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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틀 바꾸는 ‘재편전략’ 성공법

존 헤이글(John Hagel),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랭 데이비슨 (Lang Davison)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존 헤이글, 존 실리 브라운, 랭 데이비슨
 
통신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구글의 발표는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구글의 발표는 AT&T와 버라이존을 비롯한 선두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이뿐이 아니다. 구글은 애드센스 서비스를 통해 광고업계를 재편하고 있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각기 다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세일즈포스닷컴은 회사와 아무 상관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위해 자사 플랫폼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들은 전형적인 ‘재편전략(shaping strategy)’의 사례이다. 재편 전략은 시장과 산업을 변모시켜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때로는 매우 극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재편전략은 결국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을 약속하고 시장의 경쟁 조건을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198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선보인 전략을 들 수 있다. 빌 게이츠의 주장은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중앙 집중 방식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 데스크톱 기기로 이동해가고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컴퓨터 업계의 리더가 되려면 데스크톱을 생산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데스크톱이 곧 미래다’와 같은 설득력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른 업체들로 하여금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사실 재편전략은 이 논문에서 제시할 심층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본 논문에서는 또 세계적인 디지털 인프라에 불어 닥치고 있는 변화의 바람으로 인해 재편전략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때가 되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비단 하이테크 업계뿐 아니라 다른 시장 및 업계에서도 이런 시도를 고려할 수 있으며, 또 고려해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줄 예정이다.
 
재편전략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사실 메디치가(家)는 이탈리아에 르네상스 바람이 불어 닥치자 성공적으로 금융 부문에 재편전략을 접목시켰다. 좀 더 최근의 사례를 들면 해운업, 금융 서비스, 의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재편전략이 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재편전략에 동참하는 업체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대신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강력한 인프라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한 이런 변화로 인해 이전에는 성공 가능성이 무척 희박한 것으로 여기던 분야에서 이젠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모든 성공적인 전략을 재편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전략을 활용하거나,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시장과 산업을 재편하기도 한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인 혁신도 주로 “당장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뒤처지거나 망하고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정적 유인 방식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놓곤 한다. 델,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이 채택한 전략도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이 예상대로 먹혀들 때에는 효력이 막강하지만 최초로 전략을 도입한 업체에 위험이 집중되는 만큼 회사 전체를 통째로 걸고 하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재편전략은 긍정적인 유인을 통해 업계 내 다른 업체들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 최초로 재편전략을 도입한 기업이 속해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참여기업들이 다른 참가자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위험을 분담하기 때문에 이 전략을 이용하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고 확보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런 전략에 힘을 실어 주고 전략의 매력도를 높여 주는 인프라의 변화를 살펴본 뒤 긍정적인 재편전략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동반해야 할 핵심 요소로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마지막으로 빠른 속도로 역량을 구축하는 실용적인 이동 경로를 이용해 재편전략을 개발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자 한다.
 
[DBR TIP] 참여기업이 되어라
 
모든 기업이 재편기업이 되기에 적합한 자격요건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재편기업의 역할을 해내려면 선견지명이 있으며 강력한 권한을 지닌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뿐 아니라 시장을 재편성하겠다는 포부와 마음가짐, 위험구조, 관리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편기업이 주도하는 재편전략에 참여하는 기업들에도 많은 역할이 주어진다. 참여기업들은 재편전략 내에서 자사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하며, 자사에서 지지하려는 재편기업의 상대적 강점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영향력 행사기업, 위험 분산기업, 추종기업 중 어떤 역할이 자사에 가장 잘 맞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변화하는 인프라
우리는 역사학자 카를로타 페레스의 표현대로 새로운 ‘기술경제(techno-economic)’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심오하고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저서 ‘기술 혁명과 금융 자본’에서 페레스는 인프라가 비즈니스 활동 형성 때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주목할 만한 관점을 제안하고 있다. 증기 기관차, 전기, 전화와 같은 기술 부문에서 나타난 중요한 혁신들로 인해 강력하고 새로운 인프라가 탄생했다. 이 같은 파괴적인 혁신들은 불가피하게 산업과 상업에 일대 변화를 몰고 왔지만,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자신감을 획득하면서 한때는 파괴적 혁신으로 여긴 것들이 안정적인 세력으로 변모했다.
 
