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서울대CFO전략과정 CASE STUDY

“매출도 시설도 포화… 이젠 팔수록 손해?” 과감히 버렸다, 화려하게 부활했다

70호 (2010년 12월 Issue 1)

  
 
 
 
충북 청원군 한화 L&C 부강공장. 건축 장식재인 A제품의 생산 라인에서는 증설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주문이 밀려 들어와 공장을 풀가동하는데도 이를 모두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이 제품은 사업 철수까지 검토됐던 미운 오리 새끼였다. 당시 중소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자가 난립했고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요가 줄어들었다. 특히 대기업 특성상 설비 규모가 크고 인건비도 많아 고정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 온 마케팅 담당 임원은 동네 중국집에 비유하면서 “이것 저것 팔면 결국 수익만 떨어진다”고 일침을 놓았다.
 
기로에 섰던 한화 L&C는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강도 높은 효율화 작업을 벌이는 등 일련의 경영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로 했다. 수익에 도움되는 제품만 뽑아서 판매량을 늘리되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과감하게 생산을 중단했다. 또 설비시설도 효율화해 고정 비용을 낮췄다. ‘보이지 않는 비용’과의 전쟁도 치렀다. 매출 채권을 줄이기 위해 ‘외상 제로 선언’을 하고 현금을 주는 업체와 거래하는 한편 재고를 최소화해서 원가를 절감했다. 최웅진 한화L&C 사장은 “버려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그 결과 바닥 장식재인 A제품 사업은 레드오션에서 탈출해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했다. A제품을 비롯한 경영 혁신 대상 품목의 영업이익은 5배로 증가했다. 또 일부 품목은 오히려 사내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품목 중 하나로 꼽혔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세운 덕택에 월풀과 샤프, 미쓰비시전자, 하이얼, IKEA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 제품을 공급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김영한 한화 L&C 재경 부문 상무와 홍순유 장식자재사업부 데코영업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2008년 진행된 한화 L&C의 사업 합리화 및 효율화를 통한 경영혁신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기로에 부딪힌 성숙 사업, 고정비>공헌이익
한화 L&C는 전통적으로 표면 장식재와 건축 자재 업계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중소기업들이 시장에 난립한 데다 중국 제품까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품질 수준을 갖췄다. 대기업 제품이라고 해서 프리미엄을 인정받지 못했다. 또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제품 가격은 떨어졌다. 한때 30%대에 이르렀던 한화 L&C의 시장점유율은 15%로 추락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회사 전체의 매출액은 2005년부터 평균 18% 성장했지만, 수익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한화 L&C는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전사적 혁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당시 3년간(2005∼2007년) 영업이익률이 저조하지만 개선 노력을 기울이면 수익을 높일 여지가 있는 품목을 추려냈다. 영업이익률이 3% 이하이면서 성장성이 있는 4개 품목을 선정했다. 이들 4개 품목의 매출액은 2005년 1379억 원에서 2007년 1923억 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500여 명의 생산직과 사무직 인원이 4개 품목에 매달렸지만,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특히 이들 4개 품목의 투하자본이익률(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4개 품목의 ROIC는 2005년 -2%, 2006년 -2%, 2007년 -3%로 계속해서 감소하기만 했다. 대개 제조업 ROIC는 15% 안팎이어야 하는데, 4개 품목의 ROIC는 아예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 4개 품목 이외의 품목까지 합해 살펴본 한화 L&C 전체의 ROIC 역시 10%에 그쳐 사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쯤 되니 회사 전체의 수익을 갉아먹는 4개 품목 사업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적어도 이들 4개 품목에 한해서는 사업하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ROE(Return on Equity·자기자본이익률)는 기업의 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주주 입장에서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여기서 이익은 각 회사별로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또는 세전영업이익 등 이익을 나타내는 각종 수치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용한다. ROE가 높다면 수익성이 높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ROE만 이용해 수익성을 평가하면 착시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금 투자가 필요한 투자방안에서 자본비용이 높은 주식발행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자본비용이 적은 부채를 이용해 현금을 조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부채비율이 증가하면 기업 전체적으로 위험수준이 증가하지만, 이 경우에는 전체적인 자본비용이 낮아지므로 ROE가 증가하는 것처럼 표시되는 문제가 있다. 즉, ROE만 이용해서 수익성을 평가할 때 위험부담을 더하면 할수록 ROE가 증가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 동안 몰락한 선진국 여러 금융회사들의 자본구조를 보면 부채비율이 수천 %에 달했다. 이는 대개 ROE 만으로 수익성을 평가해서 보너스를 지급하므로, ROE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빌려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공격적으로 위험한 자산에 투자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위기가 시작되자마자 불과 몇 달 만에 그렇게 수익성이 높던 회사들이 갑자기 파산한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OA(Return on Assets·총자산이익률)를 보완적으로 사용한다. ROA는 기업의 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자본을 통해 현금을 조달했든 부채를 통해 현금을 조달했든 관계없이 회사가 조달해서 사용한 총 자산의 금액에 따른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보여준다. 부채와 자기자본을 합친 총자산을 분모로 사용하므로, ROE보다는 부채 규모가 평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투하자본이익률)는 ROA를 더 발전시킨 개념이다. 이는 이익을 투하자본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에서는 실제로 생산에 사용되고 있는 자산도 있지만 필요없는 유휴자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유휴자산을 제외하고 실제 생산활동과 관련돼 있는 일부 자산(= 투하자본)만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 지표는 외부 정보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유휴자산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므로 직접 계산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유용하다. 내부적으로 각 제품이나 사업부에서 실제 사용하는 자산규모와 그 자산을 사용해서 창출하는 이익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제품별 수익성을 평가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최종학 교수는 “자금 조달에 대한 의사결정이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므로 제품별 담당부서 입장에서는 부서에서 사용하는 투하자본이 부채/자기자본 중 어느 원천에 의해 조달했느냐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다. 따라서 ROIC는 부서가 실제로 책임질 수 있는 부분만을 갖고 평가하는 것이므로, 내부 부서별 성과 평가 시에는 ROIC가 더 합리적인 평가지표”라고 설명한다.
 
