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의 전략, 숫자보다 대본을 활용하라

50호 (2010년 2월 Issue 1)

이제 기업이 전략을 개발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때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특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최근의 변화는 전례가 없고 막을 수도 없으며 금방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세계화와 기술 혁신, 규제의 변화, 인구 변화, 환경 규제 등이 더해져 경쟁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대다수의 업계에서 산업의 본질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의 경쟁업체, 공급업체, 고객들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을 겪게 됐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변화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을 내놓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통적으로 전략 도구는 경쟁 환경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정적(靜的)인 카테고리와 시각적인 자료를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가령 관리자들이 산업 분석 시 사용하는 분석 틀(5가지 구성 요소 및 전략 지도), 블루오션에서 사용하는 도구(가치 지도, 비교 가치 곡선)를 활용해 경쟁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은 정적인 지도를 만들어내고 2차원 그래프에 주변 환경을 투영하기 때문에 실제 환경이 지닌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이런 도구들은 환경이 급변하지 않을 때에만 신뢰할 수 있는 나침반일 뿐이다. 또 이런 도구들을 활용할 때는 각 산업이 제대로 정의되어 있고 기업들이 자사의 경쟁업체, 공급업체,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는 변화에 노출되어 있는 변수를 변하지 않는 존재로 가정하는 것이다.
 
몇몇 도구들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신규 진입업체가 만들어내는 가치(value)는 고려하지 않고, 각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상대적인 가치만을 비교한다. 1990년대 등장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IBM, 애플과 같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밀어내고 어떻게 컴퓨터 산업을 통째로 바꾸어놓았는지 생각해보자. 마찬가지로 구글이 삼성전자와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유럽 통신업체인 오렌지와 같은 휴대전화 서비스 제공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살펴보자.
 
대부분의 전략적인 도구는 상황을 단순화시켜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기업들이 해당 산업 분야를 변화시켜 경쟁하는 상황에서는(요즘은 이런 경우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 도구들은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기존 도구들은 산업의 경계가 변화하지 않고 항상 같은 형태를 유지한다는 암묵적이고 명백한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잘못된 길을 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발달하자 수많은 신문과 잡지들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했고, 그 결과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기 어려워졌다. 둘째,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일례로 코닥은 비즈니스의 변화를 인정하고 자사의 강점을 차별화된 방식으로 활용하지 않고 사진 분야에서의 변화에 맞서려고 한 탓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드물기는 하지만 몇몇 전략 도구들은 경영자들이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도 항상 도움이 되는 결과가 아닌 혼란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뿐이다. 게임 이론과 전쟁 게임은 기업이 자사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게임 이론과 전쟁 게임을 이용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이론과 전쟁 게임과 같이 수학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 모델조차 해당업계나 경쟁업체,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 등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이런 모델들도 미리 정의해둔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경쟁과 상호 작용만 보여줄 뿐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경영진이 가상의 미래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방법도 정적인 풍경, 즉 미래에 대한 정지된 사진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자들과 경영진은 식물을 조심스레 분류하는 식물학자들처럼 주변 환경을 연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들은 결국 전략을 개발하기 전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한다.
 
필자는 최근 한 연구를 통해 기업들이 전략 개발이라는 과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관련 비즈니스 내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포착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근본적인 논리와 스토리라인, 결정,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은 지도를 그리고 분석하거나 도표 위에 숫자를 표시하는 방법보다 단어를 활용해 이른바 ‘대본(playscript)’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대본이란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등장인물 목록, 각 등장인물이 연결된 방식, 등장인물이 준수하는 규칙, 등장인물이 참여하는 플롯과 하부 플롯, 비즈니스와 등장인물이 변할 때 기업들이 가치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서술 기법을 뜻한다.
 
