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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워크와 활용 사례

우리 회사 DNA와 찰떡궁합 커뮤니케이션 찾기

피터 베렌지아 | 61호 (2010년 7월 Issue 2)

 

다소 시간이 흘렀지만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는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바로 ‘기업의 의사소통 실태조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 가운데 의사소통이 매우 원활하다고 응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5년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5.85%대 4.99%로 1%포인트 가량 차이가 났다. 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과 재무 성과 간 ‘정(
)’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실제 한국 기업들에서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강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지배적 화두로 자리 잡았던 지식경영, 창조경영, 혁신경영, 6시그마 경영 등 다양한 패러다임의 유행 속에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방안은 어김없이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으로 제시돼 왔다. 뿐만 아니라 변화관리 기획에서도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중 몇몇 개별 프로그램들은 기업 간 담당자 교류, 공개 포럼, 미디어의 소개 등을 통해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 독자 모델로까지 자리잡은 사례도 있다. 이렇듯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어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원활하게 수행되는 듯 여겨질 법하다.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오해
그러나 필자들이 자문 과정에서 접한 기업들의 내부 상황은 이런 기대와 달랐다. CEO와 임원, 직원 모두 자사의 현재 내부 소통 상황에 만족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왜 일까?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CEO·임원들의 오해다. 한마디로 일상의 커뮤니케이션과 기업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근본적으로 다른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도 일상 속 의사소통처럼 의도에 맞게 메시지를 개발하고 투명하게 전달하여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행동으로 연결하도록 애쓰면 된다. 즉 일반적으로 알려진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인 ‘S(Sender·발신자)-M(Message·메시지)-T(Tool·기법)-C(Channel·채널)-R(Receiver·수신자)-E(Effect·반응)’의 핵심 요소만 잘 조율하면 효율성이 증대된다. 다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공식적·비공식적 관계, 상·하·수평 관계 등이 전제된다. 이런 상황이 주는 복잡성 때문에 ‘무언가 특별한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오해한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자체에 매몰돼 있는 기업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은 목적이자 흐름이며 행위이고 수단인데, 채널 개발 등 수단에만 집착하곤 한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에게 권한을 별로 주지 않으면서 과중한 책임에 단기 성과까지 강요하면 이런 일이 나타난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일반적 정의
‘공통의’라는 의미의 라틴어 어원 ‘communis’에서 유래된 커뮤니케이션의 개념과 정의는 통일돼 있지 않다. ‘정보·상징의 전달’에서부터 ‘정신·관념·문화 양식의 공유’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보는 견해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하지만 어떤 개념 정의에서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나눈다’라는 뜻이 녹아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나눈다’라는 언명을 좀 더 분해해보자. 인간과 인간은 커뮤니케이션을 처음 시도하는 측과 이에 반응하는 측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나눌 대상이 되는 ‘무엇’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이에 대해 감정·생각·의견·신념·지식·정보 등이 나눠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림1>은 커뮤니케이션 도해의 가장 단순한 모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이 모델로부터 시작해 다양한 프레임워크를 발전시켜 왔다. 해럴드 라스웰은 우선 나누는 모든 것을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정리했다. 또한 ‘나누기 위해’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인 채널을 추가했고, 더불어 수신자에게 전달된 이후의 효과와 반응까지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에 넣어야 한다고 봤다. 이름하여 ‘S-M-C-R-E’ 모델이다.
 
여기서 S(Sender·발신자), M(Me-ssage·메시지), C(Channel·채널), R (Receiver·수신자)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요소다. 조지 거브너는 라스웰의 모델을 구체화해 1)누가 2)어떻게 인지하고 3)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4)어떤 상황에서 5)어떤 수단을 통해 6)유용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 7)어떤 형식과 8)어떤 맥락에서 9)내용을 전달해 10)어떤 결과를 내는지라는 10가지 요소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펼쳤다. 이 밖에도 많은 석학들이 기념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지만, 가장 이해하기 쉬운 커뮤니케이션의 프레임워크(프레임워크를 핵심요소 및 이의 진행 프로세스라고 규정할 경우)는 아무래도 ‘과정’을 중시한 위 학자들의 모델이다.