 
4개 품목의 사업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영업 일선에서 무조건 매출액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했다. 당연히 영업 사원들도 매출이 최우선이라는 마인드를 갖게 됐다. 사업부는 주 단위 매출 실적 달성 여부로 실적을 평가 받고 있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일단은 영업 인력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려 했다. 또 수요가 생기면 즉시 매출을 올리려고, 다양한 패턴의 재고를 보유했기 때문에 재고 비용도 높았다. 영업 일선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단발성 수주라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소량이라도 즉시 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산 설비를 당연히 풀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탓에 매출을 열심히 올리는데도 수익성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정비가 지속적으로 늘었다. 2007년 고정비가 전체 비용의 23%로, 공헌이익(매출액―변동비) 수준인 20%보다 높았다. 아이템 별로 소량 유통되면서 대량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산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점차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나빠졌다.
보통 생산량이 늘어나면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생산 시설을 풀가동하는데도 단가 경쟁에 따른 판매 가격이 하락하고 고정비율은 더욱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정제조간접비의 비중이 높으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주로 하는 복잡한 제품군을 유지할 경우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에 비해 생산 로트(lot, 한 제품에 대한 고유 번호), 즉 배치(batch) 수가 증가한다. 결국 다수의 제품군 존재에 따른 고정비 증가요인에 더해져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한화 L&C가 바로 이 경우였다. 따라서 당시 한화 L&C는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익을 거의 발생시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영업부서는 이런 변화에 둔감했다. 오히려 거래처를 유지하고 매출 역시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감수했다.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팽배했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경기 침체와 시장 경쟁력 악화 등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렸다. 내부에서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4개 품목의 매출액인 1923억 원은 당시 전체 매출액의20%에 달했기 때문이다.
SWOT 분석을 통해 찾은 실마리
한화 L&C는 사업 현황을 냉정하게 살펴보기 위해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 분석에 나섰다.
강점으로는 대기업 브랜드를 통해 국내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과의 거래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데다, 폴리염화비닐(PVC)과 폴리프로필렌(PP) 소재 관련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 개발/디자인 조직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었다. 반면 약점도 적지 않았다. 중소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기술이 평준화됐다. 일부 제품군은 차별적인 기술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창조적인 디자인을 선보이지 못하고, 고정비가 커져 원가 경쟁에서 열위인 점은 약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기회는 있었다. 앞으로 친환경, 에너지 효율, 가치 소비가 추세로 시장이 변화하면 한화 L&C의 선도적인 기술을 이용해 진출할 수 있는 제품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환경 친화적인 브랜드인 ‘칸스톤’은 99% 순도의 석영(Quartz)을 사용하는 최고급 제품이었다. 국내 기업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수출기회도 많아지고 있었다. 2007년 캐나다에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에서의 생산활동도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물론 위협 상황도 있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시장에서 위상이 떨어지고, 공장 내 설비 합리화 작업도 지연되고, 개발 속도나 투자 역시 지연되고 있었다. 시장 주도권을 상실한 셈이었다.
 