단어는 가치 곡선(value curve)보다 강력하고 유연하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영진은 변화를 몰고 오는 조직의 동기 및 역할, 비즈니스 내에서 변화하는 규칙, 비즈니스 내에서의 관계, 현재와 미래를 잇는 줄거리 등을 이해하기 위해 단어를 활용할 수 있다.
대본은 은유(metaphor)에 불과한 게 아니다. 대본은 기업들이 경쟁 환경의 복잡성을 관리하고 한층 쉽게 분석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다. 대본은 기업들이 ‘변화의 결과’와 반대되는 개념인 ‘변화의 원인’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다시 말해 대본은 성공의 논리와 변화의 기저에 깔린 가정에 대해 설명해준다. 대본을 활용하면 기업들은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가치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대본은 기업 전략이 적절한지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본은 기업이 해당 기업과 시장 참가자들 간의 변화하는 역학 관계까지 전략에 포함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기업과 다른 시장 참가자 간의 변화하는 관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협력업체, 고객, 경쟁업체, 대체업체들이 서로 겹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전략 도구는 이런 중요한 요소가 고려되지 않는다. 현재 널리 쓰이는 도표와 달리 대본은 기업이 기업의 역할이나 비즈니스를 수정해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 상황이 변하면 대본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대본 수정을 통해 기업측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대비하라고 경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등장인물을 확인하고, 각 등장인물의 역할을 묘사하고, 구성, 세부 구성, 줄거리를 작성하는 방법은 전략 계획을 위한 간편하면서도 엄격한 접근 방법이다. 지금부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대본의 구조
지난 5년 동안, 필자는 금융 서비스, 섬유, 건설, 기술 등의 분야를 연구했으며 20여 개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는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경영진이 해당 기업(주인공)의 동기, 결정, 행동을 비롯해 자사와 연관되어 있는 다른 조직의 동기, 결정, 행동을 아우르는 대본을 작성한 후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본에는 역할(기업들이 가치를 더하고 획득하는 방식) 및 각 조직들이 연결되어 있는 방식이 묘사되어 있다. 기업이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거나 환경이 변할 경우 대본을 지속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끊임없는 대본 수정으로 경영진은 비즈니스의 역학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대본은 효과적인 이사회 진행, 최고 경영진 간의 토론, 정교한 전략 개발 등에 도움을 준다.
 
각 조직은 대본을 기업 활동에 접목시키기 전에 기업 차원의 대본과 비즈니스 차원의 대본 등 2개의 대본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대본(corporate script)기업 대본에는 기업 본사가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책정하는지에 관한 논리가 담겨 있다. 기업 대본은 ‘시너지 플롯’과 ‘재무 플롯’ 등 2개의 하위 플롯으로 구성된다.
 
‘시너지 하위 플롯’은 기업의 사업부와 기업이 투자한 벤처 기업 등 기업을 구성하는 다른 조직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통해 각각을 강화시키는지, 본사가 각 조직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등을 담고 있다. 본사 경영진은 시너지 하부 플롯 작성으로 부가가치 창출 방법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기업이 격변하는 환경에 처해 있는 탓에 생존을 위해 추가적인 역량이 필요한 경우 이 방법은 특히 도움이 된다.
 
‘재무 하위 플롯’에는 기업이 수익 창출을 위해 자산과 자본을 활용하는 방법이 묘사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자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자산을 매입할 수 있고 자산 일부를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또 경영진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지분을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성장 및 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도 있다. 재무 하위 플롯에 따라 시너지 하위 플롯에서 각 주체의 재량권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기업은 지분 투자보다는 다른 기업과의 제휴 관계 체결을 선호할 것이다. 또 직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기업 성장을 추진할 수 있게 스톡옵션을 지급할 수 있다.
 
재무 하위 플롯은 필자가 앞으로 설명할 비즈니스 대본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재무 하위 플롯이 자산 매각에 초점을 맞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은 더 많은 자산에 투자하는 쪽을 꺼릴 것이다. 반대로 증자(增資)를 하는 재무 하위 플롯을 택할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지급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재무 하위 플롯을 지나치게 현명하게 관리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으며,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 대본과 재무 하위 플롯을 동시에 감안하면 경영진은 전략 실행과 재무 관리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
 
비즈니스 대본(business script)비즈니스 대본은 기업 대본보다도 중요하다. 비즈니스 대본은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대본에는 다음 3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등장인물과 역할 각 분야의 주요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동기 및 역할.
 
관계와 규칙 기업들과 산업의 규칙 간의 관계.
 
현재와 미래의 플롯과 하부 플롯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가치를 창출하고 획득하는 방식에 대한 줄거리.
제약업체의 대본 대본이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는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분야이다. 예를 들어 제약업계의 대본을 생각해보자.
 