파괴와 안정이 반복되는 패턴 자체도 점차 파괴되고 있다. 꾸준히 놀라울 정도로 성과가 개선되고 있는 연산 능력, 저장 용량, 대역폭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종류의 인프라가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인프라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꾸준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이런 변화의 흐름에 안정이 찾아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업과 사회 기관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본 기술을 따라잡고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끝이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나타나 제도와 정체성, 관습, 관계를 변화시키며 ‘균형 상태’를 아득한 기억 너머로 밀어냈다. 전 세계의 중역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환경이 변할 때 중역들이 보이는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핵심 시장 및 핵심 역량과 주요 시장에 집중하고, 핵심 사업 부문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자산 및 사업 활동에 대해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단기성과에 집중하고 변화에 더욱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안겨 주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오늘날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환경 아래에서 기업들은 활동량이나 투자 금액에 비해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권투와 비교하면 기업들에 자신보다 높은 체급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체보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안겨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대기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결국 대기업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금액의 자산을 이용해 신뢰할 만한 재편기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역들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접근방법을 재고하고 새로운 경영 관행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전략의 본질을 재고(再考)하라
지금까지는 균형이 유지될 수 없다면 적응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주장이 옳다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재빨리 감지하고 반응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진짜 기회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
 
19501960년대에 컨테이너를 직접 배에 실어 운송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맬컴 맥린, 1970년대에 신용카드 시장을 재정의한 비자(현재 ‘지불 비즈니스’라고 불림), 1980년대 초반에 개인 컴퓨터 시장을 급속도로 변화시킨 MS와 인텔, 19801990년대에 의류 업계 공급망에 변화를 몰고 온 홍콩의 무역업체 리앤드펑, 최근 광고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글, 인맥 구축 사이트에 파란을 몰고 온 페이스북, 기업 소프트웨어 사업 환경을 바꾸어 놓은 세일즈포스닷컴 등은 각기 다른 시기, 서로 다른 업계에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앞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기업들은 단순히 자사의 업무 성과를 개선하는 것보다 훨씬 대담한 무언가를 갈망했으며, 글로벌 생태계를 바꾸고 산업과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 사례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각 기업의 전략이 위험과 보상에 대한 통념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기존의 통념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에는 통념을 변화시키기가 더욱 어렵다. 가파른 변화에 직면한 기업 중역들은 눈앞에 닥친 위험을 극대화시키는 반면에 앞으로 주어질지도 모를 보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댄 로밸로가 작성한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지 편향에 관한 논문(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7년 12월호에 실린 ‘착각에 빠지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법(Deals Without Delusions)’ 참조)을 비롯한 행동경제학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을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계산방식으로 인해 소심한 결정을 내리거나 심지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재편전략을 도입하려는 기업이라면 위험에 대한 걱정을 낮춰가는 한편 보상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시켜 잘못된 계산법을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흔히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로 표현하면 성공적으로 재편전략을 수행하는 기업들은 두려움을 줄여나가는 한편 희망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제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이 같은 접근방식은 수많은 관련 업체가 상당한 금액의 투자를 하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천 개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참여기업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고객의 요구 및 비즈니스 기회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험을 하는 만큼 분산된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대량 소매 방식이나 애플에서 출시한 아이튠스 네트워크의 경우처럼) 수많은 다른 업체의 참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전략도 있지만 재편전략이 대규모의 포괄적인 혁신 활동에 동기 및 역량을 부여하는 역할만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재편전략의 세 가지 요소
급변하는 시대에 전략을 수립하면서 위험과 보상에 대한 계산법을 바꾸려면 참여기업들에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재편관점’, 참여기업들의 투자 수준 및 필요한 노력의 정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재편플랫폼’, 재편기업이 진지한 의도를 갖고 있으며 전략재편에 앞장설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재편 행동 및 자산’ 등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재편전략 수립 방법’ 참조) 이 세 가지 요소는 재편기업이 필요로 하는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을 만큼의 참여기업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더해져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 재편기업의 전략적 노력은 탄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결국 수포로 돌아간 수많은 사례가 보여 주듯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을 만큼의 참여기업을 확보하기란 무척 어렵다. 본 논문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과거 및 현재 재편전략 도입에 성공한 기업들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많은 업계에서 재편전략이 등장했다. 재편전략은 시장 변화에 동조할 후보기업이 충분하고 파괴적 기술이나 정책의 등장으로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은 업계에서 특히 큰 가치를 나타낸다. 재편전략이 빛을 발할 기회가 특히 높은 업계로는 건강관리, 전자 지불, 대체 에너지 기술, 미디어 등을 들 수 있다.
 
