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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은 없다 문제를 쪼개야 해답이 보인다

고중선 | 2호 (2008년 2월 Issue 1)
만병통치약’은 없다
우리 회사는 신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려고 합니다. 어떤 방법론을 사용해야 할까요?”
 
컨설팅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정한 공식, 방법론이 있느냐는 것이다. 고객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그들은 유사한 문제를 많이 다뤄본 컨설턴트라면 개개의 사안에 대해서 ‘만병통치약’이나 ‘모범답안’을 갖고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만병통치 방법론에 경영상의 문제점을 입력시키기만 하면 해결방안이 손쉽게 나올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뜻 “Yes”라고 답할 컨설턴트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무조건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은 허풍이 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략적 사고에 익숙한 컨설턴트라면 “어떤 상황에서나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은 없습니다. 다만 귀사의 문제에 대해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하게 도와줄 수 있는 도구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괄적이거나, 부분적인 문제해결 방법론입니다” 정도의 대답을 할 것이다.
 
경영상의 의사결정, 특히 전략적인 결정은 본질적으로 정형화된 틀로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컨설턴트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해결 기법(problem solving approach)이란 것을 사용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이슈 분석 5단계
문제해결 기법의 기본 철학은 이미 서점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는 ‘논리적 사고’(logical·critical thinking)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한 후 해결이 가능한 작은 문제로 분해하고 구조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방법은 보통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제일 상단에 위치하고 세부적인 문제들이 나무가 가지 치는 모양으로 퍼져나간다고 해서 흔히 로직 트리(logic tree) 혹은 이슈트리(issue tree)라고 불린다.
 
ADL에서는 문제해결 기법을 ‘이슈 분석(issue analysis)’이라고 정의하고 5단계의 접근법을 사용한다. 5단계 접근법은 핵심 질문을 정의한다 핵심 질문을 이슈로 바꾼다 이슈를 잘게 쪼갠다 잘개 쪼갠 이슈를 해결할 가설을 세우고 필요한 근거를 파악한다, 그리고 작업계획을 수립한다로 구성된다.(그림1 )

 
핵심 질문 도출
문제해결은 풀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최선의 해답을 도출할 수 있다. 핵심 질문은 정의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핵심 질문(question)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배경(context)과 문제요인(complication)을 먼저 파악해 문제점을 정의해야 한다. 배경은 해당 산업(현상)의 과거 또는 현재, 미래 상황을 말한다. 문제요인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이나 장애 요소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문제요인이 컨설팅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는 원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A양은 점심시간에 스파게티를 먹은 후 5시간이 지나도록 소화가 안 된다. 소화제를 먹을 수도 있고, 병원에 갈 수도 있고, 그냥 좀 더 기다려볼 수도 있지만 먼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A양은 점심식사로 스파게티를 먹었으나 소화가 되지 않는다’가 배경이 된다. 문제요인은 ‘조치를 취해야(소화제를 먹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점은 ‘A양은 점심시간에 스파게티를 먹어 소화가 되지 않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없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가 된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 질문은 ‘A양이 소화불량에 걸린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핵심 질문을 핵심 이슈로 전환
다음 단계로는 핵심 이슈를 정의해야 한다. 이슈 정의는 핵심 질문을 발전시켜 보다 실천적이고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구체화하는 것이다.
 
핵심 질문인 ‘소화불량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는 의사결정이나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 지는 않다. 따라서 ‘약을 먹을지, 병원을 갈지’를 고민하고 있는 A양의 입장에서는 결국 ‘소화불량의 원인이 즉각적인 조치로 충분한 일시적이며 경미한 것인가?’와 ‘본격적 치료가 필요한 만성적이며 심각한 것인가?’ 정도로 핵심 이슈를 정의할 수 있겠다.    
 
 
이슈를 잘게 쪼갠다
이 부분은 사실 이슈 분석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영역이며, 큰 이슈를 논리적으로 분해하는작업이다. 상위 이슈와 하위이슈는 인과관계(why so?) 또는 해결책(so how?)의 관계로 구성된다.
 
소화 불량이 만성적이며 심각한 것인가?’란 상위 이슈는 why so란 질문을 던졌을 때 ‘단순한 위 기능 저하가 문제인가?’ ‘위염이 있는 것인가’로 나눌 수 있다. ‘단순한 위 기능 저하가 있는 것인가’는 ‘운동 부족인가?’와 ‘피로가 누적되었는가?’로 나눠볼 수 있다.
 
이슈를 잘게 쪼갤 때는 ‘회를 뜨는 것처럼’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 맥킨지는 이를 MECE(미시: Mu -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라고 이름붙였다. Mutually Exclusive는 ‘하위 이슈 상호간에는 중복이 없다’는 뜻이며, Collec-tively Exhaustive는 ‘하위 이슈 전체적으로는 누락이 없다’는 뜻이다.
 
