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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누 세리스토 핀란드 알토대 부총장 인터뷰

모든 문제를 새롭게 본다 통섭과 디자인 경영으로

하정민 | 76호 (2011년 3월 Issue 1)

과거 경영자들은 환경 파괴, 노령화, 윤리 경영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만 하면 좋은 경영자로 평가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회는 새로운 모습의 경영자를 요구하고, 경영 교육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합니다.”
 
통섭과 융합의 중요성이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이를 교육 과정에 반영한 핀란드 알토대(Aalto University)의 한누 세리스토(Hannu Seristo) 부총장의 말이다. 알토대학교는 핀란드의 경제, 문화, 산업을 선도하는 헬싱키 경제대, 헬싱키 디자인 예술대, 헬싱키 공과대 3개 대학이 통합해 만든 학교다. 알토대의 출범은 핀란드 정부가 교육 융합과 혁신을 목표로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또한 2009년 3월 호 ‘Tapping the World’s Innovation Hot spots’ 기사에서 알토대를 새로운 교육 혁신 사례로 언급하며, ‘혁신은 다양한 학문 간 교차를 통해 발생한다’는 취지의 분석을 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알토대에는 IDBM(International Design Business Management)이라는 독특한 MBA 커리큘럼이 있다. IDBM은 기술, 디자인, 마케팅 교육을 혼합한 과정으로, 다른 분야 간의 통섭을 통해 경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특정 분야에 국한된 지식과 교육으로는 결코 21세기를 선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과 경영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알토대의 교육 철학이 담겨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지난 2월 15일 내한한 한누 세리스토 부총장과 만나 경영 교육 및 통섭의 중요성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세리스토 부총장은 알토대의 3뿌리 중 하나인 헬싱키 경제·경영 통합과정(HSEBA·Helsinki School of Economics and Business Administration)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매킨지 컨설턴트, 헬싱키 경제대 국제 경영(International Business) 교수로 일했다. 2010년 알토대 출범 후 지식 네트워크 부문 부총장(The Vice President of Knoewledge Networks)을 맡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MBA 교육과 접목시킨 이유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여러 분야를 통틀어 소화할 수 있는 더 넒은 시야를 가진 인재를 요구한다. 적어도 경제 및 경영, 디자인, 기술을 이해하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효율적으로 조율하며 일할 수 있는 인재가 있다면 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1995년에 알토대가 문을 열고 그런 인재들을 배출하기 시작했을 때 학생들은 물론 학계와 산업계 모두 만족스러워 했다.
 
과거 예술가들은 경영자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통섭 교육을 받은 인재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 ‘예술가나 기술자들이 이런 말을 하는데 과연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기 시작한 셈이다. 예컨대 어떤 디자이너가 기술자들에게 “이 제품 괜찮긴 한데 약간의 락앤롤이 더 필요해요”라고 했다. 조금 더 젊고 감각적인 느낌을 가미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지만 숫자에 익숙한 경영자가 바로 그 의미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바로 이런 소통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자에게 예술가가 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예술가를 이해할 수는 있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전문 경영인, 기술자, 디자이너와 같이 본래 존재하는 직업을 해체하거나 이를 합한 새로운 전문가를 탄생시키는 게 아니다. 기존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의 지식에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문제가 각 분야의 상호협력을 필요로 한다. 집 하나를 짓는데도 여러 가지 시야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경영자는 경영학적인 시각만 가진 경영자가 아니라 디자인과 기술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있는 경영자다.
 
알토대의 IDBM 과정은 통섭과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교육 과정이다. 디자인 경영은 우리가 부딪히는 모든 문제를 해체(deconstructing)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사고방식이자 접근법이다. 단순히 원인과 결과만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왜 우리가 이런 문제를 갖게 됐는지를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이다.
 
통섭과 디자인 경영에 대한 본인의 철학에 잘 부합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스페인 의류회사 자라(ZARA)다. ZARA는 흔히 패스트 패션의 선두주자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디자인 경영의 목표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회사다. 많은 사람들이 ZARA를 찾는 건 단순히 가격이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ZARA 매장에 간 고객들은 종종 ‘지금 당장 이 옷을 사야 해. 만약 내일 이 매장을 다시 찾는다면 내가 점 찍어둔 상품이 사라질 거야’라고 느낀다. 그만큼 ZARA가 매장 및 제품 디자인에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게 만드는 의도된 장치들을 요소요소에 숨겨놨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매장 내 테이블이나 의자의 위치도 고객들의 동선과 구매 패턴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스마트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의 대표 사례다.
 
또한 ZARA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제품에 대한 반응을 매우 빠른 속도로 디자이너 및 경영진에게 전달한다. 매장 직원들이 바로 전에 입수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경이로운 속도로 디자이너들에게 도착한다. 디자이너들은 이를 반영한 제품을 즉각 만들어낸다.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항상 귀 기울이고 있으며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아마 세계에서 그런 시스템을 갖춘 거의 유일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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