성공적으로 재편전략을 도입하려면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관련한 미시·거시적 차원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재편기업은 내·외부에서 재편 관점을 널리 알릴 수 있으며, 안정된 재편 플랫폼을 구축하고, 수많은 제3의 참여기업들과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관리자를 양성해야 한다. 이런 전략은 결국 설계 및 실행에 수반되는 몇 가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잠재적인 재편전략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재편기업이 될 만한 자질을 갖고 있지 않다면 다른 기업에서 주창하는 재편전략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HBR TIP ‘참여기업이 되어라’ 참조) 재편전략의 선봉에 서 있건 참여만 하건 재편전략을 구성하는 세 가지 주요 요소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요소 1: 재편 관점 자사에 유리하도록 업계나 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잠재적인 참여기업들이 시장의 기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재편기업은 참여기업의 마음가짐을 바꿔놓음으로써 참여 때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인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관련 업계나 시장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관련 업계나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응시하다 보면 근본적인 변화의 물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참여기업들로 하여금 주어질 보상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도록 해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 재편 관점에는 세부 사항이 포함되지 않는 만큼 차후에 수정될 여지가 많다. 그러나 참여기업들이 단기간 내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끔 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80년대 초 빌 게이츠가 보여 준 전형적인 재편 관점 전략은 컴퓨터 업계에 엄청난 변화와 불확실성이 몰아닥친 시절에 수많은 경영진의 발걸음을 워싱턴주 레드몬드로 모여들게 했다. MS를 찾아온 수많은 중역은 누군가가 컴퓨터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득력 있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게이츠가 제안한 관점은 컴퓨터 업계의 중역들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셀 수 없이 많은 투자 기회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줄 기회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이츠의 관점은 매우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게이츠가 제안한 관점은 MS가 초기에 성공을 거두는 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
 
MS 사례를 보면 재편 관점과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사용하는 ‘비전’이라는 단어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기업에서 내거는 비전은 지나치게 편협한 경향이 있다. 즉 비전은 그 비전을 내건 기업이 나아갈 길만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편 관점은 관련 산업 및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뚜렷한 견해를 제시하며 관련된 모든 기업의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이츠가 제안한 재편 관점은 물론 MS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컴퓨터 업계 내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재편 관점 내에서의 창의적인 행동은 각각의 산업이나 시장이 어떤 모습을 해야 할지를 상상하고, 성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도전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제안하는 비전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면이 있다. 사실상 모든 선택 및 행동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모호한 언어로 미래를 묘사하는 것이다. 재편 관점은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면서도 실험과 혁신의 여지를 남겨둘 수 있을 만큼 고차원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집중력, 자본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타난 효율적인 재편 관점 사례는 세일즈포스닷컴을 들 수 있다. 1999년 세일즈포스닷컴을 설립할 당시에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특이하게도 동종 업체들이 모여 진행하는 콘퍼런스에서 연설할 기회가 주어지자 자신이 갓 설립한 새로운 업체를 홍보하는 대신 기업 애플리케이션 부문을 변화시키고 있는 근본적인 세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베니오프의 주장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시장 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고객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으며 고객의 요구에 잘 반응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업체가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두 번째, 기업에서 개별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아닌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고객 중심 원칙을 지지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은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함으로써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새로운 기능성이 추가되면서 훨씬 간편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다.
 