MECE의 간단한 예로 ‘사람’이란 상위 개념을 나누는 것을 살펴보자. ‘남자’와 ‘여자’로 나눈다면 하위의 개념이 합쳐져 ‘사람’이란 개념을 모두 설명할 수 있고(누락이 없고) 남자와 여자는 분명히 겹치지 않는다(중복이 없다). 그런데 만약 ‘노인’과 ‘어린이’, 또는 ‘주부’와 ‘직장인’으로 나눈다면 하위 이슈 구분에 누락이나 중복이 생기게 된다. 하위 이슈 구성에 중복이나 누락이 있으면 정확한 분석이 되지 않는다.
 
실제 하위 이슈 분석을 하다보면 ‘몇 단계까지 분해를 해야 하나?’하는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문제의 복잡성이나 사안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나 정답은 ‘가장 하위의 이슈를 가지고 충분히 검증 가능한 데이터 수집이나 분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림2 )
 

가설 수립 및 근거 파악
세부적인 이슈가 모두 작성 되었다면, 그에 따른 가설과, 가설을 검증하고 평가할 근거를 파악해야 한다.
 
A양의 경우 가장 하위의 이슈로부터 ‘운동부족이다’와 ‘피로가 누적되었다’, ‘불규칙한 식사를 계속했다’ 등의 가설을 뽑아낼 수 있다.
 
운동부족이란 가설을 검증하려면 A양이 최근 1달 동안 소비한 칼로리 또는 운동 시간을 증거로 파악해야 하며, 불규칙한 식사란 가설을 검증하려면 최근의 식사 빈도와 시간을 파악하면 된다.
 
컨설팅에서는 이렇게 가급적 도출된 이슈에 대한 가설(현재 시점에서 경험적·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미리 상정하고 이를 입증·반증하기 위해서 필요한 분석이나 자료(data)가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나서야 작업에 착수하는 것을 권장한다. 가설은 작업의 방향을 명확하게 하고 시행착오나 낭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학 실험에서도 이처럼 가설 중심의 접근법을 쓴다.
 
물론 가설을 수립할 때는 사전에 기초적(preli-minary)인 분석과 전문가와의 인터뷰, 기존 유사 산업내의 유사 프로젝트에서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섣불리 예단을 내리거나 지나치게 상식적인 수준에서 가설을 수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작업계획 수립
가설 및 필요 근거가 무엇인지를 알고 난 후에야 비로소 문제해결을 실행하기 위한 작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작업계획은 전 단계까지 도출된 이슈, 가설, 필요 분석(근거)을 바탕으로 어떤 자료(data)를 어떤 출처(source)를 통해서 얻을지, 누가 책임을 맡게 될지(Role & Respon-sibility·R&R), 자료 검증 후 예상되는 결과물은 무엇이며 그것을 언제까지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도표 형식으로 작성된다. 작업계획 수립 후에는 바로 실제 검증에 들어가 결론을 도출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A양의 사례 역시 자료 분석을 통해 결과가 얻어질 것이다. 만약 운동 부족, 피로의 가설은 No, 불규칙한 식사 및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습성에 대한 이슈의 가설은 Yes로 검증이 됐다고 하자. 이 경우 ‘단순한 위 기능 저하에 의한 문제이기 보다는 위염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상위 수준의 이슈를 검증할 수 있고 따라서 ‘소화제 등 일시적인 해결책 보다는 병원에 가보는 것이 더 낫다’라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5단계 이슈 분석 과정을 간단히 도식화하자면 그림3과 같은 트리(tree)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생각부터 하는 습관 들여야
위에서 소개한 ADL 5단계 문제해결 기법은 정형화된 접근 방법을 찾기 어려운 전략적 경영 의사결정 문제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이 기법은 컨설팅 회사의 신입사원이라면 가장 처음 배우는 ‘기초’인 동시에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해결 기법을 마스터하는 데에는 왕도가 없다. 하지만 어떤 문제든지 정말 핵심적인 이슈가 무엇인지를 주어진 상황과 목적에 맞춰서 끊임없이 되물어보고(핵심 질문 및 이슈 정의),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타당한 세부적인 이슈가 무엇일지를 계속 연습해 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보고서를 쓸 때 무조건 자료부터 뒤져보는 것이 아니라 가설적인 정답과 근거가 될 만한 사안을 먼저 생각하고 나서 작업계획을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면 문제해결의 정도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 고중선 고중선 | - (현)모니터그룹 이사
    - ADL(Arthur D. Little) 팀장
    - The Boston Consulting Group
    - IBM Korea
    ko.joongsun@adlit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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