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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ght To Win

승자의 자격: 싸울만한 분야에서 제대로 붙기

체사레 마이나르디 | 73호 (2011년 1월 Issue 2)

 

아침 8시 한 글로벌 포장식품 제조업체(실제 회사명은 밝힐 수 없음)의 임원 회의실. 15명으로 이뤄진 이 회사 경영진은 최근 두 달간 조직의 성장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 결과를 토대로 추려낸 세 가지 전략에 대해 각각 20분의 특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째 전략은 혁신 중심 전략이다. 이 전략에 의하면 새로운 디자인으로 포장한 신제품을 시장에 발 빠르게 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영양과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전략은 소비자 중심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이들의 대답을 적극 반영하는 방식이다. 가령 온라인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취합하고, 바쁘게 일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균형적 식사가 가능한 주문식 식단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이다. 셋째 전략은 음식 관련 사업 분야를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가공 처리 기술, 적정 규모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핵심 합병 사업의 완성을 통해 동종 업계 최고의 선도기업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들 전략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회의실의 프로젝션 스크린이 꺼졌다. 앞으로 나선 CEO가 질문을 던졌다. “세 가지 전략 중 어떤 전략을 취해야 우리 회사가 승자(right to win)가 될 확률이 제일 커질까요?” CEO가 어찌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지 회의실에 있던 전원이 자세를 바로잡을 정도였다. 사실 표현 방법만 다를 뿐 승자의 자격이야말로 모든 경영 전략의 진짜 화두가 아닐까?
 
승자의 자격은 단기적으로가 아닌 지속적이면서, 50% 이상의 승률로 경쟁 시장에 뛰어들 역량을 말한다. 운동 코치를 상상해 보자. 이 코치가 경기를 시작하는 선수를 향해 “저 선수는 승자의 자격이 있지”라고 말했다면, 혹은 시험을 치르려는 학생을 두고 교사가 “저 학생은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만하지”라고 말했다면 과연 이게 무슨 뜻일까. 코치나 교사가 내심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선수나 학생은 자신이 경쟁해야 할 분야를 제대로 찾았다. 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시합 및 시험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그럼에도 해당 선수나 학생이 코치나 교사의 예측과 달리 시합이나 시험에서 지거나 부진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러한 상태를 몇 년간 유지하면, 이들의 경쟁 우위는 예측 가능하고 확고부동한 그들만의 역량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남들이 보면 기적처럼 보이는 어려운 목표도 가뿐히 성취하는 경지에 이른다.
 
물론 이렇듯 결정적인 경쟁 우위는 경영 분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문이나 스포츠 세계에서보다 훨씬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형태의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어느 때보다도 경쟁이 심화되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서는 이런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승자의 자격(right to win)이란 표현이 오만하다는 이유로 반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기업도 이와 같은 확증을 거머쥐지는 못하기에, 더욱 간절한 목표이기도 하다. 승자의 자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승자의 자격은 부단한 노력의 부산물이다. 승자의 자격은 회사가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법, 자사의 핵심 역량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공급한다는 원칙, 자사의 차별화되고 중요한 역량을 일치시켜 나가는 실질적인 선택 모두를 꾸준히 진행할 때만 얻을 수 있다. 부즈 앤드 컴퍼니에서는 이를 역량 기반 전략(capabilities-driven strategy)이라 부른다. 각종 연구 및 실제 사례에 따르면 시장 전략과 역량 시스템, 조직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고도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을 때 해당 기업이 승자의 자격을 획득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결국 기업의 전략은 예외 없이 바로 이 승자의 자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의다. 때문에, 성공하는 비즈니스의 근원을 알아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전략의 역사가 매우 유익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최근 저서 중에서는 <전략의 귀재: 신 기업 세계의 비밀스럽고 지적인 역사(The Lords of Strategy: The Secret Intellectual History of the New Corporate World, Harvard Business Press, 2010)>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의 편집인 출신인 저자 월터 키첼은 지난 50년간의 주도적인 경영 전략 이론과 이를 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키첼의 통사적 시각과 헨리 민츠버그, 브루스 알스트란트, 조지프 람펠이 집필한 <전략 사파리: 전략 경영의 미개척지를 통과하는 완벽 지침서(Strategy Safari: The Complete Guide through the Wilds of Strategic Management, FT Prentice Hall, 2009)>를 적극 활용해 승자의 자격에 대한 이론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개념 지도를 만들었다.(그림1) 이번 지도는 전략의 4대 학파를 보여주고 있으며, 각 전략 학파는 실제의 경쟁 사회 속에서 장기적인 성공의 근원에 대한 이론을 나타내고 있다.
 
