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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 혁신 방법론

프론트로딩 - 기술 혁신이 쉬워진다

임채성 | 45호 (2009년 11월 Issue 2)
연구나 신제품 개발 등 ‘혁신 과정(innovation process)’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프론트로딩 혁신(front loading innovation·상류화 혁신)’이 급부상하고 있다. 프론트로딩 혁신이란 후속 절차에서 발생할 잠재적 문제를 앞 단계에서 미리 확인하고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즉 프론드로딩 활동의 핵심은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고객 중심의 가치를 창조하는 한편,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미리 사전 점검을 벌여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혁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예전에 비해 프론트로딩을 보다 쉽고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프론트로딩은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프로세스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 글에서는 프론트로딩을 활용한 상품 개발(front loaded product development)의 개념과 혁신 과정의 디지털화, 고객 중심의 가치 창조, 그리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나가는 린 제품 개발(lean product development) 개념을 소개한다. 또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한 도요타자동차와 타타자동차 사례를 분석한 후,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혁신 프로세스의 혁신
기업이 기존의 ‘혁신 프로세스’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후속 문제를 미리 확인하고, 사전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프론트로딩을 활용한 제품 개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의 전통적인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는 대개 시제품 이후의 단계, 심지어 제품 양산 단계 이후에서도 관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진다. 하지만 시제품 제작이나, 제품 양산 단계에서의 관리 활동이 최종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최종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력은 초기 지식 습득 단계(knowledge acquisition)와 개념 탐색(concept acquisition) 단계가 훨씬 강하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는 관리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여기서 다양한 기회를 놓친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은 개념 탐색이나 기초 디자인 등의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시간 및 관리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실제로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톰키와 후지모토(Thomke and Fujimoto 2000)의 프론트로딩 신제품 개발 방법론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도요타의 신제품 개발 방식에 대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었다. 그들에 따르면 프론트로딩 문제 해결 방법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과거 프로젝트에서 얻은 지식을 다음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자사가 직접 수행한 프로젝트 경험은 물론이고, 다른 기업이 활용한 방법과 경험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포함한다. 후자는 새로운 혁신 기술, 예를 들어 시제품을 신속하게 만드는 기술(Rapid Prototyping)이나 CAD(Computer Aided Design), PLM(Product Life Cycle Management)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혁신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혁신 프로세스’의 혁신은 한마디로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린(lean)하게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기업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반드시, 또 적극적으로 디지털화해야 한다. 린한 프로세스는 종종 자동화되었거나,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장치가 있어야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디지털화는 설계 과정과 제조 과정의 디지털화로 구분할 수 있다. 설계 과정의 디지털화는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형상 및 이미지로 표현하고, 이를 설계도면화해 컴퓨터 스크린상에서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뜻한다.
 
제조 과정의 디지털화는 ‘생산정보화(E-manufacturing)’라 불리며, 보통 3D 설계 정보를 제조 공장에 전달해 제품의 가공 및 조립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예전에는 주로 자동차 및 항공 산업에서 자주 활용됐다. 박동현(2001)과 돗슨 등(Dodgson et al. 2005, p. 170)은 보잉사를 제조 과정 디지털화를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 사례로 들었다. 보잉사는 3D CAD 1 를 이용해 컴퓨터상으로 3차원 제작 및 조립을 해보고, 신제품 공정의 문제점을 미리 확인하며 개선한다. 여기서 활용된 3D CAD는 제조 부서는 물론이고 하청업체서도 활용한다.
 
3D CAD가 출현하기 전에는 신제품 디자인 정보가 주로 텍스트나 수치, 기호, 혹은 2D 그래픽 정보로 디지털화됐다. 이런 정보는 주로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3D로 작성된 제품 정보는 엔지니어는 물론, 공학적 지식이 없는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더 많은 조직원들의 의견 제시가 가능해졌으며 제품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문제들을 축소할 수 있었다.
 
3D CAD 외에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나 DM(Digital Manufa-cturing) 같은 해석 소프트웨어나 기타 시뮬레이션 기술도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자주 활용한다. 해석 및 시뮬레이션 기술은 현실을 단순화한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특정 모델의 계수(parameter)가 바뀔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탐색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 기술 가운데 CAE 및 시뮬레이션 도구는 점점 네트워크, 데이터 베이스, PDM(Product Data Management), PLM 등의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 즉 기초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어야 해석이나 시뮬레이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혁신 과정의 디지털화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제공한다.
 
①시뮬레이션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빠른 실험을 가능케 하며, 보다 다양한 기술적 선택(option)을 제공한다.
 
