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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적 접근법

일하고 싶은 기업 문화, 몰입을 낳다

박재림 | 49호 (2010년 1월 Issue 2)
많은 사람들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진정한 경쟁력 원천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필자가 대기업 관리자와의 워크숍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과 관련한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은 ‘펀(Fun) 경영이 유명한 회사’ ‘허브 켈러허라는 경영자의 유머러스함’ ‘바니걸스 복장을 하고 승객을 놀래줬다는 일화’ 등을 떠올렸다. 이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핵심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다.
 
이 회사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8년 처음으로 발표된 ‘포천 100대 기업(미국 경영 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미국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지방 중소 항공사가 기라성 같은 대기업을 모두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됐기 때문에 당연히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불가사의한 사실들이 드러났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적은 인원으로 많은 승객을 실어 날랐다. 여객기당 투입되는 평균 인력(지상 요원과 기내 요원)이 131명인데, 이 회사는 79명에 불과했다. 직원당 고객 수는 2318명으로 업계 평균인 848명을 훨씬 웃돌았다. 다른 항공사의 여객기가 착륙 후 재이륙까지 평균 45분이 걸렸지만 이 항공사는 단 15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 회사는 여객기 조종사들에게 높은 연봉을 보장하지도 않았다. 후발 주자였고, 중소 항공사에 불과했던 까닭에 조종사 평균 연봉의 4분의 3 수준만 지불했다. 그러나 이직률은 다른 경쟁사보다 낮은 2% 미만으로 억제됐다.

 

 
하지만 서비스는 탁월했다.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고객 불만율, 수화물 유실률, 정시 이착륙이라는 3가지 지표를 가지고 가장 우수한 항공사에게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상을 주는데, 이 항공사는 유일하게 7회 연속 이 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좀처럼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기록들은 무수히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특이한 기업 문화와 다양한 프랙티스에서 저력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신문 지면이나 TV 카메라를 통해서는 결코 비춰지지 않으며, 이렇게 쉽게 모방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경쟁 우위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조직 문화는 직원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주며, 몰입도 향상과 성과 증진을 가져온다.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이뤄지려면 반드시 훌륭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원들에게 최적의 동기 부여를 가능케 하는 조직 문화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런 문화를 만들어야 할까.
 
몰입 체감의 법칙
먼저 몰입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의치 않다. 직장인들은 출근과 동시에 많은 업무와 접한다. 익숙한 업무는 직원들을 매너리즘에 빠지도록 만들고 낯선 업무는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을 준다. 필자는 지난 8년 동안 국내 200여 개 기업의 문화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 관리를 컨설팅했다. 이 과정에서 ‘몰입 체감(遞減)의 법칙’을 파악했다. 즉, 외부 개입이 없다면 자연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자기 일(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년기 아이들에게는 뛰노는 것이 일이다. 동네 공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자기 일(놀이)에 한껏 몰입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한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손을 비벼가면서 아주 즐겁게 뛰논다.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아이들의 몰입도는 매우 높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일을 놀이처럼 즐겨야 한다며 주장했던 것은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은 성장하여 중고등학생이 된다. 학생에게는 공부라는 과업이 주어진다. 학생이 보여주는 일(공부)에 대한 몰입은 유년기 아이들이 보여줬던 몰입에 비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예계의 아이돌 스타들, 오락실의 게임기, (남학생에게는) 버스에서 마주친 예쁜 여학생 등이 몰입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들이다. 그렇지만 변함없는 든든한 스폰서(부모)와 학업 및 생활을 지도하는 튜터(선생님)들이 몰입 방해 요인을 극복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배려한다.
 
중고등학생은 더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된다. 학생에게 주어졌던 몰입 방해 요인은 성인이 되면서 대체로 극복될 수 있다. 정상적인 성인에게는 게임에 빠진다거나 팔등신 영화 배우에게 정신이 팔리는 등의 방해 요인들을 적절히 통제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나 학생 시절의 몰입 방해 요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훨씬 강도 높은 새로운 몰입 방해 요인이 등장한다.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성인에게 부여되는 다중적 역할이다.
 
성인은 자식으로서, 배우자로서, 부모로서, 친구로서, 조직원으로서 수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보살핌이 있고 학생에게는 조건 없는 지원이 있지만, 성인은 자기 책임하에 모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 도입했던 멘토 시스템도 무한정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일(업무)에 몰입하라고 요구하지만, 다중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직원은 근무 시간 중에도 눈치껏 자녀의 귀가를 신경 쓰고 배우자 생일 선물을 고민하며 노모의 건강을 챙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당연히 업무에 대한 몰입은 놀이 혹은 공부에 대한 몰입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자연 연령의 증가에 따른 몰입 체감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동일한 조건이다.