우리는 라스웰의 모델에 거브너가 추구하는 의미를 가미해, 기본 프레임워크를 S-M-T-C-R-E로 정의한다(그림2). 여기서 ‘T’는 기법(Tool)이며 광고, 언론홍보, 사회공헌 등이 해당된다. 기법(Tool)이 추가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개인을 넘어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으로 확장됐을 때 ‘상황’과 ‘맥락’을 구조화하기 위함이다. 즉 채널을 선택하기 앞서, 발신자의 메시지가 속하는 번지수를 잘 정의한다면, 전달돼야 할 메시지의 맥락이나 상황이 수용자에게 잘 전해지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유형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따른 프레임워크는 얼핏 보기에 아주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요소들 하나 하나가 다양한 상황 하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된다는 것이 문제다. 애초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1)발신자(Sender)의 의도·목적 2)방향성 3)수신 대상 종류 등에 따라 유형은 확장된다 (그림3).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CEO가 직장 내에서 회사 내 잘못된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발신자는 1)‘설득’을 목적으로, 잘못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정보’가 가미된 메시지를 2)하향적 방향성을 통해 3)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전해야 한다. 이 경우 CEO가 1명의 임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지만, 장차 이 메시지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알려 소문을 잠재우는 반응(Effect)을 기대한다고 가정하면, 프레임워크 상 공식은 아주 복잡해진다.
 
변수는 복잡성을 낳는다. 하지만 복잡할수록 단순화하라는 격언이 있듯, 변수 속에서 각 핵심요소가 추구하는 기능 가운데 최적화된 해법을 골라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출발은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즉 개인 간인지, 조직 내부인지, 조직 간인지, 대중 혹은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그 특성상 기법(Tool)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S-M-T-C-R-E 프레임워크의 핵심요소
1. 발신자(Sender)발신자는 의도·목적을 지니고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다.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발신자는 무엇보다 수신자가 반응할 수 있는 ‘혜택요소’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발신자의 의도가 유희에서 출발했다면, 메시지는 ‘함께 즐겁고 싶으니, 나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해 달라’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수신자에게 줄 수 있는 혜택요소는 구두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택했다면 재미있는 너스레 등이 될 것이며, 비언어적 채널에선 웃긴 몸짓이나 표정이 해당될 것이다.
 
한편 발신자는 S-M-T-C-R-E 프로세스의 첫 출발점이자 끝이기도 하다. 왜냐면 최종 결과(Effect)를 관찰하며, 수신자로부터의 반응을 다시 접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신자의 반응을 접수해야 비로소 참가자 사이의 소통의 순환이 이뤄지며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는 이 쌍방향 소통(2-way communication)의 중요성이 훨씬 커지고 있다. 반응 접수가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속성상 지속성을 지향한다. 지속성 추구를 통해 수신자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형성된 신뢰 관계를 통해 지속성이 강화된다. 고객관계관리(CRM)의 기본 개념도 여기서 출발한다. 고객에게 나의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전달돼 마케팅의 목표에 맞게 고객이 반응하도록 유지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뢰관계는 커뮤니케이션 효과와 직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신자의 ‘진정성(sincerity)’이다. 진정성은 수신자를 위해 선택한 혜택요소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고 신뢰관계가 휘발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기초 자산이다.
 
