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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 의사결정

정보의 가치 미리 재보는 통계경영

안재현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경영자들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대규모 자원 투입이 필요한 문제의 의사결정 상황에 부딪힌다. 대개 이러한 의사결정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다수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므로 그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조직 내부의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의사결정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거나, 정의되었더라도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매우 많을 때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의사결정 문제가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가령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개발에는 기술적 불확실성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신상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판매량이 변동하는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업에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경영자들은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예를 들어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대처를 살펴보자.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이 개발되고 발표될 때마다 수차례에 걸친 소비자 선호 조사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얻은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정보가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투자 결정은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생기는 이득이 불확실성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투자비용과 대비했을 때 미미하다면 기업의 결정은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정보의 가치
이와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정보의 가치(value of information)’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정보의 가치가 정보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낮다면 해당 정보를 얻으려는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 될 수 있다.
 
의사결정 분석론에서 정보의 가치란 해당 정보가 있을 때의 의사결정의 가치에서 해당 정보가 없을 때의 의사결정의 가치를 뺀 값으로 정의된다.
 
정보의 가치 = 정보가 있을 때의 의사결정의 가치 - 정보가 없을 때의 의사결정의 가치
 
 

 
<표1>의 예를 살펴보자. 당신이 지금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가정하자. 고려 중인 대안은 고위험 주식, 저위험 주식, 예금의 3가지다. (물론 3가지 대안에 적당히 분배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정보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그 대안은 제외하자.) 각 대안에 투자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고위험 주식에 투자할 경우, 시장이 활황이 된다면 1500만 원의 이익을 얻는 반면 시장이 침체가 된다면 1000만 원의 손해를 입는다. 그리고 시장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100만 원의 이득을 얻는다. 저위험 주식에 투자할 경우, 시장이 활황이 된다면 1000만 원의 이익을 얻어, 고위험 주식에 투자할 경우보다 낮은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되면 100만 원의 손해만 입어, 고위험 주식에 투자할 경우보다 손해액이 낮다. 시장이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200만 원의 이득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예금에 투자할 경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500만 원의 이득을 얻는다. 즉 예금은 위험이 없는 투자처다.
 
시장의 동향은 불확실하지만, 활황이 될 확률이 50%, 침체가 될 확률이 20%, 그리고 지금 수준을 유지할 확률이 30%라고 하자. 당신이 위험 중립적인(risk-neutral) 사람이라면 어느 대안에 투자할 것인가? 이는 각 대안의 기댓값을 구함으로써 쉽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고위험 주식의 기댓값은,
 
고위험 주식의 기댓값: 1500만 원 × 0.5 + 100만 원 × 0.3 + (-1000만 원) × 0.2 = 580만 원
 
마찬가지로 다른 대안의 기댓값을 구하면,
 
저위험 주식의 기댓값: 1000만 원 × 0.5 + 200만 원 × 0.3 + (-100만 원) × 0.2 = 540만 원
 
예금의 기댓값: 500만 원 × 0.5 + 500만 원 × 0.3 + 500만 원 × 0.2 = 500만 원
 
따라서 이 사례에서는 고위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최적이며, 이 의사결정의 기댓값은 580만 원이다.
 
자, 이제 당신이 투자처를 결정하기 전에, 미래를 꿰뚫고 있는 천리안을 가진 사람(clairvoyant)이 등장하여 당신에게 앞으로의 시장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 사람은 미래에 대한 완전정보(perfect information)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당신은 과연 천리안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완전정보를 얻기 위해 최대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가? 앞에서 정보의 가치란 정보가 있을 때의 의사결정의 가치에서 정보가 없을 때의 의사결정의 가치를 뺀 나머지 가치라고 했다. 그렇다면 완전정보가 있을 때 의사결정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천리안이 있는 사람이 시장이 “활황”이라고 언급하면 당신은 가장 이익이 높은 고위험 주식에 투자할 것이다. “침체”라고 하면 침체 시 가장 이익이 높은 예금에 투자할 것이다.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경우에도 가장 이익이 높은 예금에 투자할 것이다. 이때의 기대 이익은 다음과 같다.
 