 

 
반복의 무료함과 목적의식
그렇다면 성과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떨어지는 몰입도를 보완해주는 것은 뚜렷한 목표(목적)의식이다. 아이들은 강한 몰입 상태에서 뛰놀지만 그 놀이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한다거나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식의 목표를 갖지는 않는다. 그저 뛰노는 것이 즐겁고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다.
 
학생에게 주어진 일은 아이들의 놀이와는 다르다. 여러 가지 몰입 방해 요인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아주는 것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왜 성적을 높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과 관련한 자기 생각의 정립이다. 그것은 지능 지수 차이 이상의 결정적인 성공 요인이 된다.
 
성인에게는 더욱 체감된 몰입도를 보완하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강한 목표의식, 달성 욕구, 계획 조직화 역량 같은 것들이 요구된다. 사실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일을 놀이처럼 즐기라’는 주술적(?)인 권고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업무가 즐겁기 위해서는 ‘왜 일을 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힘들고 짜증나지만 목표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일하는 즐거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컨설팅 현장에서 얻은 결과는 이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로 대기업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십 차례 표적 집단 인터뷰(FGI)에서 필자는 공통적으로 ‘왜 일하는 것이 재미없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직원들의 반응은 크게 2가지로 나타났다.
 
첫째는 업무의 반복성이 주는 무료함이었다. 한마디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느냐는 것이다. 주로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일반 사무직 종사자도 이를 무성장에 대한 초조함으로 표현한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하고 어제나 오늘이나 성장하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일하는 것을 재미없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이유였다.
 
둘째는 주위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이다. 부서 상사, 옆자리 동료와 마찰을 빚으면서 조직 생활이 재미없게 느껴진다.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항상 지시를 받고 보고를 하거나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해도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 이처럼 항상 일정한 관계 속에서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 사람 간 관계는 업무 성과와 직결된다.
 
여기서 첫 번째 이유인 반복이 주는 무료함은 앞서 얘기한 목표의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당초 가졌던 목표의식이 어느 순간 무뎌지게 된다. 업무 반복의 무료함을 극복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반복성은 사실 어느 한두 가지 업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업무에 내재된 속성이다.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에서도 업무는 원래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판사는 반복적으로 소장을 읽고 판결문을 쓴다. 의사는 어제도 오늘도 환자를 진료할 뿐이다. 교사는 작년에 가르쳤던 것을 올해도 가르친다. 원래는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업무 가치를 발견하고 개선을 끌어내는 노력은 각 개인이 해야 하는 몫이며, 그런 개선을 통해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 자신만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잘못이다. 스스로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분히 성찰하고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 문화적 접근 방법
동기부여로 시각을 돌려보자.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 업무 몰입도는 외부로부터 받은 동기부여에 의해 더욱 촉진될 수 있다. (물론 스스로 동기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이 같은 자기 동기부여 역량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위대한 기업에 동승할 수 있는 최적의 인재이다.)
 
동기부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한다.(표2) 가장 고전적인 이론은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 5단계론이다.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때 기본적인 동기부여가 이뤄지고, 이 같은 욕구가 웬만큼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로 나아가게 된다. 또 최소한 동기위생이론에 따르면 급여는 직무 불만족 요인의 하나로 그것을 높여준다고 해서 직무 만족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직무 불만족이 줄어들 뿐이다.
 