2. 메시지(Message)메시지는 발신자의 의도를 기호화(encoding)한 것이다. 따라서 발신자의 감정·생각·의견·신념·지식·정보 등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섞이든 결과적으로는 언어와 비언어적 몸짓, 표정 등으로 정리돼 전달된다. 문자 이전 시대에는 말과 몸짓 자체가 메시지이자 채널이었으나,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기호화의 도구(언어 및 비언어)와 전달의 도구(채널)가 분리됐다. 하지만 개인간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언어적, 비언어적 기호화 도구 자체가 채널이 되기도 한다. 메시지는 기호화된 후, 채널을 통해 수신자에게 전해질 때 최종적으로 기호 해체(decoding)의 과정을 거친다. 이 때 수신자가 처한 심리적·물리적 환경과 커뮤니케이션 외부 소음 등으로 인해 애초에 기호화된 메시지의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메시지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뒤섞여 있는 나의 의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수신자(Receiver)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수신자의 성별, 연령 등 인구통계적 요소뿐 아니라 마인드, 성향 등을 잘 파악해야, 나의 의도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는 기호화 방식과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공감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호화를 잘 해야 한다. 기호화를 잘한다는 것은 화법 혹은 서법에서 다음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단순화하라 △구체적으로 만들라 △스토리로 남겨라 △감성을 자극하라 △가급적 상대방 중심의 어법을 택하라.
 
3.채널(Channel)채널은 발신자와 수신자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흐름의 매개체다. 채널은 메시지가 수신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채널 선택은 커뮤니케이션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때문에 조직 간 및 대중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채널 선택 자체가 전략의 수준으로 격상됐다. 채널은 기술 요소에 따라 구두·문자·인쇄·전자·컴퓨팅 채널로 나눌 수 있다.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 모두가 활용된다. 최근에는 컴퓨팅 채널 중에서도 유·무선 웹을 활용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채널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채널 선택을 위한 구조화된 원칙은 없다. 수신자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 수신자가 선호하는 채널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수신자의 반응을 접수하는 과정을 통해 수신자의 기호(preference)를 모니터링하며 채널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채널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선입견을 갖지 말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노장 세대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다. 의외로 미국의 최고경영자들은 대부분 블랙베리 등 스마트 폰 사용에 익숙하기 때문에 온라인 채널에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둘째, 어떤 채널을 택하든 감정에 호소하기에 유리한 채널을 우선적으로 택하라는 것이다. 인간은 좌뇌(논리)와 우뇌(감성)의 균형적 작용에 적극 반응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감성을 자극하는 채널일수록 메시지 전달력이 높다. 다만 채널에 대한 감성적 반응도는 수신자별로 다르므로 사전에 파악돼야 한다.

4. 수신자(Receiver)발신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한 후, ‘혜택요소’를 잘 파악해 ‘메시지’를 기호화하고 적절한 ‘채널’을 선택해 전달했다면, 수신자는 발신자가 의도한 대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응 접수 후에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적합한 최적의 ‘환경’이 아니었거나, 수신자의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시간, 장소, 주변 상황 등을 말한다. ‘소음’은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는 요소다(그림4). 발신자는 교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의 수준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결국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이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수신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개발해 기호화하고, 효율적인 채널을 골라 최적의 환경에서 수신자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며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수신자로부터의 반응을 접수하고, 이를 유지 관리하며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 과정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의 근저에서 작동하는 두 가지 키워드인 ‘진정성’과 ‘신뢰’다. 발신자의 진정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남과 다름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또한 ‘나를 개방(self-disclosure)’해 진실된 모습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경청은 공감을 얻기 위한 과정이며, 이 두 가지는 신뢰형성의 근본 동력이 된다. 경청을 위해서는 귀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상대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적극적 자세를 통해 수신자에게 적합한 기호화 방식과 채널을 선택하고, 소음 파악 및 제거 방법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멜라 퍼킨스는 저서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이다>에서 경청을 위해 △상대를 방해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할 것 △수신자의 주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들을 것 △발신자 내면의 소음을 잠재울 것 △발신자와 수신자 외부의 소음을 잠재울 것 △각 듣기 영역에 필요한 듣기 수준을 이해할 것 △판단과 평가는 보류할 것 △눈과 귀, 마음, 기억을 사용할 것 △이야기 주제에 대한 흥미를 돋울 것 △질문할 것 등을 주문했다.
 
