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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의 전략 클래스

기업, 고객, 산업의 고정관념
‘킬러 전략’으로 타파하라

김희천 | 419호 (2025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빠른 기술 발전의 속도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킬러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과거의 성공을 가져온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면서 핵심 고객의 현재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 기술 혁신, 경쟁 상황 등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성공 방식이 미래에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회사, 고객, 산업에 대해 그동안 고수해 온 고정관념에 건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현재의 약점을 촉매로 삼아 외부 눈치를 보지 말고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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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킬러 전략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인 게리 하멜이 제시한 킬러 전략(killer strategies)1 이란 기업의 사업 방식, 시장 또는 산업, 생태계 등을 재정의하거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전략을 의미한다. 킬러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리는 것이 필수적이다.2 기업 관점에서 고정관념이란 조직이 특정 시장, 산업, 고객 요구 혹은 경영 방식에 대해 형성한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믿음을 의미한다. 이는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거나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사고의 유연성을 제한할 위험이 있는 인식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3 킬러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면서 이런 전략이 어떻게 설계되고 실행됐는지를 특히 고정관념 타파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회사의 고정관념을 깨라

1. R&D에 대한 고정관념 깬 피앤지

기업들이 내부 연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독자적인 기술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외부 협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식 누수 문제를 방지하며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피앤지(P&G)는 이러한 전통적인 접근법에 도전했다. 피앤지는 오랜 기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아이보리 비누, 섬유 유연제 다우니, 섬유 탈취제 페브리즈와 같은 혁신적인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2000년 6월 앨런 래플리가 CEO로 취임했을 당시엔 이미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2000년 2월부터 6월 사이 주가는 주당 118달러에서 52달러로 급락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증발했다. 회사의 성장세는 거의 정체 상태에 이르렀고 상위 10대 브랜드 중 7개가 시장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전체 매출의 3~5%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은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피앤지의 신제품 중 약 15%만이 수익 목표를 달성하고 있었다.

피앤지의 R&D 투자 방향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4 당시 소비재 산업은 판매 둔화, 심화되는 가격 경쟁, 마케팅 비용 증가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R&D 예산을 축소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경쟁 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신제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며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래플리 CEO는 이러한 이분법적 논쟁과 양자택일의 해법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돌파구를 제시했다. 그는 R&D 비용 효율화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방법에 집중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01년 래플리 CEO는 피앤지의 오랜 전통인 자체 개발(invent-it-ourselves) 방식의 혁신 접근법을 과감히 버리고 연결개발(C&D, connect + develop) 모델을 도입했다.

이 모델은 내부 역량과 외부 생태계의 혁신 자원을 결합해 2008년까지 전체 혁신의 50%를 외부에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이었다. 스타트업, 대학 및 정부 연구소, 웹 기반 인재 시장, 공급업체, 심지어 경쟁사와 같은 외부 소스와 연결해 유망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피앤지의 뛰어난 R&D, 제조,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R&D 비용을 줄이면서도 개발 속도를 높이고 혁신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연결개발(C&D) 접근법 덕분에 피앤지의 R&D 생산성은 거의 60% 증가했고 많은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가장 성공적인 C&D 제품으로는 올레이 리제너리스트(Olay Regenerist), 스위퍼 더스터(Swiffer Dusters), 크레스트 스핀브러시(Crest SpinBrush), 미스터 클린 매직 이레이저(Mr. Clean Magic Eraser)가 있다. 2000년 피앤지는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슈퍼 브랜드’를 10개 보유하고 있었지만 2004년에는 그 숫자가 16개로 증가했다. 이는 “브랜드 수가 적을수록 낫다(Fewer, Better)”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과 “매출은 높을수록 좋다(Bigger, Better)”는 규모의 전략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래플리 CEO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은 결과였다. 또한 2000년 당시 신제품의 성공률은 매출과 수익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15%에 불과했으나 10년 후인 2010년에는 50%로 크게 향상됐다.

