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구성요소

사업모델 혁신, 고객 재발견에서 출발하라

72호 (2011년 1월 Issue 1)

 
 
 
<비즈니스위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수천 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매년 50대 혁신기업을 발표한다. 2008년도 설문조사에서는 예년에는 포함하지 않던 하나의 항목을 추가했다. 이는 해당 연도에 선정된 50개의 기업이 어떤 면에서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음의 4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로 분류됐다.
 
첫째, 혁신적인 공정개선(innovative process)으로 알려진 기업들(Toyota, GE 등), 둘째, 혁신적인 제품(innovative product)으로 유명한 기업들(3M, Samsung, Honda 등), 셋째, 혁신적인 고객경험(innovative customer experience)을 추구하는 기업들(Amazon, Google 등), 넷째,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innovative business model)로 알려진 기업들(Reliance, Vodafone 등)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4개 그룹의 기업들 중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알려진 기업들의 수익률과 성장률이 각각 평균 16%대, 7%대로 다른 그룹의 기업들보다 월등하게 높았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무엇인가? 비즈니스 모델이란 용어는 1990년대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닷컴(.com) 기업들이 등장하는 신경제(new economy) 시대에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했지만 학계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의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정의들로부터 다음의 공통요소를 뽑아낼 수 있다.
첫째, 고객의 니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둘째, 새로운 가치를 창조/제공하며, 셋째,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 요소들만 보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의 정의는 매우 유사하다. 그 이유는 외부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시기에는 대체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간의 일대일 매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자는 말에서 철도, 자동차, 비행기로 이어지는 교통수단의 발달은 기술의 발달인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과거에는 주로 기술의 변화를 중심으로 설명을 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개념은 전략이라는 개념에 항상 내재돼 있어 왔다는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전략경영에 관한 교과서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표현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독립된 분야로 다루기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외부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사업분야에서도 끊임없이 가치를 창조해야 하고 이윤을 획득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만 하고 때로는 동시에 여러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때 전략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선택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경쟁우위와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극대화해 나가는 선택을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이 글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은 (1)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customer value creation), (2)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획득하는 구체적인 방법인 수익모델(profit model), (3)앞의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구조(organizational arrangement)의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되고 완성된다고 본다.(그림1) 세 가지 구성 요소들은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지만 개념적인 이해를 위해 가치창조, 수익모델, 조직구조의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1.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1)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과연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업들은 단순한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절교육이나 제품/서비스 구매 후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경쟁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기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 선도기업들은 고객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부분을 먼저 찾아내기 위해 첨단 고객관계관리(CRM) 기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또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 좋은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지 않는다. 이는 경영자들이 현실에 안주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많은 기업들이 기존 고객, 특히 충성스러운 핵심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잘 짜인 조직과 전략에 너무 충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여기서 기존 고객이란 우리 기업의 고객만이 아니라 경쟁사의 고객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우리가 속한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이 생각하는 고객의 합집합을 말한다. 대개의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우리 산업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를 구매했거나 구매 의사를 갖고 있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제품/서비스의 특성을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향상시켜서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속하지 않은 비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된다.
 
