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쟁 구도는 과거와 달라졌다.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이제 품질이나 서비스 수준은 대동소이해졌다. LG필립스나 삼성전자의 LCD 패널 가운데 어떤 제품이 우수하다고 구분할 수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또 대체제품이 발달하면서 경쟁구조 자체도 달라졌다. 고급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커피빈이 아니라 저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저가 숙박업소인 여관은 이젠 찜질방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런 무경계 경쟁 시대에는 사소한 품질 개선이나 서비스망 정비 같은 것으로는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 고객만족의 개념까지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7년 신년사를 통해 ‘창조 경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재계 순위 3위의 SK도 ‘가치 창조’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창조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창조적 사고를 토대로 업종 간 경계를 허물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창조 경영’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고객만족
1970년대만 해도 제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일이 많았다. 만들면 팔리는, 없어서 못 파는 시절이었다. 기업들은 올해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대량생산만을 강조했다. 상품기획부서에서는 고객의 니즈와는 무관하게 제품을 설完煞� 상품의 강점만을 강조하는 포지셔닝 전략이 실행됐다. 원가중심으로 가격을 결정했고 판촉활동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고객만족보다는 매출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경쟁 격화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기업들은 매출 극대화가 아니라 제품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1980년대부터 고객만족에 대한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STP(Segmentation: 시장세분화 -Targeting: 목표시장선정- Positioning: 포지셔닝)라는 전략으로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상품설계 시 마케팅 조사가 이뤄지고 소비자마다 비슷한 니즈를 가지는 세분시장을 정해 각 세분시장마다 적절한 상품특징을 강조하는 포지셔닝 전략이 보편화한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기초로 가격을 결정하고, 판촉활동을 제품 포지셔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 니즈는 훨씬 복잡해졌다. 이제는 몇 개 그룹으로 시장을 구분하기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어 1990년대부터 고객들은 이전보다 훨씬 개별화된(customized)된 욕구를 갖게 됐다. 기업들도 고객지향을 기치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 고객 충성도(loyalty)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벌였다. 또 IT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술적으로도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CRM)기법들도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고객의 개별적 욕구 충족을 통한 고객 충성도 향상만으로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웬만한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됐다. 또 혁신적 제품을 만들더라도 몇 개월 안에 유사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최고의 서비스도 경쟁사에 의해 단기간에 모방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살 깎아먹기 식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창조적’이고 ‘총체적’인 고객만족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고객만족 활동이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트럭 제조업체의 궁극적 고객 만족
트럭제조시장을 살펴보자. 트럭제조 시장은 트럭을 만드는 제조회사(생산자)와 이를 구매하는 화물수송업체(고객)로 구성돼있다. 그렇다면 트럭을 생산하는 트럭제조회사는 어떻게 고객만족 활동을 수행해야 할까. 대부분 트럭 제조회사는 △장기간 운전해도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승차감이나 △무거운 화물을 싣고도 거친 길을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엔진 △차량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차량을 손쉽게 정비해주는 서비스 구축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도 이와 비슷한 노력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들은 경쟁자와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기 십상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특별히 어떤 회사 제품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