②실행에 옮기기 전에 생산 및 운영과 관련한 새로운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생산이 시작되기 전에 무엇이 생산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③시뮬레이션 결과물을 공유해 기초와 응용 연구, 민간과 공공 부문, 설계자와 엔지니어 등 관련 주체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해준다.
 
④고객에게 개발 결과물의 모습을 사전 제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될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이런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이런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혁신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대거 등장한 1990년대에 앞다퉈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성과를 낸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디지털화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디지털 만능 사고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제품 개발 프로세스 자체를 사전에 충분히 개선하자는 논의가 활성화됐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 속의 린 프로세스
린 프로세스(lean process)는 조직 내의 일어나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분석한 후, 여기서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거나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론이다. 다음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린 프로세스의 개념을 살펴보자.
 

 
<그림2>는 한국 조선산업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보여준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큰 틀에서 보면 이처럼 단순한 도형과 화살표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미세한 수준으로 내려가면, <그림3>과 같은 더 많은 업무 프로세스가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각각의 크고 작은 업무들이 매우 긴밀하게 상호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3>의 왼쪽 윗부분은 선박의 선형(hull surface)이 유체 해석 및 구조의 초기 해석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체의 구조를 결정하는 구획 작업도 엔진 룸에 대한 해석 및 의장 시스템과 맞물려 검증되는 프로세스가 뒤따르고, 이런 일들은 대체로 디지털 기술로 지원된다. <그림2>는 이 같은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아주 단순하게 처리한 것일 뿐이다.
 
프로세스는 ‘린’ 할수록 혁신 효과가 높다. 린 프로세스는 2000년대 들어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꼭 필요한 프로세스로 인지되던 ‘시제품 제작’을 아예 생략한 것이 대표적인 혁신 사례다. 2 이런 프로세스는 IT기술에 의해서 보완되고 있다. 앞으로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 나타날 또 다른 획기적 혁신은 제품에 대한 ‘동적 내구성 시험(Dynamic Endurance Testing)’ 3 의 축소 경향이다.  
 
린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또 다른 대안은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이다. 동시공학적 업무 프로세스란 한 가지 선행 업무가 진행되는 동안 다음 단계 프로세스의 업무가 정지하지 않고, 일정한 비율로 선행 업무의 진도에 맞춰 병행 처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4>는 앞서 설명한 조선업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동시공학을 적용한 모델을 보여준다. 이는 고객 관점의 획기적인 업무 프로세스 변화에 해당한다. 고객들이 불필요한 시간 낭비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동시공학을 활용하면 불필요한 반복 작업과 설계 변경 같은 빈번한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동시공학은 일발출도(一發出圖) 4 일발양산(一發量産)을 지향한다.
 

 
최근 개통한 인천대교는 동시공학적 프로세스의 위력을 보여준다. 총 21.38Km의 인천대교는 설계에서 시공까지 52개월이 소요됐다. 길이가 7.4km인 서해대교가 72개월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런 획기적인 공기 단축이 가능했던 이유는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설계 작업과 동시에 구조물의 대부분을 지상에서 제작했고 이후 해상으로 옮겨와 교각에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사항은 기업들이 하나의 프로세스만을 개선해서 효과를 보기보다는 다른 프로세스를 함께 검토해서 전반적으로 개선을 유도해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이며 수명주기 전체를 고려하는 접근방식(integrated & lifecycle approach)이 필요하다.
 
통합적 접근은 IT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혁신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그림5>는 이런 노력의 미래 비전을 보여준다.
 

 
<그림5>에서는 조선산업의 제품 기획 단계에서 CAD 와 CAE, PDM이 통합적으로 움직인다. 과거에 별개로 움직이던 SCM 및 ERP(스케줄링 포함)도 서로 상호 연결돼 있다. 즉 고객으로부터 신규 선박을 수주한 후 기본 설계와 상세 설계, 양산 설계가 진행된다. 이런 프로세스는 현장에서의 작업(철판 커팅, 패널과 블록 제작 등) 스케줄과 상호 연결돼 있다. 관련 부자재를 적기에 납품하도록 발주하는 ERP시스템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선박 제조 이후의 시운전 및 납기와 관련한 시스템인 AMS(Asset Management System) 및 CMMS(Computerized Maintenance Management System)도 연결된다.  5
 
 
도요타자동차 사례
도요타자동차의 린 프로세스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생산 현장의 업무 프로세스를 린하게 만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식 근로자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꾼 린 제품 개발 프로세스다. 생산 현장의 린 프로세스는 이미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책과 논문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여기서는 도요타자동차가 지식 근로자들의 엔지니어링 업무 프로세스를 리모델링하고 혁신한 과정을 분석해보자.
 