2. 광고에 대한 고정관념 깬 파타고니아

광고는 기업의 핵심적인 마케팅 도구로 소비자에게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촉진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광고는 단순히 판매 촉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비상장 회사인 파타고니아는 이러한 접근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광고를 통해 제품 판매 촉진이 아닌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소비자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1973년 열정적인 암벽 등반가였던 이본 시나드는 수익성이 낮은 등산 장비인 피톤(로프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철제 스파이크) 생산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훨씬 높은 등산용 의류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2005년 파타고니아는 고객들에게 꼭 필요한 옷만 사고, 구입 후에는 수선해 오래 입으며, 수명이 다하면 재활용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자는 공동 자원 재활용 운동을 제안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파타고니아는 이베이(eBay)와 협력해 중고 파타고니아 의류를 재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소비 중심주의에 문제를 제기하며 환경 피해를 줄이려는 파타고니아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 운동의 결정체는 2011년 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5 에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도발적인 광고였다. 제목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다. 이 광고에서 파타고니아는 고객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두 번은 다시 생각할 것을 권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광고 이후 9개월간 매출은 오히려 30%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직관에 반하는 전략은 브랜드의 윤리적 약속을 더욱 강화했고 고객 충성도와 장기적인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3. IT에 대한 고정관념 깬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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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와 2000년대 IT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CIO(최고 정보기술 담당자)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졌다. CIO는 IT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하며 기업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아마존은 전통적인 CIO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CIO가 IT 인프라를 직접 관리할 필요성을 줄이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1994년 온라인 소매업에 진출한 이후 큰 성공을 거둔 아마존은 2006년 3월 자사의 유휴 IT 인프라를 활용해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6 이 서비스는 기업들이 고비용의 물리적 서버를 소유하거나 관리할 필요 없이 아마존의 클라우드 환경에서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컴퓨팅 자원과 스토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기존 관행을 뒤엎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아마존웹서비스의 출범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IT 인프라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이었다. 기존에는 IT 인프라를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아마존은 이러한 방식을 거부하고 자사의 IT 인프라를 외부 고객사와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는 기업들이 IT 인프라 관리에 소모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시장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초기에는 아마존웹서비스가 아마존의 기존 온라인 유통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였지만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점차 아마존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는 84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지배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으며 2014년 이후 아마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수익 원천으로 부상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단순히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업들의 운영 방식을 혁신하면서 아마존이 소매 유통업을 넘어 IT 산업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다각화된 성장 기반을 마련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고객의 고정관념을 깨라

1. 안경은 비싸다는 고정관념 깬 워비파커

2010년 2월 설립 당시 워비파커의 소비자 직접 판매(direct-to-consumer)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하고 혁신적이었다. 소비자에게 온라인으로 시력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오프라인 안경점을 거치지 않고 세련된 고품질의 안경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홈 트라이 온(Home-Try-On)’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은 다섯 개의 안경테를 선택해 추가 비용 없이 집으로 배송받아 시착해본 후 원하는 스타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안경 산업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세계 최대 안경 그룹 룩소티카는 레이밴(Ray-Ban)과 같은 고급 브랜드의 안경을 원가의 2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했다. 원가 13달러짜리 안경테 가격은 무려 300달러에 달했다.

워비파커는 이러한 고가 정책에 맞서 500달러에 달하는 렌즈를 포함한 안경을 단돈 95달러에 판매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업은 즉시 큰 성공을 거뒀고, 창업 3주 만에 첫해의 판매 목표를 달성했으며, 대기 고객 수가 2만 명에 이르렀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소비자 직접 판매 모델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사업이 점차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워비파커는 온라인 전용 모델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처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2013년 뉴욕에 첫 플래그십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후 2024년 말에는 미국 전역에 270여 개의 오프라인 안경점을 보유하게 됐다. 이 중 85%의 매장에선 대면 시력 검사와 처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4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900개 매장을 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 15년을 맞은 워비파커는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지만 매년 꾸준히 성장하며 미래에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진공청소기에 먼지 봉투가 필수라는 고정관념 깬 다이슨

