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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모니터그룹 공동 기획

광역연계 철도망을 통일 한국의 젖줄로

김은경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메가시티(Mega City)란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일일생활이 가능하고 기능적으로 연결된 대도시권을 말한다. 세계화로 국경을 초월한 경제권이 형성되고 경제단위가 국가에서 도시·지역 단위로 재편됨에 따라 메가시티가 국가경제, 나아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규모를 갖춘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자본을 흡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진국들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메가시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09년 4월 수도인 파리와 우리나라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일드프랑스(Ile-de-France)를 본격적으로 통합·발전시켜 명실상부한 수도권을 만드는 ‘그랑파리(Le Grand Pari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랑파리 프로젝트는 프랑스의 성장 엔진으로서 파리권의 역할을 강화하고 파리권을 세계적 메가시티로 키우기 위해 파리와 일드프랑스를 아우르는 대규모 수도권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영국 정부는 메가시티 전략으로서 광역권 정책과 런던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99∼2000년에 걸쳐 영국 정부는 9개의 광역권을 형성해 권역별 특성에 맞는 광역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영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런던권을 영국 최대의 성장 지역으로 지정해, 런던권 개발에 국가사업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런던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치권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런던 시는 런던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제, 환경, 교통 및 사회적 프레임워크를 통합한 전략적 계획으로 런던 플랜(London Plan)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002년 이후 대도시권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적극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 도쿄권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국제화와 세계도시기능의 재편성’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2000년 ‘동경구상 2000’, 2001년 ‘수도권 메갈로폴리스구상’ 등을 발표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권을 세계 최대의 메가시티로 만들기 위해 도심지역을 재활성화하고, 도쿄만을 중심으로 육로와 항공로로 연결된 도시 축과 도심지역 주변의 여러 핵도시들을 연결하는 도시 축을 형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로, 철도, 항공, 항만 등 도쿄권 인프라의 개선 및 확충이 추진되고 있다.
 
유럽에 비해 대도시권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미국도 메트로 대도시권 국가(MetroNation)론을 새로운 국토 비전으로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메가시티를 경제성장, 개혁과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핵심 엔진으로 정의하고, 미국의 국력 및 경제 번영을 위해 메가시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11개 지역의 고속철도 건설 청사진을 내놓고 9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GTX는 대한민국 수도권의 혈관
지역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의 메가시티 전략은 지금의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수도권은 국가 경제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2006년 기준 연구개발비와 연구 인력의 60% 이상이 집적돼 있는 기술 혁신의 중심지다. 수도권은 집적의 외부경제를 창출하여 지식의 창출, 전파, 상업화를 촉진하는 핵심지역이므로, 수도권의 역량 강화 없이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국내에선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명분 아래 각종 규제를 당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에 비해선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속적인 수도권 규제 탓에 수도권의 경쟁력이 약화돼, 경쟁력의 근본 요소인 수도권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노동생산성은 런던권과 파리권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의 1인당 GDP 수준은 세계 78개 대도시권 가운데 68위에 불과했다. 반면 런던권은 13위, 파리권은 18위, 동경권은 48위였다.
 
최근 동아일보와 모니터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수도권의 광역연계 철도망 수준이 다른 메가시티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도심 내 지하철 연장을 100이라고 가정할 때 수도권의 광역연계 철도망은 83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도쿄권의 광역연계 철도망은 760이다. 더욱이 수도권 광역연계 철도망의 연장은 1㎢당 20m로, 런던 130m, 도쿄 150m의 20%도 안 된다. 수도권이 한국을 대표하는 메가시티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광역연계 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메가시티 전략은 경쟁력이 강한 지역이 경쟁력이 약한 지역의 성장을 억누르면서 강한 지역을 더 강하게 만드는 전략이 아니다. 경쟁력이 약한 지역이 경쟁력이 강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성장의 열매들로부터 혜택을 받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집적으로 인한 발전의 중심과 중심을 둘러싼 영역 및 주변부 영역을 밀접하게 협력시키는 것이 바로 메가시티의 성장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메가시티 내 광역연계 철도망은 여러 지역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교류하게 해주는 인프라다. 물론 현재 수도권의 열악한 교통 상황을 고려할 때 광역연계 철도망은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파리 도심과 일드프랑스를 연결하는 급행철도인 프랑스의 고속급행전철(RER)은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면서 파리 도심부의 심장을 가로질러 이미 존재하던 파리 교외의 노선들을 통합하는 광역연계 철도망이다. 1965년부터 건설이 시작된 RER는 새로운 도시 중심지인 라데팡스와 주변 5개의 신도시를 통과하면서, 파리로부터 떨어져 있는 교외들을 통합하여 파리 대도시권으로의 접근 가능성을 높였다. 또 파리 교외에서 파리 도심부로의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파리권 광역 계획의 성공에 기여했다. RER가 없었다면 36만 개에 달하는 고용이 파리로부터 15∼35km 정도 떨어져 있는 신도시들에서 창출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평가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는 그랑파리 프로젝트에서 수도권을 집적된 도시로 조화롭게 만들고 파리와 일드프랑스의 연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RER의 대대적인 확충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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