이를 모두 감안해봤을 때 확실한 것은 한화 L&C 의 브랜드 파워가 시장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잠재력도 높다는 점이었다. 한화 L&C는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해 영업 마인드를 혁신하고, 생산 설비의 효율적 운영 및 원가 절감, 재무 지표 관리를 통해 고수익, 고품질 제품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사생 결단의 순간, 안되면 문닫는다
이렇게 해서 결단의 시기가 다가왔다. 한화 L&C는 1년간 합리화 작업을 해본 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을 철수하기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조직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신도호 장식자재사업부장(상무)이 총대를 맸다. 그는 한화 L&C의 사업구조를 백화점식 메뉴를 갖춘 동네 중국집에 비유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해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만두도 팔고 자장면, 짬뽕, 팔보채, 탕수육 등 손님이 원하는 모든 요리를 준비하는 동네 중국집식의 영업을 하면 안됩니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만 해주다 보면, 여러 재료(재고)를 구비해놔야 합니다. 음식의 질을 높이는 좋은 재료를 쓰기보단 당장의 맛을 좋게 하려고 인공 조미료만 쳐대게 되지요. 결국 음식 맛도 나빠지고 손님의 발길도 끊기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잘할 수 있고, 수익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추려서 명품 메뉴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한화 L&C는 4개 품목을 ‘명품 메뉴’로 삼기로 했다. 우선 4개 품목을 맡는 조직을 1개 사업부로 합쳤다. 부서 명칭은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전략 사업부’로 정했다.
그리고 가장 기본부터 시작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세웠다. 기존에는 ‘Sales=Cost + Profit’이라는 등식으로 영업했다. 즉, 매출이 증가하면 이익이 증가한다는 생각이었다. 매출이 증가하면서 매출 채권이나 재고 자산, 지급 어음 등 운전 자본(working capital)이 늘어가는 건 불가피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운전 자본은 기업이 생산 및 판매 활동에 필요한 돈으로, 매출이 늘면 운전 자본이 증가하는 게 당연하다. 적정 규모의 운전 자본으로는 단기 부채를 갚거나 각종 경비를 충당하면서 기업이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 자본이 과도하면 외부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바꾸는 게 시급했다. 즉, 이익 창출에 우선을 두고, 기존의 등식을 ‘Profit=Sales - Cost’로 바꿨다. 매출이 아닌 목표이익을 먼저 정해 놓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유효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예전에는 판매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가격이나 판매량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기준을 이익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였다. 인식 변화 자체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현업에서는 저항이 적지 않았다. 김영한 한화 L&C 상무는 “구성원의 동의가 일단 있고, 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면서 “직원들과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져서, 회사의 의도를 알리고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한화 L&C는 △유효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익 지향적인 영업을 펼치고 △대내외 환경 변화를 활용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며 △재무 건전성을 높여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내용의 ‘3대 핵심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1. 수익 지향 영업
수익 지향 영업은 품목 재조정과 설비/운영 효율화 두 방향으로 이뤄졌다.
 
1)리포지셔닝과 리스트럭처링
먼저 돈 되는 품목을 가려내는 게 급선무였다. 저가 품목이나 저수익 품목은 과감하게 퇴출하고, 고가 품목 및 고수익 품목 판매 확대에 역량을 집중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판매할 품목을 가려내기 위해 파레토 그래프 분석을 했다.
기존에는 단기 실적에 집착해 저가/저품질 시장에서 단가 인하를 통해 쉽게 매출 실적을 달성했었다. 결국 저가 시장에서 철수하지 못하는 유혹에 빠졌고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로 했다. 중소기업도 만들 수 있는 제품은 과감하게 버리고 오직 한화 L&C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에 집중했다. 제품의 리포지셔닝(repositioning)과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을 통해 프리미엄화하기로 했다. 당시 한화L&C는 무려 500여 가지의 세부 품목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매출 이익률 20% 이상인 제품만 유효 제품으로 선정해서 집중 판매하기로 했다.
 
