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 불황은 소비자에게는 구매력 저하, 기업에는 매출 부진이라는 변화를 각각 가져다 줬다. 이 변화는 곧 기업 환경의 혼돈과 침체로 이어졌다. 특히 평소에도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중소기업은 그 누구보다 이 불황의 칼바람을 매섭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열악한 경영 환경을 딛고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로 우뚝 선 작은 기업들이 있다. 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도 견디기 힘든 불황의 칼바람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한국 강소 기업들의 성공 비결과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소중한 지혜를 찾아보자.
세계 시장을 명중시킨 삼익 활
양궁은 한국의 오랜 올림픽 금메달 효자 종목이다. 양궁 경기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선수들 활에 선명하게 새겨진 ‘SAMICK’ 마크가 눈에 익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사용하는 활은 모두 삼익스포츠가 제작했다. 양궁 활은 소비자가 극히 제한적인데 반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개발에 뛰어들 만한 매력이 없는 상품이기도 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활 시장을 미국 호이트와 일본 야마하가 양분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활을 만드는 기업은 단 3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가내 수공업 형태로 이뤄지는 형편이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삼익스포츠는 끊임없는 도전과 연구 개발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끝에 현재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삼익 활을 탄생시켰다.
삼익스포츠는 삼익악기의 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명품 활’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일반 활은 손잡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지만 삼익의 활은 카본 소재를 사용한다. 활의 불모지 한국 시장에서 명품 활을 만들기 위해 삼익스포츠는 1995년부터 4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200여 종의 카본을 모두 시험하는 거대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샘플 제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평균 5000만∼1억 원을 투자하고, 생산 설비와 검사 장비도 모두 직접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제품 개발비만 20억 원이 넘게 들 정도였다.
이런 노력 끝에 삼익 활은 마침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8강 출전자의 90%가 삼익 활을 사용했으며, 현재 세계 레저 양궁 시장에서도 점유율 45%를 장악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운영하는 올림픽 박물관에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전시된 물품이 바로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우승자 장쥐안쥐안이 기증한 삼익 활이다.
삼익스포츠의 연 매출은 약 50억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브랜드 명성과 탄탄한 기술력이라는 자산은 삼익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고 있다.
이민훈
- (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브랜드, 기업이미지, 유통전략 연구
- 삼성SDI 상품기획 및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