당시는 애플리케이션 판매업체들이 직접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설치해 주는 시절이었던 만큼 베니오프의 주장은 놀라우리만치 혁신적이었다. 많은 업체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던 무렵에 베니오프는 전문 업체들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기존의 업체들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이 영업 자동화를 가능케 하는 신규 온라인 서비스를 갓 출시했다는 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세일즈포스닷컴의 시가총액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무려 80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베니오프의 연설을 직접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의 주장이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베니오프는 미래에 대해 기존의 주장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의 생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베니오프는 좀 더 포괄적인 비즈니스 환경 및 당시 소프트웨어 산업을 재편하고 있던 디지털 기술 인프라 내에서 발생한 여러 변화의 흐름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쟁적인 역동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결국 업계 중역들은 베니오프가 제안하는 미래가 단순히 도발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변화라고 믿게 됐다. 그 결과 불확실성은 해소되고, 위험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었으며, 베니오프가 제안하는 변화에 동참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한층 뚜렷해졌다. 나머지 기업들에 주어진 기회는 지금 당장 변화에 동참해 초기 참여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나눠 갖거나, 조금 더 기다렸다가 뒤늦게 뛰어들어 매력적인 입지를 차지하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하는 것뿐이었다.
 
[DBR TIP] 재편 관점과 관련한 다섯 가지 질문
 
1. 이 관점은 전반적인 산업 또는 시장이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는 동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보여 주는가?
2. 많은 참여기업에 매력적인 사업 기회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 주는가?
3. 사업 기회를 현재 비즈니스 환경에서 나타나고 있는 좀 더 넓은 의미의 경제·문화·기술적 변화와 연결하고 있는가?
4. 이 관점은 예상치 못한 발달로 이어질 만큼 충분히 고차원적인 한편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중역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집중해야 할 대상을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가?
5. 고위 경영진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외부 관계자 및 직원들에게 의사 전달을 위한 노력을 했는가?
 
요소 2: 재편플랫폼 재편전략의 두 번째 요소는 재편플랫폼, 즉 수많은 참가자의 활동을 조직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명확하게 정의된 일련의 표준 및 문화다. 재편플랫폼은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서 참여기업들이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레버리지는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와 노력으로 원하는 보상을 얻고 좀 더 신속하게 보상을 거머쥘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위험을 낮춰주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특히 가치가 있다.
 
재편플랫폼은 보통 한두 종류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일부 재편플랫폼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 수준을 낮추어 주는 개발 레버리지를 제공한다.(신기술을 통해 개발 레버리지가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세일즈포스닷컴은 제3의 개발자들이 기업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손쉽게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포스닷컴)을 보유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닷컴은 개발자들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위해 소형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를 제공한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바로 애드센스와는 반대로 구글 어스를 포함한 구글의 다른 전략들은 개발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다른 개발자들의 참여 욕구를 자극하긴 하지만 좀 더 규모가 큰 시장 및 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분명하고 적극적인 재편 관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유형의 재편플랫폼은 수많은 참여기업이 적은 비용과 노력만으로도 기업 활동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호교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물론 이런 유형의 플랫폼에 기술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핵심 가치는 상호교류를 촉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표준화한 프로토콜 및 업무 처리방식에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애드센스 플랫폼은 광고주 및 콘텐츠 공급자와 잠재 고객 간을 연결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긴 하지만 애드센스 플랫폼이 영향력을 갖게 되는 진짜 이유는 바로 광고를 신청하고, 값을 매기고, 표현하고, 값을 지불하는 방식을 관리하는 프로토콜 및 업무 처리 방식이다. 상호교류 레버리지는 가장 규모가 작은 광고주와 웹사이트에서 구글의 간섭 없이 최소한의 시간 및 노력을 투자해 다른 광고주 및 웹사이트에 도움이 될 만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롱테일 부분에서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재편플랫폼이 우수한 까닭은 바로 이 플랫폼 자체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참여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드센스는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상상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잠재 고객을 연결해 줄 수 있다.
 
해운회사 시랜드의 창업자이자 세계 운송업계를 성공적으로 재편해낸 맬컴 맥린은 매우 다른 형태의 재편플랫폼을 통해 상호교류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었다. 맥린은 운송용 컨테이너에 혁신적인 디자인과 돌려서 열고 잠글 수 있는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업계 전체에 이 디자인을 퍼뜨려 항만 관리당국, 해운업체, 크레인 업체 등의 더 많은 투자를 유도했다. 이 결과 규격화한 컨테이너 운송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자리 잡게 됐다.
 
