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생존의 이유를 얘기해야 한다

오늘밤 우리회사가 사라지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2호 (2008년 2월 Issue 1)

오늘날 전략의 의미는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과거 25년 동안 전략은 좌뇌를 사용해 해결해야 하는 분석적인 문제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이 해당 산업이나 기업의 전략적 우위 선점에 대해 분석할 때 도움을 주는 전문경영대학원(MBA) 출신 인재들과 전략 컨설턴트 등의 전문가 시대가 이어져왔다.
 
전략에 대한 이런 방식의 접근법에는 상당한 장점이 있다. 우리는 시장의 여러 요소가 업종의 수익성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게 됐고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게 됐다. 이는 전략연구에 경제학이 접목되면서 가능했다. 경제학이 경영전략에 접목되면서 필수적인 이론과 실증적 근거들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무엇보다 전략의 범위가 기업의 목표라는 넓은 범주에서 벗어나 경쟁적인 게임으로 좁혀졌다. 전략의 결정자나 관리자로서 CEO의 역할도 약화됐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전략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돼야 한다는 사실 또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관점으로 전략을 바라봐야 한다.
 
일반적 경영학의 일부로서의 전략
50년 전 경영대학원에서 전략은 일반적인 경영학 커리큘럼의 일부였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전략은 CEO(기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과정을 점검해야 하는 최고 경영자)의 주요 임무로 간주됐다. 이런 CEO의 중요한 역할에는 전략을 짜는 것은 물론 실행하는 것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전략은 이처럼 아우르는 범위가 넓었지만 정교하지는 못했다. 경영자들은 SWOT모델을 적용해 기업의 내부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게 됐지만 평가 수단은 특별하지 않았다.
 
이후 수십 년간 발전을 거듭하면서 평가수단은 정교해졌고, 전략을 둘러싼 새로운 산업이 형성됐다. 기업에 기획부서가 생기면서 전략 분석을 위한 공식적인 시스템과 기준이 도입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성장점유 매트릭스, 맥킨지의 7-S 모델 등과 같이 컨설팅 회사들은 자체 틀을 구축했다. 학계도 전략과 경쟁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에서 벗어나 이런 움직임에 가세했다.
 
그 결과 전략적 수단은 훨씬 풍부해졌다. 반면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발생했다. 깊이를 얻은 반면 그 범위나 수준이 낮아졌다. 전략을 실행하는 것보다 전략을 구축하는 것에, 장기간 전략을 진행하는 것보다 초기에 정확한 아이디어를 구축하는 것에 관심이 더 쏠렸던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경쟁우위 경제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전략 구축 및 실행 과정에서 리더의 고유한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톱 비즈니스스쿨의 일반 경영학과를 전략 관련 학과로 바꿔버렸다.
 
한 비즈니즈스쿨의 전략 학과장은 학과 내 교수진들 사이의 공통분모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비즈니스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코노미스트의 집단’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전략은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다. 분석적, 정확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이익을 얻었지만, 조직적인 부분에서는 잃은 것이 더 많다. 전략이 단지 계획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 방식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전략은 외부 환경에 둘러싸인 기업의 현재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항상 전략을 주시한다면 CEO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잡을 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오늘날의 전략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강사인 세이무어 틸스(Seymour Tilles)는 196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업 전략을 평가하는 법’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틸스는 이 글에서 “당신의 기업이 어떤 기업이기를 희망합니까?”라는 질문을 CEO가 받는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이 질문에 대한 틸스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젊은 사람들에게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두 종류다. 우선 대다수는 자신들이 무엇을 갖고 싶은지에 대해 답할 것이다. 특히 경영대 졸업생들이 이런 대답을 많이 할 것이다.
 
반면 일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답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기업들은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 주로 돈에 대해서 거론할 것이다. 물론 재무 설계를 하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무 계획을 짜는 것과 당신이 바라는 기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단순히 “40세에 부자가 될 겁니다”라고 답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될 것인지, 무엇을 해서 부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전략이 과학적인 지식 체계를 추구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근본적인 부분이 간과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시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때다.
 
1996년 아담 브랜든버거와 배리 네일버프는 저서 ‘코피티션(Co-opetition)’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가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거나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브랜든버거와 네일 버프는 경영자들에게 자신의 기업이 존재하는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로 나눠 생각해볼 것을 요구했다. 자신의 기업이 있다면 차별화는 기업 고유의 부가가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없어지면 부가가치도 없어질 것이다.
 
