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The Right To Win

승자의 자격: 싸울만한 분야에서 제대로 붙기

체사레 마이나르디 | 73호 (2011년 1월 Issue 2)

 

아침 8시 한 글로벌 포장식품 제조업체(실제 회사명은 밝힐 수 없음)의 임원 회의실. 15명으로 이뤄진 이 회사 경영진은 최근 두 달간 조직의 성장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 결과를 토대로 추려낸 세 가지 전략에 대해 각각 20분의 특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째 전략은 혁신 중심 전략이다. 이 전략에 의하면 새로운 디자인으로 포장한 신제품을 시장에 발 빠르게 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영양과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전략은 소비자 중심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이들의 대답을 적극 반영하는 방식이다. 가령 온라인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취합하고, 바쁘게 일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균형적 식사가 가능한 주문식 식단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이다. 셋째 전략은 음식 관련 사업 분야를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가공 처리 기술, 적정 규모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핵심 합병 사업의 완성을 통해 동종 업계 최고의 선도기업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들 전략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회의실의 프로젝션 스크린이 꺼졌다. 앞으로 나선 CEO가 질문을 던졌다. “세 가지 전략 중 어떤 전략을 취해야 우리 회사가 승자(right to win)가 될 확률이 제일 커질까요?” CEO가 어찌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지 회의실에 있던 전원이 자세를 바로잡을 정도였다. 사실 표현 방법만 다를 뿐 승자의 자격이야말로 모든 경영 전략의 진짜 화두가 아닐까?
 
승자의 자격은 단기적으로가 아닌 지속적이면서, 50% 이상의 승률로 경쟁 시장에 뛰어들 역량을 말한다. 운동 코치를 상상해 보자. 이 코치가 경기를 시작하는 선수를 향해 “저 선수는 승자의 자격이 있지”라고 말했다면, 혹은 시험을 치르려는 학생을 두고 교사가 “저 학생은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만하지”라고 말했다면 과연 이게 무슨 뜻일까. 코치나 교사가 내심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선수나 학생은 자신이 경쟁해야 할 분야를 제대로 찾았다. 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시합 및 시험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그럼에도 해당 선수나 학생이 코치나 교사의 예측과 달리 시합이나 시험에서 지거나 부진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러한 상태를 몇 년간 유지하면, 이들의 경쟁 우위는 예측 가능하고 확고부동한 그들만의 역량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남들이 보면 기적처럼 보이는 어려운 목표도 가뿐히 성취하는 경지에 이른다.
 
물론 이렇듯 결정적인 경쟁 우위는 경영 분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문이나 스포츠 세계에서보다 훨씬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형태의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어느 때보다도 경쟁이 심화되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서는 이런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승자의 자격(right to win)이란 표현이 오만하다는 이유로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기업도 이와 같은 확증을 거머쥐지는 못하기에, 더욱 간절한 목표이기도 하다. 승자의 자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승자의 자격은 부단한 노력의 부산물이다. 승자의 자격은 회사가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법, 자사의 핵심 역량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공급한다는 원칙, 자사의 차별화되고 중요한 역량을 일치시켜 나가는 실질적인 선택 모두를 꾸준히 진행할 때만 얻을 수 있다. 부즈 앤드 컴퍼니에서는 이를 역량 기반 전략(capabilities-driven strategy)이라 부른다. 각종 연구 및 실제 사례에 따르면 시장 전략과 역량 시스템, 조직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고도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을 때 해당 기업이 승자의 자격을 획득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결국 기업의 전략은 예외 없이 바로 이 승자의 자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의다. 때문에, 성공하는 비즈니스의 근원을 알아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전략의 역사가 매우 유익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최근 저서 중에서는 <전략의 귀재: 신 기업 세계의 비밀스럽고 지적인 역사(The Lords of Strategy: The Secret Intellectual History of the New Corporate World, Harvard Business Press, 2010)>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의 편집인 출신인 저자 월터 키첼은 지난 50년간의 주도적인 경영 전략 이론과 이를 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키첼의 통사적 시각과 헨리 민츠버그, 브루스 알스트란트, 조지프 람펠이 집필한 <전략 사파리: 전략 경영의 미개척지를 통과하는 완벽 지침서(Strategy Safari: The Complete Guide through the Wilds of Strategic Management, FT Prentice Hall, 2009)>를 적극 활용해 승자의 자격에 대한 이론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개념 지도를 만들었다.(그림1) 이번 지도는 전략의 4대 학파를 보여주고 있으며, 각 전략 학파는 실제의 경쟁 사회 속에서 장기적인 성공의 근원에 대한 이론을 나타내고 있다.
 
전략의 기본 긴장감
 
경영 전략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전략’이라는 표현이 비즈니스 계에서 처음 활자화한 시기는1962년이다. 전략은 앨프리드 챈들러의 저서 <전략과 구조: 산업 기업의 역사(Strategy and Structure: Chapters in the History of the Industrial Enterprise, MIT Press)>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경영 전략이라는 표제 하에 등장한 트렌드와 아이디어는 최소한 10가지 이상이다. 종종 서로 커다란 이론적 충돌을 거치기도 하고 같은 이론임에도 각 기업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4가지 전략 학파는 모두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바로 두 가지 경영 현실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현실은 경쟁 우위가 일시적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조차도 기술 혁신이 불러온 혼란, 신생 경쟁 기업 출현, 자본 흐름 변동, 신설 규제 방안, 정치적 변화,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의 측면이라는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윌리엄 P. 바르넷은 저서 <조직의 붉은 여왕: 경쟁력은 어떻게 진화하는가(The Red Queen among Organizations: How Competitiveness Evolve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8)>에서 이러한 경영 환경의 기류는 결코 안정세로 돌아서는 법이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경쟁자의 역량을 베끼고 넘어서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은 끊임없이 어려워지고 있다. 신흥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러한 경쟁 우위의 지속성은 더 짧아졌다. 수백 개의 쟁쟁한 경쟁 기업들이 새로이 세계 경제의 무대 위로 수십 억 명의 인구와 함께 등장했다.
 
변화에 완전히 발맞출 수 있을 정도로 탄력적인 조직이 되어 시장의 변화하는 수요를 받아낼 수 있도록 형태를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관점에서는 이런 탄력성이 불가능하다. 바로 기업이 가진 두 번째 현실 때문이다. 바로 기업의 정체성은 천천히 변화한다는 점이다. 한 조직을 다른 조직과 구분시켜주는 내재적인 속성은 점진적으로 일련의 의사결정이 모여서 이뤄진다. 조직의 운영 과정, 문화, 관제, 차별적 역량 등은 모두 조직의 관행과 대화를 거쳐서 쉬지 않고 강화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재창조해낸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신에 성공한 기업은 고위 경영진을 비롯해서 사람들을 조직 밖으로 밀어내야 했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태도와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
 
설사 리더가 조직의 변화 필요성을 감지하거나 기업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해도,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다. 만일 기업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기 위해 신중하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경쟁 우위가 잠식되는 지점에서 결국 정체되고 만다. 이 점에 대해서 다양한 지적들이 있었다. 자리 잡은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고 자만에 빠지는 일은 너무 흔하고(Collins), 견고한 고객 관계와 파괴적인 기술에 사로잡히거나(Christensen), 타성에 젖는다(Sull)는 뜻이다.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