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위기관리 분석

도요타가 묵살한 진실, 머피의 법칙은 현실!

52호 (2010년 3월 Issue 1)

“여러분과 기업의 위기 대응은 가능한 최악의 방향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질 것이라고 가정하십시오(Assume you and your organization’s handling of the crisis will be portrayed in the worst possible light).” 이는 잭 웰치 GE 전 회장이 2005년 내놓은 <위대한 승리(Winning)>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지금 잭 웰치를 만난다면 꼭 새겨야 할 말이다.
 
‘도요타 사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보다 못한 도요타 사장이 2월 9일 직접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에서 팔린 도요타 자동차의 80%는 아직도 미국 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라고 말하며, 미국 내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나섰지만, 좀처럼 부정적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타임>의 온라인판은 1월 29일 역대 최대 리콜 10대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도요타 가속페달 리콜을 1위로 올려놓았다. 이번 리콜 사태는 성공 여부를 떠나 규모나 영향을 고려해볼 때, 향후 위기관리 교과서의 주요 케이스로 등장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위기를 맞이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위기 대응책인 ‘서바이벌 키트(survival kit)’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개된 리콜 사태와 도요타의 대응으로부터 배드 뉴스 관리(bad news management)에 필요한 ‘서바이벌 키트’ 항목 다섯 가지를 살펴보자.
 
1.‘머피의 법칙’은 농담이 아닌 현실이다.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그러나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법칙이 바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다. “일이 꼬이려면, 항상 꼬이게 되어 있다”라는 다소 ‘재수 없게’ 들리는 이 법칙은 단순한 푸념 이상이다. 위기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기 때문이다. 회사에 문제가 되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를 ‘머피의 관점,’ 즉 잭 웰치의 조언처럼 최악의 각도에서 살펴보고 미리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과거에 비해 안전 이슈에 대한 도요타의 대응 속도가 느려졌다고 비판하면서 과거 사례와 비교했다. 1989년 도요타가 미국 내에서 렉서스를 처음 출시하고,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도요타는 즉각 팀을 꾸려 문제를 해결했으며, 심지어는 소비자 가정에 방문하여 차를 수거해오는 노력까지 했었다. 당시에는 출시하자마자 문제가 발견되면 향후 마케팅이나 영업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해서 이런 조치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전개를 보면 도요타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고려하면서 최선의 선제 조치를 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머피의 법칙은 기업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방어책을 미리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
 
2.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제품상의 결함이 아닌,
문제 처리 과정에서 보여주는 태도이다.
소비자들의 신뢰와 만족은 제품의 장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도 달려 있다. ‘위기(危機)’라는 단어가 위험과 기회를 뜻하는 두 글자를 동시에 갖고 있듯이, 제품상의 결함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이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997년 독일 메르세데스는 당시 출시한 소형 전륜구동차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즉시 조사를 시행해 문제가 된 차량을 모두 리콜하고, 수개월간 생산을 중단시키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는 해당 모델에 전자 안전 통제 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했고, 이때 보여준 조치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획득, 판매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1월 27일 미국 의회에서 도요타 담당자는 가속페달의 문제점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2009년 봄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2008년 12월에 알았다고 번복한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다.
 
현재 도요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가속 페달의 문제점보다는, 이에 대한 도요타의 소비자 안전 조치가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심이 더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도요타 소비자 안전과 관련한 문제점을 회사가 먼저 제기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국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정부나 언론이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000만 대라는 역사상 최대 리콜을 감행하면서도 도요타가 “소비자 안전을 위해 회사가 피해를 무릅쓰고 리콜을 한다”라는 여론을 조성하지 못한 데에는 제품의 문제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제대로 발휘하거나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해당 정부와 밀접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라.
“만약 당신이 도요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면, 운전하지 말고, 도요타 딜러로 가져가기 바랍니다.”, ”우린(미국 정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도요타에) 압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이는 불만을 가진 소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미국 교통부 장관인 레이 라후드가 한 말이다.
 
도요타가 ‘필요 이상으로’ 미국 내에서 뭇매를 맞고 있으며, 이는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설사 그런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도요타는 리콜 처리 과정에서 미국 장관 입에서 위와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기업이 소비자 안전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응할 때에는 해당 정부 부처와 밀접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1993년 6월 14 당시 펩시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크레이그 웨더업은 워싱턴에서 펩시콜라 캔 내부에 주사기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날 바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책임자와 만나 협조 체제를 구축했고, 결국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했다.
 