한편 경청을 통해 얻어진 공감이 수신자에게 다시 표현이 돼야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다. 공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자신과 수신자의 공통된 감정을 나타낼 것 △수신자가 중시했던 메시지를 반복해 줄 것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요약해 확인해 줄 것 △수신자의 기호화 방식에 맞게 메시지를 환언할 것 등이 있다.

기업 문화 유형과 어울리는 커뮤니케이션 필요
사실 소통 효율이 높은 기업이건 낮은 기업이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 간 조합은 항상 이뤄지고 있다. 소통 문제 해결의 실행력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장애 요소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만족하고 실제 효율도 높아 고성과를 창출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차이는 어디서 발생할까?
 
이는 조직 문화와 조화된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이 존재하는가, 또 그것이 조직 문화 속에 녹아 있는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커뮤니케이션은 행위이자 흐름이므로 곧 문화이며, 지배적 조직 문화를 내포하는 기재로서 마치 DNA와도 같다. 이를 테면 신생 벤처기업과 긴 역사를 자랑하는 제조기업의 기업문화는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다를 수 있다. 조직 문화가 다르므로 공식적·비공식적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장애요인도 달라질 것이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 상 핵심 요소 간 조율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다른 회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소통 활성화 프로그램을 이식해도 잘 구동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전략은, 결국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는 다시 기업의 비전과 성장전략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다시 연계된다. 기업의 조직 문화는 로버트 퀸의 조직 문화 진단 이론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5). 기업 조직문화는 유연성·자율을 추구하는지 또는 지속성·통제를 추구하는지에 따라, 또 외부·개별화를 지향하는지 또는 내부·통합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1)가족적인 인적자원 문화 2)경쟁지향적인 생산중심 문화 3)진취·도전적인 개방 체계 문화 4)공식·사무적인 위계 서열 문화로 나뉜다. 각 유형에 해당하는 기업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고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던 독특한 방식을 사례를 통해 정리해 보자.

 

1.
인적자원 문화: 가족적 관계에 부합하는 채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인재 중시를 내걸고 있는 기업 유형으로 유한 킴벌리, 타라 그룹 등이 있다. 이 중 타라 그룹의 사례를 통해 인적자원 문화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살펴보자. 타라 그룹은 종합인쇄출판 브랜드기업이다. 1989년 마스터 인쇄기 한 대에 직원 5명으로 시작해 20년 만인 지난해 직원 350명, 2044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타라 그룹은 사양산업이자 완전경쟁시장인 인쇄업에서 브랜드화를 내건 역발상으로 성장을 이룩했다. 해당 산업의 가치 원칙에 따른다면 운영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최대한의 가격 경쟁을 이겨내는 전략이 중요하겠지만, 타라 그룹은 브랜드화를 추구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이에 따라 타라 그룹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또 최종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차별화의 핵심이므로 고객지향성도 기업전략의 일부로 삼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니즈가 실시간으로 연구개발팀에 전달돼야 하며 정보·아이디어도 자유롭게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끊임없이 고취하는 시스템과 조직 단결성, 사기가 중요하다. 실제로 타라 그룹은 이를 중시하는 문화가 기업 내에 잘 녹아 있다. 특히 오너인 강경중 회장은 직원을 가족처럼 대할 뿐 아니라 장차 주식의 51%를 직원들이 소유하는 직원 주주회사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내놓고 소통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퇴직자들이 함께 거주하는 타운도 만들 계획이다. 이쯤 되면 전체 직원이 가족과도 같은 조직 문화다. 이렇듯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직원들로 뭉친 회사이기 때문에 상하관계든 수평적 관계든 발신자(Sender)의 진정성이 의심받거나, 메시지(Message)가 왜곡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사 왜곡되더라도 질문·경청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S-M-T-C-R-E 요소 중에서 조직원들이 소통의 과정에서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멍석을 잘 까는 것이 소통 효율의 핵심으로, 조직의 역사와 조직원들의 선호에 맞는 독자 채널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 타라 그룹은 공식·비공식 관계, 상하관계를 막론하고 소통의 효율을 높이는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택했다. 바로 ‘일기장 공유’다. 일기장 공유는 직원들의 불만이나 생각, 아이디어, 정보, 지식을 모두 한 장소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업무 일지, 생활, 불만 사항, 건의 사항 등을 내용이나 자수 제한 없이 자발적으로 적기 시작하다가 이것이 2007년 이후 확장됐다. 물론 개인의 이야기를 공유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타라 그룹은 가족적 분위기에서 매해 전 직원 국토 일주, 대청봉 등반 이벤트 등을 벌이며 신뢰를 강화했으며 임원들의 솔선수범 속에 자신들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어냈다.
 
