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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에서 ‘전략적 협력’으로

애드리언 슬라이워츠키,안홍상 | 24호 (2009년 1월 Issue 1)
대부분 기업들은 고객 입장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슈들을 놓고 서로 지나치게 경쟁만 하고 협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스스로 이익의 폭을 줄이며 기업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경쟁과 협력에 대한 기본 가정을 재고해야 할 때다.
 
2005년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가 수소 연료 전지 개발을 위해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는 뉴스였다. 비슷한 시점에 GM과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대형 차량 및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장착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공동 설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전에는 포드와 닛산이 자사 엔진에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합의했다. 다시 말해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세대 차량 개발을 위해 연합 전선을 편 것이다.
 
이 같은 다자간 협력은 치열한 경쟁이 일던 자동차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한 이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존의 내연 기관을 대체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해 왔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비용과 리스크가 높아졌다. 게다가 각 기업은 경쟁사와 중복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이 지난 15년간 꾸물거리지 않고 처음부터 협력했다면 중복 투자에 소요된 수십억 달러를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전체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이 높아졌을 것이며, GM과 포드는 오늘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엔진 기술(이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부분 소비자에게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분야에서 협력했다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제품 디자인이나 유통 서비스 등 고객의 구매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고 경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경쟁은 현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다. 경쟁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촉진하며,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과 더 낮은 가격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의 경험에서 보듯이 경쟁은 순기능과 더불어 역기능도 있다.
 
역동적인 경제 환경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업 모델이 빨리 퇴출된다. 반면에 핵심 고객이 중시하는 기호를 잘 반영한 새로운 사업 모델은 급속히 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게임의 룰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옛날에 유효하던 특정 경쟁 방식이 금방 진부해지거나 고객 가치와의 관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업무 영역을 재조정해야 한다. 대(對)고객 가치가 미미하거나 차별화 가능성이 적은 부문에서의 경쟁은 건설적이기보다 파괴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이들 기업은 주주의 돈과 가치 있는 시간 및 에너지를 낭비하고 혁신에 쓰일 자원을 줄어들게 해 미래의 수익 기반을 악화시킨다. 이는 자사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도 해악을 끼친다.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상당수의 과거 경쟁 방식은 무용지물이 됐다. 실제로 음악, 항공, 소비자 가전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파괴적 경쟁(destructive com -petition)’이다.
 
글로벌화로 인한 경쟁 격화로 많은 기업은 이미 수익성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제약이나 영화 산업처럼 안정적인 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산업이라도 지금과 같은 잘못된 경쟁 구도가 계속 이어지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플라스틱이나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미 과잉 설비 문제가 발생했다. 구조적으로 저비용 체제를 갖춘 새로운 경쟁자들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저비용 구조를 가졌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가진 새로운 경쟁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은 상용화 단계에서의 제품 개발 업무를 대만 등 제3국의 R&D센터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원천 과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원천 과학 분야는 성공 가능성이 낮고 비용 부담이 엄청나게 높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이 분야에서 업계 전반의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략적 협력
회사마다 별 차이가 없는 기능이나 프로세스를 공동으로 운영할 경우 기업들은 중복 지출을 없애고 규모의 경제 실현과 전문성 공유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전략적인 협력은 가치 사슬의 어느 단계에서라도 실행할 수 있다. 어떤 회사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각종 원재료를 표준화시켜 이득을 볼 수 있다. 다른 협력 사례로는 기초 R&D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거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제작, 유통 채널 마련, 정보 수집 및 판매, 수리 또는 환불 시설 운영, 신규 지역에서의 공장 및 영업인력 확보 등의 활동에서 공동 전선을 펴는 것을 들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유형의 전략적 협력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드물었다. 협력 시점도 뒤늦은 감이 있었다. 급박한 위기 상황 또는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애초에 협력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해도 이를 외면한다. 당신의 회사를 생각해 보라. 경쟁사를 물리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반대로 그들과 협력하기 위해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는가. 즉 귀사의 ‘경쟁/협력 비율(compete/collaboration ratio)’은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인 경우라면 규제 당국에 대한 로비 같은 일부 분야에서 협력할지 몰라도 90대10100대0의 사이에 있을 것이다. 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항상 경쟁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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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드리언 슬라이워츠키

    - 올리버와이만 보스턴오피스 파트너
    - <가치이동(value migration)>, <수익지대(profit zone)>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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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홍상

    - (현) 올리버와이만 서울사무소 파트너(associate partner) : 신규 사업 모델 수립 및 전사 전략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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