등장인물과 역할 대형 제약업체, 돈을 지급하는 조직(보험회사, 기업체, 정부), 대학, 연구기관, 병원, 의사, 환자. 대형 제약업체(대본상 주인공)의 역할은 특허라는 보호막 아래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는 신약을 제공하는 것이다.
 
관계와 규칙 제약업체는 생명공학 업체,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해 신약 개발과 임상 실험을 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해주고, 돈을 지급하는 조직들은 환자의 의료비용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불해 제약업체에 보상을 제공한다.
 
현재의 플롯 제약업계에서는 연구개발(R&D)로 가장 큰 가치가 창출된다. 따라서 제약업체 플롯의 중심에는 R&D가 있다. 제약업체는 신약 개발을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으며, 마케팅 역량이 뛰어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분자 발견 및 개발을 위해서 많은 예산 및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약업체들은 대부분의 가치를 이 부분에 할애한다. 하지만 직원이나 협력업체는 자신들이 기여한 만큼의 가치를 손쉽게 획득하지 못한다. 그 결과 대형 제약업체들이 대부분의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하지만 제약업계와 헬스케어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제약업체가 이 대본을 이용해 가치를 생성하거나 획득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인구 변화, 건강관리 비용 증가,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각국 정부와 보험 회사들이 제약업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규칙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투입한 자금 대비 가치를 높이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 현재 개발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의 개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돈벌이가 될 만한 약들은 이미 다 개발된 것 같다. 보건 기관, 의약품 보조금 관리 담당자, 임상 효율성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 등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면서 제약업계의 규칙과 시장 참가자의 관계의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제약업체들은 제네릭(복제약) 제조업체, 생명공학 업체, 비영리 조직 등의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하고,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규칙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맞춤형 약품의 인기로 신약 개발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또 지식 재산권을 통제해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도 더 이상 경쟁 우위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로운 헬스케어 도구를 개발하는 업체들도 제약업계의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그 결과 신약 R&D 및 제조를 담당하는 조직에서 헬스케어 부문에 돈을 지불하는 조직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 더 이상 신약 개발, R&D, 비용 절감 등을 한꺼번에 맡는 통합적인 기업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전략을 택하지 않게 됐다. 대신, 각 제약업체들은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자사의 입지를 다시 포지셔닝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전통적인 전략 도구들은 어떤 방안을 제안할까. ‘산업 분석(in-dustry analysis)’에서는 제네릭이 기존 제약업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된다고 설명할 것이다. 산업 분석은 대형 제약업체들에 진입 장벽이 낮고, 비용이 낮으며, 이윤 폭이 낮은 제네릭 제조 부문에 진출하지 않는 쪽을 권할 것이다. 또 대형 제약업체들이 제네릭 분야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업체의 시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앞으로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협력업체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 분석은 대형 제약업체들이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을 오히려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치 곡선 분석’은 한층 더 혼란스러운 답을 내놓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형 제약업체들은 서로 비슷한데도 장기간 수익을 창출했다. 이런 결과는 블루오션식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예측과는 정반대이다. 가치 곡선 분석은 제약업체가 가치 획득을 위해 맞춤형 약품과 같은 새로운 제품을 내놓거나 제네릭의 원활한 유통과 같은 참신한 가치 제안을 내놓을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대형 제약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블루오션 전략이 지지하는 새로운 방안이라는 것은 꼭 필요한 규칙도 아니고 충분한 규칙도 아니다.
 