닌텐도 위(Wii)의 성공은 기존 게임기기 업체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고객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의 남성으로 대표되는 게임산업의 전통적인 핵심고객들을 더 만족시키기 위해 경쟁사인 Sony나 Microsoft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쳇바퀴에서 벗어났다. 닌텐도는 ‘전체 인구의 대다수는 왜 게임을 하지 않을까’라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비소비자가 기존 게임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벽(예를 들어, 너무 화려한 그래픽과 너무 복잡한 게임 내용)을 제거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기기인 위를 개발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기존 고객 중심의 사고 때문에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상용화를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록스의 연구개발센터인 PARC(Palo Alto Research Center)에서 개발된 PostScript 기술, 네트워크 라우터(router) 기술 등은 제록스의 주력제품인 복사기 고객들에게 더 좋은 복사기를 제공하는 데에는 유용하지 않은 기술들이었다. 때문에 제록스는 이를 적극적으로 상용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Adobe, 3Com과 같은 기업들은 이 기술을 사용해 성공을 거두었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듀퐁이 1960년대에 개발한 케블라(Kevlar)는 기존 소재에 비해 훨씬 강하고 고온에서도 안정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듀퐁은 당시 핵심 고객이었던 타이어회사들이 기존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보다 강도가 훨씬 높은 케블라를 이용한 타이어코드를 환영할 것으로 생각하고 케블라 타이어코드의 상용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타이어회사들도 초기에는 여기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은 케블라보다 강도가 훨씬 떨어지는 스틸코드를 채택했다. 실제로 케블라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방탄조끼나 헬멧 등의 보호장비와 오디오기기 등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즉,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를 사용하던 고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케블라를 이용했으며, 듀퐁이 이를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와 같은 현상의 근간에는 기업의 정체성(identity) 문제가 깔려있다. 위에서 언급한 제록스나 듀퐁처럼 안정적인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계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뛰어난 해결책을 제시해 온 선도기업들은 핵심고객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이며, 또 이미 개발된 기술을 어떻게 상용화할 것인가와 같은 중요한 전략적인 문제들을 자신의 시각보다는 기존 핵심고객의 사업관점에서 보게 된다.
 
듀퐁 사례로 돌아가 보자. 예전에 개발했던 나일론과 같은 신물질을 타이어 제조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듀퐁은 케블라 개발 이후에도 타이어 제조회사들이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이어코드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듀퐁의 진정한 정체성은 신소재기업이며 타이어코드 사업은 중요한 사업영역 중 하나일 뿐이었다. 신소재기업이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게 되면, 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즉 고객을 발견 및 육성하고 수익 모델도 여기에 맞춰서 만들어나가야 한다.
 
(2)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경쟁사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하지만 과연 성능 향상과 기능 추가가 고객만족으로 직결되는가? 스마트폰 시장에 충격을 던진 애플의 아이폰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하던 스마트폰에 비해 뛰어난 화질과 고화소의 카메라, 더 빠른 중앙연산처리장치(CPU)를 장착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여러 가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능적 측면에서 더 높은 성능을 지닌 제품이나 서비스가 항상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구매의사 결정의 잣대인 성능(performance) 또는 품질(quality)이라는 개념이 일정하게 고정된 속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 등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함께 진화하기 때문이다.(그림2)
 
 
한 산업이나 제품의 초창기에는 기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하도록 해 주느냐 하는 기능성(functionality)이 성능의 중요한 속성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PC 산업의 초창기에는 컴퓨터가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빠른 속도로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연산속도가 빠른 제품이 각광을 받았다. 또 연산속도가 빠르면 다른 속성들, 예를 들면 디자인, 편의성, 가격 등이 경쟁제품들보다 다소 떨어져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속도가 빠른 컴퓨터를 구매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PC의 기반기술이 향상되자 대부분의 제품들이 연산속도라는 기능성 면에서는 일상적인 문서작업을 처리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성능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연산속도의 증가분에 대해 소비자가 지불하려는 의도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연산속도 외의 다른 기준, 즉 PC가 다운되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라는 신뢰성(reliability)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신뢰도를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연산속도와 같은 기능성 위주에서 갑자기 의사결정의 기준이 급격하게 변화했다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연산속도의 향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가 줄어들고 예전에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안정적인 시스템에 대한 지불의사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신뢰성에 대한 욕구를 잘 만족시켜주는 제품들이 더 높은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 경쟁사들도 신뢰성을 높이는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신뢰성 면에서 차별화하기가 어려워지며 고객들은 기능성과 신뢰성 이외에 지금까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던 속성을 만족시켜주는 제품을 찾게 된다. 흔히 이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속성이 편의성(convenience)이라는 개념이다. 편의성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품의 스펙을 변경할 수 있는 정도(customization 또는 flexibility), 얼마나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어 놓는가(speed-to-market), 제품을 얼마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가(convenience) 등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델(Dell)의 PC는 경쟁자들의 제품에 비해 성능이 더 뛰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델은 고객이 원하는 스펙의 컴퓨터를 주문할 수 있고 개별 주문한 컴퓨터가 2∼3일 내에 원하는 곳으로 배달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고객가치(유연성과 스피드)를 통해 급격한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독특한 공급망 관리와 고객과의 직거래를 통해 유사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중요한 성공의 요인이었지만 델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었던 기업고객들이 더 중요하게 고려했던 속성은 구매가격보다는 유연성과 스피드였다.) 애플 아이팟(iPod)의 결정적인 성공 요인은 경쟁사들보다 더 용량이 크거나 음질이 좋았다기보다 원하는 음악을 인터넷 상에서 쉽게 구매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 아이튠스(iTunes)를 통해 소비자들이 디지털 음악과 mp3 플레이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편의성을 높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iPod의 매출이 iTunes가 출시된 2003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처럼 편의성 측면에서도 제품 간의 차별화가 어려울 경우 가격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성능이라는 차원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기능적인 측면이라는 일차원적이 아닌 다차원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고객들이 특정 속성에 얼마나 만족했는가에 따라 다른 속성을 추구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경쟁의 근간이 되는 성능의 구체적인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진화의 과정을 짚어낼 때에만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조해 낼 수 있다. 한 산업을 주도했던 기업들이 과거의 성공을 이끌어왔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뛰어난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그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들의 마음 속에 있는 ‘성능’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추구하는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타깃으로 정한 고객군(기존 또는 새로운 고객집단)이 다양한 성능의 속성 중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만 한다.
 
