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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애플, 모바일 결제 생태계에선 고전한 까닭

론 애드너(Ron Adner) | 374호 (2023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구글 생태계’ ‘애플 생태계’처럼 비즈니스 생태계를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미리 규정하는 것은 자칫 생태계의 리더와 파트너들을 성공적으로 정렬하는 작업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 생태계에서 성공을 일군 리더라고 해서 다른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굳건해 보이는 리더를 따라 신사업 영역에 진입한다고 해서 안전한 베팅이란 보장도 없다. 당신의 기업이 리더로서 적격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한발 물러서서 팔로워를 자처할 필요도 있고, 팔로워라고 해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스마트한 팔로워십을 발휘할 필요도 있다. 똑똑한 팔로워는 리더가 어떤 식으로 생태계 가치 제안을 확립하려 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계획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또한 게임을 크게 생각해 리더에게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다른 파트너와의 관계도 생각하면서 리더가 전체 생태계를 제대로 정렬하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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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회사가 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생태계(ecosystem)를 뭐라고 부르는가? 자기 생태계(ego-system)가 아닐까? ‘구글 생태계’ ‘페이스북 생태계’ 같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그런 생태계는 ‘당신의 회사 이름을 앞에 넣은 생태계’란 말로 지칭될 것이다. 이런 이름은 특히 생태계 초기에는 감동을 선사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진실을 가린다. 바로 생태계 전략이 곧 정렬(alignment) 전략이라는 점이다.

생태계를 기업 중심으로 규정하면 구성원들이 전체의 정렬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보지 못하고 적절한 생태계 전략을 잘 짜지 못하게 된다. 생태계의 중심이 누구인지에 대한 가정들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관계 구축을 더 어렵게 한다. 생태계 리더는 팔로워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생태계 파트너들은 어떤 리더를 따라야 하고, 어디에 베팅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게 된다.

극명한 예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회사로 아이팟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에 이르는 모바일 데이터 기기 생태계를 그들의 앱스토어와 iOS 플랫폼으로 무장하고 확장해 나가는 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새로운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신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애플의 시도들은 그간 놀라울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의료 관리 분야는 ‘애플이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헌’이 될 것이며, 홈팟(HomePod)으로 ‘가정 내 오디오 시스템을 개혁하고’, 애플의 교육 플랫폼으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학습 능력과 창의력을 증대하겠다”는 야심만만했던 애플의 약속들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그들의 핵심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수익 덕분에 가려졌다 할지라도 실패라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1 이는 애플의 탓만이 아니고 그런 사업들을 보조하고자 참여한 기업들도 일조한 것이다.

만약 파트너와 다른 참여자들을 새로운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정렬시키는 일이 기업 권력의 정점에 있는 애플같이 정교한 회사에도 까다로운 일이라면 (1) 시장의 승자가 되려는 기업들은 한 생태계에서 이룬 성공이 다른 생태계의 성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애초에 접어야 하며 (2) 생태계의 보조 역할을 고려하는 기업은 굳건한 리더 기업을 따라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 안전한 베팅이라는 가정을 버려야 한다.

어떻게 하면 모든 생태계 주자가 이런 난관을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생태계란 개념을 특정 기업의 정체성이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제안을 중심으로 확립해야 한다. 이렇게 사고방식을 전환하면 생태계에서 리더십(물론 리더라고 해서 늘 가장 유리한 자리는 아니지만)과 팔로워십(훨씬 더 흔하지만 그 역할이 너무 쉽게 간과되는)을 위한 성공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태계 승자들의 계층 구조

생태계는 그것의 가치 제안을 창출하는 전체 파트너들의 역할, 지위, 흐름을 중심으로 정의된다.2 생태계에는 이런 구성원들을 하나로 정렬하는 고유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애플은 의료, 교육, 스마트 홈 생태계에 참여한다. 물론 애플의 이런 사업 영역은 아이폰, iSO, 앱스토어 같은 동일한 요소를 기반으로 삼지만 각각의 생태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주요 파트너와의 연합체 안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역할과 지위는 사업마다 다르다. 고로 단일한 ‘애플 생태계’ 같은 것은 없다. 즉, 애플과 파트너사 모두 특정 생태계에서 가진 리더십이 다른 생태계의 리더십으로 자동 확장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업계 선두에 서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업계 리더가 되면 상당한 수익 실현과 자부심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태계의 계층 구조는 좀 다르다. 성공한 생태계에는 패배자가 없고 다른 방식으로 승리한 파트너만 있을 뿐이다. 반면에 성공하지 못한 생태계에는 패배자만 남는다. 어떤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실패하면 가치 창출에도 실패하고 만다. 특정 업계에서 1등 자리에 오르려 했지만 안타깝게 실패한 회사들은 보통 그런 노력만으로도 얻는 게 있다. 하지만 어떤 생태계에서 최하위를 한 경우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든 위안 삼을 것조차 없다. 실패만이 남을 뿐이다. 그렇다면 보통 생태계의 승자와 패자는 어떤 위치를 점할까?