전략의 기본 긴장감
 
경영 전략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전략’이라는 표현이 비즈니스 계에서 처음 활자화한 시기는1962년이다. 전략은 앨프리드 챈들러의 저서 <전략과 구조: 산업 기업의 역사(Strategy and Structure: Chapters in the History of the Industrial Enterprise, MIT Press)>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경영 전략이라는 표제 하에 등장한 트렌드와 아이디어는 최소한 10가지 이상이다. 종종 서로 커다란 이론적 충돌을 거치기도 하고 같은 이론임에도 각 기업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4가지 전략 학파는 모두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바로 두 가지 경영 현실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현실은 경쟁 우위가 일시적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조차도 기술 혁신이 불러온 혼란, 신생 경쟁 기업 출현, 자본 흐름 변동, 신설 규제 방안, 정치적 변화,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의 측면이라는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윌리엄 P. 바르넷은 저서 <조직의 붉은 여왕: 경쟁력은 어떻게 진화하는가(The Red Queen among Organizations: How Competitiveness Evolve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8)>에서 이러한 경영 환경의 기류는 결코 안정세로 돌아서는 법이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경쟁자의 역량을 베끼고 넘어서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은 끊임없이 어려워지고 있다. 신흥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러한 경쟁 우위의 지속성은 더 짧아졌다. 수백 개의 쟁쟁한 경쟁 기업들이 새로이 세계 경제의 무대 위로 수십 억 명의 인구와 함께 등장했다.
 
변화에 완전히 발맞출 수 있을 정도로 탄력적인 조직이 되어 시장의 변화하는 수요를 받아낼 수 있도록 형태를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관점에서는 이런 탄력성이 불가능하다. 바로 기업이 가진 두 번째 현실 때문이다. 바로 기업의 정체성은 천천히 변화한다는 점이다. 한 조직을 다른 조직과 구분시켜주는 내재적인 속성은 점진적으로 일련의 의사결정이 모여서 이뤄진다. 조직의 운영 과정, 문화, 관제, 차별적 역량 등은 모두 조직의 관행과 대화를 거쳐서 쉬지 않고 강화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재창조해낸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신에 성공한 기업은 고위 경영진을 비롯해서 사람들을 조직 밖으로 밀어내야 했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태도와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
 
설사 리더가 조직의 변화 필요성을 감지하거나 기업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해도,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다. 만일 기업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기 위해 신중하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경쟁 우위가 잠식되는 지점에서 결국 정체되고 만다. 이 점에 대해서 다양한 지적들이 있었다. 자리 잡은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고 자만에 빠지는 일은 너무 흔하고(Collins), 견고한 고객 관계와 파괴적인 기술에 사로잡히거나(Christensen), 타성에 젖는다(Sull)는 뜻이다.
 
 
기업 정체성의 ‘고착성’은 보통 상황에서는 약점으로 간주되지만, 동시에 강점의 든든한 바탕이기도 하다. 어떤 기업도 충분한 역량과 뚜렷한 기업 문화 없이는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은 커녕,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없다. 사실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 요인, 즉 경쟁 우위의 근원은 남과 대별되는 뚜렷하고 일관성 있는 기업 정체성이다. 이게 바로 고객과 투자자는 물론이거니와 직원과 협력업체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이는 기업의 내적 역량(다른 기업보다 차별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일들)과 시장의 현실(기업이 선택한 경쟁의 게임 분야)에 뿌리 박혀 있는 근간이다.
 