제약업체에 대본 수정은 한층 더 유용하다. 새로운 등장인물을 발견하면, 제약업체는 자사가 새로운 등장인물과의 관계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미 이런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분자와 혼합물을 보유해야만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노바티스와 아스트라제네카는 헬스케어 비용을 지급하는 조직과 관계가 돈독해지기를 원한다. 이들 업체는 산업 분석 및 가치 곡선 분석에서 제안하는 방안과는 정반대로 신약과 제네릭 모두를 판매한다. 또 이들 업체는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업체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들과의 관계가 좋으면 신약 개발이 힘들거나 경쟁사가 더욱 싼 약을 내놓았을 때에도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가 확보한 환자에 대한 정보를 활용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체들은 제약 회사, 건강관리 서비스 공급업체, 환자, 돈을 지급하는 조직 간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기 위한 신기술을 활용해 제약업계의 구조를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역할 변화를 통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단순히 새로운 가치 제안을 내놓는 것과는 다르다. 역할을 바꾼다는 것은 경쟁의 근본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1990년대에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광고 회사인 ‘사치 & 사치’의 회생 사례를 살펴보자. 클라이언트가 전통적인 브랜딩 이상의 무언가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치 & 사치의 최고경영자(CEO) 케빈 로버츠는 ‘러브마크(lovemark)’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러브마크라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를 넘어선 고객의 충성’을 받는 브랜드를 뜻한다. 로버츠는 클라이언트가 고객과의 관계를 좋게 하는 데에 동참하는 전략적인 파트너가 되기를 원했다. 사치 & 사치는 업무 보고를 받고 광고를 개발하는 대신, 고객이 해당 브랜드에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 뒤 클라이언트와 협력해 광고와는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했다. 로버츠는 러브마크를 산업 전반적인 개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로버츠는 사치 & 사치의 모기업인 퍼블리시스그룹을 설득해 ‘쇼핑객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개념을 현실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기업들을 인수하게 했다. ‘새로운 대본’을 만들어낸 덕에 사치 & 사치는 클라이언트가 다른 광고 대행사의 창의적인 서비스에 현혹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사치 & 사치가 단순히 새로운 가치 제안을 발견하는 데 집중했던 것은 아니다. 사치 & 사치는 클라이언트와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 단순한 광고 대행사가 아닌 일종의 파트너로 거듭났다. 이런 전략 덕분에 사치 & 사치는 별다른 경쟁을 하지 않고 점점 많은 광고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들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 다른 광고 대행사와의 입찰에 부치지 않고 수의 계약으로 사치 & 사치에 광고를 맡겼다.
 
새로운 대본을 찾아내면 회사의 전반적인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비즈니스 차원의 대본을 다시 생각한 덕에 파산에 가까운 상태에서 10년도 안 되는 기간 40억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변신한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살펴보자. 만화책 출판업체인 마블의 제품은 영화로 각색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험대가 되었다. 마블은 과거 단 1개의 영화사와만 함께 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워너브라더스(‘배트맨’), 유니버설스튜디오(‘헐크’), 20세기 폭스(‘판타스틱 포’), 파라마운트픽쳐스(‘아이언맨’) 등 미국의 쟁쟁한 영화사들이 마블과 함께 일하려고 경쟁한다. 디지털 특수 효과 비용이 낮아지고 영화배우들의 몸값이 비싸졌기 때문에 마블은 만화에 나오는 별 볼 일 없는 캐릭터들을 잠재적인 수익원으로 변화시켰다. 마블이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나 포맷을 제공하거나 게임, 장난감 등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블루오션을 찾아낸 건 아니다. 마블은 자사와 다른 시장 참여자 간 관계를 바꾸는 새로운 대본을 작성해 자사 입지를 적절하게 활용했을 뿐이다. 마블은 만화업계의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새롭게 변화시켰다. 2009년 10월 디즈니는 마블을 인수했다. 디즈니의 마블 인수는 곧 마블의 대본을 확보하는 게 향후 영화 부문을 성장시키는 데에 유망한 방법이라는 것을 뜻한다.
 
대본은 기업들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전략 개발과 관련된 암묵적인 가정을 내던지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우선 대본은 더디게 변화하는 산업에서 경쟁하는 선두 기업들이 시각을 역동적인 사업 환경과 상호 관계로 돌리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둘째 대본은 모든 기업들이 경쟁업체, 구매업체, 협력업체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하나의 산업이 구매업체와 협력업체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대본은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분야를 고립시키지 않고 기업이 반드시 관리해야 할 시장 참여자 간의 다양한 관계를 알게 해준다. 셋째 대본은 기업이 가치를 전유한다는 역학 관계보다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공동의 그물망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보여준다. 관련 분야가 늘어나고 정부와 비영리 조직이 핵심 등장인물로 변해감에 따라, 기업들은 복잡해진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본은 특정 분야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하는 것보다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초점을 맞춘다. (즉, 가치 사슬 내 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를 망가뜨리는 방법으로 어떻게 자신의 흥망성쇠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 회사만의 대본을 작성하기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 및 컨설팅 작업을 토대로 필자는 대본을 이용해 전략을 수정하려는 기업에 도움이 되는 3단계 과정을 제안한다.
 
