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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장 전략: 여론을 만드는 CEO의 지혜

데이비드 브루스 앨런(DAVID BRUCE ALLEN),데이비드 바흐(David Bach) | 61호 (2010년 7월 Issue 2)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약업체 노바티스 AG는 2002년부터 인도 정부와 유명한 암 치료제 글리벡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 정부는 글리벡이 과거의 치료제보다 효능이 우수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특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1  중국을 비롯해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특허를 확보한 노바티스는 새로운 효능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인도 정부의 방침이 국제 지적재산권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바티스는 인도에서 법정 투쟁을 벌이는 동시에 인도 정부 각 부처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인도 대중을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글리벡의 효능을 칭송하는 인도 환자들의 모습과 함께 글리벡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이 맞이한 끔찍한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전문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바티스는 단순히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위해 싸우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인도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궁핍한 인도 환자들에게 매우 저렴한 가격에 글리벡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노바티스에서 시행하는 ‘기업 시민’ 계획의 일환이다. 현재 노바티스는 수백만 명의 결핵 환자들에게 무료로 약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천만 명에게 원가만 받고 말라리아 약을 제공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전 세계에서 800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치료약 접근’ 프로그램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사실 노바티스의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 중 상당수는 인도인들이다.2  노바티스는 재산권의 단호한 행사와 제약업체로서의 사회공헌 간 균형을 맞추며 자사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노바티스는 비시장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3 ('비시장 전략 조성: (IA)3-틀’ 참조.)
 
비시장 전략은 기업이 비단 경제 주체일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한다. 따라서 수많은 주체들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법률과 규제 등이 있으며 비공식적인 방법으로는 사회적 압력, 행동주의, 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 등이 있다. 기업은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현명한 경영진은 사회, 정치적 환경에 참여해 게임의 법칙을 정하고 외부 주체들에 둘러싸여 꼼짝 못하게 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일에 대비하고 효과적인 비시장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뿐만 아니라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 전략과 비시장 전략을 통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기업은 더 드물다.
 
노바티스는 이 방법을 찾아냈다. 재산권을 지키는 것과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약을 나눠주는 일은 경제적인 특성이 아닌 정치, 사회적 특성을 띠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행동은 모두 근본적으로 전략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노바티스는 강력한 특허 보호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자사가 건강한 인도를 위해 얼마나 커다란 공헌을 하는지 명료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자사를 비난하는 세력의 주장을 약화시킨다. 노바티스의 비시장 전략은 특허의 보호를 받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이용해 경쟁하는 시장 전략을 지지할 목적으로 신중하게 정렬돼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수없이 많은 비시장 문제에 직면한다. 지적 재산권 보호 문제, 훌륭한 기업 시민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방안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해 당사자들은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요구를 내놓는다. 이들이 주장하는 복잡한 요구들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얘기하는 CEO가 점차 늘고 있다. 필자들은 마드리드 소재 IE 경영대학원 비시장 전략 센터에서 소프트웨어, 미디어, 통신, 제약, 인프라, 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00명이 넘는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핵심 업무에서 벗어나 해결이 어렵고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 외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최고 경영자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4
 
CEO들은 개별적인 비사업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사업 문제들이 모여 자사의 비시장 환경을 구축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비시장 전략은 단순한 2개의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 전제는 바로 ‘시장 이외’의 범주에 속하는 문제와 주체가 회사의 손익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는 시장 내에서 ‘전통적인 사업’ 활동들을 관리하는 것처럼 비시장 환경 내에서 다양한 문제와 주체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CEO와 경영팀은 분리와 통합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을 넘어선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관리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자사를 둘러싼 시장 환경과 비시장 환경 간에 어떤 중요한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다음 두 영역 모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으며, 전략적인 접근방법을 취해야 한다. 선두기업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것이 바로 비사업 문제들을 전략적인 기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핵심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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