1993년 여름까지 진공청소기는 공기와 먼지를 함께 빨아들인 후 먼지를 종이봉투에 담는 방식이었다. 사용자들은 청소기를 사용할 때마다 먼지 봉투를 구입해 장착해야 했으며 시간이 지나 봉투에 먼지가 쌓이면 공기가 통과할 구멍이 막혀 흡입력이 점차 저하됐다. 결국 흡입력을 유지하려면 먼지 봉투와 필터를 새것으로 교체해야 했고 이는 불필요한 비용 부담과 번거로움을 야기했다. 후버(Hoover),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블랙앤드데커(Black & Decker) 등 기존 진공청소기 제조업체들은 일회용 먼지 봉투와 필터 판매가 주요 수익원인 탓에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다이슨은 이러한 통념을 깨고 세계 최초로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인 ‘다이슨 DC(Dual Cyclone)01’을 출시했다. 특히 다이슨은 강력한 모터와 원심력을 활용한 사이클론 기술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이 아이디어는 한 제재소에서 원뿔형 원심분리기를 사용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사이클론 방식을 목격한 데서 영감을 얻었다. 다이슨은 이 기술을 소형화해 진공청소기에 적용하면 먼지 봉투 없이도 흡입력을 유지하고 시간이 지나며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이슨 DC01은 공기에서 먼지를 효과적으로 분리해 먼지통에 모이도록 설계됐으며 구멍이 막힐 염려가 없어 먼지가 쌓여도 흡입력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었다. 비록 기존 제품보다 5배 이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DC01은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3월 다이슨은 DC07 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며 베스트바이(Best Buy)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평균 진공청소기 가격이 125달러였던 때 다이슨 DC07은 399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20.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고 후버를 제치고 시장 리더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부분의 가전업체가 여성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단순한 가사 도구가 아닌 고성능 기술 장비로 포지셔닝하면서 업계 최초로 남성을 핵심 고객층으로 설정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3. 전기차는 성능 나쁘다는 고정관념 깬 테슬라

테슬라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며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또한 자동차를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융합된 디지털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성능, 긴 주행 거리,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바꿨다. 구체적으로 2008년 2월 테슬라는 고성능 스포츠카인 로드스터(Roadster)를 선보이며 전기차는 느리고 장거리 주행에 부적합하다는 기존의 믿음을 깨뜨렸다. 로드스터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세련된 디자인, 짜릿한 성능을 갖춰 부유층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테슬라의 이러한 대담한 행보는 전기차가 빠르고 운전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하면서 테슬라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성공은 단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모델 S, 모델 3, 모델 Y와 같은 더 저렴한 모델을 통해 대중시장으로 확장했다. 이는 더 광범위한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전기차를 더 많은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025년 상반기 3만 달러(약 4300만 원) 이하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 Q(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은 테슬라를 틈새시장의 플레이어에서 글로벌 전기차 강자로 탈바꿈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산업의 고정관념을 깨라

1. 반도체 산업의 고정관념 깬 울트라텍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혁신 기업들이 종종 직면하는 딜레마가 있다. 기존 기술에 계속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대체할 훨씬 더 우수한 신기술로 전환할 것인가? 후자를 선택할 경우, 예를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사례처럼 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기술에 매달리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가? 1979년에 설립된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 울트라텍(Ultratech)은 이런 통념을 깨는 사례로 주목받는다.7 반도체 전(前) 공정 웨이퍼 노광 장비 시장에서 신기술 경쟁이 심화되자 이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울트라텍은 자사의 기존 노광 기술 역량의 새로운 용도를 인접 시장에서 발굴했다. 동시에 후(後) 공정 노광 장비 시장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이중 전략(dual-track strategy)을 병행해 제2의 성장 동력을 성공적으로 마련했다.