1위: 계층의 꼭대기에는 성공한 생태계의 리더들이 있다. 당연한 일이다. 생태계 파트너들이 서로 합의를 이루고 그들의 위치가 긴밀히 정렬될 수 있도록 관리한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파트너들은 협업을 관장하는 지침과 기준을 받아들인다. 생태계의 리더는 이런 정렬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초기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보통 전체 이익 중 더 많은 몫을 차지해 보상을 받는다.

2위: 성공한 생태계의 팔로워들은 그들의 가치 제안을 증명해 낸 기여자이자 수혜자다. 이런 팔로워들이 얻는 이익은 보통 절대적 크기에서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생태계 리더가 차지하는 이익보다 적다. 하지만 팔로워에게 요구되는 투자 규모 또한 리더보다 작다. 이런 점에서 성공한 생태계의 팔로워들에게 돌아가는 상대적 수익은 꽤 매력적이다.

3위: 생태계 계층의 3위는 성공하지 못한 생태계의 팔로워들이 차지한다. 생태계가 실패하면 팔로워들은 손실을 입지만 그들이 건 판돈이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그들의 손실액 역시 적다.

꼴찌: 생태계의 최대 패배자는 성공하지 못한 생태계의 리더들이다. 사업 초기부터 돈, 시간, 기술 인프라, 명성을 투자한 기업들을 말한다. 생태계가 융합하지 못하면 이런 회사들은 최대치로 평가 절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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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시스템의 충돌 : 미국의 모바일 결제 생태계

애플이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쏟은 노력은 생태계 리더십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휴대폰 기반의 모바일 결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필요 없으므로 개인 간 거래의 혁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분야에 투입된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실패했다. 2010년부터 거대 기술 기업들과 주요 소매업체, 통신사 모두가 근접 통신 기반의 모바일 결제에 큰 투자를 했다. 애플 또한 2014년 이 시장에 위세 좋게 큰 베팅을 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은 “애플페이가 모든 이의 상품 구매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애플페이는 2019년이 돼서야 스타벅스 앱을 제치고 미국 모바일 결제 분야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는 사실상 실패였다. 커피 업체를 가까스로 물리쳤는데 그것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났을 리는 만무했다.

왜 애플은 (혹은 거대 기업 어디든)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대다수 기업이 생태계를 직접 이끄는 데만 너무 몰두하는 자기 생태계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 생태계의 성공은 스마트폰 업체, 은행, 소매업체, 이동통신 사업자라는 네 주체의 협력에 달려 있다. 이들 각각의 주체가 시장이 모바일 결제로 전환했을 때 본인들에게 확실한 이득이 된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는 기술 및 법, 규제와 관련된 복잡한 세부 내용으로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도록 단순화한 설명이다.) 애플은 아이폰 생태계, 수많은 사용자, 앱스토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명백한 리더십을 가진 만큼 모바일 결제가 그들의 생태계 확장에 중요하다고 여겼다. 애플 입장에서 나머지 세 주체는 당연히 팔로워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과 소매업체는 휴대폰 앱스토어를 통해 앱이 배포되려면 이에 필요한 검사와 승인을 거쳐야 하기에 그들의 앱을 기꺼이 제출할 터였다. 통신사들도 아이폰 기기와 서비스 플랜 판매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치 제안이 바뀌면 파트너들 사이에 긴장감이 생긴다. 사업 조건을 둘러싸고도 늘 어느 정도의 갈등이 따르지만 (앱 개발자들이 앱스토어가 가져가는 수수료 비율에 저항하는 것처럼) 새로운 가치 제안을 위해 파트너들을 재정렬할 때는 각 업체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근본적인 이견이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가치 창출을 방해한다.