최신 유행하는 전략의 음양 즉, 최근 50년 동안의 비즈니스 리더십 트렌드 변모 양상 때문에 기업은 종종 일관성을 잃어버리고 효율성을 저해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 해답은 제대로 된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서부터 새로운 이론을 계속해서 도입해 보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라 기업 고유의 역량 주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다. 당신의 기업을 위한 당신만의 일관성을 창출하는 이론 말이다. 어떻게 해야 지금 당장은 물론 미래에도 핵심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까? 당신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이러한 역량들이 서로 제대로 맞물려 작동할 것인가? 어떻게 기업의 역량을 고객에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군과 일치시킬 것인가? 이러한 사안에 관한 의사결정이 명확하고 확고할수록 당신의 조직은 장기적 차원에서 승자의 자격을 창출할 확률이 더 높다. 즉 <그림1>에서 제시된 4가지 기본 사고(포지션, 실행, 적응, 집중)의 각 이론들을 적절히 균형 잡힌 수준에서 당신 조직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포지션의 가치
 
월터 키첼(Walter Kiechel)에 따르면 전략은 지난 1960년 대에 공식화됐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비즈니스 비용, 가격, 운영 성과에 대한 접근 가능한 데이터가 증가했고, 둘째, 불확실성과 이에 따르는 불안 때문이다. 1960년대 초 경제적 안정성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사라져버렸다. 사회의 각 요소는 제각각의 풍요로움과 혼란으로 충격을 입었다. 그 어떤 기업도 늘 정상에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다. 철강업이나 자동차 산업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분야에서조차 그렇다. 세계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을 때도 많다. 기업의 의사 결정은 인정사정 없는 자본 시장과 자고 일어나면 등장하는 신기술로 인해 점점 더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직관적으로는 너무도 분명하게 옳은 결정이라고 여겼던 일들조차 실패로 돌아가면, 사람들은 올바른 방향을 애타게 갈망한다. 그러므로 지난 1960년대 중반부터 나폴레옹, 칼 폰 클라우제비츠, 손자 등의 동서양 전략 기획가들의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경영 방안으로 진화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경영 전략에 대한 최고의 권위자인 케네스 앤드루스(Kenneth Andrews)와 이고르 앤소프(Igor Ansoff)가 말했듯, 전략은 성장을 위한 지배적인 계획이다. 전략은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위치를 차지하려는 목적으로 수립되고, 보통 공식 문서로 작성돼 CEO의 재가를 받는다.
 
포지션 또는 포지셔닝 학파에 의한 이러한 초기의 노력은 승자의 자격이 외부 시장, 내부 역량, 사회의 필요 등 결정적 요인을 빠짐 없이 완전히 분석하는 기업에 돌아간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앤드루스는 그 목적이 비즈니스의 방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하게 강점, 약점, 기회, 위협에 대한 복잡한 검사 항목으로 변질됐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기 있는 SWOT 분석의 근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에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대기업에서는 기획 요원을 대거 채용해서 이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상세한 문서로 바꿨다. 이 문서는 바로 연례 전략 회의 자리에서 격론의 중심에 존재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관료적 복잡성을 잘 보여주는 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지는 점은 이러한 계획이 현실 속에서의 성과 또는 쟁점과는 큰 상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1966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을 창립한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이 ‘경험 곡선(experience curve)’에 의거해 시장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포지셔닝 학파에 돌파구가 생겼다. 헨더슨은 기업과 산업 측에 비용과 가격 데이터를 분석해줌으로써, 운영 경험이 많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기에 생산 능력이 증가하면 생산 비용이 하락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러한 비용감소 현상은 월별 관찰로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몇 년마다 생산 능력이 두 배로 늘어나면 생산 비용은 10∼30% 감소했다. 따라서 다수의 기업들은 이에 맞게 투자 주기와 경쟁력 있는 마케팅을 해낼 수 있었다. 실제 미국 반도체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반도체 칩과 전자 계산기의 가격을 몇 달에 한 번씩 내렸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경쟁사로부터 TI 제품 쪽으로 돌아서면서 판매가 늘어났고, 생산 비용은 더 떨어졌다. TI가 추가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여지도 더 커졌다. 생산량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대금 청구 과정과 광고 예산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헨더슨은 승자의 자격이 자신의 산업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함으로써 경험 곡선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기업에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이는 의사 결정 중에서는 다른 의사 결정에 비해 우위에 서는 가치가 더 큰 의사 결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중시하는 태도다. 각 비즈니스의 고객층(헨더슨은 시장 세분화의 초기 신봉자였다)을 움직이는 힘과 기업의 경쟁적 위치에 대한 판단을 중시했다는 뜻이다.
 