완전정보하에서 의사결정의 기댓값: 1500만원 × 0.5 + 500만 원 × 0.3 + 500만 원 × 0.2 = 1000만 원
 
 

 
완전정보하에서 의사결정을 하면 1000만 원을 기대할 수 있다.(그림1) 이는 정보가 없을 때의 580만 원에 비해 420만 원이 높은 수치다. 즉, 완전정보의 가치(value of perfect information)는 420만 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완전정보를 얻기 위해 당신이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불완전정보의 가치 (value of imperfect information)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 완전정보라는 게 존재할까?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은 항상 예측 오류(forecasting error)를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 자료는 조건부 확률(conditional probability)로 표현할 수 있다. A라는 컨설팅 회사가 시장 경기에 대해 예측한다고 하자.(표2)
 
 
 
A 컨설팅 회사의 시장 예측 정확도는 그동안 A 컨설팅 회사의 예측 실적으로 볼 때 <표2>와 같이 알려져 있다고 하자. 미래의 시장이 활황이라면 “활황”이라고 맞게 예측할 확률은 0.80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미래의 시장이 활황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혹은 “침체”라고 예측할 확률은 각각 0.10, 0.10으로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시장이 그대로라면 “그대로”라고 맞게 예측할 확률은 0.70이지만, “활황”이나 “침체”라고 잘못 예측할 확률도 각각 0.15, 0.15이다. 미래의 시장이 침체라면 “침체”라고 맞게 예측할 확률은 0.60이지만 “활황” 혹은 “그대로”라고 잘못 예측할 확률도 각각 0.20, 0.20으로 알려져 있다.
 
A 컨설팅 회사로부터 미래 시장 예측에 대한 컨설팅 정보를 얻기 위해 최대 얼마만큼을 투자해야 할까? 우선 A 컨설팅 회사의 시장 예측 자료는 항상 정확한 완전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앞서 계산한 완전정보의 가치인 420만 원보다 낮은 가치가 될 것이다.
 
A 컨설팅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불완전정보의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앞의 확률 정보를 우리가 실제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확률 정보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3가지 투자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정보는 가령 A 컨설팅 회사가 시장이 “활황”이라 예측했을 때 실제로 시장이 활황이 될 확률(이를 ‘사후 확률’이라 부른다)이지, 실제 시장이 활황일 경우 A 컨설팅 회사가 “활황”이라고 예측할 확률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A 컨설팅 회사의 불완전정보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앞에서 주어진 확률 테이블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후 확률 테이블을 작성해야 한다. 이때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를 사용하여 사후 확률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활황”으로 예측했다면 실제로 시장이 활황이 될 확률은 <표4>와 같이 계산한다.
 
 

 
마찬가지로 나머지 사후 확률도 <표3>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표3>의 사후 확률 테이블을 이용하여 A 컨설팅 회사의 시장 예측에 대한 정보의 가치를 계산해볼 수 있다.(그림2) A 컨설팅 회사의 정보를 활용한 의사결정의 가치는 약 822만 원이 되며, A 컨설팅 회사의 불완전정보의 가치는 정보가 없을 때의 의사결정 가치인 580만 원과의 차이, 즉 242만 원이 된다. A 컨설팅 회사의 의뢰비용과 제반비용이 242만 원을 넘으면, 오히려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의사결정은 효익 대비 비용이 커 잘못된 결정이라 평가할 수 있다.
 