2.수익모델 (Profit formula)
고객이 기꺼이 구매할 용의가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곧바로 이익의 증대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 비즈니스모델에서 수익모델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한 산업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익모델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기기 산업에서는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종종 면도기-면도날의 관계로 표현되는 수익모델을 추구해 왔다. 특정 회사의 면도날을 한 번 구입하면 소모품인 면도날을 구입할 때에는 대부분 면도날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면도날을 구매한다. 따라서 면도기 제조업체들은 가능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때로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능하면 많은 고객들이 자사의 면도기를 구매할 수 있게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통해 면도날의 판매로 손실을 보전해 나간다. 비디오 게임기기 업체들도 게임기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게임기기는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대부분의 이익을 소프트웨어 판매로 거둬들인다. 이는 오랫동안 비디오 게임기기 산업에서 경쟁의 법칙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닌텐도 위(Wii)는 최고의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 마니아가 아닌,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성능에 만족하는 전통적인 비소비자를 공략하려고 했다. 전통적인 비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제품은 한두 세대 정도가 지난, 따라서 가격이 매우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도 충분히 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Wi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이나 소니의 PlayStation 3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 그 결과 닌텐도는 저렴한 판매 가격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게임기기 판매를 통해서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없다는 전통적인 수익모델을 깨고 게임기기 판매에서도 상당한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유럽의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는 한 도시의 가장 큰 공항이 아니라 조금 떨어져 있는 작은 공항을 이용함으로써 공항 이용에 따른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항공사와 유사하다. 하지만 Ryanair는 독특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었다. 바로 전통적으로 항공사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던 서비스를, 반대로 돈을 받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항공사가 공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항의 활주로와 체크인시설 사용 등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Ryanair는 대도시 주변의 한적한 공항을 이용하면서 공항에 매달 일정 수 이상의 고객이 공항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보장을 하는 조건으로 오히려 공항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았다. 한적하던 공항에 이용객이 많아지면 공항은 음식점 등 부대시설을 통해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 공항 주변의 숙박시설이나 관광명소 등의 활성화를 통해서도 추가 이윤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공항 입장에서는 Ryanair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충분했다. Ryanair의 웹사이트는 거의 항상 유럽각지의 도시를 2만 원 미만의 저렴한 비용으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광고한다. 이는 Ryanair가 공항과 계약한 기간 중 공항에 보장한 고객 수보다 적은 경우 항공료를 뚝 떨어뜨려서 해당 도시를 방문할 계획이 없었던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것이다. 즉, Ryanair가 공항에 약속한 고객 수를 맞추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수익모델 또한 전통적인 서점의 수익모델과는 아주 달랐다.(그림3) 평균적으로 서점은 서적을 공급받은 후 90일 후 대금을 결제한다. 하지만 실제로 서적이 고객에게 판매되는 시점은 서점의 재고로 들어온 지 약 5.5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따라서 서점은 약 2.5개월 동안의 운영자금과 그에 관한 이자를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Amazon.com은 일반 서점보다 한달 가량 빨리 출판사에 대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책의 회전이 워낙 빨라서 서적을 공급받은 후 약 2주면 판매되기 때문에 운영자금에 대한 부담이 매우 작다. 따라서 일반적인 서점보다 더 높은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이나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이는 3개월 전에 PC를 생산한 후 중간상을 통해 판매했던 PC업체들과 달리 주문을 받은 후 2∼3일 만에 생산과 배송을 마친 델이 운영자금 측면에서 누릴 수 있었던 여유와 같다.
 