반면 도요타는 이번 리콜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 협조적인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물론 초기에는 도요타를 감싸는 듯했던 일본 정부도 이후에는 장관이 직접 나서 비난의 각을 세웠다. 이런 문제점을 도요타 회장도 의식했는지, 그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향후 정부 부처와 보다 긴밀히 협조할 것이며, 정부나 공무원과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오픈하고, 보다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4.‘소비자 인식’이 ‘회사 현실’보다 우선이다.
‘인식이 현실이다(Perception is reality)’, 혹은 ‘인식이 현실보다 더 중요하다(Perception ma-tters more than reality)’라는 말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이 말은 기업의 의사결정이 소비자 인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때 도요타는 가속페달 문제와 관련해 CTS라는 부품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CTS는 반발하여 이슈를 악화시킨 적이 있다. 부품 업체가 누구이든, 그것이 CTS의 책임인지 도요타의 책임인지는 법정에서 가릴 문제이고, 이것은 두 업체 간 문제이지 소비자의 관심사는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가장 큰 이슈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도요타 차량이 안전한가? 문제가 있다면 도요타는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가?’라는 불안감이었다. 도요타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 점에 집중했어야 한다.
 
또 도요타는 프리우스와 관련해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급기야는 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은 문제의 심각함은 소비자가 느끼는 것이지 회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도요타 자동차는) 소비자의 관점이 결여돼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위기 상황에서 CEO는 소비자들의 심각한 오해가 있지 않는 한, 자신들이 바라보는 현실 인식이 아닌,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인식에 기반하여 입장을 정리하고, 조치를 취해나가야 한다.
 
5.‘전략적 투명성’을 발휘하라.
위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의 ‘투명성’ 확보는 여론 향배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물론 무조건 모든 것을 밝히는 투명성이 아니라 ‘전략적 고려’를 한 투명성의 실현이 중요하다.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꼽아보자.
 
첫째, 투명성 발휘는 커뮤니케이션의 리더십을 전제로 한다. 자랑은 ‘자기 입’보다 ‘남의 입’에서 나와야 힘을 받지만, 자신의 실수나 잘못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털어놓을 때 여론의 점수를 받을 수가 있다. 도요타의 경우 제품의 문제점을 정부와 언론이 더 나서서 커뮤니케이션하고 도요타가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전략적 투명성 발휘에 있어 첫 번째 결함이었다. 이런 형국에서는, 소비자들은 도요타가 무엇을 더 숨기고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게 되며, 회사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둘째, 배드 뉴스는 여러 번에 나누어 발표하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한 번에 하는 것이 좋다. 이번 도요타 사태를 지켜보면 2009년 9월 도요타는 소비자들에게 바닥 매트를 제거하라고 했다가, 나중에 380만 대를 리콜했고, 올해 1월 26일에는 미국 내에서 8개 모델 생산을 중지했다. 이틀 뒤인 28일에는 바닥 매트 리콜을 확대했고, 2월 3일에는 일본 정부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카의 브레이크 시스템 문제 조사를 지시했다. 물론 미리 문제점을 예측하지 못해 몇 번에 나눠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배드 뉴스는 ‘몰아서’ 발표하는 것이 좋다. 물론 한꺼번에 발표하느라 시점을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기 발생 초기에는 문제점을 명확하게 가려내 분리시킨 뒤,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빠르게 오픈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지, 도요타처럼 꼬리 끝이 어딘지를 모르게 이슈를 확장시키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셋째, 전략적인 사과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전략적 사과는 사과만이 아닌 해결책을 함께 내놓을 때 가능하다. 도요타가 5일 동안 네 차례에 걸쳐 기자 회견을 한 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다만, 도요타 회장의 첫 공식 사과 기자 회견은 사과는 있고 리콜이나 구체적 조치에 대한 솔루션은 보이지 않아 실망을 안겨주었다. 여론에 밀려 여러 번 기자 회견을 하면서 사과와 조치의 강도가 높아지는 모습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요타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감도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할 부분도 있다. 도요타의 위기 대응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측면에서 자신들이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면, 소비자들도 그렇게 인식하도록 ‘프레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위기 대응의 서바이벌 키트에는 실제 조치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도구이다. “좀 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야 했다”라고 도요타 미국 법인의 대변인인 제임스 와이즈만이 인정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도요타가 향후 어떤 서바이벌 키트를 사용할지, 또 반전을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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