울트라텍은 빛을 이용해 웨이퍼 표면에 1대1 비율로 반도체 회로 패턴을 전사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1x 리소그래피 노광 장비(1세대 스테퍼)를 1979년에 성공적으로 개발했으며 1982년부터 인텔에 이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노광 장비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방식과 유사하게 광학 렌즈 시스템을 통해 특정 영역에 빛을 비춰 포토레지스트가 도포된 웨이퍼 표면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장치다. 이 장비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회로의 정밀한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니콘과 캐논을 비롯한 일본 경쟁업체들은 회로 설계 이미지를 5배 축소해 인쇄 해상도를 대폭 향상시킨 고성능 5x 노광 장비(2세대 스테퍼)를 출시했다. 이러한 장비 개발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했으나 울트라텍은 자금 부족으로 5x 노광 장비를 개발할 여력이 없었다. 이에 울트라텍은 전(前) 공정 노광 장비 시장에서 첨단 기술을 보유한 일본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기존의 1x 스테퍼 기술을 활용해 저가형 노광 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재구축하기로 결정하면서 과감히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8

우선 울트라텍은 기존의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에서 벗어나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여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으로 인접한 시장이나 분야로 사업 확장을 모색했다. 1991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용 박막 헤드9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1x 노광 장비를 저렴하게 공급하며 박막 헤드 노광 장비 시장에 진입했다. 울트라텍의 기술은 당시 사용되던 금속 간극 기술10 보다 훨씬 더 나은 해상도 성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었다. 또한 1999년에는 비교적 덜 까다로운 노광 절차가 요구되는 반도체 후(後)공정 패키징 시장으로 진출했다. 이를 통해 2002년에는 웨이퍼 레벨 패키징(wafer-level packaging) 분야에 적합한 장비를 공급하며 후공정 패키징 노광 기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국 울트라텍은 승산이 없는 기술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과감히 전환함으로써 재정적 위기를 극복했다. 그뿐만 아니라 로직 칩 제조 기업들(파운드리)의 수율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세계 최초로 레이저 스파이크 어닐링(Laser Spike Annealing)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웨이퍼에서 더 균일한 온도와 스트레스 분포를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울트라텍은 해당 시장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12년에는 훨씬 더 큰 시장 규모를 가진 메모리 시장으로 진출해 자사의 레이저 스파이크 어닐링 장비를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제조의 전(前)공정에 공급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2. 우주산업의 고정관념 깬 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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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은 전통적으로 장기적인 대형 프로젝트로 주로 정부가 주도해왔는데 이제 민간 주도의 우주 시대가 열렸다. 그 선봉에 선 기업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로 화성 식민지 건설이라는 대담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02년 3월에 설립된 저비용 민간 우주 항공 기업이다. 2006년 3월부터 2008년 8월 2일까지 스페이스X는 일회용(single-use) 2단계 로켓인 팰컨(Falcon) 1을 세 차례 발사했지만 모두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단발 로켓은 설계상 시험 비행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개발 초기 단계에서의 실패는 예상된 결과였다. 이 시점까지 머스크는 자신의 막대한 개인 자금을 투자해왔다. 그러나 2008년 9월 28일 팰컨 1의 네 번째 발사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도달하면서 민간기업이 개발한 로켓으로는 최초로 궤도 진입에 성공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당시 팰컨 1은 발사 후 단계별로 분리돼 대기권 밖이나 바다로 낙하하도록 설계된 일회용 구조를 채택하고 있었다. 이는 초기 우주개발 단계에서 기술적 한계와 함께 임무 성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였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로켓이 단순히 소비재로 간주됐고 재사용 가능성은 후순위로 밀려 고가의 발사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패러다임은 스페이스X가 재사용 가능한 로켓 팰컨 9의 개발로 전환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재사용 가능 로켓의 도입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 우주산업의 경제성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했다. 2010년 6월 4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팰컨 9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계약을 기반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과 우주비행사를 운송하며 지구로 복귀하는 상업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계됐다. 팰컨 9은 팰컨 1보다 10배 강력한 추진력을 필요로 했으며 이를 위해 1단 로켓에 메린(Merlin) 엔진 9개가 탑재됐다. 2011년 9월부터 스페이스X는 발사 비용 절감과 화성 및 다른 행성으로의 비행을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로켓 개발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팰컨 9 로켓의 1단과 2단을 회수해 재사용하기 위해 수직 이착륙과 동력 하강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술은 2023년 11월 4일 발사에서 더욱 진화된 모습을 선보였다. 이날 사용된 팰컨 9의 1단 로켓은 놀랍게도 18번째 재사용 기록을 세웠으며 발사 8분 30초 후 대서양에 배치된 드론십(Autonomous Spaceport Drone Ship) 위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2023년 기준 팰컨 9의 발사 비용은 약 6700만 달러로 크게 낮아졌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까지 약 30년간 운영했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 프로그램의 1회 발사 비용은 평균적으로 약 15억 달러였으며 이를 2023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약 18억 달러에 달한다.11 스페이스X가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함으로써 약 96.3%에 이르는 발사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했으며 이는 우주산업의 블루오션을 여는 혁신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2024년 10월 13일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스페이스X의 차세대 재사용 로켓 ‘스타십(Starship)’이 5차 지구 궤도 시험 비행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이 시험 비행에서는 ‘메카질라(Mechazilla)’라는 발사탑에 설치된 ‘젓가락 팔’ 장비를 활용해 스타십의 1단 로켓인 ‘슈퍼헤비(Super Heavy)’ 추진체(booster)를 공중에서 직접 발사대로 회수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히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스타십을 단 30분 만에 재발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으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비행이 가능한 시대를 앞당겼다.

