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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예술 손잡은 명품 브랜드, 항상 긍정적일까

이승윤 | 368호 (2023년 05월 Issue 1)
Based on “L’Art Pour l’Art: Experiencing Art Reduces the Desire for Luxury Goods”(2023) by Yajun Wang, Alison Jing Xu and Ying Zhang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49.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예술(Art)과 명품(Luxury) 브랜드는 수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둘 다 삶 속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인간 본연의 심리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여행 기간 다양한 물건을 담아 옮기기 위해서는 튼튼하고 가벼운 캔버스 소재의 여행용 캐리어로 충분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 더 무겁고 불편한 독일 명품 캐리어 브랜드 리모와(RIMOWA)를 사용한다. 집 안의 벽을 차지하는 미술 작품도 형용할 수 없는 충족감을 줄 수 있지만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능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다. 이처럼 예술과 명품 브랜드는 유일무이한 가치와 영원성 추구라는 철학적인 가치를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 때문에 그동안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은 예술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해왔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명품 브랜드 제품의 특정 부분에 예술적인 속성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2023년 1월 발표된 세계적인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뷔통의 아트 컬래버가 대표적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물방울무늬를 다양한 루이뷔통 가방에 새겨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두 번째는 명품 매장 안에 아트 갤러리를 운영해 매장 리테일 환경 자체에 예술적인 속성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루이뷔통, 구찌,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후원하거나 그들의 브랜드 이름을 담은 미술관을 오픈하는 형태로 예술계와 협업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 밀라노 남부 라르고 이사르코(Largo Isarco)에 위치한 프라다재단 미술관이다. 프라다는 예술 발전에 공헌한다는 목표로 1993년 프라다재단을 설립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후원하며 그들의 작품을 꾸준히 수집해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15년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의 설계 아래 만들어진 프라다재단 미술관이다.

최근 이처럼 단순히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거나 관련 갤러리를 오픈하는 것을 넘어 매장 내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는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루이뷔통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루이뷔통 메종 서울을 레노베이션해 오픈하면서 리테일 매장 건물 설계를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맡기고 한 개 층 전체를 다양한 예술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루이뷔통은 그들의 재단 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는 예술 작품들을 이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하며 방문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공간에 다채로운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명품 브랜드들이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매장 내에 전시하고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매장 내 예술적인 경험이 제품 판매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미네소타대, 중국 베이징대,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공동 연구진은 명품 브랜드들이 예술계와 협업하는 방식이 명품 브랜드의 구매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실 연구와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먼저 소비자가 예술품을 경험한 이후 명품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를 살펴보는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현장 연구는 상하이에 위치한 어느 지하철역에서 진행됐다. 해당 지하철역 내부는 런던내셔널갤러리(London’s National Gallery) 주최로 다양한 예술 작품이 30일 동안 전시돼 있었다. 연구자들은 ‘예술 작품 경험’ 조건의 경우 해당 예술 작품이 전시된 곳과 가까운 지하철역 입구를 지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또 다른 조건인 ‘예술 작품 비경험’ 조건의 경우 해당 예술 작품이 전시된 공간과 멀리 떨어진 지하철역 입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렇게 행인 총 150명을 대상으로 3일 동안 조사했다.

참여한 행인들에게는 본 조사의 목적이 특정 쇼핑몰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묻는 조사라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지하철역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쇼핑몰 두 곳에 대해 설명했다. 한 쇼핑몰은 프라다, 구찌와 같은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곳으로 묘사했고, 다른 한 곳은 H&M, 나이키 같은 비명품 브랜드가 주로 있는 쇼핑몰로 묘사했다. 참가한 행인들에게 두 쇼핑몰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듣고 난 후 현재 진행 중인 할인 프로모션에 대한 설명을 듣길 원하는 쇼핑몰 하나를 선택하라고 지시했다. 흥미롭게도 예술 작품을 경험한 행인들은 명품 브랜드들을 주로 취급하는 쇼핑몰보다는 비명품 브랜드가 주로 있는 쇼핑몰의 할인 정보에 더 관심을 보였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예술 작품에 노출되고,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오히려 명품 브랜드에 대한 구매 욕망을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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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현장 연구에서의 발견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두 번째 연구는 실제 쇼핑 환경에서 진행했다. 비슷한 매력도를 가진 두 쇼핑몰이 선정됐다. 두 쇼핑몰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는 유사하고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부터 일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지 취급하는 브랜드도 비슷했다. 다만 실험 진행 당시 한 쇼핑몰은 대대적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내부에 전시해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다른 한 쇼핑몰은 특별한 전시회를 개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사 참가자들에게 각 쇼핑몰이 취급하는 브랜드들을 담은 두 가지 브랜드 소개 세트를 보여줬다. 첫 번째 세트에는 갭이나 휠라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다른 세트에는 반클리프 아펠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소개됐다. 조사 마지막 단계에서 참가자들은 구매를 위한 추가적인 할인 정보를 위해 어떤 브랜드들이 담긴 세트를 추가적으로 살펴볼지 선택했다. 첫 번째 연구 결과와 동일하게 실제 쇼핑 상황에서도 다양한 예술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쇼핑몰 내에서 더 많은 참여자가 명품 브랜드보다는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대한 할인 정보를 듣길 원했다.

현장 연구뿐만 아니라 일련의 추가적인 실험 연구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발견됐다. 북미의 한 국립대 학생 186명이 참가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예술 작품 경험 조건’으로 식물 사진을 찍는 유명 아트 작가 칼 블로스펠트(Karl Blossfeldt)의 사진을 담은 100초 비디오 클립을 시청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영상으로 본 식물 사진들이 칼 브로스펠트의 작품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예술 작품 비경험 조건’에 속한 참가자들은 동일한 사진들을 담은 100초 비디오 클립을 시청했지만 이들에게는 해당 사진들이 예술 작품이 아닌 식물학자가 만든 도록에서 가져온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전혀 다른 두 조건에 노출된 후 참가자들은 루이뷔통이 만든 한 파우치를 평가했다. 예술 작품 경험 조건에 노출된 실험 참가자들은 예술 작품을 경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참가자들에 비해 루이뷔통 파우치에 덜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일반인들이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자기 초월적(Self-Transcendence)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기 초월적인 감정이란 자기중심적인 가치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의 정체성을 넘어 자신이 더 큰 무언가의 작은 일부라고 인식하는 감정이다.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는 주요한 동기 중 하나가 타인보다 더 높은 지위를 추구하는 데 있다. 따라서 예술품 감상으로 인해 유발되는 자기 초월적인 감정이 이런 자기중심적인 지위 추구 동기를 약화해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편 연구진이 발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예술이 제품의 속성에 포함될 경우에는 명품 브랜드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단순한 예술 경험 자체는 명품 브랜드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루이뷔통 가방의 포장 박스에 특정 예술 작품 이미지가 들어가거나 앞서 설명한 쿠사마 야요이 등 유명 아티스트 작품의 속성 자체가 가방에 표현될 경우에는 해당 예술 작품의 미적 가치가 제품에 투영돼 제품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 결과는 예술 작품을 다채로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활용하는 명품 브랜드 마케터들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준다. 예술과 명품은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단순히 리테일 환경 내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명품 브랜드의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음을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매장 내 예술 작품을 전시하기보다는 명품 제품을 더 빛나게 할 목적으로 예술 작품 자체의 속성을 명품 브랜드 제품에 활용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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