널리 알려진 BCG의 성장-점유율 매트릭스는 기업의 비즈니스를 ‘성장사업(stars: 성장 가능성과 시장 점유율이 모두 높음)’ ‘사양사업(dogs: 성장 가능성과 시장 점유율이 모두 낮음)’ ‘물음표(question marks: 성장 가능성은 높으나 시장 점유율은 낮음)’ ‘주수익 사업(cash cows: 성장 가능성은 낮지만 시장 점유율은 높음)’으로 나눠 투자 배분을 위한 명쾌한 근거를 제시해준다. 가령 성장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금을 빌려오는 일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들 성장사업이 틈새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험 곡선과 성장-점유율 매트릭스는 명쾌한 해법이었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처음에 대단한 효과를 내는 듯했던 이 해법이 실제로는 심각한 결점을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해법은 기업의 성공을 소급 분석한 결과로 나타났다. 환경이 변했음에도 과거의 성공 요인을 고스란히 가져와 적용한다는 게 문제였다. 가령 경쟁자들도 동일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더 이상 과거의 성공 전략은 맞아떨어지기 어려워진다. 결국 많은 기업들이 역효과만 보고 말았다. 앞서 등장한 TI와 같은 기업은 제살 깎아먹기 식 가격 경쟁에 빠져 자사의 제품을 범용품으로 전락시켰다.
 
결국 다수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엄격한 전략 기획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났다. 전략 기획은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기업의 이윤에 기여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포드와 GM은 1979년과 1980년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이 여파와 다른 변화로 인해 주류 비즈니스 리더들은 포지셔닝 학파의 이론과 승자의 자격에 대한 이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다시 ‘실행’이 득세하다
 
포지셔닝 학파로 인해 가장 곤란했던 쪽은 생산과 실행 학파 쪽이었다. 때문에 이들의 쇠락에 적극 반기를 들고 나선 쪽은 실행 학파 특히,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의 실행 관리 이론가들이었다. HBS의 교수였던 자동차 제조업 전문가 윌리엄 애버나시(William Abernathy)와 조립 라인에 대한 연구로 명성을 떨친 로버트 하예스(Robert Hayes)는 1979년 여름 공교롭게 함께 스위스 베베이에 머물게 됐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차이점에 대해서 연구를 하던 하예스 교수는 연구차 방문했던 독일 남부의 소규모 기계 기구 제작소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도 전산 응용 생산 소프트웨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40명이 일하는 독일 시골의 소규모 공장에서 이를 일상적으로 이용해 주문 제작 기구를 생산하고 있었다. 게다가 독일, 스위스, 프랑스는 물론이고 심지어 동유럽 국가의 다른 공장들에서도 미국인이 절대로 따라가지 못할 방식으로 기계 기구를 사용하고 있어 하예스의 놀라움은 더했다.
 
세미나에서 한 유럽인 사업가가 하예스에게 왜 미국인의 생산성이 최근 10년간 하락했는지를 물었다. 하예스는 노조 결성, 정부 규제, 석유 파동, 신세대(당시의 베이비부머)들의 자유분방한 태도 등 식상하기 그지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자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하예스 교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럽에도 똑같은 문제들이 있죠. 그래도 이곳에서는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걸요.”
 
