 때문이다. 응용해볼 만한 교차선, 경계선의 수는 계속 늘어난다.
IT 분야에서도 교차선의 응용이 가능하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손 움직임으로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대중화되면서 다수의 터치스크린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끼리 접합되는 부분은 보통 힌지 구조로 만들어지지만 RWTH 아첸 대학교의 미디어 컴퓨팅 그룹은 이곳에 기능을 부여했다. 그들이 제작한 벤드 데스크는 90도로 휘어진 터치스크린이 탑재돼 휘어진 그 교차선을 상하 디스플레이가 교류하는 중간 지점으로 사용한다.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모아두거나 작업하던 문서, 사진 등을 올려두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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