3. 스포츠웨어 산업의 고정관념 깬 룰루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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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까지 스포츠웨어 산업에서는 남성이 오랫동안 주요 타깃층으로 간주돼 왔다. 1996년 미식축구 선수였던 케빈 플랭크가 설립한 언더아머(Under Armour)도 이에 속한다. 여성 고객을 겨냥한 제품 전략은 단순히 ‘줄이고 핑크로 만들라(shrink it and pink it)’는 접근법에 머무르기 일쑤였다. 이는 남성을 위해 디자인한 스포츠웨어를 단순히 크기만 축소하고 색상만 핑크로 변경한 것으로 여성 고객의 독창적인 요구와 선호, 체형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단조로운 접근은 여성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여성 스포츠웨어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반해 룰루레몬은 기존 스포츠웨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을 넘어 여성용 요가복을 중심으로 한 블루오션을 창출했다.12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요가복계의 샤넬’로 알려진 룰루레몬은 1998년 설립 당시 밴쿠버에서 요가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했다. 설립자인 칩 윌슨은 면 소재 옷을 입고 요가를 하던 여성들이 땀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모습을 보고 땀 흡수와 신축성이 뛰어난 기능성 요가복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직장인 여성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여성의 움직임과 체형을 세심히 반영한 미화 98달러짜리 프리미엄 요가복(레깅스)을 판매하며 기존 스포츠웨어 시장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했다.

2010년대에 들어 룰루레몬의 제품은 운동복의 기능적 역할을 뛰어넘어 일상생활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스포츠웨어와 캐주얼웨어의 경계를 허물며 애슬레저(athleisure, 운동+레저의 합성어) 열풍을 주도했다. 이런 혁신은 중상류층 여성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스포츠웨어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그러나 룰루레몬은 여성용 스포츠 의류 브랜드로만 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2014년 남성용 스포츠 의류 시장에도 진입하며 고객층 확장을 시도했다. 이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시장의 강자들이 남성 시장에서 시작해 여성 시장으로 옮겨간 것과는 정반대의 성장 전략이었다.