1단계로 선정된 저수익 저성장 제품군, 즉 ‘형편없는 품목(Dogs)’이 전체 매출액 중 25%나 됐다. 즉시 판매를 중단했다. 중소기업도 만들 수 있고 기술력에 차이가 없는 제품군은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컵은 물을 비워야 새 물을 채울 수 있듯이 버리는 게 중요했다.
 
2단계로 부가가치가 높지는 않지만 시장성은 있는 제품들을 가려냈다. 이른바 ‘판단 유보 품목(Question)’들이었다. PVC와 PP, 폴리우레탄 시트 제품군이 선정됐다. 이 제품군은 중소기업에 아웃소싱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매출 비중의 30%에 해당했다.
 
3단계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 즉 ‘캐시카우(Cash Cow)’와 ‘스타(Star)’ 품목을 선정했다. 이 품목군이야말로 합리화 작업의 관건이었다. 판매량을 키워 전체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한화 L&C 만의 고유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고급전자 제품의 표면 마감재와 무늬가 들어간 고부가가치 시트지 등이 포함됐다. 1, 2단계에서 나온 여유 인력과 설비를 바탕으로 3단계에서 선정된 품목에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 L&C는 단기적 매출 감소도 감수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가구업체에 가구의 표면재를 오랫동안 납품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원가는 오르는데 가격은 제자리였다. 한화 L&C가 가격 인상을 요구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 예전 같았더라면 낮은 가격에라도 거래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신감을 갖고 일부 가격을 올려주겠다는 품목만 납품하고, 그렇지 않은 품목은 과감하게 거래를 끊었다.
 

 
한화 L&C는 성숙 사업군의 품목을 재편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과 성장사업 분야의 개발도 병행했다. 전통적인 건축 자재 사업에서 첨단 소재 사업으로 수익 모델을 바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08년 각 사업군별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기존 건축 자재 중심의 성숙사업군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 소재 등의 신성장동력 사업군과 경량화 복합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사업군 위주로 재편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2007년을 기준으로 매출은 성숙사업이 71%에 달했고 성장사업은 27%, 신성장동력사업은 3%였다. 이를 2015년 성숙사업을 41%으로 줄이는 반면 성장사업은 30%, 신성장동력사업을 29%로 키우는 게 골자다.
 
 
신성장동력사업으로 꼽힌 태양광 핵심 소재인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는 태양광 모듈의 셀을 직접 보호하는 소재로 최소 20년의 내구성을 지녀야 한다. 이는 일본 미쓰이 등 글로벌 상위 5개사가 세계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어서 국산화가 절실한 부문. 한화 L&C는 2015년 EVA 시트 세계 3위 진입을 목표로 생산량을 2015년 5만t, 2020년 1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휴대전화 등의 터치 스크린 핵심소재인 투명전극(ITO) 유리도 신성장동력사업에 포함시켰다. 한화 L&C는 이를 위해 2015년 2조5000억 원 신규 매출을 목표로 충북 음성에 EVA 시트 5만t, ITO 유리 1억 셀을 연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성장 사업군은 경량화 복합소재를 생산하는 미국 유럽에 법인을 확대하고 있다. 냉연강판과 비슷한 수준의 강도가 높으면서 플라스틱처럼 가벼운 소재를 만드는 것. 현대차를 포함해 GM, 포드, 도요타 등에 공급하고 있다.
 
 
 
2)설비/운영 효율화
비핵심 설비도 매각에 나섰다. 저수익 제품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에 관련 설비 7개를 매각했다. 또 일부 설비는 유효 제품군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로 전환했다. 표면을 부드럽게 하는 설비인 CAL(연속소둔, Continuous Annealing Line)을 태양광 소재를 제조하는 설비로 개조하는 식이다. 또 공장 간 통합과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반제품과 완제품 제조 시설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물류비도 아낄 수 있게 됐다. 당시 한화 L&C는 충북 청원 부강에 부강1,2,3 공장, 경남 진해에 진해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생산을 부강공장에서 하기로 했다.
 