틸스는 이를 기업의 목표, 즉 존재이유(raison d’etre)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철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실질적인 문제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오너 및 주요 경영 임원을 위한 프로그램 가운데 전략 부분에서 부가가치의 개념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수업 초기 임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 당신의 기업이 폐업하면, 누가 이를 중대하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왜 그럴까요?
― 당신의 고객 가운데 누가 이를 가장 아쉬워할까요? 왜 그렇죠?
― 다른 기업이 그 공백을 메우는데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십니까?
 
이러한 질문을 주어지면 강의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질문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이지만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을 해당 업종이나 생산 제품으로 설명하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기업을 진짜로 차별화시키는 요소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너경영을 하고 있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모투자 회사들이 급속히 늘면서 대기업들은 기업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대기업의 회장들은 “우리 회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IBM의 샘 팔미사노 CEO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2003년 그는 72시간 동안 온라인상으로 ‘밸류 잼(Values Jam)’을 개최해 32만 명에 이르는 IBM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우리 회사가 오늘밤 사라진다면 내일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리 회사만이 이 세상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HBR 2004년 12월호 ‘사업이 잘될 때 변화를 추구하라’ 참조)
 
이런 식으로 전략에 대해 생각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전략의 핵심은 목표다. 목표는 기업의 모든 부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중요 업무의 성격을 규정짓는다. 1997년 존 브라운 당시 브리티시페트롤리움(BP) CEO는 HBR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업은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들은 어떤 지식이 중요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어떤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목표란 무엇일까요? 우리의 목표는 우리 기업의 현재를 파악하고, 우리 기업을 차별화시키는 것입니다. 목표는 우리 기업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 이를 달성하기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일인 동시에 수용하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목표가 이해하기 쉽고 기업의 차별성을 제대로 반영할 경우 중도에 바뀌거나 수정되지 않고 끝까지 추진된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인 픽사는 “자체 기술과 세계 수준의 창의적 재능의 결합을 통해 기억에 남는 캐릭터와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꾸며진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를 개발해 모든 세대의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기 위해” 존재 한다고 밝혔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뛰어난 가정용 가구 제품을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 이케아(IKEA)의 방침이다.
 
목표는 기업 내 각 부서와 조직, 기능들이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 큰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즉 목표는 행동의 제약인 동시에 지침이 되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에 따르면 효과적인 전략은 기업이 해야 할 것은 물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목표를 점차 달성해 나가는 과정은 기업의 자기성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경영대학원 출신들이 갖고 있는 치밀한 분석과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우뇌를 필요로 하는 감성적 활동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분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창의력과 통찰력을 통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목표가 분명히 제시된 전략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 회사 내 각 조직과 기능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목표가 설정한 방향대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CEO의 능력과 식견이 뛰어나더라도 말이다.
 
전략과 전략가
전략이 명확하게 구축된 뒤 실행에 들어갈 준비가 끝나면 전략가의 임무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음 단계가 구체화됐더라도 전략가의 임무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이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전략이 주목을 받거나 명확하게 규정됐다고 하더라도 장기적 번영을 추구하는 기업에 충분한 지침이 되기는 어렵다. 완벽한 계약서를 작성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모든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완벽한 전략을 짜는 것 또한 힘들다. 불분명한 선택 사항이 있을 수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수석 전략가, 즉 CEO의 책임이다. CEO는 이를 위해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거나 조직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전략적 요소들을 다시 배치하고, 사전에 누락된 부분을 추가해야 하며, 기업이 실천하기 힘든 책임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전략 실행으로 부르건 전략 재구축으로 부르건 이 고된 작업은 리더십의 필수 요소다. 아일랜드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라이언에어는 창립 초기 수년 동안 기존 항공사 항공료의 전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풀 서비스를 제공하며 ‘더블린-런던’ 간 운행에 뛰어들었다. 당시 라이언에어 경영진은 영국항공이나 에어링구스 등 경쟁사들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라이언에어는 항공료 경쟁을 감당할 수 없게 됐고, 대대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또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고 조직을 저비용 구조로 바꿨다. 이를 위해 라이언에어는 비용과 항공료, 항로뿐만 아니라 보유 항공기까지 대대적으로 변경해야 했다. 1994년부터 이 회사 CEO를 맡고 있는 마이클 올리어리는 “저가 항공사인 에어링구스가 우리를 공격하고 나섰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공격에) 노출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대대적인 노력을 통해 라이언에어는 메이저 항공사로 성장했고,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CEO는 난관에 부닥쳤을 때 문제점을 제기하고 기회를 검토하는 데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또 목표를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목표 자체가 수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리는 판단이 리더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루 거스너는 1993년 침체에 빠진 IBM의 CEO로 취임했을 때 바로 이러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는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마인드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각종 사업 및 핵심 역량을 대대적이고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없앴다.
 
