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 사업 모델

녹색 에너지가 더 값싼 시대가 온다.

56호 (2010년 5월 Issue 1)


2008년 1월 4일 텍사스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순간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기업의 담당자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유가는 이후 몇 번의 등락을 반복하다 그해 7월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팽창과 신흥국들의 생산 증대를 이유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물론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그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으로 유가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한 유가는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다.
 
선진 각국은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신에너지원 확보와 신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사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 역시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 중 상용화 정도나 시장 규모, 참여 기업 수 측면에서 가장 활발한 태양광 분야의 사업 모델 변화를 살펴보고, 향후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관심이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전략적 시사점을 주고자 한다.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태양광
전 세계 연간 에너지 수요는 약 500EJ(엑사줄·에너지의 단위로 Exa는 10의 18제곱)이다. 이 중 태양광에 의한 에너지 공급은 약 0.2%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너지협의회(European Energy Council)는 2100년경 약 1500EJ로 예상되는 에너지 수요의 64%를 태양광이 공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신재생 에너지별 성장률(설치 기준)을 살펴보면, 태양광이 약 43.2%로 풍력(28.4%) 및 태양열(6.9%)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타 신재생 에너지 대비 태양광 발전이 가지는 친환경적 특성과 응용 분야의 다양성, 유지 보수 및 확장의 용이성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고려해볼 때, 위와 같은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태양광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발전 차액 보상 제도(FIT·Feed-In Tariff)’는 태양광에 의한 발전 단가와 현재의 발전 단가와의 차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선진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발전 초기에 있는 태양광 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는 신규 투자를 유인하는 데는 효과적이나 정부의 재정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 의무 비율 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는 말 그대로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발전 비중을 의무적으로 할당해, 발전 비용 최소화를 유도하면서도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발전을 꾀하는 제도다. 현재 RPS 제도를 중심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로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가 있다. 두 가지 정책을 혼용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로는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가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태양광 시장 육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의 사업 모델 진화
원래 인공위성용 에너지 공급원 중 하나로 개발됐던 태양광 사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그림1) 즉 규소를 정제해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공정,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잉곳 및 웨이퍼를 만드는 공정,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소자인 솔라 셀(태양 전지)을 형성하는 공정, 솔라 셀을 보호 유리 및 필름으로 패키징해 모듈을 만드는 공정, 마지막으로 모듈을 설계 배치해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스템 및 설치 공정이 있다.
 
태양광 발전의 역사를 보면, 주요 기업들이 수직 통합형 모델이나 전문 기업형 모델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직 통합형 진화의 모습을 보이는 기업은 일본과 유럽, 중국에서 주로 발견된다. 수직 통합형 진화의 장점으로는 원자재 수급 경쟁에서 경쟁 우위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과 가치사슬 상의 상위(Up-stream) 및 하위(Downstream) 기업에 대한 정보 파악이 용이해 시장 대응력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자사 내부의 역량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수직 통합형 진화라 하더라도 일본, 유럽, 중국 기업의 진화 배경은 크게 다르다. 현재 태양광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 기업인 교세라(Kyocera)나 샤프(Sharp)는 시장 태동기에 모든 기술을 자력으로 개발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유럽 기업 중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전체 가치사슬로 수직 통합을 달성한 REC나 상위 가치사슬로의 수직적 통합을 이룬 코너지(Conergy)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선텍(Suntech)과 같은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대규모 해외 자본의 적극 투자에 힘입어 수직 통합형으로 진화해 시장을 확보해왔음을 알 수 있다.
 
전문 기업형 모델은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화를 통해 글로벌 수준에서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하다. 특정 영역에서 안정적인 공급력이나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가치사슬 상에서 상위 및 하위 단계에 있는 기업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고도의 전문화를 통해서 얻은 역량을 바탕으로 타 업체와의 제휴를 형성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도 전략적인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이와 같은 전문 기업형 모델은 주로 큐셀(Q- Cells)과 같은 독일 기업이나 모텍(Motech) 등 중국 기업, OCI와 KPE 등 한국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시장 성장성 및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최초에는 소규모 전문화 모델로 시장에 참여하고, 향후에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하는 형태로 진화해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성장기에 접어든 태양광 산업
현재 태양광 산업은 산업 발전 단계에서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까?(그림2) 태양광 산업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해왔던 여명기를 거쳐, 정책적 견인과 대규모 투자로 신규 진입이 활발해지는 성장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장비 및 솔루션, 부자재 등의 기술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 산업의 미래는 언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발전 단가와 현재 전기 요금이 일치하는 시점)’가 달성 가능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태양광 산업은 비로소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유가 하락으로 일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태양광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빠르면 2015년경 태양광의 Grid Parity가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rid Parity의 도래는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4가지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먼저, 시장 측면에서는 정책에 따른 시장 가변성이 높은 정부 주도형에서 경제 원리에 따라 시장이 형성 및 확대되는 민간 주도형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둘째, 정책 측면에서는 FIT로 대표되는 보조금 지원 정책에서 목표 설정과 자율 경쟁을 유도하는 RPS 제도로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기술 측면에서는 독점적이고 비(非)표준화된 기술에 의한 기술 내재화 및 과점화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기술 수준 향상과 표준화, 대량생산에 의해 범용화 및 솔루션화 추세가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 성장 초기에 볼 수 있는 다수 업체 간 경쟁 체제에서 자본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메이저 기업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 기업형 모델과 수직 통합형 모델의 핵심 역량
그렇다면 Grid Parity가 가져올 큰 변화에 기존 태양광 기업 및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 기업형 기업과 수직 통합형 기업으로 나누어서 전략적 방향성을 살펴보자.
 
전문 기업형 모델은 산업 발달 초기에 대부분 기업이 고려하는 진입 모델로, 내부의 활용 가능한 역량 및 자원을 고려해 가치사슬 중 하나에 집중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지역 및 용도에 맞는 제품을 개발·제조하거나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용도별 시장 세분화에 대비한 강력한 전문성 확보를 당면 최우선 목표로 하되,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해 가치사슬 상 상위 및 하위 단계에 있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안정적인 수요처 및 공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보유 자본력 수준에 따라 합작 법인(Joint Venture) 설립, 일부 지분 참여 등 적극적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고,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한 느슨한 형태의 파트너십 구축도 고려할 수 있다. 단 모든 파트너십의 기반은 전문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고도의 기술력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규모 자본력 및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대기업이라면, 단기간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수직 통합형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이 모델을 택하는 기업은 각 가치사슬 상에서 전문 기업과의 경쟁을 극복해나가면서 동시에 전체 가치사슬 상에서의 최적화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제조·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향후 기술 성숙화가 가속화돼 제품의 범용 상품(Commodity)화가 이뤄질 경우, 전 가치사슬 상에서의 가격 경쟁에 대비한 기술적 대응력 확보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산업도 다른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전 단계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산업 발전 단계와 자사의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미래의 경쟁 환경 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츠바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사업 전략 그룹 이사로, 정보 전자 소재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신사업 추진 전략, 마케팅 전략, 글로벌 연구개발(R&D) 전략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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