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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성장을 위한 인사조직 관리

‘갑’ 구성원의 공감이 참된 상생 첫걸음

박형철 | 76호 (2011년 3월 Issue 1)
 

상생 경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
최근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동반 성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2010년 8월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월례회의에서 ‘상생 경영은 미래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실천해 나가야 하는 과제다. 포스코는 상생 경영의 핵심인 동반 성장을 포스코의 핵심 가치에 반영하고, 앞으로 회사 실행 운영 계획이나 관련 임원 평가에도 이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SK는 이미 2005년부터 그룹 내 구성원 교육에 상생 경영의 가치를 반영하고, ‘상생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회사 직원들의 역량 개발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동반 성장을 위한 일련의 조치는 비단 대기업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중견기업이나 외국계 회사도 열심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정직원이 아닌 파트너회사의 직원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제공과 각종 경영 제도 개선 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BMW 코리아는 BMW 차량을 판매하는 국내 딜러들이 인재 유치, 유지, 육성에 어려움을 겪자 컨설팅 비용과 직접 자문을 통해 딜러의 인사제도 및 운영 혁신을 도운 바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상생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인사관리의 틀에서 취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협력회사와 공존공생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주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의 실행 여부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 둘째, 자사가 가진 교육 훈련 체계, 인사 제도 수립, 관리 노하우와 같은 인사 관리 역량이나 컨설팅 활용 노하우 및 자금 등을 활용해 협력회사의 인사 관리와 인재 육성을 지원한다. 전자는 자사 구성원의 상생에 대한 의지, 태도 및 실천능력을 강화시키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후자는 협력회사의 지속 성장에 필수적이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인 인재의 체계적 관리와 육성을 자사의 기존 역량, 자원 및 자금을 활용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두 목표 모두 갑 기업이 주도한다면 동반 성장과 관련한 가시적인 결과물을 빠른 시간 내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방법이 ‘갑’과 ‘을’ 모두에게 항상 유익하기만 한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자는 상생 경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 회사가 협력회사와의 협력을 자사 구성원들에게 평가 기준이라는 틀로 강제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소지가 있다.
 
많은 혁신이 그러하듯, 일방적이고 상명하달 식으로 전개되는 혁신은 일시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아무리 상생 실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잘 마련했다 해도 해당 평가지표와 상충 가능성이 높은 다른 업적 지표가 존재하고, 이러한 모순을 조직 차원에서 해결해주지 않고 무조건 조직원들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상생이 이뤄지기 어렵다. 갑 조직과 그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간다면, 갑 회사의 조직원은 당연히 과거처럼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에만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
 
갑과 을이 합심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지향한다는 상생 목표를 설정했다고 가정하자. 이 때 동반 성장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완제품의 품질이다. 그 과정의 지표는 갑이 얼마나 을 부품의 품질 향상에 재무적, 시간적, 역량적 측면에서 기여했는가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획일적인 과거의 평가 지표가 상생 지표와 공존하고, 이 둘의 상충관계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정해두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두 지표가 상충될 때 대다수 갑 구성원은 납기 준수 및 비용 절감을 위한 기존 목표 달성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 결정 시 상생 지표보다 업적 지표의 비중을 높게 설정한다면 이런 일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갑이 을과의 상생을 위해 사용하고자 했던 재무적, 시간적 노력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후자도 마찬가지다. 취지와 의도는 전자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동반 성장 노력으로 보이지만 잘못 운영되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피상적인 과시용으로 그치거나, 갑이 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만 하거나, 협력회사 구성원보다 협력회사 사주의 편의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갑이 협력회사 직원을 교육시킬 때, 협력회사 직원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아니라 자사의 기본 교육 체계를 일방적으로 적용할 때가 많다. 재무관리, 회계, 마케팅, 영업관리와 같은 기본 교육을 제공하는 게 협력회사에 큰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을 통해 갑은 어떤 혜택을 얻고, 을은 어떤 효과를 보는지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관련 교육을 통해 상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알기도 힘들다.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교육 과정 속에서 갑의 일부 구성원은 협력회사 직원 교육 때문에 자신들의 교육 기회가 제한되는 상황을 불평하기도 한다.
 
을도 불만이 많다. 특히 을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진은 가뜩이나 인력도 부족한데, 직원들이 교육 받는다고 자리를 비워, 갑이 요구하는 납기와 품질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긴다며 원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갑이 협력회사 직원 교육지원 프로그램의 가시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을 회사 구성원의 교육참여를 의무화하거나 강제하는 경우, 을 경영진의 불만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지원해 주는 쪽도, 지원을 받는 쪽도 구체적인 혜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둘째, 갑의 핵심 제품 및 공정 기술과 관련된 교육 및 정보 공유를 통해 을 구성원이 갑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한다는 논리는 매우 이상적이다. 실제 이를 수행하려면 수많은 위험이 존재하고 많은 위험관리 비용도 필요하다. 모 다국적기업의 경우 중국에서 협력업체 품질강화를 위해 일부 핵심 공정 기술을 교육을 통해 공유했다. 하지만 수강자들 중 일부가 교육 수료 후 갑과 경쟁하는 중국 현지기업으로 이직해 큰 낭패를 봤다. 결과적으로 기술을 공유하고 교육을 시켜 준 다국적기업 갑에 피해를 줬다.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해당 다국적기업이 협력업체를 전면 재선정하는 바람에 기존 협력업체들도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됐다. 상생을 위한 노력이 역으로 갑과 을 모두에 위기를 초래한 셈이다. 이러한 위험은 사실 갑과 을 모두 통제하기 쉽지 않다. 특히 근로자에게 유리한 제도와 규제를 행하는 국가에서는 그 위험이 더 크다.
 
셋째, 협력회사의 인사관리나 인재육성을 체계화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협력회사 통제를 강화하려는 기업도 있다. 일부 서구 유통업체들은 소매점에 파견되는 제조회사 판매촉진 인력의 근태 및 판매실적 관리를 위해 자사가 정한 기준의 평가체계나 보상체계를 도입하라고 권유하거나 강제하기도 한다. 물론 갑의 관점에서 보면 더 나은 성과를 위해 관리 체계의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 자체는 타당하다. 하지만 그 진정성과 의도를 을에게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동반 성장의 근본적 배경이나 이면에 양자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각각이 자율적으로 상대방에 기여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함께 도모한다는 ‘진정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쪽의 관리나 통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하는 변화는 상생의 가장 큰 장애인 서로의 불신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에서는 갑이 협력업체의 인사관리나 인재육성 체계화를 위해 지원하는 분야가 대부분 성과관리나 연봉제의 도입 등이다. 이는 협력업체의 관리 효율화를 강화해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의도로는 협력업체 구성원들로부터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해내거나 동반 성장 의지를 강화시키기 어렵다. 과거 정부 주도 하에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쿠폰제 컨설팅 사업이 적극 전개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경영관리 시스템 및 인사 관리 체계의 구축에 집중됐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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