2022년 3월 룰루레몬은 요가 및 피트니스 의류 사업을 넘어 여성용 러닝화 블리스필(Blissfeel)을 출시하며 신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고객들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룰루레몬이 여성에게 우선적으로 집중한 이유는 해부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발 차이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운동화 대부분이 남성을 위해 설계된 후 여성용으로 수정되는 관행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13 11개월 후인 2023년 2월 룰루레몬은 남성용 신발도 출시했다. 2023년 여성용 스포츠웨어 제품이 전체 매출의 63.9%, 남성용 스포츠웨어 제품이 23.4% 차지했고 여성과 남성 고객 비중이 7 대 3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관념의 함정을 벗어나는 비결

앞서 분석한 9개 기업 사례는 다음의 세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기존 성공 방식에 건강한 의문을 제기하라.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뿐이다(The only constant in life is change)”라는 명언을 남겼다. 많은 CEO가 재임 기간 동안 실현될 단기 성과에 집중하며, 점진적인 혁신과 안정적인 경영 방식을 추구하고, 과거의 성공을 가져다준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면서 핵심 고객의 현재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기업들의 R&D 포트폴리오 중 약 85∼90%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14 하지만 시장의 변화, 기술 혁신, 경쟁 상황 등의 요소는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기존 성공 방식이 미래에도 항상 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예컨대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기존 자산, 기술, 조직문화, 브랜드 정체성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전기차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전문 기업들은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더 유연하게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룰루레몬은 기존의 성공 방정식인 ‘남성 시장 → 여성 시장’ 공략 방식을 따르지 않고 ‘여성 시장 → 남성 시장’이라는 새로운 고객 확장 전략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강력한 시장 지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면 남성용 기능성 스포츠웨어에 특화됐던 언더아머는 애슬레저 트렌드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명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는 기업일수록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자사의 성장 엔진이 서서히 멈추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둘째, 약점이나 부족함을 경쟁 무기로 활용하라. 기업은 약점이나 부족함이 발견되면 이를 보완의 대상으로 삼아 내부 혁신,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을 동원하는 경향이 있다. 약점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보는 기존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약점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전략을 생각해보자.15 다윗은 당시 전통적인 전투 도구인 무거운 갑옷과 무기 대신에 돌 5개와 돌팔매 걸이라는 무기를 사용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골리앗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워비파커는 전통적인 안경 유통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안경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신생 기업이 자원이 부족하다는 약점만으로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음을 배운다. 자원이 부족한 기업은 울트라텍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거대 기업들과 기존 시장에서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근접 시장을 개척하는 피벗(pivot)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피앤지와 같은 최우량 기업도 예기치 못한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며 통합적 사고(integrative thinking)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기업은 기존의 강점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 약점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 이를 창의적인 전략 수립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외부의 눈치를 보지 말라.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은 생존을 위해 기존 시장의 암묵적인 규범이나 경쟁사의 경영 방식을 모방하거나 벤치마킹하고 투자자와 같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의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행동이 ‘눈치 보는 문화’로 종종 해석되곤 한다.16 이런 경향은 자칫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져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쟁 기업이 인수합병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전략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의 70~75%가 실패로 끝난다.17 기업은 타사의 경영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신념과 비전에 집중하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신념과 비전에 집중하는 문샷(moonshot)을 꿈꾸는 혁신가로 스페이스X를 통해 10배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아이디어(10x thinking)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18 15년에 걸쳐 5000번의 실패를 거친 후 발명된 다이슨 DC01도 설립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굴하지 않는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파타고니아는 비상장 회사로서 주주들의 압박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경쟁업체들이 매출 증대를 위한 단기적 전략을 추구하는 동안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을 고수하며 그로 인해 차별화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게 됐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준비할 때 투자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은 이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아마존을 온라인 소매업체로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진은 아마존을 ‘소매 공간에 처음 기술을 적용한 기술 회사’로 간주했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보였다.

기존의 고정관념에 머물러 있는 기업은 점진적인 개선만을 목표로 삼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의 한계를 드러낼 위험이 크다. 반면 킬러 전략은 직원들에게 도전 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 조직 전반에 혁신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 변화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이러한 대담하고 혁신적인 전략을 실행하는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필수적이다.

  • 김희천heechun.kim@ucalgary.ca

    캘거리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한양대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전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주립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전략 및 국제경영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Organization Science,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 기업들의 성장 전략과 당면 과제를 다룬 책 『Routledge Handbook of Korean Business and Management』를 공동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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