2.생산중심 문화:설정된 목표의 소통과 업무 효율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합리적 목표를 중시하는 생산중심 문화에 해당하는 기업은 역사가 긴 제조업체들이 많다. 규모도 크고, 회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경영은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인다. 따라서 공식·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같은 비중으로 존재하고, 상하·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종류와 양도 많다. 경영이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비전이나 기업 전체의 전략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기업 연혁이 오래됐는데 계속 성장을 해 왔다면 해당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산업 군 내 다른 기업들을 흡수하며 몸집을 불렸을 가능성이 높다. 또 가치사슬 상 많은 연관 계열 군을 거느리기도 한다. 이 경우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이 자칫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압도할 수도 있다. 조직이 커지면 의사결정 단계도 늘어나고, 범위도 확대된다. 의사 결정 자체가 신중해지는 만큼 공식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달돼야 할 메시지의 양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보다 줄어든다. 예를 들면 회사가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짜면서 사업부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하자. 공식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이를 둘러싼 소문만 무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들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우선 공식 커뮤니케이션, 특히 상하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잘못된 소문’ 등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역기능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채널도 중요하지만 발신자(Sender)와 메시지(Message)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 이런 기업은 다음 사안을 고민해야 한다. △최고 경영진이 발신자인 경우, 커뮤니케이션의 의도가 명확한가? △의도가 명확함과 동시에 진정성을 지니고 있는가? △명확한 의도가 명료한 메시지로 정리되어 있는가? △메시지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조직원들의 피드백을 나의 메시지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
 
또한 이런 유형의 기업들은 도구 또는 기법(Tool)의 선택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채널을 선택하기에 앞서 좀 더 큰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진행하고 있는 사례가 포스코다. 포스코는 CEO인 정준양 회장이 핵심 커뮤니케이터(key communicator)로서 기능한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서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외부인도 미디어 및 사내 자료에 소개된 것만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메시지가 다음과 같이 잘 정리돼 있다. (1)20년 후 우리가 꾸는 꿈이 있다 (2)이를 달성하려면 우리는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 (3)높게 잡은 목표를 실현시키려면 단순 개선이 아닌 혁신이 필요하다 (4)혁신을 위해 평가 방법을 바꾸겠다 (5)그리고 성공사례를 빨리 만들어 소통하겠다 (6)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회사의 꿈과 개인의 꿈을 일치시키자.

포스코는 또 메시지를 사내에 전파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해 포스코만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개발했다. 바로 한국형 경영혁신 프로그램으로 일컬어지는 ‘비주얼 플래닝(Visual Planning)’이다. 이는 연초에 경영계획 목표가 작성되고 사업 계획이 정해지면 말단 조직까지 가설적으로 이를 수행할 계획을 잡는 프로그램이다. 언뜻 여느 회사의 부서별 목표 설정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주얼 플래닝은 단순 일정 중심의 계획이 아니라, 업무의 문제점과 돌발 업무, 정량화된 업무 등을 모두 감안한 시나리오 형태의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즉 Plan(계획)-Do(수행)-Check(점검)-Action(실행 및 개선) 사이클에서 가설적으로 C-D의 과정까지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을 눈에 보이도록 비주얼화(VP보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기별 업무의 진척상황과 각종 문제점들을 구성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므로 작업 단계를 공유할 수 있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즉각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이런 비주얼 플래닝이 경영혁신 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고 포스코의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직위에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발언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와글와글 보드’라는 열린 회의 방식을 통해 일상적인 업무에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고 있다.
 