애플이 결제 처리 시장에 진출하자 은행들은 크게 우려를 표했다. 웹에서 가능하던 서비스를 휴대폰으로 제공하는 것과 휴대폰 제조사가 은행이 창출하는 가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애플은 능수능란한 정렬 전략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했다. 사용자들이 톱카드라는 하나의 카드를 통해서만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애플의 수는 명확했다. 지금 바로 애플페이를 지원할 마음이 없는 은행들은 사용자들의 주 사용 카드가 돼 애플페이 사용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를 벌 기회를 날릴 것이란 메시지였다. 이후 2015년 2월까지 2000개 이상의 은행들이 애플페이 생태계에 합류했다.

안타깝게도 한 주체만 성공적으로 정렬하는 것으로는 탄탄한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 이는 리더를 위해서든, 팔로워를 위해서든 마찬가지다.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모바일 거래에 요금을 부과해온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그들 나름의 입장이 있었다. 미국의 3대 이동통신사인 AT&T, 버라이존, T-모바일은 2010년부터 이미 그들 고유의 모바일 결제 사업에 진출해 있었다. 이들은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는 소모품을 판매하는 교환 가능한 팔로워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이미 이 시장에 수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였다.

미국의 대표적 소매업체들 또한 자체적으로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 함께 머천트 커스터머 익스체인지(Merchant Customer Exchange, MCX)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관점을 갖게 됐다. 소매업체들은 그동안 부당할 만큼 높게 설정된 신용카드 수수료를 모바일 결제에서는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결제 기능을 부가하는 것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프로모션 타깃 설정,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 재고 예측 능력을 높일 기막힌 기회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동통신 사업자나 소매업체가 추구하는 솔루션이 더 나은 기술인지, 혹은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 제안인지가 아니었다. (어차피 둘 다 아니었고 그들의 솔루션은 몇 년이 지나 중단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애플페이의 성공에 필요한 핵심 파트너 업체 다수가 자신들은 이 새로운 생태계의 팔로워가 절대 아니라고 믿었다는 점이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 동안 모바일 결제 이용이 활성화됐고,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말 그대로 팬데믹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생일대의 자극제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결제 거래액은 아직 신용카드 거래액보다 적으며 결제 기술 또한 ‘우리의 상품 구매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물론 언젠가는 모바일이 미국에서 가장 주된 결제 방식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그 시점에는 아마 두 가지가 실현돼 있을 것이다. 첫째, 생태계 주자들 간의 정렬이 이뤄졌을 것이다. 둘째, 그런 성공은 엄청난 비효율을 겪고 리더와 팔로워 모두 처음 품었던 기대를 충족하는 데 실패한 뒤 한참 후에나 달성될 것이다.

교훈: 리더십을 미리 규정하면 정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형성된다. 또 생태계 리더와 팔로워가 그릴 수 있는 성공의 모습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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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시스템 리더를 위한 전략

생태계는 성공하기 전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자칭 리더가 마침내 사업을 포기할 때 비로소 실패로 명명된다. 이는 자기 생태계의 함정이 뼈아프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생태계를 이끌려는 회사는 파트너사들이 그 회사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여기든, 리더로서 부적절하다고 여기든 그 사업에 기꺼이 투입할 자금만 있으면 리더 자리를 지탱할 수 있다. 헛된 곳에 돈을 쏟아붓는 기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은행 잔고와 투자자들의 인내심밖에 없다. 주력 사업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현금으로 계좌가 계속 채워지는 기업이라면 이 두 가지 제약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생태계에 관여하면서도 사업에 진전이 거의 없는 회사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 이유다. 여기 생태계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리더와 팔로워가 취해야 할 단계별 조치들이 있다.