도요타자동차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소위 V-COMM(Visual & Virtual Communication)으로 불리는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했다. V-COMM은 설계 내용을 3차원 영상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정교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잠재적 문제점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다.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해 과거에 확인하기 어려웠던 부품 간의 간섭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립 순서를 바꿨을 때도 작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었다. 조립에 필요한 공구 등을 고려해 조립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기능은 이전 CAD에서는 부분적으로 실현되거나 전혀 실현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해리어(Harrier)는 도요타자동차가 V-COMM 시스템을 최초로 적용한 차량이다. V-COMM 시스템은 이후 점차 확대 적용됐다. 도요타는 결국 차량의 전체 부품을 V-COMM으로 검증하고 개발하게 됐다. 이를 통해 차량 디자인에서 양산까지 걸리는 기간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차량 개발 기간 단축은 곧바로 비용 절감으로 연결됐으며, 회사는 적기 시장 출시로 인한 추가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도요타자동차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그림6>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도요타의 제품 기획 프로세스는 큰 틀에서 3가지로 단순화됐다. 즉 처음 단계에는 설계 계획을 수행하는데, 이때 모듈작업 담당, 조립 담당, 현장 반장이 함께 참여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했으며, 이들은 각각 모듈(Module) 디지털 조립(DA·Digital Assembly), 조립 전문가(Expert) DA 그리고 현장 담당자(Operator) DA라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다. 같은 방법으로 상세 설계 단계가 이뤄지는데 역시 3개의 전문가 집단에 의한 검증을 거친 후 마지막 단계인 최종도면 단계로 넘어간다. 이런 업무 프로세스 변경에 따라 도요타자동차는 획기적인 차량 개발 프로세스를 갖추게 됐다. 이런 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 차량이 설계가 된 다음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모두 설계 단계로 프론트로딩한 것이다. 즉 엔지니어들의 실수나 생산 조립에서의 예상하지 못한 조립 타당성 문제, 현장 작업자들의 태도 등으로 인한 문제점 때문에 다시 설계를 바꾸는 일이 없는 자동차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설계 변경이 없는 프로세스가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다. 이 도표는 이미 필자에 의해서 한국의 자동차 기업에도 소개됐으며 이들 기업의 혁신 방향에 큰 영향을 줬다.
타타자동차 사례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선진국 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했지만 세계 최초로 2500달러(약 300만 원)짜리 자동차인 ‘나노’를 내놓았다. 나노 등장 이전의 세계 최저가 자동차의 가격은 650∼700만 원이었다. 타타가 나노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초저가 차량을 구매할 잠재 수요가 있다는 최고경영자(CEO)의 현실 분석과 전략적 의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존 차량 개발 프로세스만으로는 이런 최고경영자의 의지를 실현시키기 어려웠다. 타타자동차는 이에 목표 원가를 먼저 확정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및 부품 개발 활동을 총체적으로 프론트로딩하는 프로세스를 채택했다.
 
원가 혁신에 대한 타타자동차의 초기 활동은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에 가까웠다. 그러나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들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중시하는 프론트로딩 절차에 따라 선택되거나 거부됐다. 예를 들어 원가 절감을 위해 천으로 덮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기존 2기통 또는 3기통 엔진을 장착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엔진을 신규 개발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이어 본격적인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기존 양산 라인과 신규 라인의 활용을 모두 감안해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타타 관계자들은 신규 라인은 물론이고 기존 생산라인에서도 나노를 양산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활동을 했다. 타타자동차는 이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타타자동차는 나노의 콘셉트를 개발한 후 차량 및 부품에 대한 기본 설계 및 상세 설계를 진행하면서 크게 3가지 활동을 전개했다. 첫째, 외부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아 자체 설계 활동에 린 설계를 도입했다. 둘째, 부품 아웃소싱업체에 린 설계를 하도록 유도했다. 셋째, 생산 제조 현장에서 나타날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 기회비용을 최소화했다. 타타자동차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정 계획, 공장 레이아웃, 공정능력 검증, 조립타당성 검증, 로봇과 자동화 설비의 업무 검증 등을 사전에 실시하는 프론트로딩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프론트로딩 실행 방법
프론트로딩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림7>의 프로세스Ⅰ을 가진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A는 기획 업무이고, B는 설계 업무다. C는 시제품을 만드는 공정이며, D는 생산 기술 및 양산이다. 만일 회사가 프로세스 C를 생략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자. 이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혁신이지만 도전할 만한 목표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선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볼 수 있다. B에 해당하는 설계 업무에서 CAD 및 CAE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D에 해당하는 생산 관련 프로세스에서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데, 로봇의 검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는 앞의 프로세스가 종료되기 전에 이후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동시공학적 활동으로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이런 방법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인 프로세스Ⅱ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위의 방법론을 조금만 더 정교화하면 여기에만 머물지 않고, 본래의 목표인 C 업무 프로세스를 아예 생략할 수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로 필요한 취약성을 보완하면서 과감하게 기존 프로세스를 삭제하면, 더 큰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프로세스Ⅲ을 만들 수 있다.
 