충격을 받은 하예스 교수는 이제 막 베베이에 온 애버나시 교수와 정례적으로 등산을 하며 이 문제에 대해 오랜 대화를 나눴다. 애버나시 역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정체를 목격한 사람이었다. 그들에게 설득력 있게 와 닿는 설명은 꼭 한 가지였다. 바로 시장 점유율과 수익 위주 성장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는 태도가 미국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짧은 시간 내에 수익 달성이 불가능한 사업의 싹은 무조건 자르고 있었다. 그 고통이 미국 경제 전체로 퍼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애버나시와 하예스는 이러한 내용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1980년 7, 8월호에 ‘미국식 경기 하락으로 가는 길(Managing Our Way to Economic Decline)’이란 제목으로 실었다. 이 글은 아직까지도 HBR의 최고 인기 글이자 HBR 역사 상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콘텐츠로 남아있다. 당시 애버나시와 하예스는 ‘승자의 자격은 더 나은 관행, 과정, 기술, 제품의 개발 및 활용이라는 탁월한 실행 및 운영 능력에서 온다’는 새로운 경영 전략 이론을 도입했다. 즉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실행의 중요성에 대한 이러한 메시지는 제너럴 일렉트릭(GE)과 모토로라 등이 입증해 주었다. 이들은 실행기반 전략에 임원 양성이나 6시그마와 같은 방안 등을 결합해 보여준 성공적인 예라고 할 법했다. 이는 탁월한 운영은 품질 운동을 떠받치는 기본 교리이기도 했다. 품질 운동은 도요타 자동차 및 여타 일본 기업들이 1950년대와 1960년대를 통틀어 지향했던 지속적인 품질 개선 운동으로 오늘날에는 린(lean)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요타의 최고 과학담당 임원 다이치 오노 등 품질 운동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 가운데, 기업 전략 분야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W. 에드워즈 데밍(Edwards Deming)이다. 데밍은 1900년에 태어난 미국의 통계학자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에서 컨설팅 업무를 보면서 일본 기업들의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데밍은 초기에는 서구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미국에서 명성을 날리면서 1993년 사망할 때까지 세계 유수의 기업에 전략 지침을 주고 컨설팅을 해줬다.
 
데밍은 자신의 전략이 경제적 문제를 탈피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는
 
<위기로부터의 탈출(Out of the Crisis, MIT Press, 1986)>이다. 그는 승자의 자격은 일상적인 운영 및 기업 관행을 잘 갖추고 있으며, 낭비를 제거하고 직원들에게 통계 방법을 사용하도록 훈련시키는 기업에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기업은 직원들에게 진정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을 때 느끼는 ‘일하는 즐거움’을 구조적으로 장려한다는 주장이다.
 
실행 학파는 1990년대 초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MIT 컴퓨터 교수인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가 이를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조직재충전)’으로 새롭게 내놓으면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해머 교수에 따르면, 승자의 자격은 어떤 단계에서도 새롭게 보이는 기업, 특히 처음부터 새롭게 사업 과정을 재설계하는 기업이 가지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기업들은 조직재충전을 전면적 대량 해고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았고, 인재가 떠난 조직은 허약 체질로 변해버렸다. 탁월한 운영조차도 IT 활황의 기세 속에서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1990년대 말이 되자, 실행 기반 전략은 생산 분야에만 국한된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영 방안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닷컴 버블이 꺼지고 나서 다시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 실행 전략의 귀환은 전략 전문가 램 차란, 당시 하니웰의 CEO였던 래리 보시디, 잘 알려진 GE 사단의 일원인 찰스 버크가 쓴 <실행에 집중하라(Execution: The Discipline of Getting Things Done, Crown Business, 2002)>가 단번에 비즈니스 베스트셀러가 된 것으로 잘 드러난다. 이제 대다수 비즈니스 리더는 경험을 통해 실행과 도전 과제를 개선시켜 나가는 일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는 물론 직원의 행동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BCG 전략가인 조지 스토크는 월터 키첼에게 이렇게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실행이야말로 훨씬 더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요? 개념이란 건 사실 통조림처럼 먼저 집어오면 되는 거죠”라고 말이다.
 