리더로서 적격한지 평가하라. 어떤 기업이든 생태계 전략의 핵심은 리더십을 위한 경쟁이 의미 있는 시기가 언제이고, 팔로워십이 타당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 판단은 기업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런 점에서 생태계 리더로서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에 확실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파트너들은 리더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보다 당신의 리더십을 따르는 게 더 낫다고 여길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예”로 답한다면 당신의 리더십에 방어 가능한 (보장되진 않더라도)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 대답이 “아니요”라면 당신의 야심에 근거가 없거나 승자의 계층 구조의 바닥에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신호일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요”와 “아마도”로 바뀌는 지점을 찾으면 당신의 생태계, 그 생태계에서 당신의 역할, 그리고 파트너 선택에 대한 기준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파트너들의 경우 생태계 가치 제안이 가져올 것들에 대한 기대로 당신만큼 한껏 부풀어 있기 쉽다. 리더는 그들의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노력의 부족보다는 누가, 누구에게 맞출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이 걸림돌이 된다. 누가 생태계의 속도, 방향, 규칙을 정할 것인가? 이에 대해 참여 업체 모두가 ‘우리’라고 생각한다면 생태계는 마비될 것이다.

기존 파트너들이 갖는 과도한 자신감은 이전 생태계에서 맡았던 역할을 근거로 한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아이폰 생태계를 통해 입증된 애플의 역량은 그들이 모바일 결제 조건을 주도적으로 정할 타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들의 리더십에 대한 정당성은 거기까지다. 가치 제안이 연결의 편의성이 아니라 은행 같은 파트너사들의 주력 사업에 가까운 금융 활동으로 전환되면 누가 리더로서 적격한가에 대한 답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팔로워십 육성하기. 생태계 리더에게는 구성원들을 하나로 정렬할 임무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다른 파트너들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다른 파트너들이 당신과 무엇을 기꺼이 할 것인지다.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두 국가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이런 차이가 기존 결제 방식이 강력한 정도가 달라 생긴 게 아니라 (당시 중국에는 신용카드 결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생태계 리더들이 구성원들을 정렬시키기 위해 취한 접근법이 달라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시장은 그야말로 백지상태였지만 생태계 정렬을 위해 극복해야 할 난관들은 미국 못지않게 많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의 가치를 내건 주체는 단말기 제조사나 은행, 기존 소매업체들이 아니었다.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그들 고유의 생태계를 나란히 구축해 나가면서 모바일 결제 사업을 주도했다.

출발점은 완전히 달랐지만 두 회사 모두 단계적 확장이라는 순차적 정렬 전략을 추구했다. 이런 접근 덕분에 적절한 가치 제안과 필요한 파트너들이 상황에 맞게 차례로 생태계에 합류했다. 알리바바는 구매 비용을 현금 대신 다른 방법으로 지불하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해 알리페이를 도입했다. 별도 계좌에 충전해 둔 돈으로 상품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안전한 디지털 지갑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 텐센트는 위챗페이라는 메시징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비용을 송금할 수 있는 피어투피어(P2P) 방식을 채택했다. 텐센트는 점점 더 많은 서드파티 온라인 상점과 서비스 업체들을 생태계에 포함시키며 모바일 결제를 현실 세계로 확장해 나갔다. 이런 성과는 협력사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할 수 있는 앱 기반의 QR 코드 생성 방식 덕분에 구현됐다. 가맹점 측의 별도 투자가 거의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두 업체는 단계마다 파트너들과 발전적으로 나아갔고 이는 새로운 파트너들이 생태계 팔로워십에 동의하는 전략적 근거가 됐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사업 초기의 리트머스 테스트성 질문에는 “예”라는 답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사례를 보면 생태계 시스템 전체를 한꺼번에 정렬시키려 애쓰는 것보다 단계별로 “예”라는 답을 얻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인 길임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할 때 당신의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을 얻으려면 팔로워들이 스스로 리더 후보가 되는 것보다 당신의 리더십을 선호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명한 생태계 혁신가라면 무작정 자신들의 역할을 정하기 전에 승자의 계층 구조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 전체를 따져봐야 한다. 그들은 탁월한 아이디어와 적절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안다. 당신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다른 이들을 정렬할 수 없다면 물러서서 다른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또 생태계를 이끌 수 없을 때 단순히 자리에서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다른 누군가의 비전 안에 당신의 역량을 정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팔로워십을 당신이 수행할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이자 승리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또한 팔로워십을 성공적으로 발휘하는 전략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마트 팔로워십 전략

팔로워십도 리더십 못지않게 전략이 필요하지만 적용 규칙은 다르다. 신생 생태계에서는 리더를 결정하는 힘이 팔로워에게 있다. 하지만 일단 리더가 확정되고 시스템이 확립되면 팔로워의 힘은 약해진다. 스마트한 팔로워들은 영향력의 창문이 어떻게 열리고, 어떻게 닫히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한다. 또 리더 자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동시에 자신들에게 리더를 교체할 힘이 있고 직접 리더 감투를 쓸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 이런 통찰력의 유무는 스마트한 팔로워와 어수룩한 팔로워를 가른다. 팔로워십을 선택할 때는 다음 두 가지를 꼭 고려해야 한다.