1 단계 현재의 기업 대본 및 비즈니스 대본을 작성하라 3개의 구성 요소에 집중해 자사가 속해 있는 포괄적인 환경을 정의하는 게 대본 작성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첫째, 가장 먼저 해당 부문에 속한 다른 등장인물을 파악해보자. 각 등장인물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어떤 동기를 갖고 있는가? 자사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다른 등장인물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자신의 의견에 따라 시작하되 고객, 규제 기관 등 다른 사람 및 조직의 시각으로 이 모든 역할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에서처럼 누구에게 질문을 하는지에 따라 진실이 달라진다. 모든 등장인물을 이해하면 대본에 힘을 실어주는 원동력이 무엇이며, 대본 수정을 통해 자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등장인물 간의 관계,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규칙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장을 원하는 기업과 상업은행, 보험사, 증권 거래소, 신용 평가 기관 간의 관계 및 이들 기관이 벌어들이는 수익 등은 손쉽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업과 정부, 비영리 조직 등 시장 참여자들 간의 관계를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데, 이는 각 주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자사가 속한 분야의 운영 규칙을 해독해야 한다.
 
셋째, 자사가 현재 어떤 논리를 바탕으로 가치를 추가하고 획득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기업의 전략을 수정하려면 기저에 깔려 있는 논리를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치 곡선 등의 도구가 도움이 되는 가치에 관한 명제가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다른 기업은 할 수 없지만 자사가 할 수 있는 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직원이나 협력업체로 가치를 흘려보내지 않고 회사가 가치를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2 단계 대본을 다시 작성하라 다음 단계는 가능하다면 자사의 대본을 자사가 속한 분야 전체를 감안해 수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등장인물과 역할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자사가 새로운 참가자를 해당 분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인가? 구글을 보자. 구글이 인터넷 분야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까닭은 가치 사슬에서 구글이 속해 있지 않은 분야에 참여할 파트너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선별적으로 제휴를 체결하면 자사가 주인공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주인공 역할을 맡으면, 수많은 관계로 구성된 망 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거나 가치 사슬 내 중요한 연결 고리를 통제할 수 있다.
 
기업들은 다른 배역을 맡은 조직의 역할에 대한 구시대적인 발상을 벗어 던지지 못한 채 해당 분야의 틀을 새로 잡거나 자사가 획득할 수 있는 가치를 개선시킬 기회를 놓치곤 한다. 앞으로는 구식 발상을 고집하지 말고 기존 참가자 혹은 미래의 참가자가 맡은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누가 무엇을 할지 다시 정리하면 누가 무엇을 갖게 될지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약업체들은 의료비를 지급하는 조직이 의약품을 의료 전달 시스템에 포함되게 하는 방법으로 의료비 지급 조직의 역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약업체들은 환자가 단순히 약을 구매하기보다 치료 과정을 밟도록 환자 역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자사가 다른 참가자들과 맺는 관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지 평가해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머크 세로노’라는 기업은 성장 호르몬 투여 기기인 이지팟(easypod)을 출시했다. 이 기기에는 환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회수, 1회 사용 시의 주사량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이지팟 출시 후 머크 세로노는 의사와 보험사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파트너로 성장했다. 기업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정보기술(IT) 아웃소싱 제공업체들은 사용량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더 이상 특정 브랜드의 기기를 원하지 않게 되면서 장비 대여업체의 마진이 줄었고 제조업체까지도 악영향을 받게 됐다.
 