3.개방체계 문화: 진취적·도전적 문화에 어울리는 커뮤니케이션 개방체계 문화를 지닌 기업들은 이른바 창조 기업들로 기술혁신과 제품혁신을 주도한다. 따라서 기존 사고 틀을 거부하는 이른바 ‘자유 영혼’을 가진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기업들이 많다. IT벤처, 지식서비스업, 광고·마케팅업, 디자인 서비스 기업,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재 생산기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업들의 경쟁 역량은 혁신가(innovator)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그리고 유지하느냐 여부로 가려진다. 혁신가들은 보상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실현되고 그것이 실제 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지느냐에 만족하는 성향을 보인다. 즉 그들이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조직이 귀를 기울여 이를 들어주고 실현해 주기 위해 애쓰는 문화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서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혁신가들은 개의치 않는다. 이런 기업에서 발신자(Sender)는 직원들이다. 이들이 뿜어내는 메시지는 사실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메시지의 간결한 기호화’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발신자가 마구 쏟아내는 메시지를 잘 정리하고 조합해서 이해하는 능력이 수신자(Receiver)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도구와 채널은 철저히 메시지를 이해하는 기능에 맞춰져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최종 수신자인 경영진의 반응이다. 직원들의 메시지를 접수하고 이를 존중한다는 반응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해야 한다.
 
한 때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지금은 거대 인터넷 기업이 된 NHN은 여전히 이 같은 조직문화에 걸맞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수한다. 물론 지금은 큰 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조직 체계와 위계 질서도 갖춰져서 경영진이 발신자(Sender)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영진은 발신과 동시에 수신을 준비한다. 경영진이 보내는 메시지는 e메일에 담겨 전파된다. e메일이 뿌려지면 전 직원들이 생생한 피드백을 보낸다. 이 피드백에 대해 반응하고, 구체적 아이디어나 제안 사항을 실행하도록 빠르게 행동을 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경영 업무 중 하나라는 것이 최고 경영진의 이야기다. 한편 어느 기업에서나 쓰이는 e메일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이유는, e메일을 활용한 공식 커뮤니케이션이 기업 문화의 혁신으로 받아들여졌던 초창기 인터넷 붐 시대의 특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사내 직원들이 가장 편하게 여기는 채널이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리잡은 것이다.
 
4.위계서열 문화: 공식적·사무적 커뮤니케이션 현대 사회에서 내부 통제와 위계 서열을 중시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극히 일부의 폐쇄적인 투자회사나 국방 등 특수 고객을 다루는 자문업체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같은 위계서열 문화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들여다 보는 것은 다른 기업들에 큰 교훈을 주기 어렵다. 특수 기업의 성격상 조직 규모도 작고, 최고의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아주 무미건조한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해 있다. 이들은 고객을 대할 때도 본인들이 약속할 수 있는 메시지만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하고 딱 부러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또한 건조하고 할 말만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내부 조직 문화의 하나로 교육하고 전수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이들 기업은 발신자(Sender)의 의도가 명확하나 수신자(Receiver)가 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재차 확인하도록 교육 받는다. 의도가 전달되면 즉각 반응하고 움직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효율성 하나만 놓고 보면 가장 능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메시지의 기호화(encoding)와 기호해체(decoding)가 통일된 방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록 기계적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내키지는 않지만, 고도의 효율이 필요한 조직이라면 이런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고려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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