마이클 포터의 우위
 
실행 학파의 한계를 지적한 사람은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포터다. 포터는 HBS 역사상 기업 전략에 대한 가장 영향력을 끼친 사상가로 포지셔닝 학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당사자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기 동안 포터는 포지셔닝 학파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 포터는 기업 비즈니스 환경을 ‘가치 사슬(value chain)’과 경쟁자, 구매자, 공급자, 잠재적 진입자, 대체재의 위협 등 ‘5가지 힘(five forces)’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러한 포터 교수의 두 가지 분석틀은 기업의 잠재적 가치와 경쟁 환경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후 포터의 유명한 기고문 ‘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가 HBR 1996년 11, 12월호에 실린다. 포터는 탁월한 실행력이 경쟁 우위를 가능하게 보장해 주는 것은 한시적인 기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에는 경쟁 기업들이 따라 오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1980년에서 2010년 동안 포드, GM 등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노력이 바로 그 좋은 예다. 품질이나 중고차 가격을 놓고 볼 때 이들 기업의 제품 수준은 도요타나 혼다에 거의 근접했다. 물론 그 과정에 30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포터는 리엔지니어링, 벤치마킹, 아웃소싱, 변화경영 등 실행 기반의 경영 전략은 모두 한결같이 동일한 전략적 한계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즉 실행력의 제고에만 관심을 쏟을 뿐, 출발선상에서 어떤 비즈니스를 실행시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터는 산업 분야나 시장을 선택하는 문제를 강조한다. 그는 다른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하고, 공급자의 지배력이 떨어지고, 잠재적인 진입자가 거의 없는 우호적인 환경이나 아니면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 및 산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략이란 무엇인가?’에서 포터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선호도가 떨어지는 산업 분야에서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시장에서 ‘독특하고 가치 있는 전략적 위치’를 만들어낸 사우스웨스트의 시장 지배력은 대도시에 집중된 다른 항공사의 노선 운용 전략을 답습하는 대신 단일 종류의 항공기로 직항 노선을 개발해서 자동 발권, 좌석 무지정 등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능했다. 이러한 선택 덕택에 사우스웨스트는 버스, 기차, 승용차와 비교해도 가격과 편리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경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탁월한 실행력이 한 몫을 했다. 사우스웨스트는 신속한 재탑승 시간과 친절한 고객 서비스를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가 선택한 전략의 핵심은 명확한 시장 전략을 통한 단순성의 추구였다.
 
포지셔닝 학파는 1980∼1990년대 서구 사회에서 기업 경쟁력의 부활을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다. 프랑스 인시아드의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Renée Mauborgne) 교수는 이러한 포지셔닝 학파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블루오션 전략: 경쟁없는 시장을 창조하고 경쟁을 무력화시키는 방안(Blue Ocean Strategy: How to Create Uncontested Market Space and Make the Competition Irrelevant,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5)>을 펴냈다. 이들은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안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자기 스스로를 신생 기업의 위치에 서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즉각 인기를 끌었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시장 선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틈새 시장 찾기에 얼마나 목말라 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다.
 
포지셔닝 학파의 한계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분명해졌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산업 구조가 변화 가능하며 선도 기업의 행동의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그의 말은 어떤 산업 분야는 내재적으로 우수하고 다른 산업 분야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전력 발전 등 규제가 심한 산업 분야나 힘겨운 사업 분야에 있는 대다수 기업 리더들에게는 실행 능력을 발휘해 차별적인 역량이나 설비를 개발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아무런 이점이 없었다. 일부 기업에서는 차별적인 역량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신규 사업에 진입함으로써 어려움을 피하려고 애를 썼다. 수영 실력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일단 ‘블루오션’에 들어가기만 하는 셈이다. 때문에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2000년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조차 자신들의 이점이 구글 등 신규 경쟁자의 출현으로 잠식당하는 현실과 마주했다. 이런 현상이 포터 교수의 이론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해도, 그의 이론을 반박하게 하는 출발점으로는 충분하다.
 
적응 및 실험
 
1990년대부터 새로운 전략 대안을 제안하고 나서는 경영 전락가들이 대두했다. 이들은 전략 사고를 중단 없는 적응으로 설명하고 있다. 캐나다 맥길대의 경영학 교수인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가 선두 주자다. 민츠버그는 저서 <전략 기획의 흥망성쇠: 기획, 기획안, 기획자의 재구상(The Rise and Fall of Strategic Planning: Reconceiving Roles for Planning, Plans, Planners)>(Free Press, 1994)을 통해 포지셔닝 학파를 ‘설계 학파(design school)’라고 지칭하며 이들의 주장이 정형화돼 있다고 비판 했다.
 
