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업을 투명하게 가꿔라

20호 (2008년 11월 Issue 1)

오늘날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당연한 핵심 경영 과제로 인식해 가고 있다. 고객, 임직원, 규제당국뿐 아니라 심지어 주주까지도 기업의 경영 활동이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지속가능경영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은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구가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허다하다.
 
친환경 PR의 기본은 투명성
친환경적인 실천보다 말이 앞서는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된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풍부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은 철저히 분석되어 파헤쳐지고, 인터넷 블로그와 게시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뿐 아니라 시대 흐름에 발맞추려 애쓰는 전통적 매체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반박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이 직면하는 리스크는 무엇인가. 수년 전 미국의 7개 주는 모빌케미칼을 상대로 이 회사 제품인 헤프티 쓰레기 봉지가 생분해성이라는 주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유는 우선 봉지가 매립된 상태에서는 분해되기 위해 필요한 햇빛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봉지가 분해된다 하더라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단지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부서지기 때문에 봉지가 생분해된다는 주장은 과잉광고라는 것이었다. 모빌은 결국 다음해에 벌금을 내고 즉시 광고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으로 모빌은 금전적인 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 여론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았다.
 
좀 더 최근에 있었던 유사한 사례로는 2008년 3월 시애틀 외곽지역에 신축된 친환경 호화 주택의 화재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주택의 개발업자는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연어 서식지 인근에 주택을 건설하면서 친환경을 표방했다가 본의 아니게 환경단체인 지구해방전선(ELF) 급진주의자들의 분노를 사게 됐고, 이는 결국 방화사건으로 이어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떠한 언론 플레이라도 투명성보다 좋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친환경 관련 PR에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검증작업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친환경에 대한 PR을 시행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을 확실히 갖춰 놓아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라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석유 시추, 화학 제조, 탄광, 항공 수송 모두 산업 성격상 지저분하며 오염을 일으킨다. 그 누구도, 심지어 환경단체들도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변화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해관계자와 환경 감시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업들이 좀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환경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며, 친환경 프로그램에 투명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기업 셸오일의 사례는 이해관계자를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1995년 이 회사는 북대서양에 설치한 원유 채취 플랫폼인 ‘브렌트 스파’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그린피스가 이끈 환경 단체와의 분쟁을 일으켰고, 이후 셸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국제 여론조차 부정적으로 변하자 이 회사는 결국 원래의 결정을 번복하고 시추장치를 분해해 내륙으로 옮겨와 처리해야만 했다.
 
그러나 셸의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처럼 시추장치를 바다에 침몰시키는 것이 그것을 분해해 내륙으로 운반해 오는 것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이 이후에 판명됐다. 셸은 이 사건을 교훈 삼아 이제는 이해관계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개적으로 대화함으로써 셸은 캐나다 오일샌드로부터 자원추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고, 기업이미지 홍보와 이윤 추구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반드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기업이라기보다 투명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닌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듀폰 같은 화학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지수가 높은 대표적 기업이다. 기업들은 외부환경자문위원회를 구축하고 투명한 평가 매트릭스를 채택함과 동시에 필수적인 관련 보고 항목을 선정해 운영함으로써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보라
지속가능경영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수자원 활용, 토지 활용, 쓰레기 관리, 유독물 처리 등 이 범주에 포함되는 분야는 매우 많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는 데 신경 쓰지만, 지속가능경영의 선두주자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 올 수 있는 분야에 선별적으로 집중 투자하여 커다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상적인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가치와 환경보전을 모두 극대화하는 분야를 파악해 집중하는 것이다. 한 예로 코카콜라는 지속가능경영 플랫폼을 세 가지 축으로 구성하고 있다. 수질 중성화(Water Stewardship), 환경 친화적 포장, 기후 및 에너지 보전이 그것이다.
   
 

코카콜라 제품의 최대 원료가 물이라는 점에서 코카콜라가 진출한 나라의 물 부족 문제는 자사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물 절약 캠페인을 시행하거나 개발도상국의 수자원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활동은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기업 이윤추구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는 지속가능경영의 잠재력을 평가할 때 기업들은 큰 그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평가는 단기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및 기술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기업들은 기업 활동이 직접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좀 더 넓은 맥락에서 자사의 경영 활동이 환경에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포드와 도요타가 지속가능경영의 관점에서 취한 결정들을 살펴보자. 포드는 미국 리버 루즈의 공장을 환경 친화적으로 설계 변경하여 자사 공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반면에 도요타는 전 가치 사슬에 걸쳐 자사의 사업이 환경에 가장 크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에 집중했다. 즉 자사의 자동차에 탑재한 내연기관이 소모하는 연료와 이를 통해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하이브리드 기술에 적극 투자하여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개발했다.
 