홍콩의 무역업체 리앤드펑은 오늘날까지도 전화와 팩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극단적인 재편플랫폼 사례를 보여 준다.(전화와 팩스는 1만 여 개에 이르는 리앤드펑의 파트너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하고 저렴한 기술이다) 리앤드펑이 의류업체 및 기타 소비재 기업들을 위해 개발하고 수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복잡한 공급망 활동이 일련의 프로토콜을 통해 통합되는 것이다.
 
비자의 지불 비즈니스 초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재편플랫폼이 개발 레버리지와 상호교류 레버리지 등 두 종류의 레버리지 모두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비자의 플랫폼은 수많은 참여기업을 연결하는 기술을 이용하여 플랫폼에 참여하는 은행들에 신용카드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이 플랫폼으로 인해 은행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투자만으로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자본 집약적인 신용카드 처리 활동을 전문성을 가진 제3자가 맡게 되면서 은행은 제품설계 및 마케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비자의 재편플랫폼은 지배구조 정의를 통해 상호교류 레버리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지배구조 하에서는 비자가 신속하고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은행들이 새로운 사업체를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됐다. 1970년, 비자가 재편플랫폼을 개발한지 90일 만에 총 2700개의 은행이 비자의 재편플랫폼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7년 만에 비자는 2000억 달러의 카드 거래규모를 자랑하기에 이르렀으며 새롭게 등장하는 지불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꿔놓게 됐다.
 
재편플랫폼은 재편기업 및 참여기업 양쪽 모두에 강력한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참여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우수한 플랫폼에 참여할 경우 참여기업이 늘어날수록 점차 커지는 효과, 즉 기능 개선, 도입 비용 감소, 수익 창출 촉진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재편플랫폼은 참여기업들이 각기 다른 분야의 혁신을 추구하도록 장려해 다양한 틈새분야로 구성된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그 덕에, 참여기업들은 각각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동일한 플랫폼상에서 다른 기업과의 전면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다양성은 매우 구체적인 요구사향을 갖고 있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포괄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상에서 등장한다. 가령, 윈텔 플랫폼이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까닭은 바로 대부분의 참여기업이 다른 참여기업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실수요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전달하는 애플리케이션과 틈새 서비스를 사실상 무한정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소유주 입장에서 보면 재편플랫폼은 참여기업과 재편기업 간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지식 흐름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라는 하나의 생태계 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재편기업인 소셜미디어 네트웍스는 세분화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및 광고주의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성과 데이터를 통합해 참여기업들에 광고주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구조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개발업체는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는 동안 각기 다른 시점에 행동하고 보는 순서를 다양화시킴으로써 사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는 광고주들이 사회적 미디어가 원하는 대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풍부한 내용을 제공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이 같은 지식 흐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있다.(분산된 혁신을 가능케 하고 촉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 사례는 재편전략의 차원분열적 특성을 잘 보여 준다. 즉 좀 더 범위가 넓은 환경 내에서 제 2, 3의 재편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DBR TIP] 재편플랫폼과 관련한 다섯 가지 질문
 
1. 이 플랫폼은 잠재적인 참여기업에 재정적인 혜택을 약속하는가?
특히 진입 비용을 낮춰 주거나 수익 창출 시기를 앞당겨주는 등의 장점이 있는가?
2. 다양한 참여기업의 활동에 도움이 되며 수많은 틈새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는가?
3. 재편기업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 부담을 떠안기지 않으면서 많은 참여기업을 확보해 플랫폼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가?
4. 참여기업의 수가 늘어나면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가?
5. 플랫폼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진화하여 참여기업으로 하여금 플랫폼 소유주와 주기적으로 회동을 갖고 그 동안 얻은 교훈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가?
 