전통적인 시장의 테두리 밖에서 새로운 사업 구조를 만들어내면 지배적인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영국의 곡물 제품 제조업체인 ‘조단 & 리비타’는 곡물 생산업체의 지속가능성을 보증하는 기구인 컨서베이션 그레이드(Conservation Grade)의 설립을 지원했다. 컨서베이션 그레이드가 생겨난 덕에 조단 & 리비타는 농부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하고 곡물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조단 & 리비타는 소비자들에게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런 접근 방식으로 조단 & 리비타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곡물을 가정 및 기업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가격을 낮추라는 소매업체의 압력을 피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사가 가치를 추가하고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되짚어보자.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른 시장 참가자들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사에서는 매출, 수익성, 자산 가치 증진을 위해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인트라웨스트’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리조트 개발 및 관리 사업을 시작했다. 인트라웨스트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부동산 구매’가 아닌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여가 시간 구매’라고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역할을 맡은 인트라웨스트는 자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행에 맞고, 활동적이며,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조직들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인트라웨스트는 리조트를 소유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가치도 획득한다.
 
3 단계 대본이 미래에 도움이 될지 확인하라 3단계는 자사가 속해 있는 업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대본이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고객 욕구의 변화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해야 한다. ‘고객이 누구인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는가’ 등의 정보 간에는 항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경영진은 가치 사슬의 특정 부분을 통제하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지배적인 면모를 지녔던 기업이라 하더라도 대본이 허물어진 탓에 몰락하거나 어쩔 수 없이 변화를 택한 사례가 많다. IBM은 고객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하드웨어 산업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운영 시스템 개발 과정을 아웃소싱했다. 하지만 기업 고객이 아닌 개인 고객이 중요한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고객 서비스가 아닌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선해달라는 고객의 요구가 늘었다. 그 결과, 컴퓨터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결국, IBM은 변신을 꾀할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자사 대본이 미래에도 유효할지 다방면에서 살펴봤다. 값싼 디자인만으로 이케아의 경이적인 성공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이케아가 아닌 다른 기업들도 값싼 디자인을 활용한다. 이케아는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이케아는 3단계로 구성된 자사의 협력업체들이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규칙을 제시했다. 이케아는 목재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폴란드와 발트 해 연안 국가의 숲을 통째로 사들였다. 여러 군데의 숲을 사들인 덕분에 이케아는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됐고, 자사가 소유한 땅에서 벌목을 한 뒤 다시 나무를 심어 벌목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케아는 산림 개발 및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World Wildlife Fund)과도 협력하고 있다. 조명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이케아는 최근 자사의 대본을 통제하는 능력을 유지하려고 이에 도움이 될 만한 기업 인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케아는 ‘가구 소매’ 분야에서의 주요 역할을 벗어 던지고, 비용을 의식하는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용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장려 방안 및 동기가 무엇인지 고려하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예측할 수 있다. 대본을 끊임없이 다듬어 눈부시게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벨티’를 생각해보자. 벨티는 e-비즈니스용 소프트웨어 판매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뒤 전자 상거래 솔루션 시장으로 옮겨가 은행, 통신업체, 광고 회사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현재는 휴대전화용 상거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벨티는 시장에 참가하는 다른 조직이 맡고 있는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한 다음 자사를 둘러싼 다른 참가자들을 끊임없이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벨티는 시장 참가자들이 무엇을 구매할지 파악하고 주요 업체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기회를 찾아낸 뒤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갔다. 예를 들어 벨티는 휴대전화용 상거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광고 대행사들과 제휴를 맺었다. 광고 대행사들이 자사를 잠재적인 경쟁업체로 여기지 않도록 벨티는 수익 배분 모델을 사용했는데, 이 모델은 그동안 어떤 광고 대행사도 쓰지 않았던 방식이었다.
 
기업들은 다른 시장 참가자가 중심이 되는 역량을 개발하여 상호 강화적인 관계망에 참여할 수 있다. 휴대용 인터넷 기기(스마트폰) 사업 및 소비자 가전(인터넷 TV) 사업 진출을 꾀하는 과정에서 인텔은 이런 문제에 직면했다. 인텔은 지난 20년 동안 개인 컴퓨터에 장착되어 왔던 x86 명령어 구조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인텔은 휴대용 인터넷 기기와 소비 가전 부문에서 소프트웨어와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업을 위한 공동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제휴를 맺었다. 뿐만 아니라, 인텔은 기기 제조사들과 협력해 이들 업체들이 플랫폼 개발 생태계를 관리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조직의 적극적인 노력
새로운 대본을 개발했다면 CEO는 자사가 대본을 실행할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CEO는 조직이 개발해야 할 역량, 조직 내외부에서 구축해야 할 관계, 관성과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해야 할 전략과 새로운 접근 방법, 이를 위한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제약업계에서 새로운 대본을 실행하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살펴보자. 영국 런던의 아스트라제네카는 역량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아스트라제네카는 신약 공동 개발, 공동 마케팅, 공동 홍보에 좀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국가 단위의 마케팅팀, 판매팀에 좀 더 강력한 권한을 제공하고. 각국 차원에서 더 많은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존의 중앙 집중적인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본을 작성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대본을 수정해나가야 한다. 대본의 전제를 검증하고, 다른 시장 참가자의 반응을 평가하고, 변화 과정을 제도화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할 수 있다.
 