이러한 평가 과정을 거친 뒤 거스너는 IBM이 기술개발에만 치우치지 말고 응용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IBM은 컴퓨터 하드웨어를 개발해 통합 정보기술 서비스와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거스너는 “역사적으로 진정 위대하고 성공적인 기업들은 기반사업을 일관되게 지켜오면서 때때로 힘겨운 자기 개조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CEO는 기업 정체성을 결정하는 사람으로 어떤 기회는 거부하고 또 다른 기회는 활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CEO는 조직 목표의 수호자로서 조직을 살피고 방향을 제시하며 목표에 관심이 모아지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임무를 맡는다.(주)이런 이유 때문에 전략은 외부 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전략가의 임무도 결코 끝나지 않는 것이다.
 
경쟁우위는 전략의 일부
그렇다면 결국 전략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경쟁 우위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경쟁 우위가 상당히 중요하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될 수 없다. 경쟁 우위는 전략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완벽한 전략 -훌륭하게 고안되고 신중하게 실행되며 지속적으로 보존되는- 은 없다. 다만 완벽에 가까울 수는 있다. 전략이 완벽에 가깝다면 전략가의 역할은 제한될 수도 있고, 리더십과의 연관성이 약해지기도 쉽다. 또 전략가는 조직이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도요타, 나이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위대한 기업들은 진화하고 변화했다. 위대한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지속성은 가치가 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자원과 경쟁력은 축적된다. 그렇지만 기업 내부와 외부 환경에는 가끔 큰 변화가 찾아올 뿐만 아니라 작은 변화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웅 테세우스는 크레타섬에서 괴물 미노타우르를 물리친 뒤 아테네로 돌아가면서 배의 썩은 판자를 하나씩 교체해 나갔다.
 
항해 중 썩은 판자는 모두 교체됐고 결국 배의 모든 판자가 새 것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그 배는 처음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시점부터, 즉 어떤 판자부터 배의 정체성은 바뀐 것일까?
 
이 이야기는 기업의 진화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기업의 정체성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거창한 선언뿐 아니라 잇단 결정과 수년의 기간, 여러 명의 경영자를 거치면서 변화한다.
 
전략적 우위를 구성하는 어떤 요소든 결국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어느 시점에 구축된 기업의 부가가치를 지키는 것과 기업이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별개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 가지 경쟁 우위나 목표만을 지나치게 고수할 경우 이미 오래 전에 의미가 없어진 가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990년대 애플 컴퓨터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애플은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최고급 개인용 컴퓨터(PC)를 생산하는 기존 전략만을 고수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결국 1997년 여름 애플의 주가는 10년새 최저치로 추락했고, 시장 점유율은 3%대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애플의 붕괴를 경고했다. 당시 전략으로는 성과를 거의 내기가 힘들었다.
 
스티브 잡스가 다시 CEO를 맡게 되면서 애플은 과거의 명성-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하는 열정적인 디자인 회사-을 되찾기 시작했다.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휴대전화, 소매업 등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며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애플은 충성도 높은 새로운 고객들을 사로잡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애플은 많은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판자 하나씩을 바꾸듯이 차근차근 기업의 정체성을 바꿔나갔던 것이다.
 
전략가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지속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내 다른 사람들과 차별된다. 전략가는 한 쪽 눈으로는 현재 기업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봐야 하고, 다른 한 쪽 눈으로는 현재의 위치를 위협하거나 새로운 기회로 제시할 기업 내부와 외부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처럼 전략이라는 퍼즐을 한번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결코 끝나지 않는 과정을 이끌고, 실행에 있어 전망과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CEO 의 가장 큰 책임이다.
 
신시아 A.몽고메리(Cynthia A. Montgomery)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경영학과 교수로 전략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주) 케네스 R. 앤드류스는 저서 ‘기업 전략의 개념(The Concept of Corporate Starategy)’(어윈, 1971)에서 CEO의 역할을 ‘조직 목표의 설계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전략 구축과 실행이라는 개념을 모두 포괄하며, 더 지속적인 책임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조직 목표의 수호자’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