민츠버그는 실행의 중요성을 적극 인정하고 있으며 그의 저작의 상당 부분은 실제로 경영자들이 무엇을 했는가를 분석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민츠버그 역시 포터와 마찬가지로 경영 요인이 기업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민츠버그의 전략적 접근 방식은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위한 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방법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적응 학파 또는 민츠버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습 학파’에서는 분석과 기획 대신에 임원들이 실험을 통해 승자의 자격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츠버그는 “임원들은 수천 가지 전략적 선택이 만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통해 그 수천 가지 전략적 선택 가운데 성공을 가져오는 유형을 찾아내야 한다. 분석적 기술에 집중하는 탁상공론은 온실에나 적합한 전략을 개발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적응 전략은 많은 기업들에서 유용하게 활용됐다. 특히 중국 제조업 분야의 활기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 적응 전략은 톰 피터스(Tom Peters) 작업의 가장 강력한 주제이기도 했다. 피터스는 로버트 워터맨과의 공저한 자신의 첫 번째 히트작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 Lessons from America’s Best-Run Companies, Harper & Row, 1982)>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산업 분야나 경영 방식, 경영 철학이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즉 이들은 모두 새로운 사고와 진행 방향에 대한 실험 정신이 투철했고 효과가 없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찾아서 중단 없는 노력을 계속해 나갔다고 했다.
 
적응 학파에도 심각한 결함은 있었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실험 정신이 일관성의 부재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각의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로 하는 역량과 시장에서의 위치는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동기화하는 작업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기업의 시도가 다변화되면 될수록 거기에 필요한 우위적 역량을 개발하고 실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천 가지 전략적 실험이 만개하는 정원을 가꾸다 보면 잡초도 우거지게 마련이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태도로는 집중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경쟁자들의 전문성 및 자원 활용에 대적할 수 없었다.
 
핵심에 집중하기
 
이러한 약점을 고려할 때 집중 학파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집중 학파는 게리 해멀(Gary Hamel)과 C.K. 프라할라드(Prahalad)로 대표된다. 이들은 공저 <미래를 위한 경쟁(Competing for the Futur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94)>을 통해 최고의 효율성을 보여준 기업의 성공 요인은 다름 아닌 선택된 ‘핵심 역량(core competencies)’의 조합에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형태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금융공학 등에서의 든든한 기술적 역량이야말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든든한 밑천이 된다는 뜻이다. 이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이를 활용해서 장기적인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를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은 승자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크리스 주크(Chris Zook)는 사모펀드와의 경험에 입각해 이러한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있는 유명 전략가다. 그는 제임스 앨런과의 공저 <핵심에 집중하라(Profit from the Core: A Return to Growth in Turbulent Times, 2001, with James Allen; Harvard Business Press, 2010)>를 통해 ‘승자의 자격은 핵심 비즈니스를 밀고 나가되 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성장과 가치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이 확보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즉 기업이 일단 중점 역량을 기르면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렌터카 시장에서 엔터프라이즈, 달러 스리프티, 에이비스 등은 모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핵심 고객은 각각 자동차 수리를 맡긴 일반인, 여행객, 출장자들로 다르다. 이들은 각자 고유의 세분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공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집중 전략은 종종 낡은 관행에 집착하는 태도로 변질되곤 한다. 또 다수의 기업과 사모펀드에서는 이 전략을 약탈식 감량 방안(slash-and-burn retrenchment)으로 해석해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비용을 줄이고 R&D와 마케팅 분야의 투자를 최소화함으로써 군살 없는 기업으로 재정비해 이윤을 도모한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의 성과가 성장을 가져오는 건강한 이윤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이들 기업이 성장을 추구할 때, 결국 그 성장에 도움을 주는 건 ‘인접 요인(adjacencies)’이다. 즉 현재의 핵심 비즈니스에 관한 제품 및 서비스라는 뜻이다. 그러나 다수의 인접 요인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윤을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단 핵심 사업과는 전혀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소비자 미디어제품이나 타타의 저가 자동차 나노처럼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획기적인 사건은 집중 전략만으로는 도모하기 힘들 때가 있다.
 
삶의 방식으로서의 전략
 
대부분의 전략가들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전략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비즈니스 리더에게 소개할 때, 잘못 적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그 오용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각 경영 전략의 원래 목적과 다르게 역효과를 낳기도 했으며 더 새로운 전략을 도모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승자의 자격에 대한 경영 전략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특정 전략을 하나의 정답으로 생각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우선 기업이 가진 전체적인 정체성을 파악해 보도록 하자. 다른 기업과 어떻게 경쟁하고자 하는지, 그 경쟁에서 과연 어떤 역량을 발휘할 것인지, 그에 맞는 경영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지를 모두 포괄해 봐야 한다.
 