요소 3: 재편 행동 및 자산 재편전략의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재편기업의 행동과 자산이다. 잠재적인 참여기업이 재편기업의 확신이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걱정한다면 아무리 재편 관점이 매력적이고 재편플랫폼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참여기업이 강력한 재편기업과의 경쟁으로 인해 자사의 틈새사업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재편기업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하고 자산을 활용할 때 신중을 기한다면 이 같은 참여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런 행동이 재편기업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 업체인 노벨을 예로 들어보자. 노벨은 자사 수익 중 80%를 창출하는 하드웨어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재편전략을 추구했다. 1980년대 초 노벨은 랜(LAN) 사업을 재편할 기회를 포착했다. 당시 기업 내에서 개인용 컴퓨터(PC) 보급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PC를 서로 연결하고, 회사의 메인프레임 컴퓨터 및 서버에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정보에 접속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랜이 매우 중요한 신기술로 떠오르게 되었다. 노벨은 랜 사업을 위해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이 시스템이 도입되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대담한 기업분할 결정을 내렸다.
 
노벨의 결정이 새롭게 성장하는 랜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즉 노벨은 상당한 수익을 포기할 만큼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노벨의 극단적인 행동을 지켜본 다른 네트워크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은 노벨이 자사의 핵심 사업 분야에서 경쟁을 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떨쳐내고 노벨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이 같이 대담한 결정 덕에 노벨은 중요한 기술 분야를 성공적으로 재편해 낼 수 있었으며, 노벨의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실상 이 업계의 표준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노벨은 다른 사업 분야로 다각화를 진행했으며, 노벨의 핵심 사업이던 운영 시스템 부문에 더 이상 집중하지 않게 됐다. 이 결과 노벨은 랜 부문에서 선두적인 위치를 잃었다. 노벨의 사례는 재편기업이 되기를 꿈꾸는 업체들에 성공적으로 시장을 재편하려면 오랜 기간 해당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맬컴 맥린도 컨테이너 운송 업계에 재편플랫폼을 좀 더 빨리 퍼뜨리기 위해 대담한 행보를 취했다. 1960년대 맥린은 자신이 갖고 있던 컨테이너 디자인 및 돌려서 문을 여닫는 기능과 관련된 특허를 국제표준화기구(IOS)에 공개하여 누구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맥린은 시랜드의 대주주로서 운송업계에서 새로운 컨테이너의 표준이 받아들여질 경우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모든 업체에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재편기업의 자산도 잠재적인 참여기업들의 재편전략 투자를 유도하는 데 한 몫 한다. 자산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기존의 대기업들이 재편기업이 되기 위한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자산은 재편 관점 및 플랫폼의 진실성에 힘을 실어준다. 대기업이 재편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반면에 규모가 작은 신생 업체는 심각한 장애물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규모의 신생 기업에서 지지하는 재편전략에 투자할지 여부를 고려하는 경우라면 해당 업체가 과연 필요한 자산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단 투자했다가 진퇴양난의 입장이 될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규모가 작은 신생 업체는 좀 더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업체들과 전략적인 관계를 형성해 필요한 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S는 사업 초기 협상을 통해 당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주요 공급업체인 인텔과 전략적 관계를 형성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후 MS가 IBM PC에 탑재할 운영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계약하자 전 세계가 이 조그만 회사에 관심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좀 더 최근에 발생한 사례를 살펴보면 MS는 페이스북과의 거래에서 과거와 정반대 입장에 놓이게 됐다. 즉 MS가 페이스북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재편기업이 되고자 하는 페이스북의 신뢰도를 높여 준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또 다른 사례로는 유명한 기업이긴 하지만 통신 분야 경험이 많지 않은 구글이 ‘열린 휴대용단말기 연합(Open Handset Alliance)’이라는 이름의 협력체 결정을 발표하여 자사의 휴대전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운영 시스템의 신뢰를 높인 경우를 들 수 있다. 스프린트 텍스텔, 티모바일, 모토로라, 삼성과 같은 유명한 통신업체들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재편기업이 잠재적인 참여기업에 성공적으로 재편전략을 실행할 역량이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단기간 내에 임계점에 도달하라 재편전략을 잘 수행하면 임계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참여기업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엄청난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물론 단기간에 임계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단기간에 임계점에 도달하기가 힘이 들다 보니 재편전략을 성공시키려는 노력이 초반에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업계 내에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는 대기업과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면 좀 더 짧은 시간 내에 충분한 수의 참여기업을 모을 수 있다. 

