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들어서면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그리터(greeter)가 인사를 건네며 좌석을 배정한다.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진 식당 안은 재즈 음악이 흐르고 한쪽 벽면에는 와인 바처럼 수십 종의 와인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무전기를 차고 이어폰을 꽂은 서버가 다가와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다. 불고기·꽃등심·갈비·된장찌개 등을 파는 고기구이 전문점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식당 안팎 어디에서도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나지 않는다. “여기가 고깃집 맞아?” 불고기 전문식당 ‘불고기브라더스’를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와 같다.
경쟁이 극심한 외식 산업은 경기침체의 직격타를 맞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최근 불황의 여파로 동네 식당과 프랜차이즈 식당이 잇달아 도산하고 있으며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도 폐점 매장이 속출하는 등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불고기브라더스는 2006년 10월 1호 매장을 낸 이래 현재 직영 매장 13곳을 운영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호황기 때 패밀리 레스토랑 선두업체들이 4∼6년이 걸려 10여 개 매장을 낸 점을 감안하면 불고기브라더스의 실적은 놀랍다. 첫해 2억 원이던 매출은 2007년 92억 원에서 지난해 14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외식업체 대부분이 긴축경영에 들어간 올해도 불고기브라더스는 매장 3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불고기브라더스는 TGI 프라이데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을 국내에 정착시킨 정인태 회장과 이재우 사장이 ‘한식의 표준화·대중화·산업화·세계화’를 내걸고 만든 브랜드 한식당이다.
‘메뉴뱅크’로 똑같은 맛을 내다
불고기브라더스가 이처럼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한식당을 대형화·체인화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표준화된 맛 개발에 있다. 한식은 주방장의 손맛에 의존하는 등 조리법이 매뉴얼화 돼 있지 않아 그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은 식당을 열기 전 6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궁중음식을 담당한 20년 경력의 조리장과 메뉴 개발만 하며 조리법을 표준화했다. 된장찌개의 염도, 김치의 산도, 과일의 당도에서부터 양념의 분량, 냉면 면발을 씻는 물 온도와 횟수까지 계량화하고 불의 세기, 온도, 조리 시간 등을 매뉴얼화 했다.
이재우 사장은 “모든 사람의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맛의 기준을 잡고 이를 매뉴얼화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보편타당한 맛을 찾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수히 품평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식당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정성, 손맛, ‘빨리’가 아니라 신입사원도 쉽게 알아보고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매뉴얼이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계량화·매뉴얼화된 모든 조리법은 불고기브라더스의 ‘메뉴뱅크’에 담겨 있다. 불고기브라더스의 모든 직원은 메뉴뱅크에 담긴 매뉴얼화된 조리법에 따라 전 매장에서 똑같은 레시피로 통일된 맛을 내고 있다.
다른 한우 고깃집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도 대형화·체인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쇠고기 구매 유통 경로를 대폭 줄인 데다 대량 구매 방식으로 가격을 확 낮췄다. 또 많은 프랜차이즈 식당이 본사가 식자재를 일괄 구매하는 것과 달리 불고기브라더스는 본사가 가격 협상을 한 뒤 13개 매장이 직접 식자재를 구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배송·저장 등의 물류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해 비용을 대폭 줄였다. 대량으로 쓰이는 고기 양념이나 식혜 등의 후식도 아웃소싱으로 만들고 있다. 과감한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은 저렴한 판매가격으로 이어져 한식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식 서비스 도입
불고기브라더스는 고객들이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품격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도 매뉴얼화·표준화했다.
이를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식 고객 서비스를 도입했다. 매장에서는 ‘고깃집 아줌마’ 대신 말끔한 외모에 유니폼을 차려 입은 20, 30대 직원들이 그리터, 테이블 담당 서버, 테이블을 치우는 버서, 바텐더 등의 업무를 나눠 맡는다. 이들은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으며(눈높이 서비스), 고객이 주문한 뒤 음식이 나가는 시간까지 체크하며(서비스 타임) 서빙한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이러한 서비스 기법과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해 직급별 ‘서비스 핸드북’으로 만들어 전 직원들에게 교육한다.
작은 방법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틈새 서비스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따왔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음식이 나오기 전에 공짜로 제공한 ‘부시맨 브레드’의 빵 서비스로 고객을 끌며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불고기브라더스도 이를 본떠 애피타이저로 고구마·감자·옥수수 등을 제공한다. 원하면 집에 갈 때 포장도 해준다. 또한 고깃집으로는 독특하게 홍시·유자·복분자·딸기 등으로 만든 에이드 음료를 다양하게 구비했으며,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청량음료로 무한리필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