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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dling the Growth Trap: The Case of Hanssem 제조-서비스 양 날개로 ‘5000억의 덫’을 넘다

박용 | 64호 (2010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진경(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국내 부엌 및 인테리어 가구 1위 회사인 한샘은 2002년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2년 연 매출액이 4700억 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40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005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743억 원이 줄어든 3885억으로 급감하며 위기가 찾아왔다. 국내 선두 업체라는 명성마저 무색해졌다.
 
한샘은 이후 원가를 절감하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며 절치부심 노력한 끝에 2007년 매출액 4000억 원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다고 이번에는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환율은 폭등했고, 원부자재 수입 가격은 치솟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엌가구 교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였다. 매출액은 또 다시 뒷걸음질 쳤다.
 
한샘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성장전략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원가절감 노력을 펼친 끝에 경기 순환에 따른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2009년 매출액 5000억 원을 돌파하며 부활을 알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88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기 기준으로 창사 이후 최대다. 영업이익도 151억7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증가했다. 경기 변동과 시장의 한계를 딛고 부엌가구 제조업 중심의 사업 모델을 토탈 인테리어 서비스 모델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본 것이다.
 
한샘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을 단행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을 실행에 옮겼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한국 대기업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DBR은 서비스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한샘의 도전과 성과를 최양하 회장과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심층 분석했다.
 
1.한샘, 5000억 원의 덫에 빠지다
국내 부엌가구 시장은 1조5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지만, 한샘과 같이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브랜드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했다. 대규모 영업이나 마케팅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영세 사업자가 생산하는 이른바 ‘비() 브랜드 제품’이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었다. 디자인, 품질 등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 진입장벽이 낮고 가격 경쟁이 치열했다. 대기업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신제품을 내놓으면, 곧바로 훨씬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디자인을 갖춘 ‘비 브랜드’ 경쟁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엌가구 제품의 수명주기는 짧을 수밖에 없었다. 디자인과 품질에 투자하더라도 과실을 얻어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게다가 시공과 물류 과정이 복잡해 대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결과 한샘과 같은 대기업들은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 중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에 부엌가구를 납품하는 건설회사 특판 사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부엌가구 제조업 중심의 사업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다.
 
전체 시장의 80% 이상인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부엌가구 시장에서의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건설사 특판 사업은 부동산 경기에 민감했고, 시장 변동성이 컸다. 특판 시장도 더는 대안이 될 수 없었다.
 
시장 상황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소득이 늘면서 삶의 질과 주거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부엌가구만 단순히 교체하는 수요보다 주택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부엌가구를 함께 교체하는 리모델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부엌가구 전문 대리점 대신 고객들이 리모델링을 맡기는 인테리어 전문점이 소비자와 제품이 만나는 접점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2.사업모델 전환을 위한 도전과 한계
①특판 사업 축소와 중저가 시장 진출 한샘은 2000년 이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식의 제조업 사업 모델을 유통 산업으로 확장하고 건설사 특판 중심의 B2B 사업에서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실험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했다.
 
한샘은 먼저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01년 중저가 모델 ‘밀란’을 내놓으면서 중저가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었다. 기존 유통 채널인 대리점을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춘 ‘밀란’을 선보여 첫해 매출이 30% 정도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밀란의 초기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한샘은 2005년 회사의 주력사업을 건설사 특판시장에서 소비자시장으로 바꾸는 야심찬 사업모델 개조에 나섰다. 건설사 특판 영업을 줄이는 대신 중저가 부엌가구 사업과 소파, 테이블, 장롱 등 인테리어 가구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특판 사업은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따라 요동을 쳤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방안을 뼈대로 한 2003년 10월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을 내놓고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에 나섰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로 2002년 급등했던 부동산 시장은 2004년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건설사 특판 영업은 낮은 수익성, 경기 변동의 리스크, 현금이 아닌 어음 중심의 결제 조건 등 세 가지 약점이 있다”며 “2005년 이후 건설사 특판 사업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거래를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②소비자 변화에 따른 인테리어 시장 공략 시도 한샘은 중저가 시장 공략과 함께 부엌가구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 접점으로 떠오른 인테리어 전문점 공략에 나섰다. 이를 위해 2004년 인테리어 사업자를 겨냥한 ‘인텔’ 상품을 새로 내놨다. 하지만 옥상옥(屋上屋)처럼 유통 채널은 더 복잡해졌다. 기존 대리점 중심의 유통 채널은 인테리어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되는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한계를 보였다. 제품이 25∼30%의 마진을 보장해주는 대리점 유통 채널을 거치다보니 판관비 부담이 없는 영세 사업자들이 내놓는 중저가 제품보다 여전히 30∼40% 비쌌다. 게다가 인테리어 사업자를 공략해야 하는 대리점들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력 사업이었던 건설사 특판이 크게 줄자 2005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외형축소 현상이 나타났다. 특판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만큼 중저가 브랜드와 인테리어 가구 매출의 성장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결국 2005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무려 742억 원이 줄어든 3886억 원으로 감소했다. 기존 유통 채널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그대로 유지하며 제품의 질과 가격을 동시에 낮추는 전략으로는 중저가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어려웠다. 가격 경쟁에서의 열세를 뒤집지 못한 채 고급상품이라는 한샘의 브랜드 이미지만 훼손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06년에도 한샘의 매출은 전년보다 6억 원이 줄어든 3880억 원에 머물렀다. 매출이 2년 연속 하락하자 회사에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샘이 탄탄한 재무구조와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을 정도로 큰 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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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

    박용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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