당신에게 맞는 리더를 선택하라. 신생 생태계의 스마트한 팔로워에게는 독특한 힘이 있다. 바로 잠재 리더의 계획을 지지할지를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한 팔로워는 불확실성이 해결되기를 앉아서 기다리다가 생태계에 합류하는 것보다는 리더의 계획을 선제적으로 지지할 때 자신들의 영향력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을 안다.

똑똑한 팔로워는 리더 뒤에서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현실 정치는 권력을 영향력과 맞바꾸는 일이다. 현명한 팔로워라면 리더가 될 후보를 신중하게 고르고 그 대가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팔로워가 되기로 정했다면 먼저 리더가 어떤 식으로 생태계 가치 제안을 확립하려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리더는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또 그런 가치 제안을 구현하기 위해 당신이 어떤 식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하는가? 그런 것들이 당신의 비전 및 전략과 일치하는가? 아무리 생태계가 협업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모든 기업은 생태계의 구조, 참여자의 역할, 리스크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생태계 전략을 정한다. 이런 전략은 생태계 구성원들 간에 일치할 수도 있고 부딪칠 수도 있다. 관련 주체 간 전략의 일관성이 클수록 생태계 활동이 하나로 수렴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리더의 주장이 당신에게 타당하게 느껴진다면 이를 생태계에 필요한 다른 구성원도 납득할지 자문해 보라. 가령, 애플페이 사례에서 은행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다른 필수적인 파트너들이 애플을 따르지 않으면 어느 한 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해도 충분치 않을 것이다. 다른 어떤 회사가 이 생태계 초기 연합에 참여할 것인지, 당신과는 관계는 어떨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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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스마트한 팔로워는 리더에게 귀중한 자원과 신뢰를 넘기기 전에 리더의 목표와 동기를 명확히 이해하려 한다. 당신의 성공이 곧 리더의 성공이 될까? 반대로 리더의 성공이 곧 당신의 성공이 될까? 두 질문 모두에 “그렇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책 생태계가 이와 관련된 좋은 예다. 아마존과 애플은 자신들의 전자책 플랫폼으로 출판사들을 유인하고자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고 제약을 뒀다. 아마존은 전자책 가격을 직접 정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책 한 권당 가격을 9.99달러로 책정했는데 이는 출판사들 입장에서 너무 낮은 가격이었다. 반면 애플은 출판사들에 가격 책정 권한을 기꺼이 내줬다. 출판사들은 애플 덕분에 갖게 된 가격 책정 권한을 당연히 반겼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은 애플의 주 수익원이 기기 판매라는 점이었다.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계속 구입하는 한 애플은 책을 한 권도 못 팔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에 아마존의 수익은 콘텐츠 판매에서 나왔고, 하드웨어인 킨들은 미끼 상품일 뿐이었다. 가격 책정에서는 아마존과 출판사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책 판매량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둘 간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했다. 실제로 애플의 디지털 서점에서 팔리는 책의 규모는 아마존 책 판매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게임을 크게 생각하라. 스마트한 팔로워들은 리더뿐 아니라 다른 팔로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도 고려한다. 최고로 스마트한 팔로워들은 리더를 상대로 협상을 잘하는 이들이 아니라 다른 팔로워들을 위한 규칙을 잘 만드는 이들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자 건강 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 생태계만큼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사례가 없다. EHR은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의 오류를 방지하고,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중복 검사를 철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IT 업계는 규제가 강해지면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정하고 정부가 EHR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20년간 로비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2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의료기관들에 EHR 관련 기술을 파는 데 실패하자 IT 선두 업체들은 모두 자신들이 이 생태계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IT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었다. IT 시스템은 구매 시점에 큰 비용을 먼저 지불해야 하는 데다 연간 서비스 비용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시스템이 병원에 도입되면 의사들이 직접 환자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도 구매를 반대했다.

