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 올리버와이만 서울사무소 공동대표, 안홍상 올리버와이만 파트너
최근 우리는 대공황 이래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에 과거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다양한 비즈니스 이슈를 풀어갈 수 없을 것 같다. 널뛰는 환율, 유동성 압박 심화, 글로벌 소비 침체 등 사면초가 상황에서 조직을 이끌고 위기를 돌파해야 할 최고경영자(CEO)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올리버와이만은 최근 60여 개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진과 대담을 가졌다. 기업의 고민이 무엇인지,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관점과 고견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호사가가 현란한 수사를 동원해 ‘구 경제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러나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많은 비즈니스 리더가 10년 호황 속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잃었다. 기본 없이 새 패러다임이나 새 시장,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극심한 위기 속에서 시험대에 오른 기업 리더들은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 해답을 찾아야 한다.
비용 절감은 오퍼레이션 활동이 아닌 전략이다
모든 기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 절감을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전 산업 영역에서 경기가 하강하고,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모든 부서의 비용을 일괄 감축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무엇보다 비용 부담을 늘리는 진정한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모든 의사 결정은 느낌이 아닌 숫자와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특히 경쟁자 같은 비교 대상 기업의 데이터를 확보해 비용 분석을 실시, 절감 노력을 집중해야 할 영역이 어디인지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비용절감 활동은 ‘원가 20% 감축’ 같은 형태의 목표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조직 운영체계의 효율성 극대화’가 목표가 돼야 한다. 위기 상황은 오히려 조직과 운영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따라서 조직과 운영 체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다각도의 전략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고 경영진은 조직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부 조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비용 절감 활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적절한 권한 및 기능의 분산과 위임, 종업원들의 동기부여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리더는 끊임없이 조직의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마케팅비 출혈을 최소화하라
고객이 허리띠를 졸라맬수록 마케팅 실무자들의 심적 압박감은 가중된다. 신문에서는 불황일수록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마케팅 활동에 투입할 실탄이 자꾸 줄어든다. 마케팅 투자가 줄어들면 단기적으로 영업 실적 저하,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 파괴를 가져온다.
마케팅 비용 삭감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케팅 지출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유념해야 한다.
우선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같은 1달러라도 어떻게 쓰여지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마케터들은 용도별 지출, 성과 지표나 매출, 시장 점유율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비 지출 항목별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모든 채널, 상품, 지역, 마케팅 목적 (예: 신규고객 확보 vs. 기존 고객 유지), 마케팅 메시지(장기적 브랜드가치 창출 vs. 단기적 구매 유발 등), 고객 세그먼트(세분시장)별로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효율성과 효과성을 측정해야 한다.
실제로 한 유럽계 유통업체를 분석한 결과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수록 일정 구간까지는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지만 특정 구간 이후에서는 누적 효과가 (정체가 아니라)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은 비즈니스 상황과 전사 전략은 물론 마케팅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갖고 있어야 지출 최적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그림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