 
<표1>는 각기 다른 형태의 소매업 간의 수익모델을 보여준다. 백화점은 다른 형태의 소매업에 비해 매장의 위치,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 부대시설의 구비 등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평균 마진율을 40% 정도로 책정해야 적정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업은 평균 마진율을 5% 정도만 책정해도 재고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재고투자에 들어간 자본에 대한 수익률은 백화점과 유사한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 기업들은 종종 수익모델을 평균마진율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평균마진율은 복잡다단한 기업활동의 성과를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지표로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때로는 평균마진율이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적절한 성과기준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2>는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수익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3.조직구조(Organizational arrangement)
많은 기업들이 고심 끝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과의 조화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기존 조직은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오랜 기간 잘 조율된 기계처럼 매끄럽게 움직이면서 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새롭게 도입하려고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고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약간의 불협화음이 일어나더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존 조직구조 내에서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조직이 큰 잡음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천에 옮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첫째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점검에 점검을 거듭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지라도 막상 실천단계에 접어들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때문에 예상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훨씬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거나 아예 예상 수익률 달성 자체가 의문시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기존 조직으로부터 회의적인 견해가 형성되고 조직 내에 이런 견해가 확산된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고 있는 조직은 서둘러 이익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인한 다급함으로 현명하지 못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기존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던 조직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에 의한 관리(MBO·Management by Objectives) 등 재무적인 성과를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는 데 동일한 기준을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도 적용하면서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 조직전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 기존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공유를 요구할 때가 많은데 이 또한 새로운 조직의 목표달성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조직의 자원을 함께 사용하게 되면 기존 조직의 작업방식(routine), 시스템, 판단 기준 등도 부지불식간에 함께 새로운 조직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작업방식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원천적으로 다른 수익모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흔히 발견된다. 비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제품보다는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미니컴퓨터를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한 PC는 연산속도라는 성능 면에서 보면 매우 열등한 제품이었다.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미니컴퓨터가 가격이 2만∼3만 달러, 영업이익률이 40∼5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PC의 5000달러의 가격과 30% 정도의 영업이익률은 매력적이지 않은 기회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잠재고객을 고려한다면 단위당 영업이익률은 이전의 컴퓨터에 비해 떨어지지만 투하자본에 대한 수익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PC산업으로의 진출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이는 앞서 <표1>에서 살펴본 유통업의 사례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조직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될 때 성공의 확률이 높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작업방식, 시스템, 평가체계, 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전략적 시사점
1980년대의 전략경영은 산업의 구조를 분석한 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유지해 나가는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류의 외부환경분석이 주를 이뤘다. 또 1990년대에는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내부환경분석이 각광을 받았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기업의 내부나 외부 중 한쪽에 부각시키기보다 내부의 역량과 외부의 기회가 만나는 접점(interface)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정확한 (비)고객분석을 통해 창조된 가치와 이를 획득하기 위한 수익모델이 적절한 조직구조를 통해 관리될 때 한 기업 내에서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 유지될 수 있다고 보는 전략가 중심의 관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로 언급됐던 닌텐도가 최근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기술,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잘 보여준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게리 하멜은 성숙해져 가면서도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백발의 혁명가(gray-haired revolutionaries)’라고 칭했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 전략, 혁신, 기술 진화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