 

적용 사례: 프리마크 애비 와이너리
1976년 9월 프리마크 애비 와이너리(Freemark Abbey Winery)의 대표인 윌리엄 재거는 와인의 주원료인 포도를 당장 수확할지, 아니면 폭풍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좀 더 기다린 후에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들지 고민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 덕분에 폭풍이 와서 물기를 머금은 포도에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라는 곰팡이가 생기면 당도 높은 포도가 탄생하고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최상급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반면 폭풍이 왔을 때 포도에 보트리티스 시네리아 곰팡이가 생기지 않을 경우, 포도의 품질은 지금 수확하는 것에 비해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거나 와인을 만들지 않고 포도를 그냥 판매해야 한다. 또한 지금 수확하지 않고 기다리더라도 폭풍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수확하지 않고 기다렸는데 폭풍이 오지 않을 경우, 포도는 따사로운 햇빛에 더 잘 익게 되어 높은 산도와 높은 당도의 더 가치 있는 포도로 바뀔 수 있는 반면, 산도가 내려가 와인에 적합하지 않은 포도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경험을 볼 때 재거는 폭풍이 올 주관적 확률을 50%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폭풍이 왔다면 40%의 확률로 포도에 보트리티스 시네리아 곰팡이가 생겨 최상급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고 있으며, 나머지 60%의 확률로는 저가 와인을 만들거나 포도를 판매해야 하는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폭풍이 오지 않을 경우 포도를 빨리 수확하지 않고 기다린다면 80%의 가능성으로 포도의 산도가 0.7% 이상 유지될 것으로 알고 있다. 포도의 산도가 0.7% 이상으로 유지되면, 당도가 25%를 넘는 상급 포도로 바뀔 가능성은 50%이며, 당도가 20%를 넘는 일반 포도가 될 가능성은 50%로 알고 있다.
 
이상 재거가 알고 있는 주관적 확률값(subjective probability)과 각 대안별 수익(payoff)을 고려한 의사결정 나무는 <그림3>과 같다. 이때 재거의 의사결정 문제의 가치는 3만9780달러로 파악된다.
 
 

 
폭풍이 오는지 여부에 대해 누군가가 명확히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라. 이러한 많은 불확실성이 결정을 어렵게 하기에, 당신은 어느 정도 돈을 투자하여 폭풍과 관련된 날씨 정보를 얻으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분석해보면 설사 누군가가 폭풍이 오는지 여부에 대해 완벽히 알려준다 할지라도 그 완전정보의 가치는 0임을 알게 된다. 즉, 폭풍이 오는지 여부를 누군가가 정확히 알려준다 하더라도 그 정보는 전체 의사결정의 가치를 올려주진 못한다. 만일 당신이 재거이고, 폭풍이 오는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자원을 소모한다면 이는 현명하지 못한 처사가 될 것이다.
 
의사결정 문제의 과학적 접근을 통한 정보 획득 전략 수립
많은 경영진은 경영에서 부딪히는 불확실 요인을 파악함으로써 의사결정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불확실 요인에 대한 정보 획득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여, 정보 획득 과정에 대한 올바른 고려 없이 자원 투입 결정을 내리면 그 의사결정은 잘못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정보 수집과 관련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정보 획득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기에 앞서, 불확실성에 대한 정보 획득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목적이 명확하지 못한 정보의 수집은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사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수집된 정보가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사용되지 못한다면, 정보 수집에 소모된 조직 내 자원은 비용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둘째, 의사결정 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정보의 가치를 추정하고 과학적인 정보 획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불확실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투입하는 자원이 많이 요구되어 정보 획득으로 얻는 이득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소모되는 자원이 크다면, 이는 불확실성에 대한 현명한 대처라 할 수 없다. 정보의 가치를 추정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획득하여, 정보의 획득 비용 이상으로 의사결정 문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 현명하게 정보를 수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리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KAIST Executive MBA 강의를 지면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2004년 개설된 KAIST Executive MBA 프로그램은 전략, 마케팅을 비롯해 전략적 의사결정, 경영 예측,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께 유용한 지식과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안재현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의사결정론으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AT&T 벨연구소에서 정보통신 서비스 마케팅 및 의사결정 시스템을 연구했다. 현재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이며, 경영의사결정 이론과 수리적 접근 방법을 정보통신, e비즈니스, 미디어 산업의 마케팅 및 전략적 이슈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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