오늘날 포드는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트럭의 과잉공급으로 고전하면서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도요타는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친환경 기업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도요타는 머지않아 누구나 원하는 프리우스의 3세대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경영의 확고한 리더로서 자리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다.
 
다른 모델에 비해 프리우스를 제조하는 데 더 적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아니므로 프리우스 개발 자체가 도요타의 내부적인 환경 영향(en -vironmental impact)을 줄였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도요타는 자사를 둘러싼 모든 가치 사슬을 살펴보고 자사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보다 소비자가 자사 제품을 사용할 때 소비하는 연료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제조업체는 후방산업을 활용하거나 원료 조달 방식을 바꿈으로써 자사의 환경 영향을 낮출 수도 있다. 제품에 쓰는 부품이나 재료를 바꿈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기업들은 공정, 물류 및 유통, 소비자의 제품 사용 및 물품 폐기 분야에서 환경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이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최대 기회는 쓰레기 회수 프로그램 개발에서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사무용품 유통업체인 오피스디포는 ‘E-쓰레기 재생 서비스’로 이와 같은 기회 포착에 나섰다.
 
소비재 기업들은 자사의 포장 협력업체들이 생분해성이나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회사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와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품 및 포장이 환경 친화적인지의 여부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사태를 대비하지 못해 피해를 볼 필요는 없다.
 
지속가능경영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
지속가능경영 또는 친환경경영은 결코 쉽거나 명확한 길이 아니다. 한 예로 천 기저귀와 일회용 기저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환경 파괴적인가에 대해 수십 년에 걸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옥수수를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시도가 식량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간의 논쟁 또한 계속되고 있다.
 
환경론자들 사이에서조차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어떻게 기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손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투명하고 진실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점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기업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지속가능경영이 법규 준수 관련 부서에서나 취급하는 일련의 규정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회로 지속가능경영을 인식해야 한다.
 
최고친환경관리자 또는 지속가능경영 부사장 자리를 신설하는 것은 지속가능경영의 좋은 시발점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현장에서 전략개발, 실행 및 관리에 지속가능경영을 반영해야 할 책임자는 각 실무 부서장들이다.
   
 
거래처, 고객,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도 중요
과거에 기업들이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데 외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킨 목적은 리스크 관리 때문이었다. 이런 조치들은 주로 무의식적으로 취해졌거나 관련 사안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후속 대책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비정부기구(NGO)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됨에 따라 기업들은 기업 활동의 유지를 위해 환경 문제 해결에 외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방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B2B
기업들의 경우를 보자. 월마트처럼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이미 제품 생산, 디자인, 포장, 유통과 같은 관계사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품 공급자들은 자사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적어도 월마트 같은 기업들이 설정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단순히 기준을 준수하는 데서 나아가 더 노력하는 기업들은 주요 거래처에서 자사의 입지를 넓힐 기회를 잡게 된다. 영업 및 마케팅팀의 핵심 거래처 기획 프로세스에 거래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포함함으로써 자사 거래처가 지속가능경영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거래업체가 가치 창출의 기회를 새롭게 포착하도록 해 준다.
 
B2C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말하는 것이 항상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구매 결정을 할 때 환경 친화적 요소를 가격, 기능, 품질과 같은 다른 요인들과 비교한다. 기업은 고객 세분화에 친환경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친환경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 세그먼트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브랜드 전략에 반영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친환경 요소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제품에 대한 입소문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가정용 세정제에 관한 블로그나 게시판을 훑어보면 친환경 요소에 관한 논의가 가격이나 성능에 관한 논의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자극하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잠재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을 고르도록 유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기업들은 또 NGO와 정부 기관들을 포함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새로운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체제의 대표적인 예가 코카콜라, 유니레버, 그린피스, 유엔환경프로그램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연 냉각제(refrigerants naturally)’ 사업이다. 이 사업의 주된 목적은 현재 주로 쓰이는 냉각제이자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불소화가스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들은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외부 기관의 친환경 관련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위생제품 제조업체인 클로록스가 천연 세정제인 그린웍스를 홍보하기 위해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클럽에 가입한 것을 보면 다른 제조업체들이 NGO와 공통의 기반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속가능경영을 활용한 혁신 추구
혁신에 힘쓰는 많은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이 조직을 더욱 혁신적으로 변모시키는 완벽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지 못한다. 듀폰은 테플론 제조에 독성물질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프로세스 혁신을 내부 목표로 설정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활용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사적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에코매지네이션’(ecology와 imagination의 합성어)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 200억 달러의 매출 목표를 한 해 앞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들은 진정한 지속가능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경영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추구하며, 경쟁 우위의 점유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종합적인 내부 분석과 더불어 전방 및 후방 산업의 고찰을 통해서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고 성공적인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 프로그램을 고안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모니터그룹은 1983년 마이클 포터를 비롯한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이 설립한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이다. Esty Environmental Partners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전문 컨설팅 회사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