동기부여 이론 중 하나인 기대이론에 따르면 사람이 동기부여되는 정도는 보상의 매력도(보상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가)와 획득 가능성(보상을 얻어낼 현실적인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의 곱으로 결정된다. 기업 조직에서 이뤄졌던 직원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동기부여 방안은 성과에 대해 보상을 내거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매력적인 보상일수록, 나아가 현실적으로 웬만큼 노력을 더하면 그것을 획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때 강한 업무 몰입을 보인다고 여겼다. 이렇게 기업에서 내건 보상은 대체로 지위(승진) 혹은 금전(성과급)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영 환경은 승진을 보상의 일환으로 제시하는 데 큰 한계를 가지도록 만든다. 예컨대 임원이란 지위가 갖는 보상으로서의 매력도는 높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때 그것의 획득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즉, 효과적인 동기부여 방안이 되기 힘들다. 금전 보상 역시 여의치 않다. 금전 보상의 대명사인 성과급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획득 가능성이 높지 않거나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수준이다. 또 한국적 문화의 특성상 물질적 보상만으로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에 유입되는 젊은 세대들의 성향 변화도 다른 각도에서 직원에 대한 동기부여 방안을 고민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최근 직장인들은 조직 생활을 통해 삶의 의미나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훨씬 강해지고 있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현실적인 가능성에 대한 고려와 함께 직원들의 고학력화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 추세는 이 같은 경영 환경을 반영하여 보다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구성원을 동기부여시키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조직 문화적 접근으로 높은 생산성을 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적인 접근의 핵심은 ‘신뢰’라고 하는 보편적 가치와 ‘다양성’이라고 하는 시대적 가치를 조직 내부에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은 무심코 “이익을 많이 내면 일터 분위기는 저절로 좋아지고,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물론 이익을 많이 내면 일하기 좋은 기업1)(GWP·Great Workplace)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예컨대 회사는 돈을 잘 벌고 있는데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은 나날이 높아지는 기업이 얼마든지 있다. 마치 돈은 많되 형제 간에는 재산 다툼을 벌이느라 날이 새는 집안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포천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 경영컨설턴트인 로버트 레버링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은 어떤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터에 존재하는 관계는 크게 3가지인데, 그것은 상사와의 관계, 업무와의 관계,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관계이다. 이 관계가 신뢰, 자부심, 재미에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상사와의 관계가 신뢰의 관계로 유지될 때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업무 몰입을 기대할 수 있다.
 
신뢰와 다양성이 핵심
필자는 지난 수년 동안 GWP 문화 구현을 위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표3>과 같은 신뢰 행동 사이클을 도식화하고 그것이 조직 내부에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입 활동을 했다. 신뢰는 개념적인 이해를 통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신뢰 강화 행동의 반복 실행을 통해서 증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가치다. 이 문화에 대한 접촉 기회의 증가,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자기 주관성의 증대 등은 조직 문화가 다양성이란 시대적 가치를 담보하지 못할 때 많은 부작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경영 환경을 부여하고 있다.
 
다양성 증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직 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경향성을 먼저 파악한 후 그것을 원하는 상태로 변화시켜 나가는 인위적이고 강도 높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관찰했던 다음 사례를 함께 들여다보자.
 
부장과 신참 대리 간 의견 충돌이 있었다. 부장은 호통을 치고 신참 대리는 감정이 크게 상했다. 대리에게는 부장과는 다른 자신의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주위 분위기를 고려해서 한두 마디 의견을 개진하다 물러섰다. 부장은 심하게 호통친 것은 조금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다독거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두 사람은 일과 후 회사 근처 식당에 앉아 그날의 껄끄러웠던 관계를 복원하려 했다. 자리에 합석한 과장은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날의 결론은 ‘사는 게 다 그런 거야’로 모아졌다.
 
한국 기업 현장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사례는 조화와 질서 중시라는 문화적 경향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사례의 핵심은 갈등이 원만히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없던 일’로 무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이견이 발생하는지를 따지는 일은 서로에게 껄끄러운 과정으로 인식된다. 대신 서둘러 조화로운 상태로 복원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으로 인해 의견 충돌은 없던 일이 되고 만다. 문제를 요약하면 우리들의 일터는 평소 갈등을 덮어버림으로써 얻은, 위장된 혹은 거짓된 조화의 상태를 보이게 된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갈등이 누적돼 임계선을 넘어서면 순식간에 대립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류를 지향하는 기업 문화라면 갈등을 없던 것으로 무마시킴으로써 얻어지는 (거짓된) 조화의 상태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인식의 전환이 출발점
결론적으로 기업 조직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려면 ‘일하는 데 좋은 구체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 핵심은 신뢰와 다양성 같은 무형 자산으로 표현되는 가치들이다. 이 같은 무형 자산 가치는 단순히 특정 제도를 설계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 모두의 실천이 수반되는 기업 문화적 접근에 의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
 
기업 문화적 접근법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기업 문화 혁신의 변화 관리 프로세스를 설명하기에 앞서 지적해야 할 것은 인식 전환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실무 담당자들은 무엇보다 ‘기업 문화는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 혁신의 대상’이란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일터 현장에 들어가보면 ‘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사실 그런 인식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몇 가지 이유를 열거할 수 있는데, ▲변화에 소요되는 오랜 시간 ▲공감하는 변화 방식 확보의 어려움 ▲강한 저항 같은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문화를 변화시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모두가 공감하는 변화 방식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구성원 모두가 변화 주체인 동시에 대상이기 때문에 훨씬 강한 저항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좌측 통행 문화가 우측 통행 문화로 변하기까지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이유들로 인해 기업 문화를 바꿔보고자 했던 과거의 많은 시도가 ‘중도 포기’로 흐지부지된 사례가 등장했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학습 효과가 생겨났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 해도 기업 문화의 혁신은 초일류로 거듭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전략적인 변화 관리 프로세스에 입각해 추진해야 한다.
 