많은 참여기업을 유인하라 재편기업은 많은 기업을 끌어들이고 동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적 장치 및 경영 관행을 개발해야 한다. 사실 모든 기업이 시장에 더 큰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파트너와 손을 잡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 및 유통망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를 줄여오고 있다. 재편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많은 참여기업을 끌어들여야 하는 만큼 이런 상황은 잠재적인 재편기업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비자와 구글의 애드센스 사례에서 보듯이 성공적인 재편전략을 위해서는 중대한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 혁신이 항상 같은 형태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비자는 높은 수준의 안보가 요구되는 환경 속에서 성과 집약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천 개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애드센스는 재정적 혜택을 내걸고 광고주 및 콘텐츠 공급자를 사로잡으며 세계 시장에서 수십만 개의 참여기업을 동원하는 훨씬 느슨한 경제그물을 설계했다. 고위 경영진은 다양한 생태계 모델, 가장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기 위한 기준, 각 생태계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최고의 경영 방식 등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전략개발과정 재고’ 참조)
 
재편 과정을 반복하라 일단 재편전략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점점 늘어나는 수익이 하나의 강력한 힘이 돼 사실상 난공불락의 입지를 확보하게 되며 경쟁업체에 비해 어마어마한 액수의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런 확실성은 과거 ‘단속평형의 세계(world of punctuated equilibrium, 단속평형은 오랜 기간 변화가 없다가 한순간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남을 의미)’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예전에는 한 차례 파괴현상이 나타나고 나면 다음 파괴현상이 나타날 때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한 가지 모순이 발생한다. 즉 재편전략을 개발하고 퍼뜨리기가 한층 쉬워졌지만 마찬가지로 일단 재편전략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지켜내기가 한결 어려워졌다. 이제 성공적인 재편전략을 추구하려면 일회로 끝나는 파괴적인 혁신보다 재편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는 단순히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대신 효율적 경영을 통해 시장 및 업계를 재편하는 법을 익힐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서 좀 더 가치 있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수많은 참여기업을 동원하여 디지털 인프라로 인해 생성되는 불안정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DBR TIP] 재편행동 및 자산에 관한 여섯 가지 질문
 
규모가 큰 재편기업
- 다른 비즈니스 전략들을 감안했을 때 잠재적인 참여기업들에 앞으로 오랫동안, 심지어 불황이 닥치더라도 해당 분야에 머무를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규모가 작은 신규 재편기업
- 잠재적인 참여기업들에 성공적으로 재편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필요한 자산을 획득하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모든 재편기업
- 참여기업들과 결코 경쟁을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가?
- 최고 경영진, 이사진, 주요 투자자들이 재편전략에 자산을 투자하고 성공적인 재편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용인할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인내할 의향이 있는가?
- 재편플랫폼의 잠재성을 실현할 수 있을 만큼의 참여기업을 끌어들이고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가?
- 최고경영진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설득력 있고, 생동감 있으며, 참여기업의 관심을 끌 수 있을만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인가?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존 헤이글(jhagel@deloitte.com)은 딜로이트 LLP에서 운영하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소재 에지 이노베이션 센터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전략에 관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다.(edgeperspectives.typepad.com) 존 실리 브라운(jsb@johnseelybrown.com) 또한 에지 이노베이션 센터의 공동회장이다. 브라운은 제록스의 수석 과학자, 제록스에서 운영하는 팔로 알토 연구소의 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랭 데이비슨(langdavision@deloitte.com)은 에지 이노베이션 센터의 전무이사이며, 맥킨지 쿼털리의 편집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 존 헤이글(John Hagel) 존 헤이글(John Hagel) | 에지 이노베이션 센터 공동회장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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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 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 | 에지 이노베이션 센터 공동회장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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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랭 데이비슨 (Lang Davison) 랭 데이비슨 (Lang Davison) | - 에지 이노베이션 센터 전무이사
    - 맥킨지 쿼털리 편집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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