기업은 직원들이 다른 전략적인 도구보다 대본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가치 곡선보다 단어를 더욱 잘 이해한다. 사람들의 두뇌는 이야기, 줄거리, 관계 등을 좋아하게 만들어져 있다. 대본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했을 때 나타나는 몇몇 효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조직 구성원들의 참가 수준을 높여 조직 내 협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피드백 고리가 시작되어 조직이 사내 블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본을 갱신하고 수정하게 된다. 대본을 작성하면 직급을 막론한 모든 직원들이 조직의 변화 방식 및 이유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구성원들에게 배우로서 대본을 받아들여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고, 구성원들이 작가 입장에서 대본을 바꾸도록 제안할 수도 있다. 또 대본은 기업과 사회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2007년의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손쉽게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운영 원칙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운영 원칙을 달리 표현한 게 바로 대본이다.
170여 년 전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전쟁 이론 및 전략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끊임없는 변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역할 변화, 기업의 구조 및 역할 변화 등으로 점철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도의 정적인 특성보다는 대본의 역동적인 역량을 활용해 기업들은 한층 더 나은 미래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DBR TIP]대본을 이용한 전략 수정
기업이 속한 분야 및 대본 정의
기업과 기업이 속한 분야를 자세히 관찰하라.
 
대답해야 할 질문
- 해당 산업에서 누가 주인공인가? (고객, 경쟁업체, 협력업체, 규제기관 등을 생각해볼 것.)
- 등장인물을 연결하는 규칙(규범 및 규제)은 무엇인가?
- 당신 기업의 플롯은 어떤 것인가? 다시 말해 당신의 기업으로 하여금 가치를 추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 가치를 고수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다른 등장인물의 동기는 무엇인가?
- 누가 어떤 일을 했는가? 그 일이 가치를 생성하고 유지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최근 당신 기업의 플롯이 변했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 재작성을 통한 전략 수정
대본 구성이 당신의 기업에 도움이 되게 당신의 기업 대본 및 비즈니스 대본을 다시 작성하라.
 
대답해야 할 질문
- 어떤 대본이 당신의 회사에 가장 이상적인가?
- 다른 조직이 취하지 않는 역할 중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
- 고객의 요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기회 창출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 가치 창출 및 획득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이 있는가? 예를 들어, 자산의 가치 증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
- 당신의 기업이 속한 분야 내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 어떤 구성 요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당신의 기업이 입지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시장 참가자의 동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 어떤 새로운 등장인물이나 역할이 가치 창출 혹은 획득에 도움이 되는가?
-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당신의 기업이 적합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가?
 
대본이 미래에 도움이 될지 확인
새로운 대본이 오랜 기간을 견뎌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
 
대답해야 할 질문
- 고객의 욕구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 어떤 기업이 돈을 버는가 하는 문제에 고객의 욕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고객의 욕구 변화가 해당 분야 내외부에서 가치를 재분배할 것인가?
- 기업들이 당연시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 어떤 방법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획득하는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가? 가치가 다른 조직으로 옮겨가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
- 다른 등장인물들이 자사의 대본에 반응을 보일 것 같은가? 대본의 탄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당신의 기업이 입장을 보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떤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가?
- 어떤 자산이 당신의 대본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가?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 2월 호에 실린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마이클 G 제이코비데스 교수의 글 ‘Strategy Tools for a Shifting Landscap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마이클 G 제이코비데스(mjacobides@london.edu)는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전략과 국제 경영을 가르치는 부교수다. 그는 런던비즈니스스쿨 내 기업가 정신 및 혁신 센터에서 도널드 고든 경 의장직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