여유 인력이 불가피하게 생겨났지만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아웃소싱 회사나 부강 공장에 재배치했다.이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CEO가 새로운 성장 사업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밝혀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웅진 한화 L&C 사장은 “현장 직원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경영 혁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해공장 직원들이 부강공장으로 옮겨 가면 부강공장 직원들은 초과 근무를 못하기 때문에 소득이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부강공장 직원들은 진해공장동료를 흔쾌히 받아주는 등 회사에 대한믿음을 보여주고 동료를 배려했다. 회사와 구성원 간의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이를 혁신의 원동력(driving force)으로 삼았다.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합리화는 성장 아니면 죽음을 택하는 과정인데,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한화 L&C는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2. 시나리오 경영
시나리고 경영은 핵심 고객사를 선정해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STAR와 Cash Cow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해 해당 산업군의 선도 회사를 공략했다. 자동차와 가전, 가구 제조업체를 모두 대상으로 삼고 고객을 발굴했다.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스펙-인(spec-in)’ 효과를 누렸다. 고객사가 해당 스펙을 갖춘 제품을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고객사가 신제품을 추가 출시할 때까지 웬만해서는 거래를 끊지 않았다.
 
이와 함께 대형 고객사를 발굴하기 위해 고객사가 될 만한 메이저 업체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예전에는 중소기업을 주로 상대했지만 이제 대기업을 전담하는 팀을 꾸린 것. 영업사원, 디자이너, 연구개발(R&D) 직원 등이 함께 움직이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팀을 만들었다. 개발 부서와 영업 부서가 한 팀이 되니, 시장에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할 수 있었다. 또 이런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평사원에게 프로젝트 리더를 맡기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 요구에 맞춘 민첩성(agility)을 갖춘 팀을 만든 것. 또 과거에는 영업이나 R&D에 벽이 있었다면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 운영을 통해 벽을 허물 수 있었다. 또 물건을 미리 만들어 놓고 고객을 찾는 공급 위주의 판매 방식에서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고객 위주의 조직으로 바꿨다.
 
그 결과 국내 굴지의 전자 기업에 거래선을 뚫어 표면 마감재를 공급했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자 미쓰비시 전자 등 해외 기업에서도 물건을 대달라면서 스스로 찾아오는 등 주문이 몰렸다. 현재 이 표면 마감재는 연 평균 30% 성장하면서 생산설비를 추가 증설하고 있을 정도로 캐시카우로 탈바꿈했다.
특히 당시 원-엔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가전업체나 자동차 업체의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한화 L&C는 당시 국내 대기업은 표면 마감재를 주로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국산 부자재를 쓰면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것.
 
 
3. 재무건전성 높이기
-보이지 않는 비용과의 싸움
한화 L&C는 매출이 늘면서 운전 자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없애고, 보이지 않는 비용(invisible cost)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채권은 어음 제로, 100% 현금 수금을 원칙으로 삼는 특단의 조치를 들고 나왔다. 거래처에는 외상을 안 주기로 했다. 과거 매출 확대에 집착했던 영업 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매출에 사활을 걸었던 시절에는 물건을 외상으로 일단 ‘깔아놓고’ 영업했다. 현금 수금은 고작 30∼40%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외상이었다. 특히 어음 기간은 대개 180일이나 됐다. 어음 회수가 지지부진하면 이는 고스란히 대손처리를 해서 비용으로 기록되므로, 회사 이익을 갉아먹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을 모질게 먹고 외상으로 물건을 갖고 가겠다는 거래처에는 물건을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현금 수금이 90%에 이를 정도로 성과가 좋아졌다.
또 현금 수금을 독려하되, 매출 채권이 발생할 때에는 전달보다 항상 3∼5%는 더 회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대개 고객사로부터 전월 분에 대한 대금을 다음달 받기 때문에, 판매를 많이 한 달에는 매출채권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통해 당월 매출채권이 오르락내리락 해도 회수하는 매출 채권의 비율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재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데도 힘썼다. 원자재와 원료가 창고에 들어오면 15일 만에 소진돼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거에는 60일이었는데 현재 20일을 달성했다. 목표에 근접한 셈이다. 원자재 및 제품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정확한 미래수요를 예측(forecasting)하는 데 힘썼다. 영업 부문에서 공장에 최대한 정확한 주문을 넣는 게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영업 담당자는 공장에 주문하는 파일을 공유하면서, 틈 날 때마다 자료들을 업데이트하도록 했다.
 