이에 거대 IT 기업인 서너(Cerner)와 에픽(Epic)은 팔로워 역할을 자처하며 미국 정부가 앞장서서 이 복잡한 생태계를 이끌도록 로비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2009년에 경제 및 임상 건강을 위한 보건정보 기술법(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for Economic and Clinical Health Act)이 통과되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 생태계의 책임자가 됐다. 정부는 EHR을 채택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IT 회사들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길을 터줬고, EHR IT 시스템 구매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는 “공인된 EHR 시스템의 의미 있는 사용”을 위해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지급 비용을 확대하는 형태로 총 27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당근 역할을 했던 이 보조금이 채찍이 됐다. EHR을 ‘의미 있는(진단, 약물 상호작용 모니터링, 처방 관련 디지털 기록의 꾸준한 업데이트)’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과 세세한 관리를 환영할 팔로워는 없었고 병원들은 의미 있는 사용이라는 의무 조항에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하지만 거래가 깨질 정도는 아니었다. IT 업체와 의료기관엔 이미 EHR 채택에 뜻을 모아야 할 270억 개의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병원들은 팔로워십을 선택했고 그 대가로 재원 보상만을 요구하며 이를 리더와 협상했다. 이는 순진한 접근이었다. 반면 IT 회사들은 스마트한 게임을 했다. 이들은 생태계 리더인 정부와 매출을 보조해줄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협상했지만 ‘의미 있는 사용’이라는 조건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도 협상했다. 이는 정부에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니라 의료기관이라는 다른 팔로워들의 행동에 짐을 지우는 조항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여러 규칙이 새로 정립되는 시점에 나서서 생태계의 장기적인 거버넌스를 확립했다.

의료기관들도 이처럼 조정과 합의가 아직 진행 중이던 시점에 일련의 호혜적 요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EHR 시스템 전체에 정보처리 상호 운영 표준을 확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IT 업체들은 개발비와 업체 간 경쟁에 부담이 된다는 분명한 이유로 의료기관의 이런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여기에 합의를 하면 IT 업체에도 상당한 재정 혜택이 가므로 그런 요구가 계약을 깨뜨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은 계약이 성사되고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요구하지 않았다. 일단 계약이 성사된 후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규칙들이 모두 확립됐고, 구성원들의 정렬 구조도 이미 확정됐으며, 정보처리 상호 운영을 다시 이슈화할 기회를 얻으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터였다.

이는 자기 생태계가 가진 함정의 팔로워 버전이다. 생태계에 소속된 다른 주자들을 고려해 위치를 폭넓게 잡지 않고 마치 그 사업이 자신과 리더만의 게임인 양 행동하는 함정을 가리킨다. 당신이 부질없는 리더십을 추구하다 큰돈을 쏟아붓더라도 그 누구도 막지 않을 것처럼 당신이 아직 기회가 열려 있을 때 현명한 팔로워십을 발휘하도록 그 누구도 뒤에서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다.

생태계에서 성공하려면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파트너들의 역할과 구조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편성할 줄 알아야 한다. 더 범위를 넓히면 생태계 전략을 위해서는 적어도 경쟁자에 기울이는 관심만큼 파트너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Winning the Right Game: How to Disrupt, Defend, and Deliver in a Changing World(올바른 게임에서 승리하기; 변화하는 세상에서 파괴하고, 방어하고, 전달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생태계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파트너들의 팔로워십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팔로워십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주변을 예의주시하고, 감사함을 가지고, 그 무엇도 당연히 여기지 않으면서 겸손해야 한다. 반면 팔로워들은 폭넓게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영향력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리더가 파트너들을 제대로 정렬할 수 있도록 팔로워로서의 역할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리더와 팔로워 모두 자기 생태계의 함정을 피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할 가치는 분명히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2년 겨울 호에 실린 ‘Sharing Value for Ecosystem Success’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 |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 론 애드너(Ron Adner) |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의 경영학 교수이자 전략 및 기업가정신 교수

    론 애드너는 『The Wide Lens: What Successful Innovators See That Others Miss』 『Winning the Right Game: Hoe to Disrupt, Defend, and Deliver in a Changing World』의 저자다. 두 번째 책은 지난해 6월 『올바르게 승리하라: 복잡하고 파괴적인 생태계 세상에서 판도를 바꿀 7가지 경영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3212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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