일목한다면 기업 문화 혁신의 변화 관리 프로세스는 ‘진단→목표 수립→목표 공유→접근 방식의 실행→변화 사례의 확보 공유→재진단’ 프로세스의 반복 실행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활동은 현상 진단이다. 이는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문화적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활동이다. 효과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일정한 프레임에 입각하여 진단 활동을 실행해야 한다. 진단 활동 형태로는 설문 조사가 가장 일반적이다. 많은 컨설팅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설문 형태의 진단 도구를 상품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설문은 다수를 진단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진단할 수 있는 영역과 정확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설문 조사와 함께 포커스그룹 인터뷰 등 정성적 조사를 병행해 설문의 단점을 보완하는 게 좋다.
 
두 번째 활동은 목표 수립이다. 목표는 진단 활동의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경향성을 도출, 이를 개념적으로 구체화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원하는 기업 문화가 목표로 정립돼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조직 문화의 구체화된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다수가 원하는 문화가 성과 창출에 부적합하거나, 계층별 이해의 차이에 따라 전체가 동의하는 문화를 도출할 수 없는 사례가 현실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반드시 목표에는 가치(신뢰와 다양성 같은 보편적이고 시대적인 가치)가 담겨야 하며, 가치를 담고 있는 목표일 때 보다 많은 조직 구성원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다.
 
세 번째 활동은 목표 공유다. 목표 공유는 구체적으로 수립된 목표를 조직 구성원 전체가 동일한 방향에서 이해하는 활동,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변화해야 할 세부 실행 계획 수립, 실행에 대한 자발적 동의를 끌어내는 활동 등을 포괄한다. 기업 문화의 혁신 활동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변화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점이 확인돼야 하며, 자발적 동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영층의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네 번째 활동으로 ‘접근 방식의 실행’은 매우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영역이다. 보행 문화를 사례로 얘기하자면, 이상적인 미래상(대다수가 우측 보행을 당연시하고 실제로 우측 보행을 습관적으로 실행하는 상태의 구현)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지 ‘우측 보행을 하세요’라는 선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 좌측 보행이 각자에게 혹은 전체에게 어떤 비효율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일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공유함으로써 인지적인 변화가 선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 인지적인 변화가 관행화된 변화 행동으로 굳어지도록 하기 위해 반복과 개선이 요구된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변화 에이전트(agent)가 주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발견됐을 때 당사자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활동인 변화 사례(Quick Win)의 확보 공유는 변화의 가속과 촉진을 위해 작은 성공 체험을 변화 관리 초기에 찾아내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활동이다. 본질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기업 문화의 혁신 활동에서 추진력을 잃지 않고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 상태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 사례를 찾아내 변화의 장점을 확인, 재확인시켜야 한다.
 
이후 활동은 일정 기간 변화 활동의 결과를 재진단하고 전략적인 수정을 가미하면서 일정한 프로세스를 반복, 실행하는 과정이다.
 
이상에서 프로세스에 입각해 순차적으로 설명한 기업 문화 구축의 변화 관리 활동을 평면적으로 다시 바라본다면 <표4>와 같이 표현된다. 예컨대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우리는 그런 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왜 어른을 공경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논리(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추진 체계를 정비한다는 것은 변화 관리의 활동 주체를 정하는 일이기도 하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를 정립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른 공경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진단) 파악해야 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 과정에 어른 공경 콘텐츠를 넣어야 할지(의식 혁신) 결정해야 한다. 어른을 보면 허리 숙여 인사하라는 지침(행동 변화)을 마련해야 하며, 우수 공경 사례를 홍보(커뮤니케이션)하는 일도 빠뜨릴 수 없다. 또한 경로 우대권(제도 보완)과 같은 제도를 다양하게 만들어 어른 공경 문화가 더욱 촉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단위 활동들은 어른 공경 문화 구축을 위해 어느 하나도 생략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직원들이 강한 몰입을 통해 조직 성과에 기여하길 원한다면 몰입이 자연스러운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쉽지 않기 때문에 모방할 수 없는 경쟁 우위의 자산이 될 수 있다.
  • 박재림 | - (현) (주)한국HR진단평가센터 대표 컨설턴트
    - 워크플레이스컨설팅 대표·조직개발 컨설턴트
    - 2002년에서 2006년까지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GWP) 선정의 총괄 PM 활동
    - 기업 문화 변화 관리, 인재 어세스먼트, 조직 진단, 리더십 개발 등 분야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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