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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조직이 전략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신동엽 | 61호 (2010년 7월 Issue 2)

‘변화’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CEO들은 신년사나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의 현재 성과나 경쟁력에 상관없이 변화와 혁신을 늘 강조한다. 이 때문에 어떤 종업원들은 변화와 혁신을 상투적 미사여구 정도로 간주한다. 그러나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지속적 경쟁 우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조직 변화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그렇지만 실제 기업의 역사를 분석해 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종류의 변화를 시행함으로써 지속적 경쟁 우위를 유지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CEO들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왜 기업들의 변화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일까? 조직 변화가 왜 중요하며, 또 왜 실행이 어려운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상황 적합성 관점(Contingency Perspective)’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적합성의 회복과 환경 적응적 조직변화
먼저 조직 변화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상황 적합성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환경 변화다. 모든 기업은 자원과 정보, 시장, 인력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외부 환경에서 조달한다. 따라서 시장·경쟁·기술·정치규제·사회문화 환경 등 외부 환경의 요구에 조직의 구조와 역량, 문화 등을 일치시키는 ‘환경 적합성(environmental fit)’이 생존과 성과에 가장 중요하다.
 
일단 환경의 요구에 적합하게 조직의 구조와 역량, 문화 등을 일치시키면 경영자들은 그 적합성(fit)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환경이 그대로 있지 않고 항상 변한다는 점이다. 환경이 바뀌면 애써 확립한 기업과 환경 간 적합성이 붕괴된다. 그 결과 기업은 환경 부적합성(misfit)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조직 변화는 환경 변화로 인해 깨어진 기업과 환경 간 적합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를 ‘환경 적응적 조직변화(adaptive organizational change)’라고 부른다. 따라서 환경이 변하면 기업도 항상 환경과 같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영학에서 가장 폭넓게 공유되고 있는 이론인 상황 적합성 관점에서 설명하는 조직 변화의 불가피성이다.
 
1960년대 전후 약 20년 간 조직이론 분야를 주도한 상황 적합성 관점은 경영학에서 가장 폭넓게 공유되고 있는 이론이자 현대 전략경영 이론의 모태가 됐다. 상황 적합성 관점의 발전에는 우드워드, 챈들러, 퍼로, 톰슨, 로렌스, 차일드 등 수많은 거장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엄청난 양의 실증연구를 통해 모든 환경에서 항상 성과를 발휘하는 최적의 베스트 프랙티스는 없으므로, 조직의 구조나 제도, 시스템, 역량, 문화 등은 그 자체로 우열을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신 환경 적합성, 즉 특정 조직 구조나 제도가 그 조직이 속한 환경의 요구에 적절한지 여부가 성과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어떤 기업에서 최고의 성과를 창출했던 구조나 제도라도 전혀 다른 환경에 속한 기업에 맹목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심각한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명목으로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채택했던 연봉제, 팀제 등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미신적 행동이다.)
 
상황 적합성 관점의 형성과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연구 중 하나는 1960년대 초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조직이론가이자 경영사학자인 챈들러 교수의 전략과 조직 간 관계에 대한 역사학적 분석이다. 환경 변화에 따른 환경 적응적 조직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함에도 실제 기업들이 변화에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는 챈들러 교수의 전략-조직 간 관계에 대한 유명한 명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챈들러의 명제
‘Structure Follows Strategy’
챈들러 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뿐 아니라 하버드 대학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대가로 존경받는 거장이다. 논문 숫자에 집착해 단기 성과를 강조하는 최근 한국 대학들의 풍토와 정반대로 그가 평생 쓴 글은 책 세 권뿐이다. 그러나 이 세 권은 모두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과학은 물론 역사학 분야에 한 획을 그은 걸작으로 손꼽힌다. 챈들러는 약 15년에 한 권씩 책을 저술했는데, 1962년의 <전략과 조직(Strategy and Structure)>, 1977년의 <보이는 손(Visible Hand)>, 그리고 1990년의 <규모와 범위(Scale and Scope)>가 바로 그 3부작이다. 그 중 첫 번째 책인 <전략과 조직>에서 그는 환경과 전략, 그리고 조직 간 적합성 관계를 상황 적합성 관점에서 제시했다.
 
챈들러 교수는 100여 년에 이르는 현대 기업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통해 기업의 구조, 제도, 시스템, 문화, 역량 등 조직 특성은 그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의 실행에 적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조직은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는 명제다. 언뜻 보면 환경과 조직 간 적합성을 강조하는 상황 적합성 관점과 약간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황 적합성 관점을 보다 체계화한 것이다.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상황 적합성 관점의 가장 큰 한계는 ‘환경 결정론(en-vironmental determinism)’이다. 즉 각 기업에 적합한 조직 형태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식의 결정론적 논리에 빠질 위험이 있다. 전통적인 상황 적합성 관점에서는 주체적 행위자로서 경영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고, 바람직한 조직 형태는 오로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환경이 직접 조직의 구조나 제도를 설계하지는 않는다. 경영자가 환경의 성격과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적응하는데 적합한 방향과 방법을 선택해 조직의 구조나 제도, 시스템을 설계하게 된다.
 
경영자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선택한 방향성과 방법론이 바로 ‘전략(strategy)’이다. 이렇게 볼 때 챈들러의 명제는 일반적인 상황 적합성 관점의 환경 결정론적 한계를 넘어서서 전략적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다 발전된 이론이다. 이것은 챈들러가 20세기 초 현대적 거대 기업들의 등장 이래 전통적으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운영되던 ‘시장 자본주의(Market Capitalism)’가 기업 경영자들의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중심이 된 경영 자본주의로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원래 조직이론가인 챈들러를 현대 전략경영 분야의 시조로 부르기도 한다.)
 
필자가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실무 경영자들을 자문할 때 가장 즐겨 사용하는 분석틀도 바로 챈들러의 ‘Structure follows strategy’ 명제에 기초한 ‘환경-전략-조직’ 간 3단계 연쇄적 적합성 모형이다. 즉 모든 전략은 환경의 요구에 적합하게 수립돼야 하며 조직은 선택된 전략의 실행에 적합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사례 분석이나 프로젝트 기획안 등을 평가할 때 항상 맨 먼저 이 3단계 논리에 따라 보고서가 쓰였는가를 살핀다. 그리고 세 요인들 사이의 연쇄적 적합성에 대한 논리가 얼마나 합리적이며 탄탄한가에 초점을 맞춘다. 필자는 기업들이 이 세 가지 논리를 철저하게 실천할 수 있으면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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