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G. 커트니, 제인 커클랜드, S. 패트릭 비거리
전통적으로 많은 기업은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따라서 회사 고위 임원들은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식은 한마디로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4단계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네 단계의 불확실성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 번째, 인구 구성비처럼 명확하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보다. 이런 정보는 앞으로 출시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 번째, 개발 중인 기술의 실제 성능이나 특정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 경쟁업체의 역량 확대 계획처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들이다. 현재 경영진이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더라도 제대로만 분석하면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분석한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잔여 불확실성(residual uncertainty)’라고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규제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기술의 성능이 얼마나 될지 등이 잔여 불확실성에 해당한다. 그러나 잔여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일정 수준에서 상황 파악 능력을 지닐 수 있다. 본 연구진은 연구 분석을 통해 대부분의 전략 결정권자가 직면하는 잔여 불확실성이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확실한 미래 (A clear enough future)
1단계에서는 전략을 수립할 때 잔여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전략 수립 때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단 하나의 예측을 내놓을 수 있다.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미래 예측을 위해 시장 조사, 경쟁업체의 비용 및 역량 분석, 가치사슬 분석, 다섯 가지 요인을 고려하는 마이클 포터의 산업 구조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대안 전략의 가치를 결정할 때에는 이런 예측 기법을 바탕으로 하는 현금흐름할인(DCF) 모델을 사용하면 된다.
대안적 미래 (Alternative futures)
미래를 몇 개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 묘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나리오 분석을 하면 확률 계산에 도움이 되지만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정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면 전략을 구성하는 일부 중요한 요소를 수정하면 된다.
법률 및 규제 변화에 직면한 많은 기업이 2단계의 불확실성을 경험한다. 1995년 말 시내전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던 미국의 시외전화 서비스업체를 생각해 보자. 당시 의회에서는 통신업계의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법률이 상정돼 있었고,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규제가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지, 통과된다면 얼마나 빨리 시장의 규제가 사라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시외전화 서비스업체들은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네트워크 투자 시점 등과 관련해 정확히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는 실제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통과 후 얼마나 빨리 시행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2단계 불확실성 아래에서 흔히 발생하는 또 다른 상황이 있다. 바로 자사에서 개발하는 전략의 가치가 아직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경쟁업체의 전략에 따라 달라지는 때다. 예를 들어 펄프 제지, 화학제품, 기초 원자재 등과 같은 독과점 시장에서는 경쟁업체의 설비 투자 계획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한 업체에서 공장을 신축하는 계획은 다른 경쟁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2단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내놓을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2단계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최선의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잔여 불확실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에 대비해 일련의 시나리오를 미리 개발해야 한다. 각 시나리오는 서로 다른 가치 평가 모델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2단계에서는 각 시나리오의 상대적인 발생 가능성을 계산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는 적합한 모델을 만든 뒤 전통적인 의사결정 분석 기법을 이용해 각 전략의 위험 수준과 기대 수익을 계산할 수 있다. 특히 2단계의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에는 어떤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해당 산업이 어떤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