과거 영업 담당자가 거래처에서 주문을 받으면, 공장에 그때그때 주문을 내렸기 때문에 매번 많은 비용을 발생시켰다. 필름을 인쇄할 때 로트(lot) 관리가 중요한데, 따로 주문하면 생산량이 적어도 원료와 기계를 바꿔 그때그때 생산했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고정 비용이 반복해서 발생한다. 하지만 바뀐 시스템 하에서는 영업 담당자가 일주일 전에 주문하지 않으면 생산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영업 담당자는 따온 주문을 미리 공장에 넣었고, 담당 팀장이 이를 종합해서 제품종류별로 묶어서 생산을 한꺼번에 했다. 이렇게 모아서 하면 원료 구매나 관리도 쉬워지고, 비슷한 패턴 및 색상을 모아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고객이 필요할 때 제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적시 공급도 포기했다. 긴급 주문을 받으면 기존에 생산에 사용되고 있던 라인을 중단시키고 새 제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건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원료를 도입할 때에는 JIT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매 쪽에서는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료가 들어오면 최대한 빨리 써서 재고 부담을 낮췄다.
재고에도 aging system을 도입했다. 문양(패턴)이 들어가는 제품은 유행에 민감하다. 유행이 지나면 쓸모 없어져서 버려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산 시스템에 영업사원이 패턴의 일련 번호를 입력해 판매량, 문양 출시 시기 등 각종 이력을 관리했다. 이를 통해 오래되고 실적이 저조한 문양은 단종시켜 재고 부담을 최소화했다.
 
합리화 작업의 성과
이런 합리화 작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우선 수익이 많이 나는 품목이 판매량도 많고 매출이익도 높았다. 여러 품목 가운데 Dogs, Question, Cash Cow, STAR 품목 순서대로 판매량에 비례해서 매출이익률도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합리화 작업 대상인 4개 품목의 영업이익률은 합리화 작업 시작 전인 2007년 1.82%에서 2009년 8.32%로 훌쩍 뛰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2007년 1923억 원에서 2009년 1960억 원으로 1.9% 오르는 데 그쳤다. 매출액은 제 자리여도 영업이익률이 5배나 높아지는 내실 있는 성장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각종 지표도 이런 결과를 반영한다. 같은 기간 ROIC는 5.3%에서 26.0%로 20.7%포인트 뛰었다. 인건비를 부가가치로 나눈 노동분배율은 64.2%에서 44.0%로 19.8%포인트 개선됐다. 인건비는 줄어든 대신 부가가치가 높아진 셈이다. 채권 회전일은 79일에서 61일로 감소했다.
한화 L&C는 합리화 작업의 성과가 좋아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500개에 이르는 품목에 대한 수익성을 매달 점검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품목은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품목 조정을 일상화했다.
 
성공 요인 분석
(1)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한 합리화 목표 제품군 선정 및 실행
한화L&C는 2008년 사업합리화 작업 시작 전에 철저한 분석을 실시해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제품군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끝냈다. 그 결과에 따라 제품들을 Star, Cash Cow, Question, 그리고 Dogs의 네 가지 종류로 구분했고, 각각의 구분된 카테고리에 따라 각기 다른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 Star 제품군은 현상유지, Cash Cow 제품군은 사업합리화를 통한 경영혁신, Question 제품군은 아웃소싱을 실시하거나 유보 후 관찰, 마지막으로 Dogs에 속하는 제품군은 과감히 포기했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발생한 유휴설비는 매각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줄이거나 다른 설비로 개조했다. 이와 함께 두 곳으로 떨어져 있던 공장도 한 곳으로 합쳤다. 직원들이 여러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도 실시했다. 이런 모든 실행절차가 성공적으로 완수됐다는 것은, 경영혁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계획과 평가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제품을 4가지로 구분하는 것과 미래의 시장상황에 대한 예측, 그리고 어떤 설비를 매각하고 어떤 설비를 어느 쪽으로 합치느냐 등의 의사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해 상당한 준비와 계획이 수립되고, 실행돼야 한다.
 