실제 닛산자동차나 도요타자동차는 프로세스의 단순화와 업무 표준화, 그리고 디지털 기술에 의한 업무 자동화를 통해 시제품 생산과 같은 공정 자체를 없애버려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런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화, 표준화, 자동화 3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①단순화:단순화는 프로세스 효율을 위한 가장 핵심적 방법이다. 단순화가 이뤄지면 지식 근로자들의 업무 부하가 줄어들며, 그로 인해 업무를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순화는 손쉬운 과제가 아니다. 단순화는 현상의 가시화와 문제 및 해결 방법 도출과 같은 체계적 사고의 단계를 요구한다.
 
알루미늄 광산에서 채굴된 광석이 알루미늄 캔으로 만들어지는 데는 1년의 기간이 걸리는데, 소요 시간의 대부분은 서류 작성에 소모된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없애려면 먼저 알루미늄 광석이 제련소를 거쳐 캔 공장으로 전달되는 일체의 업무 프로세스를 가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석 운반과 제련, 발주, 출하 지시, 검수, 대금 지급 등 모든 프로세스를 파악해서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아내야 한다. 다음 단계는 ‘문제 도출’로, 여기서는 축소하거나 생략해도 좋은 서류 작업이나 업무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디지털화 등 해결 방법을 찾아 구체적으로 적용하면 된다.
 
②표준화:표준화 절차는 단순화된 프로세스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표준화되지 않은 변화는 또 다른 혼란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만일 ERP를 적용한 기업에서 어떤 근로자가 여전히 엑셀 시트를 사용해 별도로 업무를 처리한다고 생각해보자. 분명 혼란과 비효율이 가중될 것이다.
 
업무 표준화가 잘 안 되는 원인은 대부분 사용자(임직원)의 저항에 있다. 사용자의 저항 형태는 보통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냉담이다. 이는 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일정한 거리를 두는 행위다. 더 심한 행태는 수동적 저항이다. 업무를 지연시키거나 기존 행동을 유지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 단계는 활동적 저항이다. 여기서는 사용자들이 파괴적 수준은 아니지만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다른 이들의 참여와 협조를 구한다. 마지막 단계는 공격적 저항이다. 투쟁, 위협, 보이콧 등이 이에 해당한다. 냉담이나 수동적 저항에 대해서는 적절한 관리와 교육, 경영자의 관심과 지원 등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더 강력한 저항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 표현과 강력한 지시 등의 수단이 필요하다. 만약 수동적 저항이 조금씩 허용되면 표준화가 어려워지고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과 복잡성이 다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저항을 축소하고 배제할 수 있는 표준화와 강력한 변화 관리가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안정화하는 지름길이다.
③자동화:번거롭거나 귀찮은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은 사용자의 저항을 축소하는 유력한 방법 중 하나다. 자동화는 저항을 관리해줄 뿐만 아니라,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이점도 있다. 만약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별도의 양식에 작성하기 위해 몇 시간이 필요하다면 생산성 향상을 이루기가 쉽지 않게 된다. 제조 공정이나 조립 과정을 일일이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도 불필요한 낭비를 유발한다. 따라서 표준화를 토대로 불필요한 업무를 자동화하면 지식 근로자들이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도요타자동차 및 타타자동차의 프론트로딩 혁신은 새로운 기술, 즉 디지털 혁신 기술의 활용을 매개로 확산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 커다란 전략적 시사점을 준다. 이 같은 프론트로딩 혁신은 선발 기업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거나 후발 기업이 선도 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도 지속 성장을 위해 기존 혁신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임채성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MOT(기술경영) MBA 담당 교수이며 글로벌 기술혁신경영 연구소 소장이자 스탠퍼드대 교환 교수다. 기술 추격 경영, 디지털 혁신 경영 관련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20여 편 발표했고, 디지털 혁신 경영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서강대에서 경영학 학사,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 서섹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단위(SPRU)에서 경영학 박사(기술혁신 전공)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국제경쟁력 관련 연구 등을 10여 년간 수행했다.
 
한석희 연세대 공대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헬싱키대 경제대학에서 MBA를 받았다. 이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IT혁신과 PLM(Product Life Cycle Management)을 연구해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에 그룹 본사를 둔 PLM 전문기업인 다쏘시스템에서 DELMIA사업 부문 한국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연세대 및 건국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매뉴팩처링> <한국기업들이여, 프론트로딩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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