이 글의 도입부에 소개한 식품 포장업체가 선택한 방안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승자의 자격을 묻는 CEO의 질문은 다양한 토론을 낳았다. 이후 몇 주에 걸친 격론 끝에 이 회사의 경영진들은 세 가지 전략 각각의 시장 가치, 위험 부담, 필요한 역량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세 가지 전략은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동일한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렇다면 과연 그 세 가지 전략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는 조직의 각 분야를 책임진 리더들의 설명으로 뚜렷해졌다.
 
이 회사의 최고 운영책임자(COO)는 세 가지 전략에 들어가는 투자가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혁신 전략을 취하면 신제품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출시하기 위한 유연한 가치 사슬을 구상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 지향 전략은 냉동식품이나 신선식품 등 다양한 온도의 식품을 판매하는 일을 뜻한다. 물론 이를 위해 경영과 R&D 파트가 더욱 직접적이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업계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카테고리 변화 전략은 새로운 가공 기술, 규모의 경제, 능숙한 인수합병을 필요로 한다.
 
마케팅 및 판매 총책임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혁신 전략을 택하면 기업은 신제품에 관한 광고와 홍보 활동에 집중하는 한편, 신속하고 폭넓은 소매 조달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 지향 전략을 택하면 기업이 직접적으로 소비자와 홈페이지, 소셜 미디어, 매장 진열 등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 동종 업계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뾰족한 연필(sharp pencil)’ 즉, 각각의 브랜드와 지역에 맞게 가격, 홍보, 상품화를 위해 고안된 전술을 통해 판매점을 직접 보유하는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
 
결국 경영진의 마음은 마지막 전략, 즉 업계의 선두주자가 되는 전략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 전략이 해당 회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역량에 가장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기업의 선택은 이와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역량과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 기반 전략 과정은 이와 마찬가지로 ‘시장 회복(market back)’에 대한 열망(비즈니스 리더가 유지하고자 하는 위치)과 ‘필요한 역량(capabilities forward)’에 대한 우려(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 능력)를 고려해야 한다. 그 토론의 과정에서 네 가지 경영 전략 학파의 아이디어, 즉 업계 내에서 난공불락의 위치를 유지하는 방안, 새로운 역량을 기반으로 한 실행 경영, 경쟁 압력에 대한 신속한 적응,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등 말이다. 이러한 과정을 밟아 가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들은 때로는 매우 힘겨운 모색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해당 기업은 고도의 일관성을 획득할 수 있다.
 
경영 전략 분야가 다수의 기업들로 하여금 이러한 대화를 효과적으로 나누게 하는 데 무려 반 세기가 걸렸다.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경영 전략을 통해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개별 기업의 고유한 정체성과 환경에 맞게 승자의 자격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한 도구도 이미 나와 있다. 기업이 마주해야 하는 엄중한 현실을 생각해 볼 때, 경영 전략 지식에 대한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체사레 마이나르디(Cesare Mainardi)는 부즈 앤드 컴퍼니의 북미담당 전무이자 경영위원회 일원이다. 폴 레인완드(Paul Leinwand)와 함께 <핵심 이점: 역량 중심 전략으로 승리하는 법(The Essential Advantage: How to Win with a Capabilities-Driven Strategy, Harvard Business Press, 2010)>을 출간했다. 아트 클라이너(Art Kleiner)는 strategy+business의 편집자이자 <이단자의 시대: 기업 경영을 재창조한 급진적 사상가의 역사(The Age of Heretics: A History of the Radical Thinkers Who Reinvented Corporate Management, Jossey-Bass, 2008)>의 저자다. 이 글에 언급된 전략가 중 램 차란(Ram Charan), 월터 키첼(Walter Kiechel),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 C.K. 프라할라드(C.K. Prahalad)는 모두 s+b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다른 인용자들도 모두 s+b의 편집진이나 부즈 앤드 컴퍼니 혹은 경쟁사와 일정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와는 무관하게 이들 각 개인들의 기여도와 영향력을 평가했음을 알려두는 바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컨설팅회사 부즈 앤드 컴퍼니가 발행하는 경영전문 계간지 strategy+business 2010년 겨울호에 실린 체사레 마이나르디와 아트 클라이너의 ‘The Right to Wi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www.strategy+busin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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