만약 별다른 계획 없이 갑자기 몇몇 제품군을 포기한다면 해당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던 설비가 유휴설비로 남게 되고 유휴인력도 발생한다. 신재용 교수는 “유휴설비와 인력의 보다 수익성이 있는 제품라인으로의 재배치 및 조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실제 비용 절감 효과 없이 장부상 유휴자원 비용(cost of unused capacity)만 늘어나게 된다. 한화 L&C는 철저한 사전 계획을 통해 이런 문제점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했다”고 평가한다.
 
 
또 평가기준도 이런 혁신내용에 따라 매출액이 아닌 수익성 위주로 재편했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더 팔도록 영업조직의 마인드를 변화시킨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준비 없이 사업합리화가 실행됐다면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2)리더십과 의사소통의 중요성
한화 L&C가 상당수의 제품군을 포기하고 생산설비를 이전하며, 생산방법도 변화시키고 일부 거래선을 포기한 것은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포기하고 생산 품목을 줄인다는 방침에 대해 영업이나 마케팅 담당 직원들은 앞으로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냐며 반발했을 수도 있다. 외상거래를 금지하고 현금거래만 하라는 방침도 마찬가지로 큰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회사정책의 결과로  기존 고객 일부도 떨어져나갔을 수 있다. 그 결과 혁신을 주도하는 몇몇 사람이 현실을 잘 알지 못하고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도 생겼을 수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현재 하는 일과 관습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새로운 변화를 싫어한다. 리더가 변화를 주장하면, ‘잠시 저러다 말겠지’ 하면서 피곤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변화에 저항하고, 변화가 실패하도록 은밀하게 훼방하는 사례도 생긴다. 따라서 경영혁신을 실시할 때 전 직원들이 혁신의 이유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힘을 합친다.
 
 
한화 L&C의 경우도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를 실시했다. 합리화 대상으로 삼은 사업부의 명칭까지도 회사가 사업부를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전략 사업부’로 정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직원들과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져서, 회사의 의도와 변해야 되는 이유를 직원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웅진 한화 L&C 사장은 “모든 변화는 저항을 수반하는데 문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회사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어서 일련의 혁신 작업이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점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3)성공적인 조직구조의 재편
경영혁신 이전 한화 L&C는 선주문 후생산 형태를 고수했다. 고객으로부터 영업사원이 주문을 받아서 공장에 연락하면, 그때부터 준비를 해서 생산에 착수했다. 계획도 별로 없었고, 대부분 다품종 소량주문이었으므로 생산 로트를 그때그때마다 바꿔야 했다. 설비 셋업 비용 등 상당부분의 고정제조간접비가 생산 로트 즉 배치(Batch)의 숫자에 따라 유발되므로, 이러한 다수의 소규모 생산 로트는 고정비 증가 등 비효율을 초래했다.
이런 생산과정이 경영합리화 이후부터 혁신적으로 변했다. 주문을 받고 준비를 해서 그때그때 생산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미리미리 어떤 특징을 가진 제품의 주문이 올 것이라는 계획 하에 생산을 준비했다. 실제 생산은 1주일 단위로 주문된 제품을 종합해서 작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생산과정이 변하려면 고객들의 주문형태가 우선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업사원, 디자이너, 연구개발 직원 등이 함께 움직이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팀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영업사원은 영업사원끼리,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끼리만 대화하고 움직이므로 부서 간에 대화가 상대적으로 단절돼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별 조직을 구성함에 따라 기업의 요구에 맞춘 제품을 미리미리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즉, 고객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전에 발굴해서 준비할 수 있는 형태의 조직이 된 것이다. 평사원도 공헌 여부에 따라 팀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됨으로써,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일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다. 그 결과 spec-in 제품군도 생산하게 됐다.
 
조직구조의 재편은 혁신의 효과가 일시적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나타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화 L&C의 성공 요인으로 조직구조를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진장훈(25, 한국외대 글로벌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회사 측의 요청으로 혁신을 단행한 품목의 구체적인 이름은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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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