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비즈니스 사이클(business cycle)’이다. 1900∼2008년의 미국 주식시장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국 경제는 거의 10년을 주기로 수축, 바닥, 팽창, 절정의 비즈니스 사이클을 롤러코스터 타듯 반복했다.
세계 경제는 지금 추락 중이다. 금융, 기업, 가계의 모든 경제주체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가 바닥에 이른 후에는 또다시 팽창기를 거쳐 절정으로 상승하는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자에게 ‘불황기 경영’은 두 가지 화두를 제시한다. 하나는 ‘불황기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불황 이후 팽창의 시기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가지에만 집중할 경우 기업은 반복되는 경기 순환에 적응할 수 없으며, 두 활동은 결코 별개로 분리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황기 R&D 효과, 호황기보다 빛나
따라서 기업은 불황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기 팽창기에 대비하는 ‘양손잡이(ambidextrous)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미래의 성장 동력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경영자는 우선 생산에 필요한 고정비용을 절감하고, 재고율을 낮추며, 생산인력 개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중장기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역량을 한 곳에 모아 다가올 호황기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택’의 절대 기준은 수익성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다. 매출액이 아무리 크더라도 시장점유율이 1위를 달리더라도 수익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집중’의 제1원칙은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다. 불황기의 대표적인 경영기법인 현금흐름관리와 재무건전성 강화의 목적은 사실 불황기 이후 기업의 성장에 필수적인 R&D 투자를 위해서다.
R&D 투자의 효과는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오히려 빛을 발할 수 있다. 특히 비용절감을 이유로 경쟁자가 R&D 투자를 삭감했을 때는 투자의 상대적인 효과가 더욱 크다.
마구잡이 비용감축은 경계해야
마케팅과 고객관계관리(CRM)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가 쉽게 변하며, 브랜드에 대한 구속력이 약해지고, 브랜드보다 혁신적인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오히려 호황기보다 더 큰 기회가 생길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경영자는 불황기 기업의 성패가 ‘지금 당장 무엇을 버릴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살릴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팽창의 시기에 무엇을 가지고 시장에서 경쟁할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 비용감축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